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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영의 초저금리 시대 자산 증식법] 유언대용신탁으로 상속 걱정 ‘끝’

[조재영의 초저금리 시대 자산 증식법] 유언대용신탁으로 상속 걱정 ‘끝’

절차 간단하고 신탁계약만으로 가능...해마다 자산관리 수수료 내야
자산가들은 사망 후에 남겨질 본인의 재산을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고민이다. 유언이 없더라도 상속인들이 다툼 없이 법정상속 비율로 나누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상속 관련 분쟁으로 가족 관계가 깨지는 일까지 비일비재하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유언장 작성이 필수다. 유언은 자필증서유언, 공정증서유언, 녹음유언, 비밀증서유언, 구수증서유언 등 5가지 방식으로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유언작성 방식인 자필증서유언만 해도 모든 내용을 자필로 작성해야 한다. 컴퓨터로 작성한 유언장은 무효다. 위조, 변조, 은닉의 위험에도 항상 노출돼 있다. 따라서 상속 재산이 많고 분쟁 소지가 있는 경우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유언장을 작성한다 하더라도 생각보다 쉽진 않다. 이에 따라 유언장 작성보다 절차가 간단하고 신탁에 따라 유언제도를 대신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 제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언과 유언대용신탁은 근거법에서 차이점이 있다. 유언은 민법상의 제도이고, 유언대용신탁은 신탁법상의 제도다. 유언대용신탁은 예금·채권·부동산 등을 금융회사에 맡겨놓으면 생전에는 자산관리를 통해 자산을 불려주고 사후에는 고인의 뜻에 따라 상속집행을 책임진다.
 여러 세대 걸친 자산분배 가능
유언대용신탁의 장점은 유언서에 비해 유연한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유언은 본인 사망시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정할 수 있다. 즉 1차 상속에 대해서만 본인의 뜻대로 지정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인 사망까지 대비해 제2, 제3의 상속까지 설정할 수 있다. 예컨대 ‘내 재산을 배우자에게 넘겼다가 배우자 사망시에는 첫째 아들, 첫째 아들 사망시에는 막내딸에게 넘겨라’ 하는 식으로 여러 세대에 걸친 자산분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좀 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산이전이 가능하다는 애기다. 미성년 상속인인 경우 후견인 개입 우려도 사전에 차단해준다. 상속인이 일정 연령 도달할 때까지 금융회사가 재무적 후견인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상속 비율과 지급 시기 설정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유언을 작성한 경우 유언의 효력은 유언 작성자가 사망한 순간부터 발생한다. 하지만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시점부터 재산의 관리를 맡길 수 있다. 사실 고령화시대를 맞아 사망 시점까지 재산을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본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 치매노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재산은 143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는 2007년 이후 10만건 이상의 계약이 이뤄졌다. 확실한 ‘자산의 대물림’ 수단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한국에도 머지않아 비슷한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고령·질환·치매 등으로 생전에도 자산관리능력이 현저히 감소할 때를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의 재산을 금융회사 등 신탁회사에 맡기고 생전에는 수익금을 본인에게 지급하다가 사후에는 딸에게 30%, 아들에게 15%, 배우자에게 55%를 지급하라는 등의 계약이 가능하다. 본인이 병에 걸렸을 경우 사망할 때까지는 간병비·생활비 등으로 쓴 후 남은 재산을 물려주는 식의 설계도 가능하다. 상속에 걸리는 시간도 짧다. 금융회사가 상속 집행 절차를 안내하고 직권으로 상속인에게 자산을 이전해주기 때문에 통상 일주일 정도면 상속이 끝난다.

작성 방식도 간단하다. 유언방식 중에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인 공정증서 유언인데 이 경우 증인이 반드시 2명 이상 필요하다. 공정증서 방식으로 작성하는 경우 내 주변 지인인 증인 2명이 유언 내용을 알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좀 특별하거나 은밀한 내용을 담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이와 달리 유언대용신탁은 금융회사와의 계약서 작성만으로 성립된다. 즉 유언대용신탁은 증인 필요없이 금융회사와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 측면에서 좀 더 유리할 수 있다.신탁 계약만으로 유언이 성립돼 유언장 작성 및 변경 또한 쉽다. 금융회사가 문을 닫을 때에도 신탁자산은 손해 없이 본인 또는 상속인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안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국에서는 가업의 주식을 상속인들에게 상속시키지 않고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소유권을 넘기고 주식의 배당금만을 상속인들에게 지급하도록 해서 소유권과 경영권을 분리시키는 일도 상당히 많다. 또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위해 수익금을 사용하도록 계약할 수 있다. 이처럼 개인적인 요구사항을 유언대용신탁으로 충족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증권사를 중심으로 유언대용신탁이 활성화되고 있어 자산승계에 대한 다양한 대안으로서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류분 제도와 충돌 일으킬 수도
다만,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할 때에도 유의할 점이 있다. 바로 ‘유류분’ 제도와의 충돌이다. 유류분은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준 경우 다른 자녀가 재산 분배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피상속인 사망 후 가족 간 유류분 다툼이 2015년 기준 911건에 이른다. 10년 전보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류분은 민법에 의거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직계비속은 각각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각각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무조건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피상속인의 무제한적인 상속재산처분권을 일부 제한하면서, 상속인들의 권리를 최소한만큼은 보호해주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 유류분제도가 유언대용신탁과 충돌을 일으킬 경우 어떻게 되느냐의 이슈가 남아있다. 예를 들어 홍길동씨가 유언이 아닌 유언대용신탁으로 14억원의 재산을 맡기고 사후에는 아들에게 신탁재산 모두를 넘기라는 유언대용신탁을 계약했을 때, 다른 상속인들이 아들로부터 유류분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의 이슈이다. 아직은 실제로 유언대용신탁과 유류분 제도가 충돌해 분쟁이 된 케이스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재판이 진행돼 발생한 판례도 없다. 유언대용신탁은 금융사가 자산 관리부터 집행을 맡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비용은 비싼 편이다. 일반적으로 첫 계약을 할 때 최소 1000만원을 지불한 후 해마다 자산관리 수수료를 내야 한다. 수수료는 재산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 5억원 기준으로 금융자산은 100만원, 부동산은 300만원이다.



※ 필자는 현재 금융교육컨설팅회사 웰스에듀(Wealthedu)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삼성생명 FP센터 팀장, NH투자증권 PB강남센터 부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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