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시대 도래할까
‘신냉전’ 시대 도래할까
무역전쟁에선 미국이 우위에 있지만 중국에 다른 분야에서의 보복수단이 많아 지정학적 대립으로 확대될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 대중 무역전쟁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도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이미 보복관세를 물리고 있다.
중국의 보복조치 규모가 미국의 대중 관세보다 작은 이유가 궁금하다면 한 가지 간단한 답이 있다. 다수의 평론가가 정확히 지적했듯이 베이징 정부가 관세를 때릴 미국산 제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액은 중국의 미국 제품 수입액보다 3750억 달러 더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매길 대상 제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는 통상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는 되지만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싸움에서 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이 다른 보복 수단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들이 잔뜩 보유한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거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핵협상에 훼방을 놓는 식이다. 이 밖에도 베이징 정부는 다방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무역전쟁이 곧 ‘신냉전’으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정말로 20세기 후반 세계를 지배했던 지정학적 교착상태까지 치달을까? 가장 최근의 관세에 중국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많은 것이 달렸다. 그들의 반응은 네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중국이 대치국면의 완화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와 몇몇 타협안을 협상하는 방법으로 단시일 내에 실행할 수 있다. 다만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건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문제가 있다.
아니면 통상분야에서 싸움을 지속하면서 갈등이 계속 불타오르도록 방치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합리적인’ 듯한 인상을 주면서 보복을 계속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중국으로서는 문제를 훗날로 미루면서 큰 망신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는 11월의 중간선거 또는 2020년의 대선을 맞아 미국의 정책이 완화되기를 기대하면 된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까지 협상을 미룰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회유 전략은 미국에 중국이 필요한 만큼 중국도 미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베이징 정부의 온건파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중국의 다른 통상 파트너들에게 그들이 정말로 약속을 중시한다는 믿음을 주는 효과도 있다. 중국의 또 다른 옵션은 무역 이외에 그들이 지닌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을 동원해 전선을 키우는 방법이다. 중국의 가장 뻔한 보복은 미국 국채 매입을 줄이거나 1조1800억 달러 상당의 국채 보유분 중 일부를 매각하는 방법이다. 전체적으로 현재 다른 나라가 보유한 미국 국채 중 약 20% 가까이를 중국이 소유한다. 필시 일부에서 가정하는 만큼 큰 타격을 입히지는 않겠지만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지분을 줄이면 미국인이 매일 구입하는 상품 중 상당수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이 같은 접근법의 문제는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중국산 수출품 가격도 비싸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형태의 금융 보복은 베이징 정부 입장에선 썩 구미가 당기는 옵션이 아닐지 모른다. 더 가능성 있는 전략은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규제와 간섭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그런 선별적 규제는 국제법에 어긋나지만 베이징 정부가 오리발을 내밀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이 전에도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런 방법을 동원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으며 이미 미국 기업들이 신청한 라이선스의 승인을 미루기 시작했다는 조짐이 나타난다. 미국의 대중 관계가 다면적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경제 분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보복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한 가지 전략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동원해 미국의 북한 비핵화 노력을 저해하는 방법이다. 필시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식이 될 듯하다.
또는 필시 동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전략적 화약고인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대치하는 방법도 있다. 베이징 정부가 자국 영토의 남쪽에서 더 많은 섬과 해로에 대한 영유권을 서둘러 주장하는 동안 무역을 둘러싼 미국과 불화가 생기면 더 호전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다른 옵션으로는 대만의 고립시도를 확대하고 미국에 대한 대항마로 러시아와 유대를 강화하거나 군사력 증강을 가속화하는 방법도 있다. 끝으로 무역에 대한 미국의 공격적인 태세를 구실로 지역적으로 패권 확립과 경제적 독립 확대 노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이번 무역분쟁으로 중국제조 2025 프로그램이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기술을 세계 첨단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목표의 산업 고도화 전략이다.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거대한 신 실크로드 전략인 유명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뿐 아니라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 확대 노력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세계은행의 대안으로 중국이 추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에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부을 수도 있다.
물론 중국은 앞서 언급한 메커니즘을 모두 동원해 한동안 영향력을 키워 왔다. 그러나 미국이 더 공격적으로 나옴에 따라 중국이 더 서둘러야겠다는 긴박감을 느낄 수 있다. 정치경제학자 입장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중국의 대응책은 위의 4가지 옵션 중 일부를 혼합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적어도 표면상 대결을 무역으로 국한하는 것이 중국 지도부로선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따라서 베이징 정부가 관세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은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 경제와 안보 이해에 대해 눈에 보이지만 더 비공식적이고 발뺌할 수 있는 그 밖의 행동, 예컨대 미국 기업들에 고통을 주고 군사력을 증강하는 식으로 대응하리라 예상한다. 쉽게 말해 장차 미국의 이 같은 위협을 저지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역량을 키우려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위험한 두더쥐 잡기 게임을 하고 있다. 무역적자를 해머로 해결하려다가 다른 여러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에 중대한 도전을 불러 앞으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고질적인 막대한 대중 무역 적자의 해결방안이 분명 필요하지만 관세는 아니다. 기존 국제질서 메커니즘을 이용해 대중 무역에서의 정당한 고충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미국으로선 더 현명한 접근법이다.
그 밖에도 무역적자와 그 악영향을 줄여나가는 방법들이 있다. 예컨대 저축을 장려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으로 악화된) 연방 예산적자를 감축하고 직업재교육과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향상하는 식이다.
어쨌든 원점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신냉전시대로 향하는 걸까? 답은 한마디로 ‘노’다.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소련의 대결 같은 냉전은 아니다. 당시의 냉전은 유럽에선 동결됐을지 모르지만 한반도·베트남 등지에서 끔찍한 전쟁을 직접·간접적으로 유발했다. 또한 세계를 상호 적대적인 두 진영으로 갈라놓아 끊임없이 세력다툼을 하게 만들었다.
분명 세계 양대 국가 간의 갈등이 확대되면 또 다시 세계적으로 적대 진영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서로 의존할 뿐 아니라 다른 강대국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번 ‘냉전’은 상당히 다르며 필시 이전보다 적대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으로선 중국과 완전히 대립적인 관계를 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떻게 발전할지 아무도 모르는 싸움의 확대는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 찰스 행클라
※ [필자는 조지아주립대학 정치학 부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의 보복조치 규모가 미국의 대중 관세보다 작은 이유가 궁금하다면 한 가지 간단한 답이 있다. 다수의 평론가가 정확히 지적했듯이 베이징 정부가 관세를 때릴 미국산 제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액은 중국의 미국 제품 수입액보다 3750억 달러 더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매길 대상 제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는 통상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는 되지만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싸움에서 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이 다른 보복 수단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들이 잔뜩 보유한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거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핵협상에 훼방을 놓는 식이다. 이 밖에도 베이징 정부는 다방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무역전쟁이 곧 ‘신냉전’으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정말로 20세기 후반 세계를 지배했던 지정학적 교착상태까지 치달을까? 가장 최근의 관세에 중국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많은 것이 달렸다. 그들의 반응은 네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냉철한 판단
아니면 통상분야에서 싸움을 지속하면서 갈등이 계속 불타오르도록 방치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합리적인’ 듯한 인상을 주면서 보복을 계속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중국으로서는 문제를 훗날로 미루면서 큰 망신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는 11월의 중간선거 또는 2020년의 대선을 맞아 미국의 정책이 완화되기를 기대하면 된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까지 협상을 미룰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회유 전략은 미국에 중국이 필요한 만큼 중국도 미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베이징 정부의 온건파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중국의 다른 통상 파트너들에게 그들이 정말로 약속을 중시한다는 믿음을 주는 효과도 있다.
경제적 고통
중국 입장에서 이 같은 접근법의 문제는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중국산 수출품 가격도 비싸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형태의 금융 보복은 베이징 정부 입장에선 썩 구미가 당기는 옵션이 아닐지 모른다. 더 가능성 있는 전략은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규제와 간섭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그런 선별적 규제는 국제법에 어긋나지만 베이징 정부가 오리발을 내밀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중국이 전에도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런 방법을 동원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으며 이미 미국 기업들이 신청한 라이선스의 승인을 미루기 시작했다는 조짐이 나타난다.
지정학적 게임
또는 필시 동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전략적 화약고인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대치하는 방법도 있다. 베이징 정부가 자국 영토의 남쪽에서 더 많은 섬과 해로에 대한 영유권을 서둘러 주장하는 동안 무역을 둘러싼 미국과 불화가 생기면 더 호전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다른 옵션으로는 대만의 고립시도를 확대하고 미국에 대한 대항마로 러시아와 유대를 강화하거나 군사력 증강을 가속화하는 방법도 있다.
초강력 패권
물론 중국은 앞서 언급한 메커니즘을 모두 동원해 한동안 영향력을 키워 왔다. 그러나 미국이 더 공격적으로 나옴에 따라 중국이 더 서둘러야겠다는 긴박감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이 어떻게 나올까
다른 종류의 냉전
그 밖에도 무역적자와 그 악영향을 줄여나가는 방법들이 있다. 예컨대 저축을 장려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으로 악화된) 연방 예산적자를 감축하고 직업재교육과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향상하는 식이다.
어쨌든 원점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신냉전시대로 향하는 걸까? 답은 한마디로 ‘노’다.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소련의 대결 같은 냉전은 아니다. 당시의 냉전은 유럽에선 동결됐을지 모르지만 한반도·베트남 등지에서 끔찍한 전쟁을 직접·간접적으로 유발했다. 또한 세계를 상호 적대적인 두 진영으로 갈라놓아 끊임없이 세력다툼을 하게 만들었다.
분명 세계 양대 국가 간의 갈등이 확대되면 또 다시 세계적으로 적대 진영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서로 의존할 뿐 아니라 다른 강대국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번 ‘냉전’은 상당히 다르며 필시 이전보다 적대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으로선 중국과 완전히 대립적인 관계를 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떻게 발전할지 아무도 모르는 싸움의 확대는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 찰스 행클라
※ [필자는 조지아주립대학 정치학 부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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