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기운에 강한 애착 갖는 몽골 유목민은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한줄기 바람 같은 자유의 일면을 보여준다 매년 5월이 되면 들소와 양 수만 마리가 우브스 분지의 계곡을 따라 여름철을 지낼 곳으로 이동한다차를 타고 1000㎞를 달려도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 하나 만날 수 없는 곳은 지구상에서 얼마 안 된다. 그중 하나가 몽골이다. 면적이 미국 텍사스주 크기의 두 배 정도(약 156만4000㎢)인 몽골에선 유목민이 지난 수 세기 동안 살아온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 몽골에서 계절에 따라 소떼와 순록떼를 몰고 이동하는 유목민을 17년 동안 카메라에 담은 프랑스인 사진작가 프레데릭 라그랑주는 “이곳엔 울타리도 경계선도 없다”고 말했다. “몽골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완전한 자유 그 자체다.”
물론 예외가 있다. 수도 울란바토르다. 몽골 인구 300만 명 중 약 45%가 울란바토르에 거주한다. 몽골은 약 70년 동안 소련의 지배를 받다가 1990년 완전히 독립해 민주 국가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 이래 울란바토로에선 자본주의가 급속히 발전했다. 지금은 쇼핑몰과 인터넷 카페, 교통체증도 있다. 울란바토르는 현재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수도다.
그러나 그곳에서 약 15㎞만 벗어나면 시간이 멈춘다. 몽골은 13세기 동서양에 걸친 대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에 깊은 애착을 가지면서 과거와 현재 두 세계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간다. 라그랑주는 “칭기즈칸처럼 그들은 사나운 민족”이라고 말했다[그의 저서 ‘몽골(Mongolia)’이 최근 발간됐다].
그러나 라그랑주는 몽골 어디를 가든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그는 “모든 게르(몽골의 이동식 텐트 주택)엔 손님을 위한 여분의 침대와 음식이 마련돼 있었다”고 돌이켰다. “그들이 외부 사람을 만나 다른 지방의 소식을 접하는 방식이다. 낯선 사람을 초대해 도와주는 것이 거의 의무적이다.” 그들은 긴 밤 동안 몽골 보드카를 마시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노래를 부르다가 잠든다. 노래의 대부분은 칭기즈칸의 영광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라그랑주는 아무리 혹독해도 몽골의 풍광을 사랑한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과 바위 투성이의 구릉 지대. 그런 자연 그대로의 풍경은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명상의 상태’를 자아낸다. “그런 상황에선 모든 감정과 모든 순간을 훨씬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프레데릭 라그랑주의 책 ‘몽골(Mongolia)’은 웹사이트 FredericLagrange- Mongolia.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매년 5월이 되면 들소와 양 수만 마리가 우브스 분지의 계곡을 따라 여름철을 지낼 곳으로 이동한다(왼쪽 사진). 마못을 잡은 사냥꾼. 몸집이 큰 다람쥐과인 이 동물의 고기는 몽골인에겐 별미다. / 사진:PHOTOGRAPHS BY FRÉDÉRIC LAGRANGE톨보 호수. 작은 점은 휴가를 보내는 러시아 낚시꾼들이다.1. 몽골 서부 지방에서 라그랑주의 가이드를 맡았던 에르톤 초로. 라그랑주는 그를 두고 “내가 만난 사람 중 재주와 지략이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 2. 몽골 알타이 산맥 자락에 있는 첸겔 마을. 주민 대다수는 카자흐족 무슬림으로 몽골어를 사용하지 않아 “긴장이 유발될 수 있다”고 라그랑주는 말했다. / 3. 몽골 전통의상 델을 입은 목부. / 4. 몽골 자치도시 초이르에 있는 극장. / 5. 라그랑주는 2001년 이 사진을 찍고 몇 년 뒤 사진을 인화해 그들의 집을 다시 찾았다. 여성은 그 사진을 보더니 속상해 하면서 방을 뛰쳐나갔다. 남편은 그 사진을 찍은 뒤 얼마 안 가 아기가 바이러스로 사망했다고 같은 알타이족 남성을 2001년과 2018년 각각 촬영한 인물 사진이다. 라그랑주가 책을 완성하기까지 거의 20년이 걸렸다는 뜻이다. 이 남성은 젊어서부터 러시아의 밀수꾼들로부터 우렉 호수 지역을 보호하는 경비원으로 일해왔다. 혹독한 기후에서 말을 타고 보낸 세월이 주름살로 흔적을 남겼다.고비 사막의 맹렬한 모래폭풍과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을 견디려면 불굴의 용기와 인내심이 필수다. 라그랑주는 겨울철의 유일한 먹거리가 “고기와 비계, 밀가루, 몽골 보드카”라고 설명했다. “겨울철의 추위를 견딜 수 있는 동물은 낙타와 야크, 순록, 염소, 양뿐이다.” 도시를 벗어나면 거의 다 비포장도로다. 몽골인은 울퉁불퉁한 흙길을 이용해 이동한다. 호수가 얼어붙으면 빙판을 가로질러 시간을 절약한다. 라그랑주는 2006년 훈풍으로 얼음이 녹기 시작한 홉스굴 호수에서 이 장면을 포착했다. “트럭에 같이 탄 3명이 뛰어내리자 운전자는 개인 물건을 꺼내오기 위해 트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트럭에 오르는 순간 얼음이 깨져 1/ 울란바토르의 간단 사원. 1930년대 스탈린의 대숙청 당시 불교 사원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간단 사원을 비롯한 일부만 남았다. / 2. 러시아 울란우데부터 중국 베이징까지 이어지는 몽골횡단철도의 한 정거장. / 3. 우렉 호숫가의 양털깎기. / 4. 몽골 들판에도 기술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일부 사냥꾼과 목부는 이제 말보다 모터바이크를 선호한다. 포장도로도 건설되고 한때 드물었던 TV 안테나도 흔해졌다. / 5. 하트갈 마을의 젊은 목부. / 6. 몽골인의 게르엔 외부 손님을 위한 음식과 차가 항상 준비돼 있다. 그들에겐 손님 접대가 외부 소식을 접하는 유일한 기회다. / 7. 매사냥으로 잡은 여우의 가죽으로 옷을 톨보 호숫가의 들소 목부. 여자나 어린이도 목부가 될 수 있다. 라그랑주는 “아주 고된 삶”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평하는 목부는 한 명도 못 봤다.” 도시생활을 선택하는 몽골인도 소떼나 양떼를 몰 줄 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닥치면 그들은 도시를 떠나 평원의 유목생활로 돌아간다. 현대의 사업가가 소떼를 몰고 말을 잘 탈 수 있다는 사실은 아주 흥미롭다.”- 애나 멘타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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