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허위정보’의 전성시대
2018년은 ‘허위정보’의 전성시대
온라인 영어사전 딕셔너리닷컴, 믿거나 말거나 퍼뜨리는 가짜뉴스 가리키는 ‘misinformation’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 요즘은 허위정보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맹렬한 속도로 퍼져나가고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시대다. 그런 세태를 감안해 미국의 온라인 영어사전 사이트 딕셔너리닷컴(dictionary.com)은 지난 11월 26일 올해의 단어로 허위정보라는 뜻의 ‘misinformation’을 선정했다.
허위정보라는 영어 단어엔 misinformation 외에 disinformation도 있다. 하지만 두 단어의 의미는 약간 다르다. 딕셔너리닷컴에 따르면 misinformation의 정의는 ‘오도할 의도가 있든 없든 퍼뜨려지는 모든 허위정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misinformation을 퍼뜨리면 그 장본인은 그 정보가 거짓인지 모르고 사실로 믿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disinformation은 거짓인지 알고 남을 속이거나 개인·사회·조직을 음해하기 위해 고의로 퍼뜨리는 허위정보를 말한다. 딕셔너리닷컴은 disinformation을 ‘의도적으로 오도하거나 편향된 정보, 조작된 이야기, 선전’으로 정의한다.
딕셔너리닷컴은 두 단어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거짓말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이 퍼뜨린 disinformation이 그 정보를 그대로 믿는 사람에 의해 전파될 때 misinformation이 만들어진다.’
misinformation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배경은 올 한 해 동안 미국 정치인들의 오도성 발언이나 거짓말이 아주 많았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사실을 오도하거나 거짓 발언을 한 횟수는 취임 이래 지난 10월 말까지 6420건 이상에 이르렀다. 매일 약 10건에 해당한다. 딕셔너리닷컴은 정치와 건강, 어원 분야에서 misinformation이 ‘특히 수두룩하다’고 설명하면서 워싱턴포스트의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통계를 인용했다.
아울러 딕셔너리닷컴은 백신을 둘러싼 온라인 상의 음모론 때문에 예방접종을 받지 않는 어린이가 늘고 있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적도 인용했다. 그런 misinformation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학교에서 발생한 대규모 수두 유행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허위정보 유포 건수가 전례 없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지적하지만 돌이켜 보면 정치인이 disinformation이나 misinformation을 퍼뜨리는 것은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새로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완전히 허위정보로 판명돼 ‘가짜뉴스’로 분류돼야 마땅한 misinformation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뜨려진다는 사실이다(여기서 말하는 ‘가짜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주류 언론의 보도를 가리킬 때 자주 사용하는 ‘가짜뉴스’와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딕셔너리닷컴은 misinformation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misinformation이라는 단어는 1500년대 말부터 사용됐지만 지난 10년 동안 소셜미디어의 부상으로 정보의 전파 방식이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대다수의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팩트체크를 거의 또는 전혀 하지 않고 전달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 때문에 misinformation이 기승을 부린다.”많은 사람이 소셜미디어에서 재미로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나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그처럼 일을 저지른 다음 그들은 그 허위정보가 뿌리를 내리고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
이런 가짜뉴스와 선전이 전파되는 진원지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가 지목됐다. 유엔의 인권 전문가들은 미얀마에서 발생한 집단학살·민족청소를 일으킨 증오 발언과 선전의 확산에서 페이스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지난해 8월 이래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주민 65만5000명 이상이 학살을 피해 탈출했다). 소셜미디어 사이트는 신원을 도용해 광고를 낼 수 없도록 조치했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허위 계정을 사용한 가짜 정치 광고가 버젓이 실린다.
페이스북은 지난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허위정보 전파를 막기 위해 ‘워 룸(war room)’으로 이름 붙인 상황실을 만들었다. 트위터는 가짜 계정이나 의심스러운 계정을 적발해 매일 100만 개씩 차단한다고 밝혔다. 자동게시 프로그램을 통해 가짜뉴스를 다량 살포하는 봇(bot)의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트위터를 비롯한 여러 소셜미디어 사이트는 극우 성향 음모론자로 ‘인포워스’ 설립자인 알렉스 존스의 계정을 영구 차단했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가 증오 발언과 허위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난이 많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과 CNN 방송 등 미국 내 반(反)트럼프 진영을 겨냥한 연쇄 ‘폭발물 소포’ 사건의 용의자 시저 세이약으로부터 협박 트윗을 받았다는 사용자의 신고가 있었지만 트위터는 그가 폭력적인 행위를 금지하는 트위터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면서 제재를 가하지 않다가 세이약이 체포된 뒤에야 그의 계정을 차단했다.
한편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toxic(유해한 또는 유독성의)’을 선정했다고 지난 11월 15일 발표했다. “옥스퍼드 사전 온라인판에서 ‘toxic’의 검색 횟수가 지난해보다 45% 증가했다. 이 단어가 올해 가장 많이 거론된 주제를 기술하는 용어였다.” 이 단어는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다’는 원래 의미를 확장해 직장·학교·문화·관계·스트레스 등 다양한 관심사를 은유하는 데 사용됐다. 특히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으로 ‘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이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했다고 옥스퍼드 사전 측은 밝혔다. 해로운 남성성은 전통적인 성(性) 고정관념을 답습해 감정을 억누르고 위계와 서열을 따지는 가부장적 남성성을 뜻한다. 또 정치인 연설에서 많이 활용되는 ‘유해한 수사(toxic rhetoric)’,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음 세대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한 ‘유해 공기(toxic air)’도 자주 거론됐다.
- 램지 터치베리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허위정보라는 영어 단어엔 misinformation 외에 disinformation도 있다. 하지만 두 단어의 의미는 약간 다르다. 딕셔너리닷컴에 따르면 misinformation의 정의는 ‘오도할 의도가 있든 없든 퍼뜨려지는 모든 허위정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misinformation을 퍼뜨리면 그 장본인은 그 정보가 거짓인지 모르고 사실로 믿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disinformation은 거짓인지 알고 남을 속이거나 개인·사회·조직을 음해하기 위해 고의로 퍼뜨리는 허위정보를 말한다. 딕셔너리닷컴은 disinformation을 ‘의도적으로 오도하거나 편향된 정보, 조작된 이야기, 선전’으로 정의한다.
딕셔너리닷컴은 두 단어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거짓말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이 퍼뜨린 disinformation이 그 정보를 그대로 믿는 사람에 의해 전파될 때 misinformation이 만들어진다.’
misinformation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배경은 올 한 해 동안 미국 정치인들의 오도성 발언이나 거짓말이 아주 많았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사실을 오도하거나 거짓 발언을 한 횟수는 취임 이래 지난 10월 말까지 6420건 이상에 이르렀다. 매일 약 10건에 해당한다. 딕셔너리닷컴은 정치와 건강, 어원 분야에서 misinformation이 ‘특히 수두룩하다’고 설명하면서 워싱턴포스트의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통계를 인용했다.
아울러 딕셔너리닷컴은 백신을 둘러싼 온라인 상의 음모론 때문에 예방접종을 받지 않는 어린이가 늘고 있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적도 인용했다. 그런 misinformation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학교에서 발생한 대규모 수두 유행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허위정보 유포 건수가 전례 없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지적하지만 돌이켜 보면 정치인이 disinformation이나 misinformation을 퍼뜨리는 것은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새로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완전히 허위정보로 판명돼 ‘가짜뉴스’로 분류돼야 마땅한 misinformation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뜨려진다는 사실이다(여기서 말하는 ‘가짜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주류 언론의 보도를 가리킬 때 자주 사용하는 ‘가짜뉴스’와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딕셔너리닷컴은 misinformation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misinformation이라는 단어는 1500년대 말부터 사용됐지만 지난 10년 동안 소셜미디어의 부상으로 정보의 전파 방식이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대다수의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팩트체크를 거의 또는 전혀 하지 않고 전달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 때문에 misinformation이 기승을 부린다.”많은 사람이 소셜미디어에서 재미로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나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그처럼 일을 저지른 다음 그들은 그 허위정보가 뿌리를 내리고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
이런 가짜뉴스와 선전이 전파되는 진원지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가 지목됐다. 유엔의 인권 전문가들은 미얀마에서 발생한 집단학살·민족청소를 일으킨 증오 발언과 선전의 확산에서 페이스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지난해 8월 이래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주민 65만5000명 이상이 학살을 피해 탈출했다). 소셜미디어 사이트는 신원을 도용해 광고를 낼 수 없도록 조치했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허위 계정을 사용한 가짜 정치 광고가 버젓이 실린다.
페이스북은 지난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허위정보 전파를 막기 위해 ‘워 룸(war room)’으로 이름 붙인 상황실을 만들었다. 트위터는 가짜 계정이나 의심스러운 계정을 적발해 매일 100만 개씩 차단한다고 밝혔다. 자동게시 프로그램을 통해 가짜뉴스를 다량 살포하는 봇(bot)의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트위터를 비롯한 여러 소셜미디어 사이트는 극우 성향 음모론자로 ‘인포워스’ 설립자인 알렉스 존스의 계정을 영구 차단했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가 증오 발언과 허위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난이 많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유력 인사들과 CNN 방송 등 미국 내 반(反)트럼프 진영을 겨냥한 연쇄 ‘폭발물 소포’ 사건의 용의자 시저 세이약으로부터 협박 트윗을 받았다는 사용자의 신고가 있었지만 트위터는 그가 폭력적인 행위를 금지하는 트위터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면서 제재를 가하지 않다가 세이약이 체포된 뒤에야 그의 계정을 차단했다.
한편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toxic(유해한 또는 유독성의)’을 선정했다고 지난 11월 15일 발표했다. “옥스퍼드 사전 온라인판에서 ‘toxic’의 검색 횟수가 지난해보다 45% 증가했다. 이 단어가 올해 가장 많이 거론된 주제를 기술하는 용어였다.” 이 단어는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다’는 원래 의미를 확장해 직장·학교·문화·관계·스트레스 등 다양한 관심사를 은유하는 데 사용됐다. 특히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으로 ‘해로운 남성성(toxic masculinity)’이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했다고 옥스퍼드 사전 측은 밝혔다. 해로운 남성성은 전통적인 성(性) 고정관념을 답습해 감정을 억누르고 위계와 서열을 따지는 가부장적 남성성을 뜻한다. 또 정치인 연설에서 많이 활용되는 ‘유해한 수사(toxic rhetoric)’,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음 세대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한 ‘유해 공기(toxic air)’도 자주 거론됐다.
- 램지 터치베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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