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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대기업은 신뢰받을 자격 없다

IT 대기업은 신뢰받을 자격 없다

새로운 스캔들 터지고 어설픈 대응책 나올 때마다 그들이 사회에 심각한 위험을 안겨준다는 우려 확산돼
아마존은 제2 본사 입지를 발표하면서 여론의 반응이 얼마나 부정적일지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 사진:BEBETO MATTHEWS-AP-NEWSIS
아마존은 제2 본사 입지를 발표하면서 상당한 국민적 관심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의 상당수 IT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반응이 얼마나 부정적일지 필시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마존이 제2 본사 신축지로 선정한 미국 뉴욕주와 버지니아주에선 현지 정치인들이 주민 세금으로 아마존에 약속한 인센티브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정치 스펙트럼의 좌우를 막론하고 언론인들은 그 계약을 비판했다. 소셜미디어에선 저항을 다짐하는 뉴욕주·버지니아주 주민의 목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이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이용해 비판론의 정당성을 저해하려 했다는 폭로는 그들이 태도를 바꾸기는커녕 오히려 공세를 펼치리라는 시사를 던져준다. 주식시장에서 아마존과 애플의 시가총액이 한때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동안에도 IT 기업 경영자들이 의회로 끌려나가 혐오발언에 관해 일관된 입장 없이 오락가락하고, 성추문 은폐 시도가 발각되고, 사업계약에 관해 자사 직원들로부터 집단 항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회적·환경적·정치적으로 세상을 쇄신하겠다고 약속한 IT 기업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 상실 또는 적어도 이들 기업이 세상에 가져온 변화에 대한 불만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IT 기업들은 대중의 신뢰를 되찾는 일뿐 아니라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 애초에 그런 신뢰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도 입증해야 한다. IT 비평과 회의론 역사의 관점에서 볼 때 그들에겐 그런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IT 대기업들은 막연하게 이상향적이고 긍정적으로 들리는 용어의 프레임으로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묘사해 당파성을 뛰어넘으며 편리하게 현미경 관찰을 피했다. 구글은 직원들에게 “악행을 하지 말자(Don’t be evil)”고 상기시켰다. 페이스북은 “세상을 더 개방적이고 연결되게 만들기” 위해 힘썼다. 이런 이상을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학자들은 이런 플랫폼들의 창설자 다수가 태어나기 오래 전부터 그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1970년 사회비평가이자 기술사가인 로이스 멈포드는 그가 말하는 이른바 “컴퓨터돔(computerdom)”이 “무한한 양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처리해 권력 시스템의 역할을 확대하고 지배를 보장”하려는 목표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해 페미니스트 사상가 조 프리먼은 에세이에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만드는 듯한 시스템에 잔존하는 내재적인 힘의 불균형에 관해 경고했다.

마찬가지로 1976년 컴퓨터 학자 요제프 바이첸바움은 사람들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불투명한 기술적 시스템에 갈수록 의존하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커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뒤로 비슷한 경고가 무수히 제기됐다. 구글 검색이 인종·성별 편견을 어떻게 복제하는지에 관한 정보 학자 사피야 노블의 탐구, 그리고 “페이스북의 문제는 페이스북 자체”라는 미디어 학자 시바 바이디얀탄의 선언 같은 최근의 중요한 논문이 대표적이다.

IT 기업들이 권력과 돈을 갖고 있지만 현미경 조사를 피하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을지 모른다. 일반 대중은 IT 대기업들이 세상에 내놓은 도구들에 대해 책임질 준비가 안돼 있으며 어쩌면 그럴 생각이 없지 않나 의심하기 시작하는 듯하다.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러시아와 기타 외국 정부들이 온갖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해 세계 각지의 사회에 불화와 불만의 씨앗을 뿌린다는 우려가 여전히 크게 남아 있다.

페이스북은 케임브리지 어낼리티카 스캔들(정보분석 회사의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로 야기된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투명성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트위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메가폰이자 엄청나게 많은 폭력적인 혐오발언의 본산이다. 아마존 기업 본사의 미래는 선출직 공무원과 그들이 대변한다는 유권자 사이에서 다방면의 논쟁으로 흘러가고 있다.기술 비평의 역사를 염두에 두고 현재 상황을 바라볼 때 IT 업체들이 그런 위기를 자초했다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IT 기업 중 다수가 이용자 자신들보다 그들을 더 잘 안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릴 정도까지 사람들의 이메일, 개인정보, 온라인 검색기록, 금융정보를 자신들에게 맡기라고 요구한다. 그들은 ‘스마트 스피커’와 ‘스마트 카메라’ 등 자신들의 최신 시스템을 선전하며 이용자들의 주간 활동 시간(그리고 야간의 취침 시간까지)을 모니터해 자신들의 수익창출 알고리즘에 더 많은 데이터를 입력하려 애쓴다.

IT 대기업은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 스토리에 필적하는 충격적인 IT 망상증으로 서서히 세상을 채워간다. / 사진:NETFLIX
하지만 이들이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첨단기술의 어두운 면을 그린 내용) 스토리에 필적하는 충격적인 IT 망상증으로 서서히 세상을 채워가며 데이터를 유출하고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해킹을 당하며 자신들이 신뢰받을 자격이 없는 존재라는 것을 계속 입증하는 건 불가피한 현상인 듯하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IT 기업들의 반응은 전형적인 패턴을 따른다. 스캔들이 터진 뒤 관련 기업은 뭔가 잘못된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며 조사를 약속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한다. 얼마(몇 일 몇 주 또는 몇 달) 뒤 회사는 스캔들이 시스템 설계방식의 직접적인 결과였다며 회사 관계자가 낭패한 표정으로 나쁜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스템에서 파괴적인 용도를 찾아낸 데 분노를 표시한다.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은 채 말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4월 미국 상원에 출석해 케임브리지 어낼리티카 스캔들을 통해 “우리에겐 사람들에게 도구를 제공할 뿐 아니라 그 도구가 좋은 용도로 사용되도록 할 책임이 있음”을 배웠다고 말했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회사를 일으키는 동안 그런 아주 기본적인 사실조차 몰랐던 셈이다.

칼이든 컴퓨터든 기술을 사용하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기술 시스템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이런 위험도 커진다. 기술은 사람이 안전하게, 위험보다 혜택이 크도록 사용할 수 있고, 잠재적인 위험을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다고 확신할 경우에만 유용하다. 2년 전에는 페이스북·트위터·구글이 사회에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유익한 통신 방법으로 대다수 사람에게 비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스캔들이 터지고 어설픈 대응책이 나올 때마다 이런 기업들이 사회에 심각한 위험을 안겨준다는 우려가 확산된다.

‘종료’ 버튼을 가리키기는 쉬울지 몰라도 간단한 해법은 없다. IT 대기업들은 수많은 사람에게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에게 이용하지 말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것은 많은 사람이 이런 플랫폼에 얼마나 의존하게 됐는지 그리고 갈수록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얼마나 그들의 인질이 됐다고 느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아마존이 얼마나 나쁜 회사인 지에 관한 책을 아마존에 주문한다. 구글이 이용자 개개인에 관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아는지에 관해 구글에서 검색한다. 트위터를 얼마나 싫어하는지에 관해 트위터에 글을 띄우고 페이스북의 최신 스캔들에 관한 기사를 페이스북에 게시한다.

기술 기업들의 플랫폼이 이용자의 불만을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멀리 널리 퍼뜨리면서 그들 이용자 기반의 분노가 갈수록 커질지 모른다. 또는 회사를 분할해 일부 통제권을 이용자들의 민주적인 결정과정으로 넘겨주고 자신들의 플랫폼과 제품이 세상에 끼친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극적인 변신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IT 업계는 평소와 다름없이 사업을 계속하면서 어설픈 사과를 내놓는 선에서 그쳤다. 앞으로 달라지면 좋겠지만 과거를 돌아볼 때 그것은 기대난망인 듯하다.

- 자카리 로브



※ [필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역사학·사회학 박사과정에 있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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