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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17)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독서 경영으로 구성원 소통 능력 키워

[이필재가 만난 사람(17)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독서 경영으로 구성원 소통 능력 키워

건설업은 사람에 대한 이해 필수… 책은 자기 계발의 가장 중요한 수단
사진:전민규 기자
1996년 한미글로벌(옛 한미파슨스)을 창업한 김종훈 회장은 “기업 경영은 소통의 과정이라고 할 만큼 기업 활동에서 소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회사 안에서의 상하 간, 동료 간, 부서 간, 본사-현장 간 소통은 말할 것도 없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도 소통을 잘해야 합니다. CM이라는 업종은 특히 다양한 고객 및 협력업체와의 소통이 중요해요. 회사 업무란 사실 끝없는 소통의 연속이고, 소통 잘하는 회사가 바로 경쟁력 있는 회사예요. 회사의 리더는 회사 방침과 경영진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부서원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프레젠테이션 등 소통의 능력을 기르는 데 독서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건설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이 활동하는 공간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일을 잘하려면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해요. 독서를 통해 인문학과 예술을 접해야 다양한 사람들과 접점이 생기고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죠. 독서를 해야 사고의 폭이 넓어집니다.”
 소통 잘하는 회사가 경쟁력 있는 회사
김 회장은 한국 CM의 선구자이자 전도사이다. CM은 사업주를 대신해 기획·설계에서 발주·시공·감리에 이르는 건설사업의 전 과정을 관리·감독하는 일이다. CM 회사에 일을 맡기면 건설 품질이 높아질 뿐더러 공사비가 절감되고 공기가 단축된다. 서울 상암동의 월드컵주경기장, 도곡동 타워팰리스, 국립과학관,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SK텔레콤 본사 사옥 등이 한미글로벌의 CM 작품이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총 2143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리비아 벵가지 신도시, 사우디 ITCC 등도 이 회사의 손을 거쳤다.

한미글로벌은 미국의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인 오택을 인수해 선진국 시장에 진입했다. 친환경 컨설팅 기업인 에코시안, 건축 설계사 larc를 인수했고 유럽과 미국에서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다. 세계 58개국에 진출했고, 10개 계열사에 1500여 명이 근무한다.

김 회장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와 한샘건축연구소·삼성물산 등에서 일했다. 삼성물산 시절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건설 공사에 책임자로 참여한 초고층빌딩 전문가이기도 하다. 김 회장의 좌우명 중 하나가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의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다. “날마다 생각을 새롭게 바꿔나가야죠. 서양 사람들은 ‘What’s new?’라고 인사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는 배우고 공부해 새로워지려 독서 경영을 합니다.”

독서 경영은 대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 사업에 따라 2018년 인증을 받은 직장은 78곳에 이른다. 독서의 학습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1등은 당신처럼 공부하지 않았다]란 책을 낸 김도윤씨는 수능 만점자 30명을 1년 간 인터뷰했다. ‘공부의 신’들의 경험을 근거로 그는 “독서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학창 시절에 배운 지식만으론 평생 버틸 수 없어”
사진:전민규 기자
김 회장은 “사회구조적 변화에 기술 발전이 급속히 이뤄져 학창 시절에 배운 지식으로는 평생 버틸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자기 계발과 시대 변화에의 적응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 바로 책입니다. 독서를 꾸준히 하면 실력이 늘 뿐더러 인사이트가 생기고 눈높이가 달라집니다. 자기성찰은 물론 조직과 이웃을 생각하게 되고 세계관도 바뀌죠. 독일과 일본 국민들은 독서를 많이 합니다. 국민들의 독서열은 그 나라 문명의 척도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성공할 확률도 높다고 단언했다. 독서 경영의 요체는 경쟁력 향상이라고 말했다. “링컨 대통령, 스티브 잡스, 손정의 같은 사람의 자서전이나 전기를 읽고 이들을 모델링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인생철학이 뭔지, 인생의 과제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도전했는지, 그 과정에서 고난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성공 노하우가 뭔지 책을 읽으면 짧은 시간 동안 저비용에 간접 체험할 수 있어요. 예컨대 잡스는 창조적 베끼기에 능했고 미니멀리즘을 실현한 사람이죠. 소비자 조사를 하지 말라고 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고객이 장차 필요로 할 것을 만들어 새로운 시대를 리드한 사람입니다. 생각의 스케일이 큰 손정의는 20대에 2~3년 불치병에 가까운 병고를 겪는 동안 3000권의 책을 읽은 사람입니다. 독서와는 떼려야 떼 놓을 수 없는 사람이죠.”

그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강연·강의는 책과 비교해 정보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독서 경영을 하면 회사의 성장에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 회사의 모토가 ‘엑설런트 피플이 되어 엑설런트 컴퍼니를 만들자’인데 구성원들이 기술서 등 전문 서적을 읽고 폭넓은 독서를 통해 기업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쌓으면 탁월해질 수밖에 없어요.”

한미글로벌은 100여 곳에서 물류센터 CM을 담당했고, 지금도 물류센터 5곳의 CM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세계 최고의 물류 기업 아마존을 다룬 책을 통해 물류센터 운영에 관한 간접 경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나름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평생 샐러던트(saladent)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샐러던트란 봉급생활자(salaryman)와 학생(student)의 합성어다. 직장인 10명 중 네 명이 샐러던트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인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2017년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1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독서율)은 59.9%로 조사됐다.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10명 중 네 명꼴인 셈이다. 1994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라고 한다. “독서 경영을 하려면 인간의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습니다. 일례로 동료에게 인사하기 캠페인을 벌여도 인사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아요. 결국 책 읽는 게 몸에 배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책 읽기가 좋은 습관이 되도록, 회사가 만들어 줘야 합니다.”

다양한 독서는 또 인간으로서의 포용력을 키워 준다. “인문서를 통해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알 수 있죠. 사고의 스펙트럼이 넓어집니다.” 그는 일본에서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통하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주를 예로 들었다. “이나모리는 한때 스님이 됐던 사람입니다. 그는 능력과 열정보다 중요한 게 가치관이라고 설파했죠. 히틀러는 말하자면 능력과 열정을 인류를 파멸시키는 데 쓴 사람입니다.”

그는 색다른 세계에 눈뜨는 데도 독서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을 떠나기 전 미지의 세계의 건축물과 명소를 책을 통해 간접 경험하면 아는 만큼 보고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리더는 시야가 넓어야 한다. 실무자의 시야각이 90도라면 CEO는 180도의 시야를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폭넓은 독서는 시야를 넓혀 준다. “현대의 기업은 경영 환경이 복잡해 CEO 노릇 하기가 힘듭니다. 구성원의 성향도 바뀌었고 세대 간 격차도 커졌죠.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잡고 의사 결정을 잘하려면 많이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알아야 면장을 하죠. 경영진은 스페셜리스트로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너럴 리스트가 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사 담당 임원이라면 인사는 물론이고 심리학 나아가 세계 경제도 알아야 합니다. 기업이 망하는 건 순식간입니다. CEO와 그 측근이 작심하고 2년만 노력하면 바로 망해요. 더욱이 중소기업은 CEO의 비중이 90% 이상입니다. 중소기업의 활동은 사실상 1인 플레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나는야 샐러던트 CEO
그는 샐러던트로서 사내에 모범생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나이 든 사람도 공부해야 합니다. 독서는 은퇴 후에 더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는 유용한 수단이죠. 삼성에서 CEO를 지내 먹고살 만한 사람도 퇴직 후 친구 만나 골프 치며 소일합니다. 그러다 골프 칠 체력도 안 되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을 해요.” 많은 기업에서 독서 경영이 구두선에 그치는 건 CEO가 솔선수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경영 풍토도 독서 경영을 가로막는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 경영은 애초에 어려운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어려운 화두라는 자세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는 독서 경영을 제대로 하려면 CEO로서의 재임 기간이 10년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대표적이지만, 우리나라 리더들은 전임자가 벌인 일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독서 경영은 단기 성과가 나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리더십이 필수라는 거죠.”

한미글로벌은 독서 경영을 위해 페널티와 인센티브를 적절히 활용한다. 직원들은 매달 회사가 사 준 책을 읽고서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으면 진급에 불이익을 줄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추가로 읽는 책에 대해서는 책값을 지원한다. 한미글로벌 필독서 100권도 선정 중이다.
 [박스기사] 김종훈 회장이 권한 - CEO가 일독할 만한 책은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김 회장은 “왜 역사를 스티브 잡스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두껍지만 무척 재미난 책”이라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완벽에 대한 열정과 맹렬한 추진력으로 여섯 개의 산업 부문에서 혁명을 일으킨 이 창의적인 기업가는 그 과정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보여 준다. 탁월함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책.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초격차]


권 회장은 “초격차란 비교 불가의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끊임없는 혁신, 그에 걸맞게 구성원의 ‘격(格)’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힌다.



차동엽 신부의 [무지개 원리]


사제가 쓴 행복론이자 성공론으로 젊은 세대가 탈무드처럼 항상 곁에 두고 봤으면 하는 책.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성취를 믿으라, 말을 다스리라, 습관을 길들이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등 일곱 개의 원리를 제시하는데 예화를 들어 재미있게 설명한다.



이타가키 에이켄의 [손정의 제곱법칙]


‘손자×손정의가 만나다’란 부제가 달렸는데 [손자병법]을 쓴 손자의 ‘손’과 20대에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손정의의 ‘손’을 곱했다는 뜻으로 책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불후의 병법서 [손자병법]에서 엄선한 14문자에 손정의가 만든 11문자를 조합한 25문자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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