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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채용 차별 없앤다

인공지능으로 채용 차별 없앤다

입사지원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원 분석해 인간의 두뇌로는 불가능한 통찰 도출할 수 있어
요즘 세상에도 변함없이 추천을 통한 채용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연고주의가 여전히 횡행한다는 증거다. / 사진:ROGELIO V. SOLIS-AP-NEWSIS
일자리를 원한다고? 요즘엔 사람뿐 아니라 컴퓨터의 평가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으로 입사 지원서를 보내기가 쉬워지면서 기업이 선별해야 할 후보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 연초 디지털 미디어 업체 바이스 미디어가 새 사무 관리자 모집 공고를 냈더니 몇 시간 만에 2000여명의 지원서가 쇄도했다. 5인조 심사팀이 각 지원서를 5분씩 검토한다면 합격자를 결정하는 데 꼬박 한 주가 걸린다. 그것도 인터뷰하기 전까지의 시간이다.

이런 환경에서 인공지능의 진가가 발휘된다. 인공지능의 가장 명백한 이점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력서의 심사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은 여러 가지 정보원을 분석해 인간의 두뇌로는 불가능한 통찰을 도출할 수 있다. 인공지능 플랫폼은 단순히 이력서를 심사하기보다는 지원자의 모든 온라인 기록을 분석해 극히 짧은 시간에 더 효과적으로 업무 적합도를 평가할 수 있다. 이런 두 가지 이유에서 고용주들이 갖가지 형식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다.

그러나 지난해 채용 분야에선 인공지능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아마존의 시스템 결함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악명을 떨쳤다. 무한한 자원을 보유한 듯한 아마존이지만 자사 심사 툴의 여성차별을 막지 못했다. 아마존이 10년치 입사 지원자 이력서를 시스템에 입력했더니 ‘여자’라는 단어가 포함된 지원서를 저평가하도록 학습해 여자대학 출신에 낮은 점수를 배정했다.

그런 문제가 알려지자 크고 작은 기업들이 자사의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됐다. 인공지능에 결함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안 그런 기술이 있던가? 인공지능은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을 경우 편견을 고착화하고 수년간의 성별·인종 차별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교훈을 따른다면 기업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구시대적인 분야 중 하나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문제 줄어든다
아마존이 겪은 문제의 한 가지 원인은 데이터 집합이 충분히 크거나 다양하지 않다는 데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델들은 10년 동안 회사에 접수된 이력서에서 패턴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지원자들을 심사하도록 프로그램됐다. 남자 지원서가 대부분이어서 IT 업계 전반에 걸쳐 남성이 주류인 현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아마존 엔지니어링 인력 중 무려 89%가 남성이다. 과거 데이터를 이용하면 분명 과거의 문제가 계속되리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 회사의 인력 구성을 다양화하려면 데이터 집합을 더 다양화해야 한다. 여러 정보원에서 데이터를 입수하고 완전히 독립적인 플랫폼에 입력해 감사를 받도록 해야 이상적이다. 이때 독립성이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오로지 일방(이번 경우 아마존)이 소유한 데이터는 편견·오류 그리고 때로는 조작에 노출돼 있다.

기업들은 독립적인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데이터도 더 개방해야 한다. 협력을 통해야만 품질을 해치지 않고 다양성을 평가·개선하는 데 신뢰할 만한 데이터 집합을 확보할 수 있다.
 데이터 감사
채용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급속도로 일반화하고 있지만 이런 후방 알고리즘의 감사는 후진성을 면치 못한다. 성공적인 알고리즘은 두 가지 요인을 통합해야 한다.

첫째,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해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지나치게 복잡한 ‘블랙박스’ 시스템은 자승자박이 돼 모든 분석을 극히 어렵게 만들 뿐이다. 둘째, 자사 알고리즘이 독립적인 외부 기관으로부터 평가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입증할 수 있다면 채용과 관련해 경쟁 우위를 누리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준수’ 라벨이 소비자에게 안도감을 주듯이 감사는 전통적인 채용에는 없는 일정 수준의 신뢰를 준다.
 다양성 위한 강력한 도구
대다수 보도와 달리 인공지능은 성별·인종 차별 해소를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제시한 조치에 따라) 제대로만 적용한다면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훨씬 공정하다. 사람은 누구나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적인 편견이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해석하기가 극히 어렵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신이 아는 것을 좋아하며 자신과 비슷한 강점에 가치를 둔다. 요즘 세상에도 변함없이 추천을 통한 채용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일종의 연고주의가 여전히 횡행한다는 증거다.

반면 인공지능은 감사를 할 수 있어 편견과 채용결정 배경에 관한 손에 잡히는 분석결과를 인사 담당자에게 제공한다. 아마존의 툴이 널리 비난 받았지만 인간의 결정은 해석이 불가능한 반면 그 시스템의 결함은 인지할 수 있었다. 아마존은 자사의 툴이 특정 단어에 근거해 이력서를 저평가하는 것을 알아냈다.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력서를 읽거나 면접을 한 뒤 그런 수준의 분석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결과에 대한 책임 수준이 정밀해지면 나아가 소송에 대응하고 내부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편견이 없음을 입증하거나 잠재적인 결함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상대방이 소송 걸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회사 정책에도 그런 분석을 반영할 수 있다. 여성의 입사지원이 왜 그렇게 적은가? 공격적이고 특이한 표현이 왜 선호되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트렌드를 어떻게 반전시킬 수 있는가?

경영진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지원자의 기준을 설정할 수도 있다. 후보를 물색할 때 ‘인지적 다양성’(다양한 배경 그리고 그에 따른 문제해결 스타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 다음 고용주의 우선순위에 따라 인공지능이 후보를 제안할 수 있다.
 인공지능 표준
부정적인 보도가 많지만 채용에서 인공지능의 영역을 넓혀가는 기업이 많다. 이들 기업은 전통적인 채용 모델에 오류가 있음을 인식한다. 계속 같은 경로를 통해 지원자를 모색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채용 분야에서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기술이 가장 가능성 높은 돌파구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채용 결정을 내릴 태세는 아직 갖추지 못했지만 그 과정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급속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업무 적합도에 근거해 알고리즘이 후보자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 인간의 이력서 검토 방식보다 더 공정하고 빠르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수록 공정성을 최대 기준으로 삼게 된다. 인공지능이 다양성과 공평함을 핵심적인 기준으로 삼는다면 기업 채용에서 무시 못할 강력한 변수로 영구히 자리 잡을 수 있을까?

- 벤 챗필드



※ [필자는 채용 플랫폼 템포의 공동창업자 겸 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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