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완전채식주의자가 될까
사람들은 왜 완전채식주의자가 될까
동물 대우와 관련한 윤리적 신념만이 아니라 고기 먹지 않는 것이 건강과 환경에도 더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 영국에 살던 도널드 왓슨은 열네 살 때 시골에 갔다가 삼촌의 농장에서 공포에 질린 돼지가 도살되는 것을 목격했다. 그의 눈에는 비명을 지르던 돼지가 무참히 ‘살해’되는 것으로 보였다. 목가적이고 전원적이라고 생각했던 농장이 그에겐 동물의 사형 집행 대기소인 셈이었다. 곧바로 왓슨은 새해 결심으로 고기를 끊었고 나중엔 유제품마저 입에 대지 않았다.
성인이 된 그는 1944년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육식보다 채식에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이 맞는 몇몇 동료와 함께 ‘비건 소사이어티(Vegan Society)’를 설립했다. 거기서 완전채식주의를 일컫는 ‘비거니즘(veganism)’이 탄생했다. 그 용어도 왓슨이 만들었다.
오늘날 왓슨의 유산이 우리 문화 전반으로 퍼져나간다. 미국의 경우 자신을 비건이라고 밝히는 사람이 인구의 3%에 불과하지만 대다수는 비거니즘에 강한 호불호를 표한다. 생각이 그만큼 첨예하게 대립한다는 뜻이다.
나는 소비자 음식 운동에 관심이 많은 행동과학자로서 어떻게 사람들이 비건이 되는지, 왜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지금 고기를 즐기는 우리 중 다수가 곧 그들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로커보리즘(locavorism, 자신이 사는 주변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를 섭취하는 운동) 같은 다른 대안적인 음식 운동처럼 비거니즘도 일상의 섭식 선택을 이끄는 신념에서 비롯된다. 비건은 단순히 윤리적인 우월주의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동물 제품을 피하는 것이 윤리적일 뿐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환경에도 더 낫다고 굳게 믿는다.
또 왓슨의 이야기처럼 비거니즘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 뿌리를 두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 성장하면 나중에 커서 고기를 피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물들과 함께 성장하면 전반적으로 그들이 받는 대우에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추수감사절에 터키(칠면조, 미국에서 연말이 되면 4500만 마리가 소비된다) 대신 토퍼키(Tofurkey, 두부를 뜻하는 영어 단어 tofu와 칠면조를 뜻하는 turkey를 합성한 조어로 두부로 만든 가짜 칠면조 고기다)를 구입한다면 그의 결정을 ‘고결한’ 선택으로만 볼 수는 없다. 확고히 각인돼 바꾸기 어려운 신념에서 나온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기를 즐겨 먹는 우리 중 일부는 비건을 보고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저명한 셰프였던 고(故) 안소니 부르댕도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은 인간 정신에서 좋고 괜찮은 모든 것의 적”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사람이 비건을 보고 그처럼 짜증을 내는 이유가 뭘까? 사실은 비건보다 그들이 더 문제일 수 있다.
대다수 미국인은 고기가 건강 식단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소고기부터 농어까지 어떤 고기든 하루 140~170g을 섭취하라고 권장한다. 부족주의 성격이 강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활방식과 달리 사는 사람에게 편견을 갖는다. 비거니즘은 대다수 사람이 음식을 대하는 방식에 상반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비건을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인간은 자신과 다른 집단을 폄하함으로써 위협적인 느낌에 반응한다. 실제로 비건 3명 중 2명은 매일 차별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또 4명 중 1명은 비건이라고 ‘커밍아웃’한 뒤 친구를 잃었다고 말한다. 심지어 10명 중 1명은 비건이라는 사실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믿는다.
비거니즘은 섹스 라이프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앱에서 고기를 즐기는 사람일수록 프로필에서 비건이라고 밝힌 상대를 선호할 가능성이 떨어진다. 또 여성은 비건인 남성을 고기를 즐기는 남성보다 덜 매력적으로 본다. 육류를 먹는 것이 남성답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건으로 살아가기가 녹록치 않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고기를 먹는 사람과 먹지 않는 사람은 생각보다 공통점이 더 많을 수 있다.
비건은 건강한 섭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전체적으로 볼 때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좀 더 건강한 식단을 원한다. 연구에 따르면 채소 기반의 식단을 채택하면 심장병, 일부 암, 2형 당뇨에 걸릴 위험이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인 10명 중 1명이 대부분 채식으로 구성되는 식단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세대일수록 그 비율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 전체가 갈수록 육류 소비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추세라는 뜻이다.
아울러 여러 요인 때문에 가까운 장래엔 육류 가격이 더 올라갈 전망이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육류 생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15%다. 가축 방목에 필요한 목초지를 만들기 위해 매년 열대우림 2만7114㎢가 파괴된다. 실제 수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지만 육류가 채소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인구 증가로 고품질의 단백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식물로 만든 고기를 개발했다. 고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그런 ‘가짜 고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비욘드 미트가 만든 식물성 단백질 버거 패티를 유통하는 업체에 따르면 고객의 86%가 육류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비욘드 미트의 주식이 머지않아 월스트리트에 상장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더 놀라운 일은 실험실에서 식물성 단백질 고기를 만드는 과학이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고기로 버거 패티 하나를 만드는 비용은 과거엔 25만 달러 이상이었다. 그러나 네덜란드 회사 모사 미트의 기술 혁신으로 패티 하나 생산에 드는 비용은 이제 10달러로 낮아졌다.
칠면조와 햄 같은 육류가 가족 모임에서 주 무대를 차지하는 연말연시에도 육류 없는 음식을 먹으려는 운동이 힘을 얻는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최초로 비건 식품 노점상들의 ‘쓰레기 제로’ 시장을 주최했다. 영국에서 태어난 왓슨이 자랑스러워했을 듯하다.
2006년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왓슨은 까탈스런 비건이라고 자신을 비난하던 사람들 대다수보다 더 오래 살았다. 고기를 즐기는 우리 세계에서 용감히 살아가는 비건들이 조용히 결의를 다질 수 있는 이유다.
- 조슈아 T. 베크
※ [필자는 미국 오리건대학 마케팅 부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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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그는 1944년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육식보다 채식에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이 맞는 몇몇 동료와 함께 ‘비건 소사이어티(Vegan Society)’를 설립했다. 거기서 완전채식주의를 일컫는 ‘비거니즘(veganism)’이 탄생했다. 그 용어도 왓슨이 만들었다.
오늘날 왓슨의 유산이 우리 문화 전반으로 퍼져나간다. 미국의 경우 자신을 비건이라고 밝히는 사람이 인구의 3%에 불과하지만 대다수는 비거니즘에 강한 호불호를 표한다. 생각이 그만큼 첨예하게 대립한다는 뜻이다.
나는 소비자 음식 운동에 관심이 많은 행동과학자로서 어떻게 사람들이 비건이 되는지, 왜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지금 고기를 즐기는 우리 중 다수가 곧 그들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로커보리즘(locavorism, 자신이 사는 주변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를 섭취하는 운동) 같은 다른 대안적인 음식 운동처럼 비거니즘도 일상의 섭식 선택을 이끄는 신념에서 비롯된다. 비건은 단순히 윤리적인 우월주의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동물 제품을 피하는 것이 윤리적일 뿐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환경에도 더 낫다고 굳게 믿는다.
또 왓슨의 이야기처럼 비거니즘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 뿌리를 두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 성장하면 나중에 커서 고기를 피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물들과 함께 성장하면 전반적으로 그들이 받는 대우에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추수감사절에 터키(칠면조, 미국에서 연말이 되면 4500만 마리가 소비된다) 대신 토퍼키(Tofurkey, 두부를 뜻하는 영어 단어 tofu와 칠면조를 뜻하는 turkey를 합성한 조어로 두부로 만든 가짜 칠면조 고기다)를 구입한다면 그의 결정을 ‘고결한’ 선택으로만 볼 수는 없다. 확고히 각인돼 바꾸기 어려운 신념에서 나온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기를 즐겨 먹는 우리 중 일부는 비건을 보고 유난을 떤다고 생각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저명한 셰프였던 고(故) 안소니 부르댕도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은 인간 정신에서 좋고 괜찮은 모든 것의 적”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사람이 비건을 보고 그처럼 짜증을 내는 이유가 뭘까? 사실은 비건보다 그들이 더 문제일 수 있다.
대다수 미국인은 고기가 건강 식단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소고기부터 농어까지 어떤 고기든 하루 140~170g을 섭취하라고 권장한다. 부족주의 성격이 강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활방식과 달리 사는 사람에게 편견을 갖는다. 비거니즘은 대다수 사람이 음식을 대하는 방식에 상반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비건을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인간은 자신과 다른 집단을 폄하함으로써 위협적인 느낌에 반응한다. 실제로 비건 3명 중 2명은 매일 차별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또 4명 중 1명은 비건이라고 ‘커밍아웃’한 뒤 친구를 잃었다고 말한다. 심지어 10명 중 1명은 비건이라는 사실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믿는다.
비거니즘은 섹스 라이프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앱에서 고기를 즐기는 사람일수록 프로필에서 비건이라고 밝힌 상대를 선호할 가능성이 떨어진다. 또 여성은 비건인 남성을 고기를 즐기는 남성보다 덜 매력적으로 본다. 육류를 먹는 것이 남성답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건으로 살아가기가 녹록치 않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고기를 먹는 사람과 먹지 않는 사람은 생각보다 공통점이 더 많을 수 있다.
비건은 건강한 섭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전체적으로 볼 때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좀 더 건강한 식단을 원한다. 연구에 따르면 채소 기반의 식단을 채택하면 심장병, 일부 암, 2형 당뇨에 걸릴 위험이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인 10명 중 1명이 대부분 채식으로 구성되는 식단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세대일수록 그 비율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 전체가 갈수록 육류 소비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추세라는 뜻이다.
아울러 여러 요인 때문에 가까운 장래엔 육류 가격이 더 올라갈 전망이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육류 생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15%다. 가축 방목에 필요한 목초지를 만들기 위해 매년 열대우림 2만7114㎢가 파괴된다. 실제 수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지만 육류가 채소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인구 증가로 고품질의 단백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식물로 만든 고기를 개발했다. 고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그런 ‘가짜 고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비욘드 미트가 만든 식물성 단백질 버거 패티를 유통하는 업체에 따르면 고객의 86%가 육류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비욘드 미트의 주식이 머지않아 월스트리트에 상장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더 놀라운 일은 실험실에서 식물성 단백질 고기를 만드는 과학이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고기로 버거 패티 하나를 만드는 비용은 과거엔 25만 달러 이상이었다. 그러나 네덜란드 회사 모사 미트의 기술 혁신으로 패티 하나 생산에 드는 비용은 이제 10달러로 낮아졌다.
칠면조와 햄 같은 육류가 가족 모임에서 주 무대를 차지하는 연말연시에도 육류 없는 음식을 먹으려는 운동이 힘을 얻는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최초로 비건 식품 노점상들의 ‘쓰레기 제로’ 시장을 주최했다. 영국에서 태어난 왓슨이 자랑스러워했을 듯하다.
2006년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왓슨은 까탈스런 비건이라고 자신을 비난하던 사람들 대다수보다 더 오래 살았다. 고기를 즐기는 우리 세계에서 용감히 살아가는 비건들이 조용히 결의를 다질 수 있는 이유다.
- 조슈아 T. 베크
※ [필자는 미국 오리건대학 마케팅 부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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