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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중국의 소위 ‘애국주의자’들이 당국의 묵인 아래 애플·GM 같은 브랜드에 분노 표출해
지난 1월 3일 베이징의 애플 매장. 팀 쿡 애플 CEO는 미중무역긴장과 중국 경제 탓에 애플의 매출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 사진:AP-NEWSIS
애플의 팀 쿡 CEO가 새해 벽두에 발표한 성명은 주식 시장 투자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다. “중국의 경제환경은 미국과의 무역긴장 고조로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가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그 영향이 소비자에게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쿡 CEO는 대부분 그로 인해 애플의 이번 분기 매출과 수익 실적이 이전의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즉시 애플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시장 전체가 타격 받았다.

무역긴장이 애플의 실적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지 수량화하기 어렵다. 거기엔 중국 경제의 둔화도 작용하며, 중국 업체들이 더 저렴한 스마트폰을 더 잘 만들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비싼 전화기가 매력을 잃어간다는 사실도 관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은 중국의 대도시 번화가에 대형 매장을 가진 미국의 간판 브랜드다. 미국 정부와 국민에겐 애플이 아이폰을 미국에서 제조해 수출하지 않고 중국 현지에서 만든다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 사이의 긴장은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재개하기 전인 1970년대 초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중국에 진출한 7개 미국 기업의 이사로 활동하는 존 레틀레지는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애플이 중국의 아주 만만한 표적으로 곧바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 “무역전쟁은 우리가 쉽게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칭 ‘관세맨(tariff guy)’인 트럼프 대통령은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것보다 중국이 우리에게 더 많이 수출한다. 서로 관세를 높이면 결국 우리에게 더 많이 수출하는 중국이 더 큰 고통을 받게 돼 우리가 유리하다. 따라서 우리가 이긴다.’

하지만 그런 투박한 계산법은 미국과 일본이 무역을 두고 티격태격했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부대표를 맡았을 때인 1980년 대엔 먹혀들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일본의 경제 시스템은 수출을 장려하고 수입을 꺼리며 외국인 직접투자를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그와 다르다.

1970년대 말 중국 개방·개혁 정책의 설계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인 중국의 매력(언젠가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게 거의 확실했기 때문이다)을 미국이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들은 미국인이 자금과 제조 노하우, 기술을 투입해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중국과 미국 사이의 무역분쟁이 고조되는 지금도 바로 그런 사실이 중국이 가진 중요한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깨닫고 있듯이 모든 언론을 통제하는 독재국가와 무역전쟁을 치르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미국이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애플·스타벅스·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최대 브랜드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중국 정부가 반드시 규제를 강화한다든가 미국 업체 공장의 안전상태를 불시에 조사한다든가 그 공장이 환경법을 준수하는지 따지는 조치를 통해 그런 기업에 직접 타격을 가할 필요는 없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과거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외국 기업이 그런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손보는 가장 쉬운 길은 성마르고 ‘애국적인’ 중국 네티즌들이 위챗 같은 소셜미디어 사이트에서 미국 기업을 비난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그런 SNS 독설을 예의 주시하며 국영 매체에서 표출되는 분노의 취지와 논조를 신중하게 통제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여름 로이터 통신은 중국 정부가 기자들과 국영 매체에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언행을 폭로하고 비판할 땐 그것을 트럼프 대통령과 연결시키지 말고 미국 정부를 겨냥하라.”

무역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수많은 중국의 국수주의자들이 미국을 비난하도록 기꺼이 허용했다. 대표적인 메시지가 “애플 제품을 보이콧하라!”는 것이다(200여 명이 참여하는 위챗 단체채팅방에서 Xingchu 88이 올린 글이었다). 또 다른 위챗 사용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시간이 좀 지나서 무역전쟁이 중국에서 실제로 미국을 향한 증오를 불러일으킨다면 그땐 나도 미국 영화를 보지 않고 미국 음악도 듣지 않고 친구들에게 디즈니를 추천하지도 않겠다.” 중국의 중부 도시 청두에 사는 웨이쇼아촨은 “미국 문화 상품을 막기 위해 미국인은 나쁘다는 글을 SNS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 경영진은 그런 감정이 실제로 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한다. 지난해 10월 GM은 그 전분기 매출이 1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모든 분석가는 경제 둔화만이 아니라 무역긴장이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승인으로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는 GM으로선 지금이 특히 어려운 시점이다.

미국의 대기업만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커피메이커 미스터 커피와 유성펜 샤피를 생산하는 생활용품 전문업체 뉴웰은 매장들이 상품을 현지 브랜드로 바꾸면서 매출이 상당히 줄었다. 인기 있는 중국의 소매매장 체인의 한 임원은 소셜미디어에 무역분쟁 때문에 뉴웰 상품을 팔지 않는다고 SNS에 썼다. 그러자 그를 지지하는 댓글이 수백 건이나 달렸다.

중국 정부는 내킨다면 그런 업체의 손실이 쌓이도록 두면서 뒷짐지고 구경만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합의를 보지 않는다면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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