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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IT기술은 양의 탈을 썼다?

이스라엘의 IT기술은 양의 탈을 썼다?

사우디의 반체제 인사 감시와 다른 나라 선거 개입 등에 사용됐다는 논란 일어
지난해 10월 자말 카슈끄지가 실종되기 몇 시간 전 약혼녀와 함께 찍힌 폐쇄회로 TV 장면. 이스라엘 업체가 개발한 해킹 프로그램이 카슈끄지의 암살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A NEWS-AP-NEWSIS
얼마 전 미국의 매파 논객인 맥스 부트는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기술과 관련해 비판적인 칼럼을 썼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에 기반을 둔 사이버보안 업체로부터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해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했으며,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사건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지적이었다.

그 과정은 이렇다. 카슈끄지와 반체제 운동을 함께 계획했던 오마르 압둘아지즈는 지난해 12월 카슈끄지와의 대화 내용이 해킹됐다고 주장했다. 택배 배송정보 문자로 위장된 악성 소프트웨어 링크 문자를 받아 그의 휴대전화가 감염됐다는 것이었다. 캐나다 토론토 소재 연구소 시티즌랩은 이스라엘 업체 NSO가 개발한 스파이웨어 ‘페가수스(Pegasus)’ 시스템이 압둘아지즈가 받은 문자에 첨부된 링크와 연결됐다고 발표했다.

NSO는 이스라엘군의 비밀 정보수집 임무를 수행하는 8200 부대 출신의 유능한 사이버 첩보 전문가들을 고용한다. 창업주 3인 중 한 명이 8200 부대 출신 해커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부트는 “유대인 국가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임무인 이스라엘군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이들이 다른 나라 정권의 압제를 돕는데 자신의 전문기술을 오용하면 이스라엘의 빛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구약성서에서 이스라엘은 ‘이방의 빛’으로 표현된다).

부트의 칼럼은 중요한 의문을 제기한다. 첫째, 부트의 주장이 진실인가? 둘째, 이스라엘은 자국의 기술이 악의적인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특별한 책임이 있는가? 아울러 부트의 비판은 기술업체가 져야 하는 전반적인 책임에 관한 더 폭넓은 의문도 제기한다. 해당 기술을 사우디에 판매한 것으로 지목된 NSO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플랫폼을 무기화해 특정 국가의 선거에 개입하거나 심지어 집단학살을 부추겼다고 비난 받는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NSO는 자사의 소프트웨어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을 강하게 부인한다. NSO 창업자 중 한 명인 샬레브 훌리오는 이스라엘 신문 예디오트 아흐로노트에 “NSO의 제품이나 기술이 카슈끄지를 도감청하고 추적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 사용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지난 반 년 동안 NSO 제품은 유럽에서 자동차 폭탄과 자살폭탄 등 대규모 테러 공격 여러 건을 사전에 막는 데 기여했다.”

훌리오의 말이 진실인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러나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신문의 로넨 베르그만 특파원에 따르면 NSO의 스파이웨어 페가수스 시스템은 탈주한 멕시코 마약왕 엘 차포(호아킨 구스만)의 체포에도 사용됐다. 그런 기술이 공익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용도를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다.

이런 사태의 발전으로 일부 이스라엘인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나는 이스라엘 기술업체 사이아브라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요세프 다르를 만났다. 다르는 이전에 가짜 온라인 ID를 만들고 그것을 사용해 사람들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일이 전문인 곳에서 일했다. 그가 처음 그 회사에 들어갔을 때 그들은 테러단을 상대로 그런 작업을 했다. 그건 명분이 확실한 일이었다. 그러나 다르는 갈수록 훨씬 더 모호한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결국 그는 그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거기서 하던 작업과 정반대되는 목적을 가진 스타트업의 창업에 합류했다. 다르의 새 회사 사이아브라는 기업과 개인을 표적으로 삼는 가짜뉴스와 근거 없는 비난을 찾아낸다. 이제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 심적인 불편함이 전혀 없다. 매일 귀가해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이 자랑스러운 일을 한다고 느낀다.

분명히 문제는 하나의 회사가 아니라 훨씬 널리 퍼져 있다. 또 사이버 분야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은 다양한 군사용 또는 이중 목적의 기술과 장비를 생산한다. 방위산업 수출이 이스라엘로선 중요한 사업이다.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나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중을 기하고 조심해야 한다. 맹목적인 알고리즘이 아니라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나도 각국 정부에 사이버 분야의 통합 솔루션을 판매하는 카바인이라는 회사의 회장이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그 기술을 사용하려는 정부를 우리가 돕는 일은 결코 없다. 하지만 많은 기술이 오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독재 정권에 무기를 판매하면 그들이 그 무기를 어떻게 사용할지 알 수 없다.”

약 한 달 전 나는 사이버보안·국토안보 연차대회에 참석했다. 경찰 활동에서 사용되는 사이버 기술과 인공지능의 위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한 가지 시범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경찰차에 탑재된 제품으로 순찰하는 동안 모든 수배자와 그들이 소유한 차량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불법 주차나 과속 차량을 자동으로 적발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은 경이롭기도 하지만 섬뜩하다.

물론 본질적인 의문은 이스라엘의 기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공공의 이익과 편의를 위한 용도로 개발된 기술(페이스북·유튜브 등)이 급진화 교육에 사용되고 인종청소(예를 들면 미얀마의 로힝야족)를 부추기는 데 이용되는 것을 목격했다. 관련 회사들도 최악의 범죄를 막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들은 운영 방식을 변경하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피해의 대부분을 초래하는 바로 그 알고리즘을 제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만약 그 알고리즘을 없애면 회사의 수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의 본질로 들어가보자. 이스라엘은 현재 기술의 첨단을 걷는다. 이스라엘의 혁신 대부분은 방위산업에서 나온다. 부트는 이스라엘이 진정코 “이방의 빛”이 되기를 원한다. 나도 그 점에선 다르지 않다. 그러나 70년째 전쟁을 치르는 나라가 ‘다른 나라들의 빛’으로만 머물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40년 전 이스라엘의 주요 방위산업 수출품은 ‘우지’ 기관단총이었다. 치명적인 무기지만 그 총이 입힐 수 있는 피해는 제한됐다. 요즘 이스라엘은 수많은 치명적인 무기, 첨단 전자장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낸다.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는 아주 모호한 분야다. 테러리스트와 싸울 때는 공공의 선을 위한 무기지만 반체제 인사를 상대로 사용될 때는 쉽게 사악한 무기로 바뀔 수 있다.

역사를 보면 신기술은 기존 질서를 와해하면서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를 동시에 가져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 세계에선 그런 기술의 위력과 속도가 너무나 크고 빨라 적절히 통제되지 않는다면 거기서 비롯되는 피해는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 잠재적인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은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페이스북·구글, 그리고 미국 정부에도 있다.

- 마크 슐만



※ [필자는 멀티미디어 역사 전문가로 historycentral.com의 편집장이다. 이 글에 담긴 견해는 뉴스위크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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