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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폐기물 ‘쓰나미’에서 보물 찾기

전자 폐기물 ‘쓰나미’에서 보물 찾기

2050년 되면 연간 1억2000만t에 이를 듯 … 고가의 희귀광물 다량 얻을 수 있는 순환시스템 확립해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전자 폐기물 수집소에 쌓인 개인용 컴퓨터 폐기물. / 사진:YOUTUBE
낡고 수명이 다한 갖가지 전기·전자제품을 전자 폐기물(e-waste)이라고 통칭한다. 흔히 전자 쓰레기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쓰레기 출처가 바로 전자 폐기물이다. 유엔 환경계획(UNEP)은 “우리는 전례없는 전자 폐기물 ‘쓰나미’에 직면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제적인 협력과 규제를 강화해 전자제품 폐기물의 불법거래와 무단투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전자 폐기물은 지난해 4850만t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좀 더 알기 쉽게 비교하자면 전자 폐기물 5000만t은 점보 제트기 12만5000대와 거의 맞먹는다. 지금까지 제작된 모든 상업용 항공기보다 많은 양이다.

국가별로 재활용률에 큰 차이가 있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전자 폐기물의 약 20%만이 적절히 재활용되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50년이 되면 연간 1억2000만t에 이르는 전자 폐기물의 거대한 ‘쓰나미’가 인류를 덮칠 것이다. 그러나 그 폐기물에는 금·백금·코발트·희토류 같은 고가의 희귀광물과 많은 양의 알루미늄·주석이 들어 있다.

그런 금속이 귀중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희소성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그 희귀광물의 가격을 계산해 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전자 폐기물은 연간 약 62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 ‘쓰나미’는 무시무시한 도전일 뿐 아니라 수익성 높은 기회도 준다. 희귀광물을 추출하는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열쇠다. 순환경제란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모델을 말한다. 순환경제는 ‘자원 채굴-생산-사용-폐기’가 중심인 전통적인 단선형 경제모델의 대안으로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기회를 잡으려고 용감하게 뛰어든 회사 중 하나가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본부를 둔 유미코아(Umicore)다. 광산업으로 출발했던 유미코아는 순환경제 운동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광산의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났다. 지금은 배터리 재활용 기술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이런 놀라운 변신에는 10년 이상이 걸렸다. 그런 노력의 대가로 유미코아는 현재 주식시장의 총아로 부상했고,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순환형 배터리 재활용 프로그램에서 유럽 파트너로 선정됐다.

세계적으로 리튬 배터리의 생산이 크게 늘면서 그 주된 소재 중 하나인 코발트의 가격이 치솟아 2016년과 2017년 각각 3배씩 올랐다. 그에 따라 세계 최대의 코발트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은 지난해 초 구리·코발트를 포함해 희귀광물의 세금과 로열티를 인상했다. 또 중국은 전기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콩코민주공화국의 최대 광산 여러 곳에서 지배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애플·테슬라 같은 기업은 지속가능한 코발트 확보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재활용 코발트의 활용 기회가 갈수록 커지면서 이런 시장 상황이 당연히 유미코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2월 유미코아는 회계년도 2017년의 실적이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수익의 대부분은 에너지&표면 기술 사업부가 주도했다. 충전지(2차 전지) 소재의 급격한 성장으로 그 사업부의 매출이 전년 대비 46% 늘었다.

WEF는 보고서에서 전자 폐기물이 매력적인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해도 ‘자원 채굴-생산-사용-폐기’라는 전통적인 단선형 접근법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커지는 전자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EF는 제거해야 할 다섯 가지 장애물을 제시했다.

1. 원자재의 출처·내용·조건·도착지에 관한 투명성의 결여와 그에 따른 불투명한 가치사슬
2. 단선형 제품 설계
3. 중고품의 상태와 가치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자산관리 인프라의 결여와 그에 따른 단선형 록인 효과(같은 제품을 계속 사용하게 만드는 효과)
4. 비효율적인 수거와 역물류(폐기물 처리를 위한 기술 등 제반 활동에 관련된 물류)
5. 분류와 사전처리 인프라의 부족 현상

전자제품은 구조가 복잡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선 환경과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추가적인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비정부기구인 위사이클(Wecycle)은 네덜란드의 1750개 생산업체와 수입업체를 대리해 전자 폐기물의 수거와 재활용을 관리하는 단체다. 2017년 위사이클은 전자 폐기물 10만7000t을 수거했다. 이산화탄소 34만5000t에 해당하는 상쇄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위사이클은 지난 10년 동안 환경평가 전문기관인 프리 서스테이너빌리티와 손잡고 재활용 노력이 환경에 가져다주는 혜택을 세부적으로 수량화함으로써 더 나은 관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재활용의 부담을 계산하기 위해 분류와 파쇄를 포함한 모든 재활용 활동을 최대한 실제적으로 측정했고, 소재 재활용의 혜택을 추정하기 위해 알루미늄 같은 회수된 소재를 원자재와 비교했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를 포함한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킬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효율성 제고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데이터에 따르면 전자 폐기물 ‘쓰나미’는 위험 요인인 동시에 수익성 좋은 보상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신속한 대응을 필요로 한다. 이 ‘쓰나미’는 제품과 원자재에 관한 더 정확한 정보를 요구할 뿐 아니라 부정적 효과를 막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협력 강화와 소비자 인식 제고, 효율적인 인프라, 적극적인 기업가 정신도 필요로 한다. 과감히 뛰어들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필요가 있다.

- 얀 반 데르 카이지



※ [필자는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IMD 비즈니스 스쿨의 고문이며 핀치 앤 비크의 매니징 파트너로 ‘성공하는 지속가능성 전략(Winning Sustainability Strategies)’의 저자다. 이 책은 www.vectoring.online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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