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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경제 시대가 온다(3) 피트니스 ‘부트캠프’] ‘따로 또 같이’ 즐기는 밀레니엄 세대 파고들어

[취향경제 시대가 온다(3) 피트니스 ‘부트캠프’] ‘따로 또 같이’ 즐기는 밀레니엄 세대 파고들어

2010년대 들어 역도 동작 응용한 ‘크로스핏’의 준비 동작으로 주목… 지금은 독자 프로그램으로 인기
서울 한남동 피트니스센터 크로스핏한남에서 1월 23일 저녁 7시 부트캠프 프로그램을 듣는 수강생들이 역기 기본동작을 응용한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 사진:부트캠프 박보영 제공
지난 1월 23일 저녁 6시 서울 한남동의 한 건물 지하 1층. 언뜻 보면 동네에 있을 법한 헬스장처럼 보였지만 여러 가지 운동 기구 중에서 런닝머신이 보이지 않았다. 역도 동작을 기반으로 각종 무거운 기구를 드는 크로스핏 전용 체육관 ‘크로스핏 한남’에선 1시간 남짓 동안 역기에 쓰이는 원반 모양의 플레이트를 들었다가 바닥에 내려놓는 과정에서 쿵쿵 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한 여성 회원은 언뜻 봐도 무척 무거워 보이는 역기를 빠르게 머리 위로 들었다가 내려놓는 동작을 20분 이상 반복했다.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의 한국 지사장이었던 러스 그레고리 크로스핏한남 대표는 “역도 동작을 기본으로 하는 크로스핏이 2012년부터 알려졌지만 곧장 수업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2~3개월 정도 기본 동작을 배우고 근력을 키우는 부트캠프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크로스핏을 배우기 위한 일종의 예비 수업인 크로스핏 자체가 인기를 얻게 됐다. 크로스핏한남의 전체 프로그램에서 부트캠프 수업은 크로스핏보다 오히려 더 많다. 박보영 크로스핏한남 수석코치는 “부트캠프는 난이도가 높은 크로스핏 동작을 단순화해 실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동작으로 만들어져 있다”며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해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미군 신병교육대 훈련에서 유래
부트캠프는 미국의 신병교육대에서 유래한 말이다. 1898년 미국은 스페인과 쿠바에서 전투를 벌였다. 당시 군대에 소집된 신병들은 무거운 군화가 불편해 신발을 바닥에 끌고 다녔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병교육 프로그램을 ‘군화(boot)’를 신고도 달릴 수 있게 교육하는 ‘캠프(camp)’인 부트캠프라고 불렀다. 실제로 부트캠프에선 기본적인 체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부트캠프라는 단어가 피트니스 업계에서 쓰이기 시작한 건 1984년이다. 당시 해병대 교관의 목소리로 체력훈련을 지시하는 ‘부트캠프 워크아웃’이라는 카세트 테이프가 발매된 후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과 같은 형태로 주로 야외에서 체력단련을 하는 ‘피트니스 부트캠프’가 처음으로 시작된 건 1991년 호주에서다. 지금도 세계 크로스핏 대회를 주관하는 나라는 호주다. 참가자가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면 이를 심사해 예선 통과자를 가리고, 아시아·북미 등 지역별로 모여 대회를 연다. 크로스핏 선수들 중 상위권에 속하는 이들은 메이저 트레이닝 의류 브랜드가 후원하는 프로 선수로도 활동한다. 부트캠프가 크로스핏을 시작하기 전에 기본 동작을 배우고 체력을 키우는 예비 프로그램이 아닌 독자적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은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크로스핏이 역기 동작을 기반으로 엄격하게 진행되는 데 반해 부트캠프는 훨씬 자유롭다. 부트캠프는 가벼운 역기 동작을 배우고 무거운 중량을 들 수 있도록 체력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진행되지만 코치의 지시에 따라 갑자기 밖으로 나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빠르게 달리기도 한다. 미국인들의 스포츠·피트니스·레크리에이션 트렌드를 조사하는 신체활동협의회(Physical Activity Council)의 연례 보고서에서도 부트캠프는 ‘칼로리 소모가 많은 운동’으로 분류돼 있다. 이 협의회는 보고서에서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 대 이후 출생한 Z세대들이 칼로리 소모가 많은 격렬한 운동, 개인 운동, 팀 운동, 아웃도어 활동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야외에서 뛰는 게 프로그램의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많은 부트캠프 강사가 이를 프로그램 순서에 간헐적으로 넣는 이유다.

박보영 코치가 운전하는 110cc짜리 스쿠터인 혼다 밴리110 뒷자리에 타고 이태원의 격투기 전문 도장인 바디앤서울을 찾았다. 경리단길 한복판에 있는 이곳에선 주짓수 훈련이 한창이었다. 저녁 8시 30분이 되자 외국인 등 6~7명이 박 코치 주위로 모여 부트캠프 수업을 시작했다. 수강생 대부분은 20대~30대 초반의 건강해 보이는 이들이었다. 박보영 코치는 체육대학원에서 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공부를 하던 중 크로스핏·부트 캠프를 알게 됐다. 박 코치가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크로스핏·부트캠프 강사로 남기로 결심한 것은 활력 넘치는 수강생들 때문이었다. 박 코치는 “건강한 사람들과 함께 건강한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취향의 발견은 이렇게 우연하게 찾아오기도 한다.

개인의 취향도 결국 한 세대 속의 공통된 시대정신에서 형성된다. 이제 하나의 독립된 피트니스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부트캠프는 개인의 성취를 중시하는 운동이자 팀 운동이다. 부트캠프는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 이후 출생한 Z세대의 개인을 중요시 하면서도 느슨하고 목적에 따라 형성되는 네트워크를 선호하는 성향과 맞닿아 있다. 미국 신체활동협의회의 2017년 연례 보고서는 이같은 취향의 이동을 세대별로 설명한다. 1950~1960년대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 중에 개인 운동을 선호하는 비율은 23.8%였지만 1970년대 태어난 X세대는 34.4%가, 1990년대 생들인 밀레니얼 세대는 42.4%, Z세대는 45.8%였다. 팀 운동을 선호하는 비율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5.2%, X세대가 14.5%, 밀레니얼도 29.5%였지만 Z세대는 무려 57.1%였다. 야외 운동을 선호하는 비율도 베이비부머가 30%대로 비교적 낮았지만 Z세대는 60%대였다.
 밀레니얼 이후 세대 취향저격
이태원 바디앤서울의 부트캠프 수업은 밤 9시 20분이 돼서야 끝났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유학생 바네사 황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운동을 하면서도 틈이 나면 다른 수강생들, 박보영 코치와 농담을 주고받았다. 수업 중 기자가 왜 이 프로그램을 선택했느냐고 묻자 “일단 동기부여가 된다”고 답한 후 한참을 고민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수업이 끝나자 황 씨가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 말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운동이라서 좋다. 유학생으로 와서 혼자 지내면 아무래도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데, 부트캠프에서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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