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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른 중국

제2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른 중국

투자의 급성장과 근면한 노동문화, 높은 교육수준, 정부의 지원이 어우러져 기술 굴기의 최적 조건 갖춰
중국 상하이 홍차오 역의 5G 체험 구역에서 선보인 로봇 웨이터. / 사진:XINHUA-NEWSIS
중국은 오래 전부터 제2의 실리콘밸리가 되리라 예상됐지만 이젠 그 꿈의 실현에 필요한 재정과 지원까지 확보했다. 지금의 실리콘밸리가 조만간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 최대 라이벌이 국제무대에 등장할 채비를 갖췄다는 판단이 공식적으로 인정 받는다. 그 위치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다. 구체적으로 중국이다.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같은 IT 대기업의 부상에만 근거한 판단이 아니다. 그보다는 아시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더 넓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다. 지금 IT 부문의 투자는 유럽보다 아시아로 몰리고 있다. 그와 함께 미국 기업가 사이에서 실리콘밸리가 과열됐다는 생각도 늘어나는 추세다. 싱크탱크 조인트벤처 실리콘밸리의 러셀 핸콕 대표는 최근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곳에 겨울이 오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새너제이에선 생활비가 폭등했고 미국 기술업체들이 곧 글로벌 규제의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널리 퍼져 있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전문 조사기관 CB 인사이츠가 분기별로 공동 발표하는 ‘머니트리 리포트’에 따르면 투자 측면에서 5년 전엔 유럽이 아시아에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2013년 유럽이 유치한 스타트업 투자는 1550건(아시아는 1071건)으로 전체 투자 액수는 70억 달러였다. 그러나 5년 뒤엔 아시아가 유치한 투자 액수가 유럽보다 4배나 많고 건수도 두 배에 이르렀다. 2013~2018년 아시아가 확보한 투자 건수는 거의 5배로 늘었고 투자액도 810억 달러로 급증했다. 그에 비해 유럽은 210억 달러에 그쳤다. 아시아의 수치는 투자액이 1020억 달러인 미국도 바짝 추격했다.

그런 투자는 실질적인 측면에서 어마어마한 효과를 갖는다. 온라인 매체 인포메이션에이지는 최근 지난해 인공지능 부문의 세계 전체 투자 중 약 절반이 중국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그토록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투자의 급성장과 높은 교육 수준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보다 정부가 기술부문을 훨씬 더 많이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지원은 국가 전략과 기술친화적인 정책부터 기술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까지 다양하다.

경제잡지 포춘이 최근 개최한 기술컨퍼런스의 결론 중 하나는 중국의 기술업체들이 미국에서도 곧 미국 업체들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특히 미국의 이민정책 때문에 세계 최고의 인재가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투자자들이 믿는다. 중국이 가장 뛰어난 젊은 인재 대다수를 보유하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 중국 업체들은 쏟아져 들어오는 투자 덕분에 자사에서 일하려는 인재들에게 실리콘밸리에서 제공하는 수준과 비슷한 연봉을 지급할 수 있다.

명품업체 그룹 LVMH의 최고디지털책임자인 이언 로저는 홍콩에서 발행되는 영자신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2의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어디서 나올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중국도 실리콘밸리 못지 않게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중국은 투자도 늘어나고 주 6일 근무라는 근면한 노동문화에다 교육 시스템도 효율적이며 인구도 어마어마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제조 2025’라는 국가 전략이 기술부문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 무엇보다 정부가 기술 스타트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사무실 임대를 보조해주며, 급여를 변제해준다. 중국의 도시와 성 156곳도 독자적인 기술부문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를 들어 베이징은 최근 인공지능만을 위한 20억 달러 규모의 연구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실리콘밸리가 과열로 김이 약간 빠진 듯한 인상을 주는 상황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이 적절한 페이스로 예열을 시작하고 있다.

- 클레먼트 차오



※ [필자는 모바일 통합 마케팅 비즈니스 플랫폼 모비스타(Mobvista)의 공동 창업자이자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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