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동킥보드 ‘싹쓸이 견인’에…“서울시, 행정 편의 위한 과잉 단속”
23개 자치구 차량·킥보드 견인량 사전 설정
전동킥보드 견인 계획, 차량보다 압도적 위
PM 주차 공간 부족으로 견인 악순환 반복돼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노원구와 도봉구를 제외한 23개 자치구에서 차량과 킥보드의 견인량을 사전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실제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라기보다는 행정 편의적인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견인 대수를 미리 정해 예산을 편성하는 구조가 실질적인 필요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기준 없이 할당량을 정하는 행정적 관행이라는 것이다.
2025년 서울시 예산안 및 자치구별 견인 계획 자료에 따르면, 용산구와 성동구는 각각 연간 전동킥보드 6000대 및 5700대를 견인하는 반면, 차량 견인은 각각 1200대 및 720대에 불과했다. 송파구와 서초구 또한 각각 전동킥보드 6000대 및 7200대를 견인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차량 견인은 3840대 및 1800대에 그쳤다.
견인 계획을 예산으로 환산하면 차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성동구의 경우 전동킥보드 견인을 위해 2억2800만원을 배정한 반면, 차량 견인 예산은 3600만원으로 책정돼 킥보드 견인 예산이 약 6배 높았다. 용산구 또한 전동킥보드 견인 예산으로 2억4000만원을 편성했지만, 차량 견인 예산은 6000만원에 그쳐 킥보드 견인 예산이 4배 높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의 경우도 전동킥보드 견인을 위해 2억4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한 반면, 차량 견인 예산은 2억200만원으로 킥보드 견인 예산이 소폭 더 높았다. 서초구는 전동킥보드 견인을 위해 2억8800만원을 편성했으나, 차량 견인 예산은 1800만 원으로 킥보드 견인 예산이 16배 이상 높았다.
아울러 전체 전동킥보드 견인량은 연간 7만3848대로 차량 견인량 5만1453대보다 많았다. 킥보드 견인량이 차량 대비 1.4배에 이르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차량 전체 추정치가 약 317만6933대인 점을 감안하면, 견인된 차량의 비율은 1.62%에 불과하다. 다만, 서울시 내에 등록된 전동킥보드 전체 추정치 약 4만510대를 기준으로 보면 견인량이 등록된 기기 수의 182.3%에 해당해, 전체 킥보드 수보다 견인된 킥보드가 더 많다.
서울시는 전동킥보드 견인량이 증가함에 따라 차량 견인 예산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예산을 킥보드 견인에 투입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차량 견인 예산은 25억3539만원, 전동킥보드 견인 예산은 29억5392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차량 견인 대비 킥보드 견인 예산 비율이 85.8%에 달하는 수준이다.

상생 미루는 서울시
견인비용은 서울시에 귀속되는 것이 아닌 100% 견인업체에게 돌아간다. 차량 한 대를 견인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평균적으로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다. 전동킥보드 견인 비용은 대당 약 4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또 차량에 비해 전동킥보드의 견인이 용이하다. 견인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견인비 전액이 견인업체의 수익이 되다 보니 불법 견인이 자행되는 부작용도 뒤따른다.앞서 본지는 ‘[단독] 동네북 공유 킥보드...‘불법 견인’ 항의하자 돌아온 건 ‘손찌검’’ 보도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조명한 바 있다. ‘불법 주차’를 방지하기 위한 ‘강제 견인 조치’를 악용한 일부 견인업체가 정상 주차된 공유 킥보드를 임의로 옮겨 불법 견인하는 사례가 서울시에서 활개를 치고 있었는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PM 업계의 몫이었다.
견인업체들의 불법 견인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PM 업체들은 이 같은 문제를 꾸준히 서울시에 제기했다. 되려 서울시는 견인유예시간 없이 견인을 시행하는 등 ‘즉시견인’으로 단속 정책을 더 강화했다. 결국 견인업체가 PM을 더 편하게 견인할 수 있게 되고, 정작 주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서울시는 PM 전용 주차장을 280곳 운영하고 있지만, 서울시 전체 등록된 전동킥보드가 4만 대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주차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서울시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위해 2760개의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따릉이의 규모는 전동킥보드와 유사한 4만3000대다.
상황이 이렇자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따릉이와 달리 공식적인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렵고, 결국 무단 주차가 늘어나면서 견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동킥보드를 위한 공식 주차 공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와 달리 일부 지자체는 견인 정책을 강화하기보다는 주차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고양시는 기존 자전거 주차장을 활용해 전동킥보드 주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국내 최초로 가상 주차구역을 시범 운영해 견인 대신 GPS 기반 반납을 유도하는 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동탄의 경우 2026년까지 3000개 이상의 전동킥보드 주차구역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다른 지자체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서울시를 두고 한 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서울시는 PM 주차 인프라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채 견인만 강화하고 있다”며 “주차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용자들에게 견인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는 추가 주차 공간 확보의 경우 PM 업체 예산으로 진행한다면 일정 부분 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동킥보드 견인 계획 및 예산의 경우 각 자치구에 위임돼, 구체적인 금액과 대수 산정은 해당 자치구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견인 업무의 경우 도로교통법에 의해 각 자치구에 위임된다. 이들이 직접 예산 및 견인 대수 등을 편성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산정 기준은 구청에서 각자 판단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서울시 예산으로 PM 주차장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며 “다만, PM 업체들이 직접 부담해서 주차 공간을 확충한다고 할 경우 이를 말릴 수는 없다.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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