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위해 민주주의 저버렸다
승리 위해 민주주의 저버렸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측과 러시아 간 공모 사실 찾지 못했다는 특검 보고서 둘러싼 논란이 대통령의 기본 책무 다하지 못한 사실 가려선 안돼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러시아의 도움을 얻으려고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결탁하고 공모했을까? 거기서 트럼프 후보가 제시한 대가는 예를 들어 러시아에 유리하도록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약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침공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었을까? 아마도 미국 국민은 그 진실을 영원히 알 수 없을지 모른다.
‘러시아 스캔들’의 수사를 맡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지난 3월 22일 조사를 마무리 짓고 법무부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이를 요약한 보고서를 24일 의회에 보냈다. 여기에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사실을 찾지 못했고,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서는 유무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22개월의 특검 수사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폭스 뉴스를 비롯한 그의 선전기구는 ‘러시아 스캔들’의 의혹을 밝히려는 노력을 ‘마녀 사냥’으로 거듭 몰아붙이며 “공모는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제 뮬러 특검의 보고서는 대안적인 해석과 인식론적 혼돈의 안개 속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무엇이 ‘결탁이고 공모’이며 불법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 행위를 했는가? 그가 혐의를 완전히 벗었는가? 뮬러 특검이 정확히 어떤 결론을 내렸는가? 그가 보고서에서 말하고자 한 의미가 무엇이었나?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이제 관심이 2020년 대선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특검 보고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진영 사이의 치열한 논쟁이 훨씬 더 기본적인 문제를 가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위험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량과 도덕성에 관한 문제를 말한다.
미국 대통령은 단지 미국의 최고경영자가 아니다. 대통령의 역할도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도덕적 지도자이기도 하다. 또 대통령은 공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도덕적 모범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은 국가운영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시스템을 오히려 약화시켰다.
조지 워싱턴의 전기를 쓴 더글라스 프리먼에 따르면 워싱턴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어마어마한 내재적 가치를 가진 무엇을 떠맡았으며, 자신의 의무는 그 가치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워싱턴 대통령은 도덕적 모범으로 미국을 이끌었다.
그 후 워싱턴이 세운 본보기에 근접한 미국 대통령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기준에서 트럼프만큼 멀리 떨어진 대통령도 지금까지 없었다. 2016년 선거운동에 나선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수십 년간 기업활동을 하면서 교묘한 세금 회피 방법으로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똑똑하다는 증거”라고 응수했다. 무슨 뜻일까? 그의 발언은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는 것이 국민의 의무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수많은 미국인에게 전했을 뿐이다.
또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자랑했다. “그들이 연락해오면 나는 그들에게 돈을 준다. 그 후 2년이나 3년 뒤 내가 원하는 게 있을 때 그들에게 연락한다. 그러면 그들이 내 뜻대로 해준다.” 다시 말해 미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되든 재계 지도자가 정치인을 매수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이나 대통령 취임 후에도 자신의 소득신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사업체를 백지신탁해야 하지만 그것도 거부했다. 게다가 외국 외교관들을 워싱턴 D.C.에서 자신이 소유한 호텔에 머물게 하고 자신이 소유한 골프 클럽들을 홍보하며 대통령직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단순한 윤리적 일탈이 아니었다. 그런 행동은 대통령직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공익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다. 다시 말하지만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국가운영 시스템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것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뒤 자신에게 제기된 소송을 특정 연방 판사가 맡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 판사의 부모가 멕시코인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런 언급으로 그는 해당 판사를 모욕했을 뿐 아니라 미국 법체제의 불편부당성과 중립성까지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를 고소할 수 있도록 명예훼손법을 ‘완화’하겠으며 그런 언론사의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때 그는 언론을 협박했을 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까지 위협했다. 또 그는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벌인 폭력시위뿐 아니라 그들에 맞서 반대시위를 벌인 편도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으로 맞불 시위대를 네오나치·KKK단과 동일시했다. 당시 대통령으로서 그는 중립을 지킨 게 아니라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용납함으로써 평등권을 짓밟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체류자들의 자의적 법집행에 따른 고의적 법원 모욕 혐의로 기소된 애리조나주의 보안관 조 아파이오를 사면했다. 그 조치는 법 집행 기관이 민권을 무자비하게 짓밟아도 좋다는 메시지를 전했을 뿐 아니라 공직자에게 법원의 결정을 따르도록 강제할 수 있는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함으로써 법치를 무너뜨렸다.
그뿐이 아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국민의례 도중 기립 대신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벌인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선수들을 트럼프 대통령이 맹비난하며 구단주들에게 해고를 촉구했을 때 그는 선수에게 애국심을 보이라고 요구한 게 아니라 그들의, 또 간접적으로는 미국 국민 전체의 ‘표현의 자유’를 무시했다.
그 모든 행동과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손상했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실패를 말해주는 핵심이다. 그가 잘못된 정책을 선택한 것이나 미국을 분열시킨 것이나 유치하고 보복적인 행동으로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하게 처신한 것보다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욕심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절차와 제도를 희생시켰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잘못이다.
미국 국민은 국가가 운영될 수 있는 능력을 대통령이 보존하고 보호한다고 믿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승리를 위해 필요한 일이나 말을 가리지 않고 함으로써 그런 믿음을 저버렸다. 뮬러 특검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이 이런 엄연한 기본적인 현실을 가리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 로버트 라이시
※ [필자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이며,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다. 이 기사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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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의 수사를 맡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지난 3월 22일 조사를 마무리 짓고 법무부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이를 요약한 보고서를 24일 의회에 보냈다. 여기에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사실을 찾지 못했고,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서는 유무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22개월의 특검 수사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폭스 뉴스를 비롯한 그의 선전기구는 ‘러시아 스캔들’의 의혹을 밝히려는 노력을 ‘마녀 사냥’으로 거듭 몰아붙이며 “공모는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제 뮬러 특검의 보고서는 대안적인 해석과 인식론적 혼돈의 안개 속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무엇이 ‘결탁이고 공모’이며 불법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 행위를 했는가? 그가 혐의를 완전히 벗었는가? 뮬러 특검이 정확히 어떤 결론을 내렸는가? 그가 보고서에서 말하고자 한 의미가 무엇이었나?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이제 관심이 2020년 대선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특검 보고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진영 사이의 치열한 논쟁이 훨씬 더 기본적인 문제를 가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위험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량과 도덕성에 관한 문제를 말한다.
미국 대통령은 단지 미국의 최고경영자가 아니다. 대통령의 역할도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도덕적 지도자이기도 하다. 또 대통령은 공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도덕적 모범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은 국가운영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시스템을 오히려 약화시켰다.
조지 워싱턴의 전기를 쓴 더글라스 프리먼에 따르면 워싱턴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어마어마한 내재적 가치를 가진 무엇을 떠맡았으며, 자신의 의무는 그 가치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워싱턴 대통령은 도덕적 모범으로 미국을 이끌었다.
그 후 워싱턴이 세운 본보기에 근접한 미국 대통령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기준에서 트럼프만큼 멀리 떨어진 대통령도 지금까지 없었다. 2016년 선거운동에 나선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수십 년간 기업활동을 하면서 교묘한 세금 회피 방법으로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똑똑하다는 증거”라고 응수했다. 무슨 뜻일까? 그의 발언은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는 것이 국민의 의무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수많은 미국인에게 전했을 뿐이다.
또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자랑했다. “그들이 연락해오면 나는 그들에게 돈을 준다. 그 후 2년이나 3년 뒤 내가 원하는 게 있을 때 그들에게 연락한다. 그러면 그들이 내 뜻대로 해준다.” 다시 말해 미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되든 재계 지도자가 정치인을 매수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이나 대통령 취임 후에도 자신의 소득신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사업체를 백지신탁해야 하지만 그것도 거부했다. 게다가 외국 외교관들을 워싱턴 D.C.에서 자신이 소유한 호텔에 머물게 하고 자신이 소유한 골프 클럽들을 홍보하며 대통령직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단순한 윤리적 일탈이 아니었다. 그런 행동은 대통령직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공익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다. 다시 말하지만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국가운영 시스템을 유지하고 보호하는 것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뒤 자신에게 제기된 소송을 특정 연방 판사가 맡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 판사의 부모가 멕시코인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런 언급으로 그는 해당 판사를 모욕했을 뿐 아니라 미국 법체제의 불편부당성과 중립성까지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를 고소할 수 있도록 명예훼손법을 ‘완화’하겠으며 그런 언론사의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때 그는 언론을 협박했을 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까지 위협했다. 또 그는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벌인 폭력시위뿐 아니라 그들에 맞서 반대시위를 벌인 편도 책임이 있다는 ‘양비론’으로 맞불 시위대를 네오나치·KKK단과 동일시했다. 당시 대통령으로서 그는 중립을 지킨 게 아니라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용납함으로써 평등권을 짓밟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체류자들의 자의적 법집행에 따른 고의적 법원 모욕 혐의로 기소된 애리조나주의 보안관 조 아파이오를 사면했다. 그 조치는 법 집행 기관이 민권을 무자비하게 짓밟아도 좋다는 메시지를 전했을 뿐 아니라 공직자에게 법원의 결정을 따르도록 강제할 수 있는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함으로써 법치를 무너뜨렸다.
그뿐이 아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국민의례 도중 기립 대신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벌인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선수들을 트럼프 대통령이 맹비난하며 구단주들에게 해고를 촉구했을 때 그는 선수에게 애국심을 보이라고 요구한 게 아니라 그들의, 또 간접적으로는 미국 국민 전체의 ‘표현의 자유’를 무시했다.
그 모든 행동과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손상했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실패를 말해주는 핵심이다. 그가 잘못된 정책을 선택한 것이나 미국을 분열시킨 것이나 유치하고 보복적인 행동으로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하게 처신한 것보다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욕심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절차와 제도를 희생시켰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잘못이다.
미국 국민은 국가가 운영될 수 있는 능력을 대통령이 보존하고 보호한다고 믿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승리를 위해 필요한 일이나 말을 가리지 않고 함으로써 그런 믿음을 저버렸다. 뮬러 특검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이 이런 엄연한 기본적인 현실을 가리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 로버트 라이시
※ [필자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이며,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다. 이 기사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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