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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하나 신임 은행장 ‘닮은 듯’ 다른 경영스타일] 지성규 행장 ‘소통형’, 진옥동 행장 ‘전략형’

[신한·하나 신임 은행장 ‘닮은 듯’ 다른 경영스타일] 지성규 행장 ‘소통형’, 진옥동 행장 ‘전략형’

디지털 강화, 해외 진출은 공통 고민거리… 국내 현장영업 경험 부족해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4월 1일 오후 사내 방송으로 직원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전국 영업점에 생방송됐다. 간담회에서는 행장과 직원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지 행장에게 ‘해외 근무시절 시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달라,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1시간가량 진행된 간담회였지만 직원들이 아쉬워하자 지 행장은 직원들을 위해 은행 본점 인근에 있는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원 200여 명과 함께 ‘치맥(치킨+맥주)’을 함께 먹으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도 질문과 함께 요구사항도 쏟아졌다. 한 직원이 “본점 도서관과 피트니스센터, 24시간 이용하게 해주세요”라고 요구하자 지 행장은 “그렇게 합시다”라고 바로 수락했다.

지 행장은 내부 소통 강화에 주력하는 소통형 CEO다. “소통과 배려로 ‘정서적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게 취임식 때 그가 밝힌 일성이다. 특히 옛 외환·하나은행 통합 후 하나의 뱅크로서의 기틀을 다져놓은 함영주 전 행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받큼 지 행장이 느끼는 책임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가 3월 21일 취임 당일부터 영업점을 다닌 것도 그런 이유다. 지 행장은 6개월 안에 전국 영업본부 지점장을 모두 만나겠다는 계획이다.

지 행장이 취임 후 직원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면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고객에 무게중심을 뒀다. 진 행장은 첫 행보로 4월 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서울·경기 중소·중견기업 CEO와 개인 우수 고객 300여 명을 초청해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조찬 세미나를 열었다. 최근에는 자금난을 겪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채권을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4월 1일 무역보험공사·무역협회와 시중은행들이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가장 빠르게 내놨다.
 두 행장 모두 60년대생으로 세대교체
대내외적으로 두 은행장에 대해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 행장은 1963년생이다. 시중은행장 중 최연소다. 지 행장은 1991년 하나은행 영업준비 사무국에 입행해 하나은행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국제금융전무딜러, 연수과장, 직원고충처리담당 부서장을 거쳤다. 2001년 하나은행 홍콩 지점장을 시작으로 2004년 중국 심양지점장, 2010년 하나금융 차이나데스크 팀장을 지냈다. 이후 2014년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 은행장을 거쳐 행장 취임 이전까지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과 하나금융 글로벌 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1961년생인 진 행장도 60년대생이다. 신한은행에서 60년대생이 은행장에 앉은 건 처음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조직도 젊어져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행장 자리는 주로 카드·금융투자·보험·자산운용사 대표 자리를 거쳐서 가는게 일반적인데 부사장 자리에서 바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능력을 높이 산 것”이라고 말했다. 진 행장은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후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입사 후 인사개발부·종합개발부 등을 거친 후 1997년 신한은행 오사카 지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 오사카지점장, 2015년 SBJ은행 법인장, 2017년 각각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맡았다.

두 행장의 공통점은 ‘해외통’이라는 점이다. 지 행장은 은행 입사 후 16년을 중국에서 경력을 쌓았다. 진 행장은 은행원 생활 38년 중에 19년을 일본에서 보냈다. 지 행장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하나은행을 신설, 수석부행장을 맡아 중국하나은행 업무를 확대했다. 이후 길림은행 부행장, 통합 중국하나은행 초대 은행장으로서 성장을 이끌었다.

지 행장은 중국의 오랜 경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하나·외환은행 중국법인 통합 후 실시한 현지화 작업을 꼽았다. 그는 “당시 12개 분행장(지점장)을 한 해에 모두 현지인으로 교체했는데, 광저우 분행장을 맡기로 한 분이 부인의 반대로 거절했다”면서 “아내까지 불러 3일 간 설득한 끝에 영입한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런 끈기 때문일까. 그의 별명은 ‘지기정’이다. 고(故) 손기정 선수와 외모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마라톤 풀코스를 즐겨 뛰어 직원들이 직접 붙여줬다.

진 행장도 2015년 신한은행 일본법인인 SBJ은행 법인장으로 지냈을 때를 잊지 못한다. SBJ는 설립 당시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는 일본 문화 때문에 직원 간 교류나 소통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는 직원 간의 감성통합이 중요하다 판단해 ‘S4(S Four) 제도’를 만들었다. ‘S4 룰’은 직원 4명이 모여 식사를 하면 점심값을 회사에서 지원한다는 캠페인이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어색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부서와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릴 정도로 S4 캠페인은 성공적이었다. 비약적인 성과도 있었다. 2014년 총자산 4조8284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이었던 SBJ은행은 2016년에는 총자산 6조1000억원, 영업이익 714억원으로 늘었다. 현재 SBJ은행은 신한금융그룹 글로벌 손익의 20% 비중을 차지한다.
 신(新)남방지역 중심으로 채널 확대
이들은 비슷하면서도 딴판인 경영 DNA를 가지고 조직을 이끌고 있지만 공통된 고민이 있다. 바로 디지털 강화와 해외 진출이다. 진 행장은 “디지털·정보기술(IT) 개발 인력을 유목민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IT 개발과 디지털 직원 사무실을 없애고 이들 인력을 현업부서로 배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2020년까지 1200명의 디지털 전문 인재 양성, 글로벌 디지털 자산 플랫폼인 GLN(Global Loyalty Network)을 해외 5개국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진출은 국내 영업만으로 한계가 있는 이들에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또 두 행장이 해외통인 만큼 내부적으로 기대감도 크다. 하나은행은 2025년까지 은행 이익의 40%를 해외에서 거두겠다는 목표다.

현재 24개국에서 169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지 행장은 “중국·인도네시아 등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내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2년 임기 동안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 등 신남방지역에 진출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해외 순이익은 2855억원으로 전년보다 20%가량 증가했지만 전체 순이익 대비 비중은 아직 14% 수준이다.

진 행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성장이 가능한 지역에서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진 행장은 “글로벌 전략을 내세울 때 은행이 몇 개 나라에 몇 개 점포를 가지고 있다고 알리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며 “한정돼 있는 자본적 리스크가 있기에 전방위적인 사업을 펼치기보다는 특정 지역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가능성 있는 곳에 집중 투자해 그 지역에서 격차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두 행장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국내 현장영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국내 현장영업에 대한 경영능력은 입증된 게 없다. 이에 대해 지 행장은 “고객 한 명을 만나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씩 이동했다”며 “중국 법인장을 하면서 기업, 소매(리테일), 리스크 부문 등 은행 전반에서 노하우를 쌓은 만큼 국내 영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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