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음악이 친환경적이라고?
스트리밍 음악이 친환경적이라고?
LP 음반과 CD 사용했을 때가 디지털 포맷보다 탄소발자국 훨씬 작아 레코드 가게에서 LP 음반을 고르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음악 애호가가 많다. 그들은 용돈을 모아뒀다가 토요일이 되면 레코드 가게에 들러 새로 나온 LP 음반을 샀다. 음반을 플라스틱 봉투에 넣어 곧장 집으로 달려가서는 바로 턴테이블에 꽂고 바늘을 내려 음악을 듣고 또 들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그렇게 했다.
이런 완전히 한물간 관습이 지난 4월 13일 ‘국제 레코드 가게의 날’에 되살아났다. 그날만큼은 음악 애호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특별 한정판 LP 음반을 사려고 가게에 길게 줄을 섰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이 연례행사는 갈수록 어려움이 커지는 레코드 가게와 음반업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업계의 몸부림이다. 우리 대다수가 온라인으로 음악을 스트리밍해서 듣는 요즘 같은 시대에 그들이 홀로 설 곳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의 음악 팬보다 이전 세대가 ‘녹음된’ 음악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게 사실일까? 우리는 음악의 ‘황금기’라는 신화에 굴복해 음악이 지금보다 더 중요했다고 생각한 시절에 향수를 갖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무조건 박수를 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통계를 분석하면 혹시 다른 분석이 가능할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 결과 실제로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는 점이 문제다.
우리는 녹음된 음악의 소비와 생산에 관한 기존 자료에서 각 시대에 따라 인기를 누렸던 포맷의 경제적·환경적 비용을 비교했다. 그에 따르면 소비자가 녹음된 음악을 소유하는 사치를 위해 기꺼이 지불하려는 가격이 크게 달라졌다.
원통형인 축음기 실린더는 1907년 가장 많이 생산됐다. 당시 그 실린더 하나의 가격이 요즘 돈으로 약 13.88달러였다. 그라모폰(셸락) 디스크는 전성기였던 1947년 1장에 10.89달러였다. 비닐 앨범(LP 레코드)은 섹스 피스톨스의 ‘Never Mind The Bollocks’ 앨범이 나왔던 1977년 전성기를 맞았다. 그때 1장 가격이 요즘 돈으로 28.55달러였다. 카세트테이프는 1988년 1개에 16.66달러였고, CD는 2000년 1장에 21.59달러, 디지털 앨범 다운로드는 2013년 1건에 11.11달러였다.
녹음된 음악의 상대적 가치가 이처럼 낮아지는 현상은 그 가격이 주급(일주일 치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더 확실히 드러난다. 1977년 소비자는 LP 레코드 1장에 평균 주급의 약 4.83%를 기꺼이 지불했다. 그에 비해 2013년 정점을 이룬 디지털 앨범의 가격은 주급의 약 1.22%였다.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의 도래로 녹음된 음악 소비의 사업모델이 달라졌다. 소비자가 소유하기 위해 음반을 구매하던 상품 산업이 지금은 클라우드에 저장된 음악 체험에 일시적으로 접근하는 권리를 사는 서비스 산업이 됐다. 소비자는 미국인의 현재 평균 주급에서 1%도 채 안 되는 9.99달러에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유튜브, 판도라, 아마존 같은 플랫폼을 통해 지금까지 발매된 녹음 음악 거의 전부를 광고 없이 무한정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음악에 갈수록 더 낮은 가격을 지불한다고 해도 환경 비용을 따져보면 그림이 아주 달라 보인다. 직관적으로 우리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오프라인 제품이 적어지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어든다고 생각할 것이다. 예를 들어 1977년 음악 산업은 미국에서 플라스틱 5800만㎏을 사용했다. 1988년 카세트테이프가 전성기였을 때 음악 산업이 사용한 플라스틱은 5600만㎏으로 약간 줄었다. CD가 전성기였던 2000년엔 그 양이 6100만㎏으로 다시 늘었다. 그러다가 획기적인 계기가 왔다. 다운로딩과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면서 미국 음악 산업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양이 크게 줄어 2016년 800만㎏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수치가 디지털화된 음악은 물질적 실체가 없으므로 더 친환경적이라는 개념을 확인해준다고 생각한다면 온라인 음악 듣기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클라우드에 음악을 저장하고 처리하려면 대규모의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 그런 시설은 엄청난 양의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한다.
플라스틱 생산에 드는 전력과 디지털 오디오 파일을 저장하고 전송하는 데 소모되는 전력을 온실가스로 환산하면 그림이 명확해진다. 미국의 녹음된 음악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1977년 1억4000만㎏, 1988년 1억3600만㎏, 2000년 1억5700만㎏이었다. 그러다가 2016년에 이르자 2억~3억5000만㎏으로 크게 늘었다. 미국만 따져서 그러니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엄청난 양이 될 것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과거와 현재를 정확히 비교하려면 시대마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한 기기의 제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포함해야 한다. 또 LP판이나 CD, 또 플레이어 기기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소모하는 연료도 무시할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녹음 스튜디오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있고, 녹음 과정에 사용되는 악기의 제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있다. 그렇다면 라이브 공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과거와 지금의 양을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따지면 거의 끝이 없다.
시대 간의 비교가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요점은 변함이 없다. 녹음된 음악을 듣기 위해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하려는 가격이 지금처럼 낮았던 적은 없지만, 그 체험에 숨겨진 환경 영향이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이 연구의 의도는 삶의 최대 즐거움 중 하나인 음악 듣기를 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문화를 소비할 때 당연히 해야 하는 선택에 관해 좀 더 관심을 갖도록 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에게 우리가 느끼는 즐거움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있는가? 스트리밍 플랫폼이 소비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라는 교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올바른 사업 모델인가? 클라우드에 저장된 음악을 원격으로 스트리밍하는 것이 환경 측면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음악을 듣는 가장 적절한 방법인가? 쉬운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할애해 음악과 관련된 비용을 따져보면서 시대에 따라 그 비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단계가 될 수 있다. - 매트 브레넌, 카일 디바인
※ [필자 매트 브레넌은 영국 글래스고대학 대중음악 부교수이며, 카일 디바인은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음악학 부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런 완전히 한물간 관습이 지난 4월 13일 ‘국제 레코드 가게의 날’에 되살아났다. 그날만큼은 음악 애호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특별 한정판 LP 음반을 사려고 가게에 길게 줄을 섰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이 연례행사는 갈수록 어려움이 커지는 레코드 가게와 음반업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업계의 몸부림이다. 우리 대다수가 온라인으로 음악을 스트리밍해서 듣는 요즘 같은 시대에 그들이 홀로 설 곳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의 음악 팬보다 이전 세대가 ‘녹음된’ 음악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게 사실일까? 우리는 음악의 ‘황금기’라는 신화에 굴복해 음악이 지금보다 더 중요했다고 생각한 시절에 향수를 갖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무조건 박수를 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통계를 분석하면 혹시 다른 분석이 가능할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 결과 실제로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는 점이 문제다.
우리는 녹음된 음악의 소비와 생산에 관한 기존 자료에서 각 시대에 따라 인기를 누렸던 포맷의 경제적·환경적 비용을 비교했다. 그에 따르면 소비자가 녹음된 음악을 소유하는 사치를 위해 기꺼이 지불하려는 가격이 크게 달라졌다.
원통형인 축음기 실린더는 1907년 가장 많이 생산됐다. 당시 그 실린더 하나의 가격이 요즘 돈으로 약 13.88달러였다. 그라모폰(셸락) 디스크는 전성기였던 1947년 1장에 10.89달러였다. 비닐 앨범(LP 레코드)은 섹스 피스톨스의 ‘Never Mind The Bollocks’ 앨범이 나왔던 1977년 전성기를 맞았다. 그때 1장 가격이 요즘 돈으로 28.55달러였다. 카세트테이프는 1988년 1개에 16.66달러였고, CD는 2000년 1장에 21.59달러, 디지털 앨범 다운로드는 2013년 1건에 11.11달러였다.
녹음된 음악의 상대적 가치가 이처럼 낮아지는 현상은 그 가격이 주급(일주일 치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더 확실히 드러난다. 1977년 소비자는 LP 레코드 1장에 평균 주급의 약 4.83%를 기꺼이 지불했다. 그에 비해 2013년 정점을 이룬 디지털 앨범의 가격은 주급의 약 1.22%였다.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의 도래로 녹음된 음악 소비의 사업모델이 달라졌다. 소비자가 소유하기 위해 음반을 구매하던 상품 산업이 지금은 클라우드에 저장된 음악 체험에 일시적으로 접근하는 권리를 사는 서비스 산업이 됐다. 소비자는 미국인의 현재 평균 주급에서 1%도 채 안 되는 9.99달러에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유튜브, 판도라, 아마존 같은 플랫폼을 통해 지금까지 발매된 녹음 음악 거의 전부를 광고 없이 무한정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음악에 갈수록 더 낮은 가격을 지불한다고 해도 환경 비용을 따져보면 그림이 아주 달라 보인다. 직관적으로 우리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오프라인 제품이 적어지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어든다고 생각할 것이다. 예를 들어 1977년 음악 산업은 미국에서 플라스틱 5800만㎏을 사용했다. 1988년 카세트테이프가 전성기였을 때 음악 산업이 사용한 플라스틱은 5600만㎏으로 약간 줄었다. CD가 전성기였던 2000년엔 그 양이 6100만㎏으로 다시 늘었다. 그러다가 획기적인 계기가 왔다. 다운로딩과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면서 미국 음악 산업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양이 크게 줄어 2016년 800만㎏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수치가 디지털화된 음악은 물질적 실체가 없으므로 더 친환경적이라는 개념을 확인해준다고 생각한다면 온라인 음악 듣기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클라우드에 음악을 저장하고 처리하려면 대규모의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 그런 시설은 엄청난 양의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한다.
플라스틱 생산에 드는 전력과 디지털 오디오 파일을 저장하고 전송하는 데 소모되는 전력을 온실가스로 환산하면 그림이 명확해진다. 미국의 녹음된 음악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1977년 1억4000만㎏, 1988년 1억3600만㎏, 2000년 1억5700만㎏이었다. 그러다가 2016년에 이르자 2억~3억5000만㎏으로 크게 늘었다. 미국만 따져서 그러니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엄청난 양이 될 것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과거와 현재를 정확히 비교하려면 시대마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한 기기의 제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포함해야 한다. 또 LP판이나 CD, 또 플레이어 기기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소모하는 연료도 무시할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녹음 스튜디오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있고, 녹음 과정에 사용되는 악기의 제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있다. 그렇다면 라이브 공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과거와 지금의 양을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따지면 거의 끝이 없다.
시대 간의 비교가 궁극적으로 서로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요점은 변함이 없다. 녹음된 음악을 듣기 위해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하려는 가격이 지금처럼 낮았던 적은 없지만, 그 체험에 숨겨진 환경 영향이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이 연구의 의도는 삶의 최대 즐거움 중 하나인 음악 듣기를 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문화를 소비할 때 당연히 해야 하는 선택에 관해 좀 더 관심을 갖도록 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에게 우리가 느끼는 즐거움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있는가? 스트리밍 플랫폼이 소비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라는 교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올바른 사업 모델인가? 클라우드에 저장된 음악을 원격으로 스트리밍하는 것이 환경 측면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음악을 듣는 가장 적절한 방법인가? 쉬운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할애해 음악과 관련된 비용을 따져보면서 시대에 따라 그 비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단계가 될 수 있다.
[박스기사] 음악과 관련된 비용(미국 음악산업 기준)
※ [필자 매트 브레넌은 영국 글래스고대학 대중음악 부교수이며, 카일 디바인은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음악학 부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모두가 떠날 때 남았다...현대차그룹의 다음 행선지 ‘수소’
2‘봄’ 왔다던 JY, 반년 만에 침묵…삼성전자 반도체 ‘홀로 겨울’
3'더본코리아' 급락에 백종원, 연기금, 개미 모두 울상...'백패커2'로 반전 노린다
4류화영, 김광수 발언에 반박..."티아라 왕따 사건은 사실"
5겨울 김장 이상無...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배춧값 하락세 탔다"
6쿠팡, 일자리 8만명 창출...소상공인 23만명은 '미소'
7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탄핵 가결…6개월만에 퇴진
8'딸 친구 채용 지시'...대한체육회장, 경찰 수사 받는다
9'반도체 필수' 양성자가속기 패권전쟁 "자국 우선주의 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