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미치광이 악령의 노래”
“매혹적인 미치광이 악령의 노래”
알렉스 팀버스 감독의 새 브로드웨이 뮤지컬 ‘비틀쥬스’, 팀 버튼의 영화에 나타났던 고딕-판타지 미학에 깜짝 놀랄 만한 효과 더해 팀 버튼 감독의 컬트 코미디 영화 ‘비틀쥬스’(1988)에서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미치광이 악령 비틀쥬스가 화면에 등장한 시간은 기껏해야 15분에 불과했다. 매우 어수선하고 만화 같지만, 매혹적인 이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애덤과 바브라 메이틀랜드 부부(알렉 볼드윈과 지나 데이비스)에 초점을 맞춘다. 마음씨 착했던 이들 부부는 혼령이 돼서도 생전에 좋아하던 코네티컷의 허름한 집을 떠나지 못하고 맴돈다.
가식적인 뉴욕의 여피족 커플이 이 집을 사들여 천박한 장식을 곁들인 포스트모던 스타일로 개조한다. 그들의 딸 리디아(위노나 라이더)는 죽음을 동경하는 고스족으로 메이틀랜드 부부의 혼령이 이 집을 되찾도록 도와주려 한다. 그녀는 자기 부모를 겁줘 이 집에서 나가게 하려고 비틀쥬스와 협동작전을 펼친다.
키튼은 영화에서 주어진 15분을 최대한 활용했다. 외설적이면서도 감칠맛 나는 연기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 영화를 바탕으로 한 새 브로드웨이 뮤지컬 ‘비틀쥬스’(예산 2100만 달러)의 공동 크리에이터인스콧 브라운은 “영화 ‘비틀쥬스’를 보고 좋아하며 자란 사람들은 키튼의 연기에 매료돼 이 영화가 아이 없이 죽은 부부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틀쥬스라는 캐릭터는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는 하나의 완성된 캐릭터라기보다는 제어장치가 풀린 무기에 가깝다.”
다시 말해 비틀쥬스는 2시간이 넘는 뮤지컬의 주인공급 캐릭터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브라운과 공동 크리에이터 앤서니 킹, 그리고 이 뮤지컬을 연출한 알렉스 팀버스 감독은 작품의 초점을 메이틀랜드 부부에서 리디아와 비틀쥬스의 관계로 이동시켰다. 뮤지컬에 앞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비틀쥬스’(1989~1991)가 이런 변화를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비틀쥬스가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아니라 뼈 있는 농담과 마술에 능한 리디아의 요정 같은 존재로 묘사됐다”고 브라운은 말했다. 팀버스 감독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뮤지컬에 흔히 등장하는 캐릭터 간 역학관계를 설정했다. 그는 “리디아와 비틀쥬스는 둘 다 사기꾼 기질이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프로듀서스’의 맥스 비알리스톡과 레오블룸, ‘뮤직 맨’의 해롤드 힐처럼 말이다. 이런 캐릭터들이 온갖 술책을 동원해 상대를 누르려는 모습을 보는 건 무척 재미있다. 간단히 말해 리디아는 죽기를 바라는 산 사람이고, 비틀쥬스는 산 사람이고자 하는 악령인데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이 둘이 계속 충돌한다.”
비틀쥬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또 있다. “그는 배우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벽을 뛰어넘는다”고 팀버스 감독은 말했다. “누군가의 행동을 논평하고 진행자나 해설자 같은 역할도 한다. 그는 무대 위의 캐릭터나 관객 모두에게 예측 불허의 위험한 인물이다.”
팀버스 감독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블러디, 블러디 앤드류 잭슨’, 연극 ‘피터 앤 더 스타캐처’ ‘피위 허먼 쇼’ 등을 연출했다. 창의적인 시각효과와 톡톡 튀는 대사가 돋보이는 색다르고 재치 있는 작품들이다. 그는 10년 전 브라운과 킹에게 뮤지컬을 위한 책(대본)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뮤지컬은 호주 작곡가 에디 퍼펙트(뮤지컬 ‘킹콩’)가 음악감독을 맡은 2013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브라운은 “킹과 내가 대본을 쓸 당시 가장 큰 고민은 ‘비틀쥬스를 어떻게 노래하게 할 것인가’였다”면서 “특히 그의 아이러니한 면을 노래로 어떻게 표현할지고심했다”고 말했다. “그때 퍼펙트가 지금 오프닝 송으로 쓰이는 ‘The Whole Being Dead Thing’을 들고 왔다. 다양한 템포와 스타일을 넘나드는 이 공격적인 노래로 비틀쥬스는 요정 같은 에너지를 내뿜으며 무대를 장악했다.”
브라운과 킹은 2006년 업라이트 시티즌스 브리게이드 극장(UCB)의 코미디 뮤지컬 ‘구텐버그’에서 처음 함께 작업했다. 두 사람은 배우 겸 크리에이터로 뮤지컬에서 다각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둘 다 TV 드라마 작가로도 활동하며 킹은 뉴욕 UCB를 5년간 운영했고 브라운은 최근 청소년 소설을 출판했다. “브라운과 킹은 뮤지컬과 연극, 첨단 코미디에 진정한 사랑과 존경심을 품고 있다”고 팀버스 감독은 말했다. “또 호주에서 뮤지컬 감독 겸 캬바레 배우로 활동하며 TV 드라마 스타이기도 한 퍼펙트는 책을 쓰고 작곡도 한다. 그는 뮤지컬 ‘남태평양’에도 출연했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버튼 감독의 영화에 나타났던 고딕-판타지 미학에 깜짝 놀랄 만한 효과를 더했다. 팀버스 감독에 따르면 그와 무대 디자이너 데이비드 코린스(뮤지컬 ‘해밀턴’)는 ‘영화의 독특한 시각 세계를 뮤지컬에 반영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하던 끝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영화를 흉내 내기보다 버튼 감독의 대학 시절 스케치북부터 그의 작품 전체를 파고들었다”고 팀버스 감독은 말했다. “그의 작품 세계에 경의를 표하는 그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버튼 감독은 이 뮤지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아직 관람하지도 않았다.)
이 뮤지컬은 죄수복을 연상시키는 비틀쥬스의 줄무늬 정장을 비롯해 검은색과 흰색을 주로 쓰고 드물게 화려한 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의상을 맡은 윌리엄 아이비 롱(‘프로듀서스’ ‘헤어스프레이’)은 ‘흑백 무대 위에 흑백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과제에 도전했다.
팀버스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롱은 다양한 줄무늬를 사용했다. 직선과 곡선, 검은색 60%와 흰색 40%가 섞인 줄무늬 등등. 우리는 옵티컬 아트(optical art, 착시를 이용한 기하학적 비구상 미술)를 활용했다. 그리고 에드워드 고리(버튼에게 영감을 줬던 미국 작가 겸 미술가) 등 버튼 감독에 관련된 모든 것을 탐구했다.”
팀버스 감독과 디자이너들은 또 손으로 만든 듯 투박하면서도 촉감이 느껴질 듯 생생한 영화의 질감을 살리기로 했다. 동작 멈춤 촬영 기법을 이용한 거대한 갯지렁이가 대표적인데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선 어떤 식으로 그런 분위기를 냈을까? “꼭두각시 인형이 한 예”라고 팀버스 감독은 말했다. “그런 소품은 고급스럽지 않아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무대에 등장한 첫 번째 집의 벽지 위에 그려진 손 그림도 그런 예다.” 팀버스 감독의 2012년 작품인 뮤지컬 ‘록키’에는 엄청난 기계 장치가 동원됐다. 하지만 ‘비틀쥬스’에서 그와 제작팀은 훨씬 더 매혹적인 로우파이 뮤지컬을 만들고자 했다. 비틀쥬스 역에 알렉스 브라이트먼(‘스쿨 오브 락’), 리디아 역에 소피아 앤 카루소(브라운은 그녀가 17세에 원숙한 연기를 보여준 ‘진정한 신동’이라고 말했다)를 캐스팅한 건 지금까지로 봐선 성공적이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브로드웨이 공연에 앞서 지난해 10월 워싱턴 DC의 내셔널 시어터에서 시험 공연을 했다. 관객의 반응은 괜찮았지만, 평단에서는 혹평을 쏟아냈다.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속을 지나치게 많이 채워 대충 만든 저속한 작품’이라고 깎아내렸다. 팀버스 감독은 “워싱턴 DC의 반응은 정확히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였다”면서 “연극과 뮤지컬 관객이 많은 수준 높은 그 도시에서 우린 긍정적인 반응을 꽤 많이 얻어냈다”고 말했다.
한편 브라운은 “비틀쥬스가 모든 장면에서 사람들에게 매우 강력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우린 이 뮤지컬을 매우 속도감 있고 재미있게 이끌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너무 세게 밟다 보니 관객을 뒤에 남겨두고 우리만 달려간 느낌이 없지 않다. 관객이 뒤처지면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그 후 6개월은 정말 파란만장했다.”
팀버스 감독은 곧바로 각 캐릭터의 ‘감성적 진입로’ 형성에 초점을 맞췄다. “천막의 덮개를 열어젖혀 더 많은 사람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이 과정은 모든 뮤지컬에서 필수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뮤지컬의 뼈대는 그대로 놔두고 농담과 애드리브에서 저속함을 덜어내면서도 코미디 클럽 같은 분위기는 유지했다”고 브라운은 말했다. “또한 비틀쥬스라는 캐릭터를 좀 더 깊이가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특히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메이틀랜드 부부와 리디아가 왜 그에게 중요한지 그 숨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리디아가 왜 죽음에 그렇게 집착하게 됐는지도 보여준다.”
브라운과 킹은 비틀쥬스를 좀 더 연민을 자아낼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자 했다. 그의 농담 속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던 페이소스를 끌어냈다. 브라운은 “그는 우스꽝스러운 인물이지만 그 밑에는 짙은 외로움이 깔렸다”면서 “그게 이 뮤지컬의 주제”라고 말했다.
브라운은 이 뮤지컬에서 자신이 거쳐온 다양한 활동 영역 중 특히 잡지 뉴욕의 연극 평론가로 일하던 때의 경험을 적용했다. 그는 “그 경험은 내가 대본을 쓰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보는 쪽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하게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8일 브로드웨이에서 열린 뮤지컬 ‘비틀쥬스’의 첫 시사회 때 그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의 줄이 윈터 가든 극장 앞에 길게 늘어섰다. 뮤지컬 ‘캣츠’와 ‘록키’가 공연됐던 극장이다(그 인파 중엔 영화 ‘비틀쥬스’의 히트곡이자 뮤지컬 1막의 끝을 장식한 노래 ‘Day-O’를 작곡한 어빙 버기도 있었다). 극장 안의 관객은 활기가 넘쳤다. 그들은 캐릭터들이 던지는 모든 농담에 반응하고 그들의 감정을 알아차렸다.
무대 뒤에선 킹과 브라운이 개막(4월 25일) 직전까지 디테일을 다듬느라 여념 없었다. 팀버스 감독은 “브로드웨이 데뷔를 앞두고 긴장하고 들뜬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신났다”고 말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얼마나 가슴 조이는 일인가!”
- 메리 케이 실링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식적인 뉴욕의 여피족 커플이 이 집을 사들여 천박한 장식을 곁들인 포스트모던 스타일로 개조한다. 그들의 딸 리디아(위노나 라이더)는 죽음을 동경하는 고스족으로 메이틀랜드 부부의 혼령이 이 집을 되찾도록 도와주려 한다. 그녀는 자기 부모를 겁줘 이 집에서 나가게 하려고 비틀쥬스와 협동작전을 펼친다.
키튼은 영화에서 주어진 15분을 최대한 활용했다. 외설적이면서도 감칠맛 나는 연기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 영화를 바탕으로 한 새 브로드웨이 뮤지컬 ‘비틀쥬스’(예산 2100만 달러)의 공동 크리에이터인스콧 브라운은 “영화 ‘비틀쥬스’를 보고 좋아하며 자란 사람들은 키튼의 연기에 매료돼 이 영화가 아이 없이 죽은 부부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틀쥬스라는 캐릭터는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는 하나의 완성된 캐릭터라기보다는 제어장치가 풀린 무기에 가깝다.”
다시 말해 비틀쥬스는 2시간이 넘는 뮤지컬의 주인공급 캐릭터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브라운과 공동 크리에이터 앤서니 킹, 그리고 이 뮤지컬을 연출한 알렉스 팀버스 감독은 작품의 초점을 메이틀랜드 부부에서 리디아와 비틀쥬스의 관계로 이동시켰다. 뮤지컬에 앞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비틀쥬스’(1989~1991)가 이런 변화를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비틀쥬스가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아니라 뼈 있는 농담과 마술에 능한 리디아의 요정 같은 존재로 묘사됐다”고 브라운은 말했다. 팀버스 감독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뮤지컬에 흔히 등장하는 캐릭터 간 역학관계를 설정했다. 그는 “리디아와 비틀쥬스는 둘 다 사기꾼 기질이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프로듀서스’의 맥스 비알리스톡과 레오블룸, ‘뮤직 맨’의 해롤드 힐처럼 말이다. 이런 캐릭터들이 온갖 술책을 동원해 상대를 누르려는 모습을 보는 건 무척 재미있다. 간단히 말해 리디아는 죽기를 바라는 산 사람이고, 비틀쥬스는 산 사람이고자 하는 악령인데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이 둘이 계속 충돌한다.”
비틀쥬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또 있다. “그는 배우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벽을 뛰어넘는다”고 팀버스 감독은 말했다. “누군가의 행동을 논평하고 진행자나 해설자 같은 역할도 한다. 그는 무대 위의 캐릭터나 관객 모두에게 예측 불허의 위험한 인물이다.”
팀버스 감독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블러디, 블러디 앤드류 잭슨’, 연극 ‘피터 앤 더 스타캐처’ ‘피위 허먼 쇼’ 등을 연출했다. 창의적인 시각효과와 톡톡 튀는 대사가 돋보이는 색다르고 재치 있는 작품들이다. 그는 10년 전 브라운과 킹에게 뮤지컬을 위한 책(대본)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뮤지컬은 호주 작곡가 에디 퍼펙트(뮤지컬 ‘킹콩’)가 음악감독을 맡은 2013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브라운은 “킹과 내가 대본을 쓸 당시 가장 큰 고민은 ‘비틀쥬스를 어떻게 노래하게 할 것인가’였다”면서 “특히 그의 아이러니한 면을 노래로 어떻게 표현할지고심했다”고 말했다. “그때 퍼펙트가 지금 오프닝 송으로 쓰이는 ‘The Whole Being Dead Thing’을 들고 왔다. 다양한 템포와 스타일을 넘나드는 이 공격적인 노래로 비틀쥬스는 요정 같은 에너지를 내뿜으며 무대를 장악했다.”
브라운과 킹은 2006년 업라이트 시티즌스 브리게이드 극장(UCB)의 코미디 뮤지컬 ‘구텐버그’에서 처음 함께 작업했다. 두 사람은 배우 겸 크리에이터로 뮤지컬에서 다각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둘 다 TV 드라마 작가로도 활동하며 킹은 뉴욕 UCB를 5년간 운영했고 브라운은 최근 청소년 소설을 출판했다. “브라운과 킹은 뮤지컬과 연극, 첨단 코미디에 진정한 사랑과 존경심을 품고 있다”고 팀버스 감독은 말했다. “또 호주에서 뮤지컬 감독 겸 캬바레 배우로 활동하며 TV 드라마 스타이기도 한 퍼펙트는 책을 쓰고 작곡도 한다. 그는 뮤지컬 ‘남태평양’에도 출연했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버튼 감독의 영화에 나타났던 고딕-판타지 미학에 깜짝 놀랄 만한 효과를 더했다. 팀버스 감독에 따르면 그와 무대 디자이너 데이비드 코린스(뮤지컬 ‘해밀턴’)는 ‘영화의 독특한 시각 세계를 뮤지컬에 반영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하던 끝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영화를 흉내 내기보다 버튼 감독의 대학 시절 스케치북부터 그의 작품 전체를 파고들었다”고 팀버스 감독은 말했다. “그의 작품 세계에 경의를 표하는 그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버튼 감독은 이 뮤지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아직 관람하지도 않았다.)
이 뮤지컬은 죄수복을 연상시키는 비틀쥬스의 줄무늬 정장을 비롯해 검은색과 흰색을 주로 쓰고 드물게 화려한 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의상을 맡은 윌리엄 아이비 롱(‘프로듀서스’ ‘헤어스프레이’)은 ‘흑백 무대 위에 흑백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과제에 도전했다.
팀버스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롱은 다양한 줄무늬를 사용했다. 직선과 곡선, 검은색 60%와 흰색 40%가 섞인 줄무늬 등등. 우리는 옵티컬 아트(optical art, 착시를 이용한 기하학적 비구상 미술)를 활용했다. 그리고 에드워드 고리(버튼에게 영감을 줬던 미국 작가 겸 미술가) 등 버튼 감독에 관련된 모든 것을 탐구했다.”
팀버스 감독과 디자이너들은 또 손으로 만든 듯 투박하면서도 촉감이 느껴질 듯 생생한 영화의 질감을 살리기로 했다. 동작 멈춤 촬영 기법을 이용한 거대한 갯지렁이가 대표적인데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선 어떤 식으로 그런 분위기를 냈을까? “꼭두각시 인형이 한 예”라고 팀버스 감독은 말했다. “그런 소품은 고급스럽지 않아 영화와 비슷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무대에 등장한 첫 번째 집의 벽지 위에 그려진 손 그림도 그런 예다.” 팀버스 감독의 2012년 작품인 뮤지컬 ‘록키’에는 엄청난 기계 장치가 동원됐다. 하지만 ‘비틀쥬스’에서 그와 제작팀은 훨씬 더 매혹적인 로우파이 뮤지컬을 만들고자 했다. 비틀쥬스 역에 알렉스 브라이트먼(‘스쿨 오브 락’), 리디아 역에 소피아 앤 카루소(브라운은 그녀가 17세에 원숙한 연기를 보여준 ‘진정한 신동’이라고 말했다)를 캐스팅한 건 지금까지로 봐선 성공적이다.
뮤지컬 ‘비틀쥬스’는 브로드웨이 공연에 앞서 지난해 10월 워싱턴 DC의 내셔널 시어터에서 시험 공연을 했다. 관객의 반응은 괜찮았지만, 평단에서는 혹평을 쏟아냈다.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속을 지나치게 많이 채워 대충 만든 저속한 작품’이라고 깎아내렸다. 팀버스 감독은 “워싱턴 DC의 반응은 정확히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였다”면서 “연극과 뮤지컬 관객이 많은 수준 높은 그 도시에서 우린 긍정적인 반응을 꽤 많이 얻어냈다”고 말했다.
한편 브라운은 “비틀쥬스가 모든 장면에서 사람들에게 매우 강력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우린 이 뮤지컬을 매우 속도감 있고 재미있게 이끌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너무 세게 밟다 보니 관객을 뒤에 남겨두고 우리만 달려간 느낌이 없지 않다. 관객이 뒤처지면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그 후 6개월은 정말 파란만장했다.”
팀버스 감독은 곧바로 각 캐릭터의 ‘감성적 진입로’ 형성에 초점을 맞췄다. “천막의 덮개를 열어젖혀 더 많은 사람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이 과정은 모든 뮤지컬에서 필수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뮤지컬의 뼈대는 그대로 놔두고 농담과 애드리브에서 저속함을 덜어내면서도 코미디 클럽 같은 분위기는 유지했다”고 브라운은 말했다. “또한 비틀쥬스라는 캐릭터를 좀 더 깊이가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특히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메이틀랜드 부부와 리디아가 왜 그에게 중요한지 그 숨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리디아가 왜 죽음에 그렇게 집착하게 됐는지도 보여준다.”
브라운과 킹은 비틀쥬스를 좀 더 연민을 자아낼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자 했다. 그의 농담 속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던 페이소스를 끌어냈다. 브라운은 “그는 우스꽝스러운 인물이지만 그 밑에는 짙은 외로움이 깔렸다”면서 “그게 이 뮤지컬의 주제”라고 말했다.
브라운은 이 뮤지컬에서 자신이 거쳐온 다양한 활동 영역 중 특히 잡지 뉴욕의 연극 평론가로 일하던 때의 경험을 적용했다. 그는 “그 경험은 내가 대본을 쓰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보는 쪽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하게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8일 브로드웨이에서 열린 뮤지컬 ‘비틀쥬스’의 첫 시사회 때 그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의 줄이 윈터 가든 극장 앞에 길게 늘어섰다. 뮤지컬 ‘캣츠’와 ‘록키’가 공연됐던 극장이다(그 인파 중엔 영화 ‘비틀쥬스’의 히트곡이자 뮤지컬 1막의 끝을 장식한 노래 ‘Day-O’를 작곡한 어빙 버기도 있었다). 극장 안의 관객은 활기가 넘쳤다. 그들은 캐릭터들이 던지는 모든 농담에 반응하고 그들의 감정을 알아차렸다.
무대 뒤에선 킹과 브라운이 개막(4월 25일) 직전까지 디테일을 다듬느라 여념 없었다. 팀버스 감독은 “브로드웨이 데뷔를 앞두고 긴장하고 들뜬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신났다”고 말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얼마나 가슴 조이는 일인가!”
- 메리 케이 실링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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