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1000㎞ 이상인 강 91개 중 수원지에서 바다로 직접 연결되는 것은 21개에 불과 중국에서 두 번째로 긴 강 황허는 북서부 칭하이 성에서 발원해 중국 서부, 중부, 북부, 동부를 거쳐 흐른다. / 사진:XINHUA/YONHAP길이가 965㎞ 이상인 강이 전 세계에 246개에 이른다. 하지만 그중 약 3분의 1만이 ‘자유롭게’ 흐른다. 댐이나 저수지 같은 인공구조물에 의해 물길이 막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구의 생명선인 수로에 인간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예다.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획기적인 연구에서 세계자연기금(WWF)을 비롯한 여러 기관의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위성 사진을 사용해 지구 전역의 강(전체 길이의 연장이 약 1207만㎞에 이른다)을 조사한 결과 지금도 인공 구조물의 방해 없이 자유롭게 흐르는 강의 위치와 규모를 표시한 최초의 지도를 만들었다. WWF 소속인 논문 저자 미셸 티엠 연구원은 뉴스위크에 “자유롭게 흐르는 강은 대부분 물길과 연결부에 인공적인 변경이 없는 수로를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물과 토사, 물고기가 방해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또 과거 바다와 연결됐던 길이 1000㎞ 이상인 강 91개 중에서 지금도 수원지에서 바다로 직접 연결되는 강은 21개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더구나 미국·멕시코·유럽·중동만이 아니라 인도의 일부, 아프리카 남부, 남미 남부, 중국, 동남아시아 대부분, 호주 남부에는 자유롭게 흐르는 긴 강이 거의 없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논문에 따르면 현재 자유롭게 흐름이 이어지는 강 대다수는 북극이나 아마존 분지, 콩고 분지,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 등 인적이 드문 오지에 위치한다.
티엠 연구원은 “자유롭게 흐르는 강은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담수 서식지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런 강은 수백만 명의 인구에 물고기 등 풍부한 식량을 제공하고 하류 범람원과 농지에 영양분을 가져다준다. 아울러 자유롭게 흐르는 강에서 생겨나는 퇴적물은 삼각주의 침하를 방지하고, 급속히 변하는 환경에서 다양한 생물의 피난처가 된다. 또 건강한 습지는 극단적인 이상기후를 완화해주는 작용도 한다.”
그처럼 자유롭게 흐르는 강이 인간과 환경에 매우 중요하지만 전 세계가 추구하는 경제 발전 때문에 그런 강이 갈수록 없어진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강의 자유로운 흐름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댐과 저수지 같은 인프라 건설이다. 연구팀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건설된 댐은 약 280만 개이며 건설 계획이 잡힌 댐도 6만 개 이상에 이른다.
논문의 다른 저자인 캐나다 맥길대학의 베른하르트 레너 교수는 뉴스위크에 “인프라 건설이 강의 흐름을 방해하는 주범”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연구는 강이 자유롭게 흐르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댐 건설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우리는 전 세계에 수백만 개의 댐을 건설했다. 목적은 수력발전부터 관개, 식수 공급, 홍수 조절 등 다양하다. 그런 인공 구조물이 강물의 자유로운 흐름을 방해한다.” 다양성의 보고로 불리는 콜롬비아의 타라포토 호수가 지난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 사진:REUTERS/YONHAP하지만 댐만이 아니다. 레너 교수는 “범람원에 건설되는 정착지, 도로, 제방 같은 다른 인프라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자연적으로 범람하는 지역에서 그런 인프라가 강의 물길을 차단한다. 그뿐이 아니다. 관개를 비롯해 인간 활동을 위한 과도한 물 사용도 강물을 말려 자연적인 흐름을 끊어 놓는다.”
레너 교수에 따르면 이전의 몇몇 연구도 전 세계의 대규모 강 중 절반 이상이 어떤 식으로든 차단되고 분리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런 연구는 대규모 하천 유역 몇 백 곳만 조사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세계 전역에서 크고 작은 모든 형태의 강을 대상으로 했다. 레너 교수는 “우리 연구 결과는 현재 자유롭게 흐르는 긴 강이 이전 연구보다 더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지만, 상당히 우려스럽다. 갈수록 더 많은 강이 댐 같은 인공 구조물의 영향으로 자유롭게 흐르지 못하고 물길이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강의 길이가 짧을수록 연결성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길이가 500~1000㎞인 강 중에서 56%, 100~500㎞인 강에선 80%, 10~100㎞인 강 중에서는 97%가 자유롭게 흐르는 강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남아 있는 그런 강을 보호하는 것이 담수 시스템의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개선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
티엠 연구원은 “이처럼 걱정스러운 새 정보가 전 세계 강 수준의 심각한 저하를 시사하지만, 통계 수치 자체는 충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WWF가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는 담수에 서식하는 종의 개체 수가 육상에 서식하는 종의 개체 수보다 두 배나 더 빨리 줄어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강의 연결을 차단하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우리 연구는 담수에 서식하는 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명백히 밝혀준다.” 미얀마 네피도 파웅라웅 강의 댐. 수력 발전으로 인한 강물 흐름의 변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 사진:EPA/YONHAP경제 발전을 위한 인간의 활동 외에 기후변화도 전 세계 강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예를 들면 기온의 상승으로 강물 흐름의 패턴과 수질, 생물 다양성이 타격받는다. 현재 세계의 많은 나라가 신재생 에너지로 눈을 돌린다. 그에 따라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에서 수력 발전은 인기 있는 대안이다. 그러나 수력 발전을 채택할 때는 그에 따른 강물 흐름의 변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티엠 연구원은 “신중히 처리하면 하천 시스템을 보존하는 동시에 물과 에너지 수요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인프라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는 문제에서 풍력과 태양력 같은 대안도 검토하는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아울러 생태계의 건강, 주민 생계, 경제성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레너 교수도 “태양광이나 풍력 등 강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지속 가능한 옵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하천을 보호하고 복구해야 한다. WWF는 이번 연구가 그런 노력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레너 교수는 “자유롭게 흐르는 강을 보호하려면 가장 먼저 그런 강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장기적으로 그 강의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강의 흐름이 현재 얼마나 잘 연결됐는지, 과거엔 어떠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춰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하천의 보존과 보호를 위해 각국 정부와 기관, 단체가 우리의 연구 결과를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자유롭게 흐르는 강의 기능을 유지하고 거기서 얻는 혜택을 극대화하려면 보호가 필요한 강과 지역이 어디인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가 하천 관리에서 좀 더 지속 가능하고 스마트한 해결책을 찾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댐 건설 위치를 선정할 때나 하천 시스템의 연결성을 과도하게 방해하는 기존 댐을 수리하거나 제거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레너 교수는 “강은 지구의 생명선이며 인간 사회만이 아니라 환경을 지탱하는 데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천이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데도 우리는 흐름의 방해 없이 자유롭게 흐르는 강을 무시하고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는 깨끗한 식수부터 수산물까지 강을 지속 불가능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반드시 고쳐야 할 점이다. 나는 수문 학자로서 인간과 환경 양쪽 전부에 혜택이 되는 더 나은 전략과 스마트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연구가 이런 목표의 달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아리스토스 조지우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주말까지 전국에 물폭탄에 찜통더위 ‘이중고’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염경엽vs김경문 맞대결..너를 꺾어야 내가 산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스라엘,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 공습…총사령관 사망”(상보)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엠플러스자산운용 매각 결국 불발…"수의계약 전환 고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HLB테라퓨틱스, 3상 결과 기대로 상승…애드바이오텍 연속 上 종료 [바이오맥짚기]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