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그 남자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그 남자
줄리언 엘틴지부터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까지 드래그와 드래그 퀸의 역사를 돌아본다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프랭크 디카로는 신저 ‘드래그(Drag: Combing Through the Big Wigs of Show Business)’에서 드래그의 역사를 조명했다. 보드빌(노래·춤·곡예·촌극 등 다양한 볼거리로 꾸며지는 공연)에서 유래한 드래그(drag, 남자가 여자 옷을 입는 것)는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를 거듭해 왔다.
무대 위에서의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 이성의 옷을 입는 것)은 연극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됐다. 고대 그리스부터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시대까지 연극에서 남자 배우들이 기꺼이 여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드래그’와 같은 개념의 여장 연기는 1800년대 말의 음유시인과 보드빌, 풍자극에서 유래했다.
20세기 여장 연기자 중 가장 찬사를 받았던 사람 중 한 명인 줄리언 엘틴지(1881-1941)는 1904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코미디 ‘위크햄의 미스터 윅스(Mr. Wix of Wickham)’로 데뷔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곧 미국과 유럽 순회공연 길에 올랐고 에드워드 7세 영국 국왕의 초청으로 어전 공연까지 했다. 엘틴지는 당대 최고 수입을 올리는 연예인으로 브로드웨이에 극장을 소유할 정도였다. (현재 뉴욕 42번가에 있는 AMC 엠파이어 영화관이 그의 극장이었다.)
“주류 관객들은 늘 드래그를 즐겨 봤다”고 디카로는 말했다. “공연자가 자신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진 오늘날의 드래그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드래그는 이성애자 관객이 모험을 즐기는 수단이었다.”
디카로의 책에서는 수십 명의 드래그 퀸(여장 남자)을 소개한다. 루폴, 하비 피어스타인, 디바인 같은 미국 대중문화의 드래그 아이콘뿐 아니라 헤다 레터스, 디나 마티나, 머리 힐[드래그 킹(남장 여자) 중 유일하게 큰 성공을 거뒀다] 등 요즘 칭송받는 공연자들도 포함됐다.
“이 책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사람들을 주목하라!’는 것”이라고 디카로는 말했다. “난 드래그가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여장 남자 경연 리얼리티 프로) 시즌 1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들에게 ‘20세기와 21세기의 드래그에 관해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게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다.”
현재 우리가 아는 드래그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사람들은 밀튼 벌(여장 연기로 유명했던 코미디언)과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1959, 토니 커티스 등 2명의 남자배우가 여장 연기를 했다), 허먼 먼스터(시트콤 ‘먼스터 가족’에 나오는 캐릭터로 종종 여장하고 ‘허먼 아주머니’로 변신한다)를 보면서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그들의 모습에 감탄하고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예전의 드래그는 게이의 상징이 아니었다. “줄리언 엘틴지는 누군가 자신의 남성성을 조금이라도 깎아 내리려고 하면 바로 주먹다짐을 하곤 했다”고 디카로는 말했다. 드래그가 단순한 여자 흉내와 패러디에서 벗어나 게이와 연관된 상징성을 띄기 시작한 건 1980년대와 90년대에 와서였다. “현대 드래그는 위그스탁(1980년대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서 시작된 연례 야외 드래그 페스티벌)과 이스트 빌리지 주변의 문화에서 시작됐다”고 디카로는 말했다. “위그스탁은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와 성격이 흡사했다. 참가자들은 미인대회 출전자처럼 예쁘고 고상하게만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발라 진 머먼(코미디언 제프리 로버슨이 만들어낸 여자 캐릭터)은 “(드래그 페스티벌에서) 난 오페라를 부를 수도 있지만 깡통에 든 스프레이 치즈를 입안으로 뿜어 질겅질겅 씹으면서 당당하게 내 모습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1980년대 뉴욕엔 라임라이트, 피라미드 클럽 같은 유명 나이트클럽이 많았다. 여장 연기의 달인 찰스 부시와 립싱카(드래그 아티스트 존 에펴슨이 만들어낸 스테이지 캐릭터), 레이디 버니(나이트클럽 DJ로 활동한 드래그 퀸), 그리고 그 유명한 루폴(배우 겸 모델인 드래그 퀸)의 전성기이도 했다.
그들의 노골적이고 대담한 태도는 성 소수자의 평등권이 향상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고 살아가는 것에 갈수록 편안함을 느낀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대낮에 톰킨스 스퀘어 파크에서 드래그 쇼를 하면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디카로는 말했다. 2009년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드래그라는 예술 형식에 관한 관심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5월 말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제5회 ‘루폴의 드래그콘’에는 4만 명 이상이 참가한다. 또 올가을 뉴욕에서 열리는 그 자매 행사에는 참가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는 드래그라는 예술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디카로는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생명력이 넘치는 드래그 퀸들을 소개했다. 이 프로가 이룩한 성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의 희망과 삶과 사랑을 본다. 그들이 거부당하고 사랑을 찾는 모습도 지켜본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온갖 이야기가 다 나온다. 다만 그들은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남자라는 게 우리와 다를 뿐이다.”
디카로는 책에서 드래그가 이렇게 주목받기까지 루폴의 영향력을 조명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영감과 즐거움을 준 모든 드래그 퀸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제랄딘이라는 드래그 캐릭터를 만들어낸 코미디언 플립 윌슨부터 1978년 슈퍼볼 대회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전드를 흉내 낸 가수 겸 배우 짐 베일리, 드래그 퀸 뮤지션 딘 존슨, 그리고 영화 ‘투 웡 푸’에서 여장 연기를 한 웨슬리 스나입스까지 모든 이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 다양성이 정말 마음에 든다.”
디카로는 관객이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한 드래그 퀸에게 그들이 받아 마땅한 존경심을 표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고자 한다. 그는 “난 사람들이 재키 비트(가수 겸 배우 켄트 퓨허가 만들어낸 드래그 페르소나)나 레이디 버니를 정말 재미있는 코미디언이 아니라 그저 ‘드래그 퀸’으로만 보는 데 화가 난다”면서 “그들이 드래그 퀸인 건 맞지만 다른 어떤 코미디언보다 재미있다”고 말했다.
- 대니얼 에이버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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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의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 이성의 옷을 입는 것)은 연극만큼이나 역사가 오래됐다. 고대 그리스부터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시대까지 연극에서 남자 배우들이 기꺼이 여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드래그’와 같은 개념의 여장 연기는 1800년대 말의 음유시인과 보드빌, 풍자극에서 유래했다.
20세기 여장 연기자 중 가장 찬사를 받았던 사람 중 한 명인 줄리언 엘틴지(1881-1941)는 1904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코미디 ‘위크햄의 미스터 윅스(Mr. Wix of Wickham)’로 데뷔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곧 미국과 유럽 순회공연 길에 올랐고 에드워드 7세 영국 국왕의 초청으로 어전 공연까지 했다. 엘틴지는 당대 최고 수입을 올리는 연예인으로 브로드웨이에 극장을 소유할 정도였다. (현재 뉴욕 42번가에 있는 AMC 엠파이어 영화관이 그의 극장이었다.)
“주류 관객들은 늘 드래그를 즐겨 봤다”고 디카로는 말했다. “공연자가 자신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진 오늘날의 드래그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드래그는 이성애자 관객이 모험을 즐기는 수단이었다.”
디카로의 책에서는 수십 명의 드래그 퀸(여장 남자)을 소개한다. 루폴, 하비 피어스타인, 디바인 같은 미국 대중문화의 드래그 아이콘뿐 아니라 헤다 레터스, 디나 마티나, 머리 힐[드래그 킹(남장 여자) 중 유일하게 큰 성공을 거뒀다] 등 요즘 칭송받는 공연자들도 포함됐다.
“이 책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사람들을 주목하라!’는 것”이라고 디카로는 말했다. “난 드래그가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여장 남자 경연 리얼리티 프로) 시즌 1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들에게 ‘20세기와 21세기의 드래그에 관해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게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다.”
현재 우리가 아는 드래그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사람들은 밀튼 벌(여장 연기로 유명했던 코미디언)과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1959, 토니 커티스 등 2명의 남자배우가 여장 연기를 했다), 허먼 먼스터(시트콤 ‘먼스터 가족’에 나오는 캐릭터로 종종 여장하고 ‘허먼 아주머니’로 변신한다)를 보면서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그들의 모습에 감탄하고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예전의 드래그는 게이의 상징이 아니었다. “줄리언 엘틴지는 누군가 자신의 남성성을 조금이라도 깎아 내리려고 하면 바로 주먹다짐을 하곤 했다”고 디카로는 말했다. 드래그가 단순한 여자 흉내와 패러디에서 벗어나 게이와 연관된 상징성을 띄기 시작한 건 1980년대와 90년대에 와서였다. “현대 드래그는 위그스탁(1980년대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서 시작된 연례 야외 드래그 페스티벌)과 이스트 빌리지 주변의 문화에서 시작됐다”고 디카로는 말했다. “위그스탁은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와 성격이 흡사했다. 참가자들은 미인대회 출전자처럼 예쁘고 고상하게만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발라 진 머먼(코미디언 제프리 로버슨이 만들어낸 여자 캐릭터)은 “(드래그 페스티벌에서) 난 오페라를 부를 수도 있지만 깡통에 든 스프레이 치즈를 입안으로 뿜어 질겅질겅 씹으면서 당당하게 내 모습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1980년대 뉴욕엔 라임라이트, 피라미드 클럽 같은 유명 나이트클럽이 많았다. 여장 연기의 달인 찰스 부시와 립싱카(드래그 아티스트 존 에펴슨이 만들어낸 스테이지 캐릭터), 레이디 버니(나이트클럽 DJ로 활동한 드래그 퀸), 그리고 그 유명한 루폴(배우 겸 모델인 드래그 퀸)의 전성기이도 했다.
그들의 노골적이고 대담한 태도는 성 소수자의 평등권이 향상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고 살아가는 것에 갈수록 편안함을 느낀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대낮에 톰킨스 스퀘어 파크에서 드래그 쇼를 하면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디카로는 말했다. 2009년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드래그라는 예술 형식에 관한 관심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5월 말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제5회 ‘루폴의 드래그콘’에는 4만 명 이상이 참가한다. 또 올가을 뉴욕에서 열리는 그 자매 행사에는 참가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는 드래그라는 예술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디카로는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생명력이 넘치는 드래그 퀸들을 소개했다. 이 프로가 이룩한 성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의 희망과 삶과 사랑을 본다. 그들이 거부당하고 사랑을 찾는 모습도 지켜본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온갖 이야기가 다 나온다. 다만 그들은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남자라는 게 우리와 다를 뿐이다.”
디카로는 책에서 드래그가 이렇게 주목받기까지 루폴의 영향력을 조명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영감과 즐거움을 준 모든 드래그 퀸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제랄딘이라는 드래그 캐릭터를 만들어낸 코미디언 플립 윌슨부터 1978년 슈퍼볼 대회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전드를 흉내 낸 가수 겸 배우 짐 베일리, 드래그 퀸 뮤지션 딘 존슨, 그리고 영화 ‘투 웡 푸’에서 여장 연기를 한 웨슬리 스나입스까지 모든 이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 다양성이 정말 마음에 든다.”
디카로는 관객이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한 드래그 퀸에게 그들이 받아 마땅한 존경심을 표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고자 한다. 그는 “난 사람들이 재키 비트(가수 겸 배우 켄트 퓨허가 만들어낸 드래그 페르소나)나 레이디 버니를 정말 재미있는 코미디언이 아니라 그저 ‘드래그 퀸’으로만 보는 데 화가 난다”면서 “그들이 드래그 퀸인 건 맞지만 다른 어떤 코미디언보다 재미있다”고 말했다.
- 대니얼 에이버리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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