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맥주 시장은 지금] 벨기에 회사가 버드와이저 만든다고?
[글로벌 맥주 시장은 지금] 벨기에 회사가 버드와이저 만든다고?
인수·합병에 합종연횡 줄 이어… 하이트·OB·롯데 등 수입 맥주 국내 생산 추진 회사원 장원석(31)씨는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수입 맥주를 고르는 게 하루의 낙이다. 매대를 채운 다양한 종류의 수입 맥주를 골라 담는 재미가 있는 데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서다. 500㎖짜리 수입 맥주 4캔의 가격은 1만원이다. 장씨는 6월 17일 인천시 원미구에 있는 집 앞 편의점에서 벨기에 맥주인 스텔라 아르투아와 레페, 미국 맥주로 유명한 버드와이저, 독일 맥주인 벡스를 각각 샀다. 장씨는 “회사마다 맥주 맛이 달라 맛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장씨가 고른 4종은 모두 같은 회사에서 나온 맥주다. 스텔라 아르투아와 레페는 물론 미국 버드와이저, 독일 벡스까지 모두 벨기에 맥주 회사인 AB인베브(Anheuser-Busch InBev)가 제조·판매한다. AB인베브는 2008년 버드와이저를 만드는 미국의 대표적인 맥주 제조사 안호이저-부시 인수를 포함해 모두 12번의 인수·합병(M&A)를 진행했다. AB인베브는 국내로 수입 판매되는 대부분의 수입 맥주를 생산하고 세계 맥주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세계 맥주시장이 AB인베브와 같은 거대 회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M&A로 500개 이상 맥주 브랜드를 소유한 AB인베브가 세계 1위로 올라서면서 네덜란드 하이네켄, 덴마크 칼스버그 등도 M&A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시장점유율 2위인 하이네켄은 머피스·데스페라도스·타이거 등 맥주 브랜드를 소유한 데 더해 지난해 8월 중국 맥주 제조사 화룬맥주의 지분을 인수했다.
시장통계조사그룹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 맥주시장은 AB인베브와 하이네켄, 칼스버그, 몰슨쿠어스(MolsonCoors), 아사히 등 5개 업체가 점유율의 5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AB인베브는 2016년 세계 2위인 사브 밀러를 인수하면서 점유율(28%)에서 독보적인 1위 맥주 기업으로 등극했다. 하이네켄은 점유율(9%) 기준 2위다. 칼스버그와 몰슨쿠어스, 아사히는 각각 점유율 6%, 5%, 3%를 기록 중이다.
국내에서 익숙한 카스를 비롯해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레페, 벡스, 코로나, 빅토리아 등이 모두 AB인베브 소속이다. 코로나는 멕시코 주류 업체인 그루포 모델로사의 맥주로 유명했지만 AB인베브가 사들였다. 하이네켄은 하이네켄은 물론 독일 맥주인 파울라너, 싱가포르 최초의 맥주인 타이거, 네덜란드 맥주 데스페라도스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칼스버그는 칼스버그와 프랑스 맥주 블랑1664을 인수해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미국 맥주 제조사 몰슨쿠어스는 AB인베브에서 인수한 블루문을 비롯해 미국 맥주 밀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맥주 아사히와 체코 맥주 필스너우르켈 등은 일본 아사히가 갖고 있다. 국내 수입 맥주 유통 업체 관계자는 “편의점 수입 맥주 대부분은 이들 5개 회사의 맥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대 회사 중심의 시장 재편 원인을 맥주시장의 축소에서 찾고 있다. 맥주시장이 성장을 멈추면서 거대 회사가 M&A로 활로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세계 맥주 생산량은 조금씩 줄고 있다. 일본 기린홀딩스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증가 추세이던 세계 맥주 생산량은 2014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데 이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세계 맥주 생산량은 1억9090만㎘로 2016년에 비해 0.1% 줄었다. 세계 최대 맥주 생산국인 중국의 2017년 생산량은 2016년과 비교해 3.9% 감소한 3970㎘로 나타났다.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맥주를 생산하는 미국도 같은 기간 2.6% 감소했다.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알코올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특히 지난해 미국 맥주 소비는 2017년 대비 1.5%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AB인베브 같은 거대 맥주 회사들은 지역의 특색 있는 맥주 업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사히는 2017년 일본 내 맥주 판매량이 198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음에도 2016년부터 필스너 우르켈 등 동유럽 맥주 회사 인수로 해외 판매를 늘렸고, 50% 넘는 순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아사히는 2016년 말에만 총 12조원을 들여 필스너 우르켈, 폴란드 맥주 티스키에·레흐, 헝가리 맥주 드레허와 이탈리아 맥주 페로니, 네덜란드 맥주 그롤쉬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최근 들어 글로벌 거대 맥주 회사의 인수 움직임은 수제 맥주로 옮겨가고 있다. 맥주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다양하고 품질 높은 맥주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맥주의 맛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세계 수제 맥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수제 맥주시장이 2015년 850억 달러(약 95조원)에서 2025년 5029억 달러(약 563조원)로 연평균 19%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AB인베브는 미국의 수제 맥주 양조장인 구스 아일랜드, 코나 브루잉 등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수제 맥주 양조장 핸드앤몰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AB인베브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오비(OB)맥주 등 국내 맥주 회사들은 수입 맥주를 직접 생산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50년 만에 맥주의 주세가 종량세로 변경됨에 따라 내년부터 수입 맥주의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6월 5일 정부는 종가세 위주의 현행 주세법을 고쳐 맥주에 대해서는 종량세를 적용하는 주류 과세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확정했다. OB맥주는 주세법 개정과 동시에, 주요 글로벌 맥주 브랜드의 국내 생산 확대 계획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생산의 역차별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우선 국내 인기 수입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호가든·스텔라 아르투아·코로나 등을 국내에서 제조하기 위한 시설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기린 등 글로벌 맥주 회사와의 합작을 통해 수탁 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아사히 등을 충주 제2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몰슨쿠어스의 생산에도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 회사가 이미 수차례 M&A를 거친 글로벌 맥주 회사에 맞서지는 못하겠지만, 경쟁력 있는 맥주 회사의 생산기지로 탈바꿈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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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장씨가 고른 4종은 모두 같은 회사에서 나온 맥주다. 스텔라 아르투아와 레페는 물론 미국 버드와이저, 독일 벡스까지 모두 벨기에 맥주 회사인 AB인베브(Anheuser-Busch InBev)가 제조·판매한다. AB인베브는 2008년 버드와이저를 만드는 미국의 대표적인 맥주 제조사 안호이저-부시 인수를 포함해 모두 12번의 인수·합병(M&A)를 진행했다. AB인베브는 국내로 수입 판매되는 대부분의 수입 맥주를 생산하고 세계 맥주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5개 거대 회사가 시장점유율 절반 차지
시장통계조사그룹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 맥주시장은 AB인베브와 하이네켄, 칼스버그, 몰슨쿠어스(MolsonCoors), 아사히 등 5개 업체가 점유율의 5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AB인베브는 2016년 세계 2위인 사브 밀러를 인수하면서 점유율(28%)에서 독보적인 1위 맥주 기업으로 등극했다. 하이네켄은 점유율(9%) 기준 2위다. 칼스버그와 몰슨쿠어스, 아사히는 각각 점유율 6%, 5%, 3%를 기록 중이다.
국내에서 익숙한 카스를 비롯해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레페, 벡스, 코로나, 빅토리아 등이 모두 AB인베브 소속이다. 코로나는 멕시코 주류 업체인 그루포 모델로사의 맥주로 유명했지만 AB인베브가 사들였다. 하이네켄은 하이네켄은 물론 독일 맥주인 파울라너, 싱가포르 최초의 맥주인 타이거, 네덜란드 맥주 데스페라도스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칼스버그는 칼스버그와 프랑스 맥주 블랑1664을 인수해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미국 맥주 제조사 몰슨쿠어스는 AB인베브에서 인수한 블루문을 비롯해 미국 맥주 밀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맥주 아사히와 체코 맥주 필스너우르켈 등은 일본 아사히가 갖고 있다. 국내 수입 맥주 유통 업체 관계자는 “편의점 수입 맥주 대부분은 이들 5개 회사의 맥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대 회사 중심의 시장 재편 원인을 맥주시장의 축소에서 찾고 있다. 맥주시장이 성장을 멈추면서 거대 회사가 M&A로 활로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세계 맥주 생산량은 조금씩 줄고 있다. 일본 기린홀딩스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증가 추세이던 세계 맥주 생산량은 2014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데 이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세계 맥주 생산량은 1억9090만㎘로 2016년에 비해 0.1% 줄었다. 세계 최대 맥주 생산국인 중국의 2017년 생산량은 2016년과 비교해 3.9% 감소한 3970㎘로 나타났다.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맥주를 생산하는 미국도 같은 기간 2.6% 감소했다.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는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알코올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특히 지난해 미국 맥주 소비는 2017년 대비 1.5%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AB인베브 같은 거대 맥주 회사들은 지역의 특색 있는 맥주 업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사히는 2017년 일본 내 맥주 판매량이 198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음에도 2016년부터 필스너 우르켈 등 동유럽 맥주 회사 인수로 해외 판매를 늘렸고, 50% 넘는 순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아사히는 2016년 말에만 총 12조원을 들여 필스너 우르켈, 폴란드 맥주 티스키에·레흐, 헝가리 맥주 드레허와 이탈리아 맥주 페로니, 네덜란드 맥주 그롤쉬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수제 맥주 업체에도 군침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AB인베브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오비(OB)맥주 등 국내 맥주 회사들은 수입 맥주를 직접 생산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50년 만에 맥주의 주세가 종량세로 변경됨에 따라 내년부터 수입 맥주의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6월 5일 정부는 종가세 위주의 현행 주세법을 고쳐 맥주에 대해서는 종량세를 적용하는 주류 과세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확정했다. OB맥주는 주세법 개정과 동시에, 주요 글로벌 맥주 브랜드의 국내 생산 확대 계획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생산의 역차별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우선 국내 인기 수입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호가든·스텔라 아르투아·코로나 등을 국내에서 제조하기 위한 시설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기린 등 글로벌 맥주 회사와의 합작을 통해 수탁 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아사히 등을 충주 제2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몰슨쿠어스의 생산에도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 회사가 이미 수차례 M&A를 거친 글로벌 맥주 회사에 맞서지는 못하겠지만, 경쟁력 있는 맥주 회사의 생산기지로 탈바꿈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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