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중심 달라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비즈니스 자체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해야
[무게중심 달라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비즈니스 자체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해야
단순 사회공헌이나 PR로는 사회 문제 해결에 한계… 제품·서비스에 경제적 가치만 담아선 미흡 글로브스캔(GlobeScan)과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는 1997년부터 해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이끌어가는 리더십 있는 기업을 조사하고 있다. “비즈니스 전략 안으로 지속가능성을 통합하는 리딩 기업이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한 결과,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유니레버·파타고니아·인터페이스가 1~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 1998년부터 2006년까지 BP와 쉘(Shell)이 1위를 나누어 차지한 바 있는데, 환경 이슈와 정보 투명성 이슈 등으로 순위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 됐다.
순위를 넘어 응답률을 보면 유니레버와 파타고니아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두 회사는 2010년대 들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2018년에는 각각 47%와 23%로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유니레버는 고객과 함께 하는 캠페인과 저소득층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유통망 전개방식으로, 파타고니아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비즈니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사회 인식이 높다. 두 기업 모두 구매·생산·유통 등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예전과는 달리 PR 중심의 기업보다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실천하는 기업들이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대표적인 두 사례를 먼저 들어보고자 한다. 2010년 4월, 스위스 로잔에 있는 네슬레 건물 앞에서 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이 오랑우탄 분장을 하고 환경 파괴에 대한 항의 시위를 했다. 네슬레가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랑우탄 서식지를 파괴하고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항의한 것이다.
네슬레는 킷캣(Kit Kat)의 초콜릿에 쓰이는 야자기름(팜유)을 인도네시아 기업인 시나마스(Sinarmas)로부터 상당량 구매하고 있었다. 시나마스는 GAR로부터 팜 열매를 사들였고, GAR은 플랜테이션 농장을 운영하는 자회사를 통해 팜 열매를 수확했다. 이 플랜테이션 농장이 산림을 무차별하게 파괴한 것이다. 그린피스는 위성사진을 통해 오랑우탄이 멸종 우려에 이르고 있음을 확인하고 즉시 네슬레를 고발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대표 기업이라는 네슬레도 자신의 공급망에 대해 잘 몰랐다. 2010년 당시 네슬레가 공급받는 원료나 제품 중 책임있는 방식으로 공급되는 팜유의 비율은 겨우 18%였다. 네슬레는 두 가지 방향에서 개선작업에 돌입했다. 첫째는 재료가 어디에서 오는지 전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며, 둘째는 그 재료가 산림보호, 토양보존 등의 기준을 준수토록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2017년에 네슬레는 팜유의 경우 두 가지 기준을 각각 48%, 58% 만족시켰다.
네슬레의 팜유 사례는 소비자의 인식이 얼마나 변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CSR에서 유명한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는 1990년대 논란이 된 나이키의 ‘아동노동’이다. 1996년 12살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 축구공을 꿰매고 있는 [라이프] 표지 사진은 나이키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이 문제가 벌어진 기업은 나이키의 1차 공급 업체였다. 그리고 축구공에는 선명히 나이키 로고까지 새겨져 있었다. 이에 비해 네슬레의 오랑우탄 서식지 파괴 사례는 3·4차 공급 업체까지 거슬러 가는 것으로, 농장의 산림 파괴는 네슬레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았다. 2010년 그린피스의 캠페인을 ‘나이키 이슈’에 빗대면 축구공의 원료인 가죽을 생산하는 축산농장이 환경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있다고 이슈를 제기하는 것이나 비슷하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으며, 기업의 대응 역시 진일보하고 있다.
한 사례를 더 들어보자. 파타고니아의 ‘100% 다운 추적(100% Traceable Down)’ 사례다. 파타고니아는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다운이 어떤 환경에서 공급되고 있는지 제대로 몰랐다. 2007년부터 파타고니아는 살아있는 거위·오리에서 얻은 다운이나 푸아그라를 얻기 위해 사료를 강제로 먹여서 키운 거위·오리의 다운을 공급하지는 않는지 공급 업체의 공급망을 추적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2010년 독일의 동물권리보호단체 포 포즈(Four Paws)로부터 파타고니아 공급망 일부에서 살아 있는 거위에서 채취한 다운을 사용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공급망을 추적하는 것은 복잡했으며, 관리 기준도 없었다. 이에 파타고니아는 관련 기구와 함께 ‘파타고니아 다운 기준’을 만들고 이 기준에 의거, 전 세계의 파타고니아 다운 공급망 전체에 대해 조사작업을 추진했다. 별도 독립기관 소속의 유통 과정 추적 전문가들이 확인하고 인증을 추진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파타고니아는 드디어 2014년 가을, 모든 다운 제품에 100% 유통 과정 추적 다운을 사용하여 생산했다. 2007년 처음 시작한 후 7년만에 ‘100% 추적 다운’(Traceable Down)을 모두 적용하는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노스페이스 역시 2017년부터 자신이 만든 ‘책임있는 다운 표준’(Responsible Down Standard)를 준수하는 제품을 100% 생산하고 있는 등 ‘책임있는 다운’을 구현하는 움직임은 확산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책임있는 다운을 실현하기 위해 약 350개의 공장·농장을 검증해야 했다. 의류 생산공장은 물론 다운 처리공장, 도축장, 거위·오리 사육 농장 등 모두 7차 공급망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추적하고 관리했다. 1990년대 나이키 이슈가 1차 공급망에서 벌어진 것임을 상기해본다면, 소비자가 요구하는 책임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으며, 또 이를 개선하려는 선진 기업들의 노력이 얼마나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 ‘PR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대신 ‘사회적 가치의 시대’가 부상하고 있다. 얼마를 기부했고 얼마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는지가 아니라, 실제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냈는지, 훼손되는 있는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줄이거나 없앴는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초연결 사회와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은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사람·사물·공간 등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면서 정보가 완전 개방되고, 다수가 정보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등장하면서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만들거나 훼손하고 있는지가 더욱 투명하게 드러나는 환경이 되었다. 또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공정성, 윤리적 소비, 가치 지향 소비에 관심이 큰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영국의 한 기관(Britain’s Confederation of British Industry)의 조사에 따르면 18~34세 응답자의 3분의 2가 “기업은 사회의 유익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답했다.
사회적 가치 시대가 온다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몇 가지 방향 전환이 이루어져야 함을 뜻한다. 첫째 사회 공헌을 넘어 비즈니스 자체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2018 사회공헌 백서’(한국사회복지협의회·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매출액의 평균 0.15%를 사회공헌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 비율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머지 매출액 99.85%를 통해 훼손하는 사회적 가치는 없는지, 비즈니스와 연계해 창출할 사회적 가치는 없는지 살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서 사회공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1%를 넘기 힘들 것이다. 99%를 움직여야 한다.
둘째,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라고 했다. 비영리 단체 기빙왓위캔(GivingWhatWeCan)에서는 기부금으로 온실가스 줄이는 사업을 하는 단체 100곳을 추려 이산화탄소 1t을 줄이는 데 가장 비용 효율성이 높은 단체를 선별했다. 그 결과 쿨어스(Cool Earth)라는 단체가 가장 효율적이었다. 이 단체는 이산화탄소 1t을 줄이는 데 불과 36센트 밖에 쓰지 않았다. 그들은 열대우림 원주민들이 벌목꾼에게 땅을 팔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었다.
실제 사회적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면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다니엘 골먼은 세 가지 규칙을 얘기했다. “당신이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라, 개선을 장려하라, 배운 것을 공유하라.” 시작은 영향을 파악하는 것, 즉 측정하는 것이다. 측정은 화장을 지우고 거울 앞에 서는 행위이자,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변화를 만들도록 움직이게 한다.
셋째,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것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PR의 시대에서는 혼자 돋보여야 하므로 독자적인 차별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 시대에서는 창출하는 가치의 크기와 실제 사회 문제 해결이 중요하므로 협력 방식이 증대한다. 하버드케네디스쿨 CSR연구소의 한 보고서(Partnering for Impact)는 “사회 문제가 너무 크고 복합한 상황에서 다자간 협력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즈니스에서는 상식화된 지 오래인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영역에서는 아직 낯설다. 비즈니스에서 많이 쓰는 단어인 허브, 플랫폼, 얼라이언스, 오픈 이노베이션 등의 단어가 사회적 가치 시대에서는 사회적 책임 영역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적 가치 시대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은 세 가지 있다. 첫째는 기업의 이윤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흔히 사회공헌 형태로 이루어진다. 아직 비즈니스가 훼손하는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자각하지 못했거나, 비즈니스와 사회공헌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경우다.
둘째는 비즈니스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상품·서비스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마이너스 사회적 가치를 줄이거나 비즈니스 과정에서 부정적인 환경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철저한 자성에 기반해야 한다.
셋째는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를 할수록 끊임없이 온실가스와 쓰레기를 배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상품·서비스를 새롭게 디자인하면 반대로 비즈니스라는 동력을 돌리면 돌릴수록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세번째 방식의 대표적 사례로 파타고니아의 롱루트에일(Long Root Ale) 맥주를 들 수 있다. 이 맥주는 다년생 밀로 만드는데, 이 밀은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포집하는 효과를 낳는다. 세계 농장 절반 이상을 땅을 파헤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매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두 흡수하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동안은 비즈니스를 돌릴수록 사회 문제가 발생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반대로 비즈니스를 돌릴수록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방법은 ‘탑 쌓기’처럼 중첩되면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는 이윤을 활용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다가(1단계), 이후 이와 더불어 비즈니스가 훼손하는 사회적 가치를 최소화시키고(2단계), 나아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발전해나간다(3단계).
아직 우리나라 많은 기업은 1단계와 2단계 사이에 있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창출하려면 사회공헌으로만 씨름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라는 동력을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은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다만, 최근에 사회적 가치 측정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제품 구매 행위를 곧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와 구분 짓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제품이 상징하는 가치가 곧 자신이 소비하고자 하는 가치인 것이다. 기업 역시 자신의 제품에 담긴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말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와 생산자가 더욱 늘어난다면 사회적 가치 시대는 훨씬 빨리 열릴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순위를 넘어 응답률을 보면 유니레버와 파타고니아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두 회사는 2010년대 들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2018년에는 각각 47%와 23%로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유니레버는 고객과 함께 하는 캠페인과 저소득층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유통망 전개방식으로, 파타고니아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비즈니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사회 인식이 높다. 두 기업 모두 구매·생산·유통 등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예전과는 달리 PR 중심의 기업보다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실천하는 기업들이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대표적인 두 사례를 먼저 들어보고자 한다.
유니레버·파타고니아·인터페이스의 지속가능경영
네슬레는 킷캣(Kit Kat)의 초콜릿에 쓰이는 야자기름(팜유)을 인도네시아 기업인 시나마스(Sinarmas)로부터 상당량 구매하고 있었다. 시나마스는 GAR로부터 팜 열매를 사들였고, GAR은 플랜테이션 농장을 운영하는 자회사를 통해 팜 열매를 수확했다. 이 플랜테이션 농장이 산림을 무차별하게 파괴한 것이다. 그린피스는 위성사진을 통해 오랑우탄이 멸종 우려에 이르고 있음을 확인하고 즉시 네슬레를 고발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대표 기업이라는 네슬레도 자신의 공급망에 대해 잘 몰랐다. 2010년 당시 네슬레가 공급받는 원료나 제품 중 책임있는 방식으로 공급되는 팜유의 비율은 겨우 18%였다. 네슬레는 두 가지 방향에서 개선작업에 돌입했다. 첫째는 재료가 어디에서 오는지 전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며, 둘째는 그 재료가 산림보호, 토양보존 등의 기준을 준수토록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2017년에 네슬레는 팜유의 경우 두 가지 기준을 각각 48%, 58% 만족시켰다.
네슬레의 팜유 사례는 소비자의 인식이 얼마나 변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CSR에서 유명한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는 1990년대 논란이 된 나이키의 ‘아동노동’이다. 1996년 12살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 축구공을 꿰매고 있는 [라이프] 표지 사진은 나이키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이 문제가 벌어진 기업은 나이키의 1차 공급 업체였다. 그리고 축구공에는 선명히 나이키 로고까지 새겨져 있었다. 이에 비해 네슬레의 오랑우탄 서식지 파괴 사례는 3·4차 공급 업체까지 거슬러 가는 것으로, 농장의 산림 파괴는 네슬레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았다. 2010년 그린피스의 캠페인을 ‘나이키 이슈’에 빗대면 축구공의 원료인 가죽을 생산하는 축산농장이 환경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있다고 이슈를 제기하는 것이나 비슷하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으며, 기업의 대응 역시 진일보하고 있다.
한 사례를 더 들어보자. 파타고니아의 ‘100% 다운 추적(100% Traceable Down)’ 사례다. 파타고니아는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다운이 어떤 환경에서 공급되고 있는지 제대로 몰랐다. 2007년부터 파타고니아는 살아있는 거위·오리에서 얻은 다운이나 푸아그라를 얻기 위해 사료를 강제로 먹여서 키운 거위·오리의 다운을 공급하지는 않는지 공급 업체의 공급망을 추적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2010년 독일의 동물권리보호단체 포 포즈(Four Paws)로부터 파타고니아 공급망 일부에서 살아 있는 거위에서 채취한 다운을 사용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회적 가치 훼손하는 행위·환경도 줄여야
파타고니아는 책임있는 다운을 실현하기 위해 약 350개의 공장·농장을 검증해야 했다. 의류 생산공장은 물론 다운 처리공장, 도축장, 거위·오리 사육 농장 등 모두 7차 공급망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추적하고 관리했다. 1990년대 나이키 이슈가 1차 공급망에서 벌어진 것임을 상기해본다면, 소비자가 요구하는 책임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으며, 또 이를 개선하려는 선진 기업들의 노력이 얼마나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 ‘PR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대신 ‘사회적 가치의 시대’가 부상하고 있다. 얼마를 기부했고 얼마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는지가 아니라, 실제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냈는지, 훼손되는 있는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줄이거나 없앴는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초연결 사회와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은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사람·사물·공간 등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면서 정보가 완전 개방되고, 다수가 정보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등장하면서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만들거나 훼손하고 있는지가 더욱 투명하게 드러나는 환경이 되었다. 또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공정성, 윤리적 소비, 가치 지향 소비에 관심이 큰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영국의 한 기관(Britain’s Confederation of British Industry)의 조사에 따르면 18~34세 응답자의 3분의 2가 “기업은 사회의 유익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답했다.
사회적 가치 시대가 온다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몇 가지 방향 전환이 이루어져야 함을 뜻한다. 첫째 사회 공헌을 넘어 비즈니스 자체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2018 사회공헌 백서’(한국사회복지협의회·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매출액의 평균 0.15%를 사회공헌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 비율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머지 매출액 99.85%를 통해 훼손하는 사회적 가치는 없는지, 비즈니스와 연계해 창출할 사회적 가치는 없는지 살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서 사회공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1%를 넘기 힘들 것이다. 99%를 움직여야 한다.
둘째,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라고 했다. 비영리 단체 기빙왓위캔(GivingWhatWeCan)에서는 기부금으로 온실가스 줄이는 사업을 하는 단체 100곳을 추려 이산화탄소 1t을 줄이는 데 가장 비용 효율성이 높은 단체를 선별했다. 그 결과 쿨어스(Cool Earth)라는 단체가 가장 효율적이었다. 이 단체는 이산화탄소 1t을 줄이는 데 불과 36센트 밖에 쓰지 않았다. 그들은 열대우림 원주민들이 벌목꾼에게 땅을 팔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었다.
실제 사회적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면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다니엘 골먼은 세 가지 규칙을 얘기했다. “당신이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라, 개선을 장려하라, 배운 것을 공유하라.” 시작은 영향을 파악하는 것, 즉 측정하는 것이다. 측정은 화장을 지우고 거울 앞에 서는 행위이자,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변화를 만들도록 움직이게 한다.
셋째,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것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PR의 시대에서는 혼자 돋보여야 하므로 독자적인 차별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 시대에서는 창출하는 가치의 크기와 실제 사회 문제 해결이 중요하므로 협력 방식이 증대한다. 하버드케네디스쿨 CSR연구소의 한 보고서(Partnering for Impact)는 “사회 문제가 너무 크고 복합한 상황에서 다자간 협력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즈니스에서는 상식화된 지 오래인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영역에서는 아직 낯설다. 비즈니스에서 많이 쓰는 단어인 허브, 플랫폼, 얼라이언스, 오픈 이노베이션 등의 단어가 사회적 가치 시대에서는 사회적 책임 영역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 문제 해결에서 협력의 중요성 커져
둘째는 비즈니스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상품·서비스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마이너스 사회적 가치를 줄이거나 비즈니스 과정에서 부정적인 환경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철저한 자성에 기반해야 한다.
셋째는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를 할수록 끊임없이 온실가스와 쓰레기를 배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상품·서비스를 새롭게 디자인하면 반대로 비즈니스라는 동력을 돌리면 돌릴수록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세번째 방식의 대표적 사례로 파타고니아의 롱루트에일(Long Root Ale) 맥주를 들 수 있다. 이 맥주는 다년생 밀로 만드는데, 이 밀은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포집하는 효과를 낳는다. 세계 농장 절반 이상을 땅을 파헤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매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두 흡수하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동안은 비즈니스를 돌릴수록 사회 문제가 발생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반대로 비즈니스를 돌릴수록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방법은 ‘탑 쌓기’처럼 중첩되면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는 이윤을 활용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다가(1단계), 이후 이와 더불어 비즈니스가 훼손하는 사회적 가치를 최소화시키고(2단계), 나아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발전해나간다(3단계).
아직 우리나라 많은 기업은 1단계와 2단계 사이에 있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창출하려면 사회공헌으로만 씨름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라는 동력을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은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다만, 최근에 사회적 가치 측정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제품 구매 행위를 곧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와 구분 짓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제품이 상징하는 가치가 곧 자신이 소비하고자 하는 가치인 것이다. 기업 역시 자신의 제품에 담긴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말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와 생산자가 더욱 늘어난다면 사회적 가치 시대는 훨씬 빨리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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