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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충돌의 위험은 여전하다”

“무력충돌의 위험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지도부는 전쟁 원치 않는다고 말하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되고 양측이 군사력 전진 배치하면서 긴장 지속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 사진)은 미국이 먼저 이란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사진:REUTERS
중동에 또다시 전운이 감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이란과 6개 강대국 사이에 합의된 핵협정에서 탈퇴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이란을 상대로 경제 전선의 공세를 크게 강화했다. 지난해의 핵협정 탈퇴 이래 트럼프 정부가 이란 경제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은 하루 200만 배럴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그에 따라 이란 경제가 심한 압박을 받는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압박’ 정책의 고삐를 바짝 죄며 이란 원유의 최대 고객 8개국(한국 포함)에 허용했던 제재 유예 조치까지 지난 5월부터 중단함으로써 나머지 원유 수출도 가로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이란을 궁핍 상태로 몰아넣어 지도부가 새로운 핵협정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새 협정은 반드시 미국과 지역 동맹국들에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와 참모들의 확고한 입장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란 원유 수출의 “제로화”를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그 ‘제로’ 정책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는 전적으로 이란 고위 지도부에 달렸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와 그의 측근들에게 우리의 요구 사항을 명확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 사진:REUTERS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지도부는 양측 모두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경제 제재를 한층 더 강화하면서 중동에서 긴장이 크게 고조됐다. 최근 이 지역의 미군을 상대로 한 이란군의 불길한 움직임을 포착했고, 이란 해상에 미국 군사 자산이 급속한 배치되고 있으며, 이란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아랍 유조선 공격이 잇따르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군사용 드론(무인기)을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유관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다가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마지못한 듯한 제스처를 쓰며 한 걸음씩 물러섰다. 6월 초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이 조건 없이 이란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을 “존중”으로 대한다면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화답했다.

역대 미국 국무장관 6명의 중동 보좌관을 지낸 애런 데이비드 밀러(현재 워싱턴 D.C. 소재 외교정책 연구소 윌슨센터의 부대표다)는 뉴스위크에 “지난 3주 동안 이란과 미국 양측이 서로 상대를 저지할 방법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 위험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됐다”며 “비록 지금은 양측이 서로 한발씩 물러서고 있지만 “무력충돌의 위험은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은 이 지역에 최근 배치한 항모 전단, B52 폭격기 편대, 1500명 규모의 해병 부대, 추가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거둬들일 기미가 없다. 게다가 미국은 이란 경제 ‘최대 압박’ 정책도 그대로 유지해 향후 사태 발전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콜린 칼은 최근 워싱턴포스트 신문 기고문에서 미국과 이란이 자칫하면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어 갈 수 있다는 암울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로 이란 경제의 생명줄인 원유 수출이 하루 몇십만 배럴로 줄어든다면 이란 군부는 이라크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싸우는 시아파 민병대에 명령을 내려 총부리를 그곳에 주둔한 미군 5000명이나 바그다드의 ‘그린존’(이라크 정부 청사, 외국 공관 등 주요시설이 모여 있는 구역)에서 근무하는 미국 외교관들에게로 돌리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페르시아만의 유조선을 표적으로 하는 공격과 사우디 석유 시설을 표적으로 하는 후티 반군의 공격 강화도 가능하다.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미국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이란 해역에 미군 자산이 증파되면서 페르시아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사진:REUTERS/YONHAP
그에 대한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부르면서 단계적인 확전의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 칼 전 부차관보에 따르면 미국인을 표적으로 하는 공격은 이라크 민병대를 상대로 하는 미군의 대응을 촉발하고, 또 그에 따라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을 표적으로 하는 이란의 보복 공격을 부를 수 있다. 그는 공세 수위가 높아지면서 미국 전폭기가 이란 내부의 핵시설 등 군사 표적을 공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대응으로 이란은 레바논·시리아의 헤즈볼라 세력에 이스라엘을 공격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헤즈볼라가 로켓으로 이스라엘의 도시를 타격하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이스라엘이 그냥 있을 리 없다.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보복 공습으로 레바논·시리아에서 헤즈볼라와 이란 관련 표적을 파괴할 게 거의 확실하다. 유가가 치솟고,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이 이스라엘과 미국인을 더 많이 공격하면 트럼프 정부는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이란 정권을 완전히 끝장내라는 강한 정치적 압박을 받을 것이다. 칼 전 부차관보는 상황이 그 정도에 이르면 미국의 이란 지상 침공이 불가피해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 지도부도 원치 않는 전면전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그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정부가 이란 정책을 두고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건 정책을 선호하는 반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그보다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과 거래의 달인’이라는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고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이란과의 새로운 협상에서 제재 완화의 대가로 전임자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합의한 것보다 훨씬 더 미국에 유리한 핵협정을 성사시키는 일에 노력을 국한하겠다고 말했다. 그와 달리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새로운 협정이 핵문제를 뛰어넘어 사실상 이란이 지역 강대국의 지위를 포기해야 하는 조건을 포함하고 싶어 한다.

지난해 5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란 측에 10여 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의학적인 용도를 포함해 모든 핵농축 프로그램을 영구 중단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2015년 이란이 핵협정에 합의하면서 체면을 살릴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예외 사항까지 무효로 한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해아 할 뿐 아니라 시리아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아파 민병대,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조건도 들어 있다. 이란은 그 요구가 완전히 백기를 들라는 뜻이라며 단호히 거부했다.
지난 4월 이란 국군의 날에 거행된 이란군의 퍼레이드. / 사진:AP/YONHAP
볼턴 보좌관도 이란의 현 정권을 교체하고 싶다는 뜻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되기 두 달 전인 지난해 1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이란의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그 40주년이 되기 전에 종식하는 것이 미국의 확고한 정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까지 이란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우리가 그 정권을 인정할 수 있다면 우리 외교관들이 444일 동안 인질로 억류됐던 치욕을 갚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과거 인질이 됐던 미국인들이 테헤란에 새로 들어선 미국 대사관 개관식에서 테이프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가을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가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으로 로켓탄 3발을 발사했다. 다행히 로켓탄은 마당의 빈 곳에 떨어져 인명이나 시설에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군사력 사용을 오랫동안 지지해온 볼턴 보좌관은 곧바로 국방부에 이란을 공격하는 군사적 옵션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제임스 매티스가 간신히 그 요구를 막았다.

최근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동안 볼턴 보좌관은 이란이 미군을 공격하거나 핵프로그램을 재개할 경우에 대비해 중동에 미군 병력 최대 12만 명을 파견하는 수정된 군사계획을 내놓으라고 국방부에 요구했다. 그 정도 병력 규모는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의 파병 수준과 비슷하다. 그러나 미군의 중동 장기 주둔에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지역에 병력 1500명만 증파하는 안을 승인했다. 이란 정책을 둘러싸고 트럼프 정부 내부에서 견해가 첨예하게 갈린다는 표시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교체할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지나치게 강경하다는 이유다. 백악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은 ‘인정 있는 형사’ 역할을 맡고 볼턴 보좌관을 ‘악질 형사’ 역할로 활용하는 데 만족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런 역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오바마 백악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제임스 존스 퇴역 대장은 최근 온라인 정치매체 ‘더 힐’에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이란이 감잡을 수 없게 하는 것이 우리 정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다. 그들의 허를 찔러 당황하게 하는 전술이다. 예를 들면 이란 지도부가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자국의 해군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는 식이다.”

해군 이야기는 존스 대장이 아무 생각 없이 사례로 든 게 아니다. 그런 전례가 있었다. 1988년 4월 미국과 이란이 해전을 벌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의 해군 교전이었다. 이란-이라크전 동안 페르시아만에서 이란이 기뢰 공격으로 미군 전함을 심하게 파손시키자 미국이 보복에 나서면서 전투가 확대됐다. 전투가 끝났을 때 이란 해군 함대의 절반이 침몰하거나 기동할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지역 전문가들은 이란군이 그 해전에서 중요한 전술적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또 미국 관리들과 분석가들은 지금 미군과 대치하는 이란군이 바로 그 교훈을 활용한다고 본다. 윌슨센터의 밀러 부대표는 “이란군이 얻은 교훈은 미군을 상대할 때는 전통적인 전술을 피하고 미국의 자산을 공격하는 비대칭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제 그들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국적의 유조선을 파괴하기 위해 이란 특수군이 승선한 소형 잠수함을 사용해 기뢰를 설치한다. 또 후티 반군은 군사용 드론을 띄워 사우디 송유관을 공격한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사진:REUTERS/YONHAP
밀러 부대표는 그런 공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트럼프 정부가 이란을 상대로 경제 제재를 유지하는 한 앞으로 그런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들은 아랍에미리트의 후자이라 항에서 8~20㎞ 떨어진 곳에 있는 유조선들을 공격했다. 또 송유관은 사우디 원유를 홍해의 터미널까지 운반한다. 그 공격들은 완전히 비전통적이었다. 인명 피해가 없었다. 또 공격의 배후를 확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그런 공격이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할 명분이 없다.”

다른 전문가들도 유조선과 송유관 공격의 배후가 이란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동시에 이란이 원유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유가를 올리기 위해 그런 공격을 감행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정학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 그룹의 중동 분석가 헨리 롬은 “지금까지는 그 공격으로 유가가 인상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시도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논평했다.

더구나 분석가들은 이란이 핵프로그램의 금지된 요소들을 점진적으로 되살릴 수 있다고 본다. 우선 그런 활동을 재개했다가 다시 중단하면서 유럽 국가들로부터 경제 원조를 얻어내거나 미국과의 재협상이 시작될 경우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롬 분석가는 뉴스위크에 “이란의 관점에서 보면 현 상태 유지는 전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유 수출 길이 완전히 막히면 이란 경제는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은 압박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현 상태를 타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란 지도부는 유조선·송유관 공격과 이란군은 무관하다며 이란 배후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일부 관측통은 트럼프 정부와 이란 지도부가 협상 재개에 갑자기 의욕을 보였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처럼 이란도 나름대로 요구 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트럼프 정부가 먼저 2015년 체결된 핵협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재협상을 고려할 수 없다고 버틴다. 제재를 해제하고 ‘최대 압박’ 정책을 중단하라는 뜻이다.

이란 핵협상 대표단의 대변인을 지냈고 지금은 프린스턴대학의 교수로 활동하는 사예드 호세인 무사비안은 뉴스위크에 “미국이 핵협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을 떠난 쪽은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재협상을 원한다면 핵협정으로 되돌아가서 서명으로 약속한 사항을 준수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다른 문제를 협상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여러 분석가는 그가 ‘아주 나쁜 협정’이라고 몰아붙였던 2015년의 이란 핵합정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년 재선을 원하는 그에게 정치적인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믿는다. 밀러 부대표는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협정의 원안대로 되돌아가면 그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옛 협정으로 되돌아가 제재 해제를 또다시 써먹으려고 하면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롬 분석가는 “이란이 일부 제재 해제를 얻어낼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란이 억류하고 있는 미국인 6명의 석방 문제를 논의하는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는 더 폭넓은 외교적 교착상태가 생길 가능성이 크며, 향후 6개월 동안 이란 경제에 대한 제재가 더 강화된다면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의 지도자들이 말로는 아무리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선언하더라도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 조나선 브로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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