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쓰레기 반입으로 몸살 앓는 동남아 국가들, 배출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강경 조치 취하면서 외교 갈등으로 비화 지난 5월 요비인 말레이시아 환경장관은 선진국발 폐기물이 담긴 컨테이너 60개가 발견됐다면서 전량 배출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선언했다. / 사진:AP/YONHAP지금 동남아 국가들은 북아메리카와 유럽 등지에서 불법적으로 반입된 쓰레기를 되돌려 보내는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요비인 말레이시아 에너지·과학기술·환경·기후변화부 장관은 쿠알라룸푸르 인근 포트 클랑 항에서 3000t 규모의 선진국발 폐기물이 담긴 컨테이너 60개가 발견됐다면서 전량 배출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선언했다. 요비인 장관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진국들이 우리 나라에 쓰레기 보내는 것은 불공정하고 미개한 행위”라며 더는 말레이시아로 쓰레기를 보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선진국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수 없다.”
발견된 컨테이너 60개 속에는 영국에서 폐기한 케이블과 북아메리카·일본·사우디아라비아·중국의 가정 쓰레기, 방글라데시의 CD, 호주의 오염된 우유 상자 등이 들어 있었다.
그중 10개 컨테이너는 2주 안에 말레이시아에서 내보낼 계획이라고 요비인 장관이 밝혔다. 그녀는 지난 4월 말레이시아 정부의 조사로 미국·호주·영국·독일이 쓰레기를 불법으로 말레이시아에 수출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말레이시아는 세계의 쓰레기 하치장이 아니다”며 “우리는 그 쓰레기를 배출한 나라로 되돌려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자국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를 감독하고 개발도상국에 실어 보내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오염된 외국 쓰레기가 자국 항구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법을 제정한 이래 ‘외국산 쓰레기와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나섰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영국과 미국, 호주에서 온 플라스틱 폐기물의 범람에 동남아시아가 반격을 개시했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그 이래 불법 반입된 쓰레기가 들어 있는 5개 콘테이너를 스페인에 돌려보냈으며, 미국·영국·호주에도 쓰레기를 반송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 반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2016년 한해 전체 동안 16만8500t이었지만 지난해 들어서는 첫 6개월 동안에만 45만6000t으로 많이 늘어났다. 미국·영국·호주·독일·스페인·프랑스가 세계 최대의 쓰레기 수출국이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 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가 몰리는 것은 전 세계 쓰레기의 절반가량을 수입해가던 중국이 지난해 1월부터 자국의 환경 개선을 이유로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요비인 장관도 “중국이 지난해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 이후 말레이시아와 많은 개발도상국이 새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안에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량 들어 있었다. / 사진:AP/YONHAP그린피스에 따르면 현재는 중국행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가량인 연간 300만t 이상이 동남아 국가들로 향하고 있다. 이들 플라스틱 쓰레기는 재활용 명목으로 수입되지만, 대부분은 재활용 처리 비용 문제로 쓰레기 매립장에 방치돼 썩거나 불법 소각되면서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32㎞가량 떨어진 젠자롬 지역에는 세계에서 불법 수입된 쓰레기가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유리병에서부터, 종이상자, 비닐봉지 등의 쓰레기로 대부분은 말레이시아에서 수천 ㎞ 떨어진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부유한 국가들로부터 수입된 것이다. 쓰레기는 대부분 소각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유독성 매연 등 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말레이시아는 재활용 산업을 위해 깨끗한 폐플라스틱의 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처럼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밀반입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남아 지역이 밀반입된 쓰레기로 몸살을 앓으면서 태국과 베트남도 말레이시아와 비슷한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동남아의 쓰레기 문제는 지난해 초 중국이 다른 나라의 플라스틱 쓰레기 반입을 중단하면서 불거졌다.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가 수출한 플라스틱·종이·금속 폐기물 중 50% 이상이 중국에서 처리됐다. 그러나 중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반입 금지로 재활용 시장이 완전히 개편되면서 동남아가 그 대안으로 떠올랐다.
선진국의 쓰레기 하치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국가는 말레이시아만이 아니다. 필리핀에서는 캐나다 민간 기업으로부터 수출된 2000t 이상의 쓰레기가 마닐라 근교 항구에 5년이나 방치된 것이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했다. 지난 4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캐나다가 2013~2014년 필리핀에 보낸 69개 컨테이너 분량의 쓰레기를 되가져가지 않으면 “캐나다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경고했다. 캐나다에서 반입된 이 쓰레기는 서류상으로는 재사용이 가능한 자원 쓰레기인 것처럼 알려졌으나, 필리핀 세관 당국이 조사한 결과 재생 불가능한 산업 폐기물로, 사용 후 성인용 기저귀 등 가정용 쓰레기, 전자 제품 폐기물, 비닐봉투 등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대량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중순 두테르테 대통령은 캐나다 정부가 쓰레기 1500t을 가져가지 않으면 외교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공세를 높였다. 그는 그 쓰레기를 캐나다로 가져가 그곳의 ‘아름다운 해변’에 던져놓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은 “필리핀은 독립된 주권 국가로서 외국의 쓰레기 취급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는 당초 “민간 업자가 수출한 것이다”라며 개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나타냈었다. 하지만 결국 5월 30일 쓰레기 컨테이너 69개를 화물선에 실어 본국으로 가져갔다.
얼마 전 호주는 ‘땔감’으로 표시된 파쇄된 종이 쓰레기를 필리핀에 수출했다. 필리핀 정부는 현재 그 쓰레기도 돌려보낼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플라스틱 쓰레기의 지난해 수입량이 전년 대비 141% 증가한 28만3000t에 이르렀다. 인도네시아 현지 비정부기구(NGO)에 따르면, 국내에서 재활용되는 쓰레기는 8%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바다에 버려지는 등 환경 및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쓰레기 수입 규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바젤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각국 대표들은 1989년 체결한 이 협약의 규제 대상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오염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동의 없이 개도국에 보내는 것이 전면 금지된다. 1992년 서명된 바젤협약은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줄이고 선진국이 유해 폐기물을 개도국에 이전하는 것을 금하기 위해 마련됐다.
- 댄 캔시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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