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의 미군 정찰 드론 격추 둘러싼 책임 공방에서 지지 표명 6월 25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미국·러시아·이스라엘 고위급 안보회의에서 개막 성명을 발표하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 / 사진:REUTERS/YONHAP지난 6월 25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미국·러시아·이스라엘 고위급 안보회의 도중 러시아 측 대표는 최근 발생한 미군 정찰 드론 격추 사건을 두고 이란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러시아는 이란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메이르 벤 샤바트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와 함께 참석한 회의였다. 그 자리에서 파트루셰프 서기는 이란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의 적대국인 이란을 상대로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양측에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란을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같은 지하디 단체에 견주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시도를 일축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2시간 반 이상 진행된 회의가 끝난 뒤 파트루셰프 서기는 이렇게 논평했다. “중동 지역의 강대국인 이란과 관련해 우리 파트너들이 발표한 성명의 맥락에서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이란은 지금까지 줄곧 러시아의 동맹국이자 파트너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러시아는 이란과 양자 기반에서나 다자간 포맷에서나 서로 간의 관계를 계속 증진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이란을 두고 지역 안보의 주요 위협이라고 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더구나 이란을 IS 같은 테러단체와 같은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을 러시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이란의 최정예군 혁명수비대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중동과 그 외 지역에서 발생한 여러 건의 공격에 혁명수비대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이란의 최고 국가안보회의가 곧바로 응수에 나섰다. 그들은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를 테러 단체로 규정했고, 이란 의회가 그 조치를 표결로 추인했다.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 단체로 지목한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지 1년이 되기 바로 한 달 전이었다. 그 합의는 2015년 이란과 미국·중국·유럽연합(EU)·프랑스·독일·러시아·영국 사이에 서명됐지만 미국은 지난해 5월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아직 그 합의를 지지한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중단하고, 그 대가로 국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 합의가 충분치 않다고 느꼈다. 특히 이란이 무장단체를 지원할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것을 그 합의로는 막지 못한다는 판단이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다는 지적을 계속 부인했지만 자국의 국내외 정책을 바꾸려는 미국의 시도에 완강히 저항했다. 대이란 군사행동을 오랫동안 주장해온 볼턴 보좌관이 지난 5월 이란 측에 중동에서 미국 자산에 대한 위협 수준을 높이지 말라고 경고하자 이란은 핵 합의 준수를 재고하겠다고 발표했고, 또 그 이래 핵 합의에서 규정한 저농축 우라늄 저장 한도(300㎏)를 무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미국은 이란이 미군 주둔 이라크 기지를 표적으로 로켓 공격을 계속하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운송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 부근의 오만해에서 외국 유조선들을 폭발물로 공격한다고 비난했다. 이란은 그런 사건과의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미국은 병력 최소 2500명 추가 파병과 항모 전단, 폭격기 편대의 배치로 그 지역의 군사 주둔을 강화했다.
급기야 지난 6월 20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의 정찰용 드론을 격추하면서 상황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혁명수비대는 “미군 드론 ‘RQ-4 글로벌 호크’가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 주 쿠흐모바라크 지방의 영공을 침입해 간첩 활동을 하던 중 우리의 대공 방어 시스템으로 격추됐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군 중부사령부는 드론이 이란 영공에 있었다는 주장은 허위라며 “호르무즈 해협 상공의 국제 공역을 정찰하던 미군 자산에 대한 이유 없는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상반된 지도를 제시하며 책임 공방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 지난 25일 예루살렘 고위급 안보회의에서 파트루셰프 서기가 처음으로 그 문제에 개입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그는 “문제의 미군 드론이 이란 영공에 있었다는 러시아 국방부의 구체적인 정보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미군 드론이 격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여러 곳을 표적으로 보복 공습을 지시했다가 실행되기 직전 중단시켰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지난 월요일(20일) 그들(이란)은 공해상에서 우리 드론을 격추했다. 우리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어젯밤 3곳을 공격하려 했고, 그에 따른 추정 사망자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니 ‘150명’이라는 장관의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 드론 격추에선 인명 피해가 없어 그와 형평이 맞지 않아 공격 10분 전에 내가 그것(공격)을 중단시켰다.” 무인 드론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공격을 차마 감행할 수는 없었다는 얘기였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오만해의 유조선 공격과 이란을 연결하는 미국의 증거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보트가 구멍 뚫린 유조선 선체에 접근해 불발 흡착형 기뢰를 제거하는 장면을 증거로 제시했다. 증거를 인멸하려는 행동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그 사건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 도중 벌어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작설을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처음엔 러시아가 양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미국이 증거라며 제시한 동영상과 사진이 아주 모호해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조차 그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논평했다. 중국과 유럽도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러시아와 이란은 근년 들어 관계를 강화했다. 특히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과 지역 동맹국인 이스라엘·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터키가 수년 동안 지원한 반군에 맞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와 이란이 손잡으면서부터 양국 사이는 더욱 밀착했다. 미국은 갈수록 이슬람주의에 치중하면서 분열돼가는 반군을 포기하고 방향을 틀어 IS에 맞서는 쿠르드족 무장단체 연합을 지원했다. 시리아 정부도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아 IS에 맞섰다.
IS가 거의 격파되자 미국은 시리아에서 이란의 지휘를 받는다고 알려진 무장 세력을 축출하는 쪽으로 작전의 초점을 옮겼다. 이스라엘도 시리아에서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거점을 지난 수년 동안 수백 차례 공습했다. 러시아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 지난해 시리아 방공포대가 러시아 정찰기를 적기로 오인해 격추한 후 러시아는 시리아에 S-300 신형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러시아가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급에 맞서 그 미사일을 사용한 적은 없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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