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전하는 미세먼지 감축 대책] 저공해차 의무 판매 할당 이뤄질까
[공회전하는 미세먼지 감축 대책] 저공해차 의무 판매 할당 이뤄질까
환경부 ‘경유차 감축 로드맵’ 발표 지연… 반쪽짜리 대책에 그칠 수도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내놓은 ‘경유차 감축 로드맵’이 공회전하고 있다. 환경부가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를 로드맵의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자 산업계가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관련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도 이견이 있다.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는 저공해차의 최소 의무 판매량을 법적으로 할당하는 제도다.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관련 협회 등에서는 정부가 저공해차 판매량을 할당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올해 6월까지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무산됐다.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는 완성차 제조·수입사가 전체 판매 차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저공해차(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하이브리드차·천연액화가스차 등)로 의무 판매하도록 하고, 목표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벌금과 같은 페널티를 부과하는 이른바 저공해차 의무 판매 제도다. 이 경우 정부는 자동차 제조사에 전기차와 같은 무공해차 최소 판매량을 규정 친환경차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할 수 있다. 중국과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 이 같은 저공해차 의무 판매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캐나다 역시 관련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전기차 의무 판매 제도로 2025년까지 무공해차 판매 비중을 전체 판매량의 8%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무공해차 판매 비중을 2019년 20%, 2020년 12%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산업계는 환경부가 경유차 감축이란 이름으로 추진 중인 저공해차 의무 판매 제도를 이중 규제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국내에 도입된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규제가 이미 저공해차 판매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내 완성차 제조·수입사는 2020년부터 신규 등록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 95g으로 맞춰야 하는 데 따라 저공해차 출시를 늘리고 있다.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95g을 맞추려면 저공해·무공해 차량 상품군을 늘릴 수밖에 없어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이미 시행 중인데 저공해차를 판매를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에 벌금(1g/㎞ 초과마다 5만원×판매대수)을 부과하는 규정에 또 저공해차 판매 미달 때 벌금을 부과하면 부담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완성차 업체는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저공해차 출시를 늘리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순수전기차(EV)는 물론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EV ‘SM3 ZE’를 생산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도 생산할 예정이다. 한국GM 역시 쉐보레 전기차 ‘볼트’를 수입해 팔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5월까지 EV 등 저공해차 내수 판매는 4만241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5% 증가했다. 특히 EV 판매량은 1만357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2%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로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인 경유차 판매를 줄이고 저공해차 판매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만으로는 미세먼지 확산을 막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2017년 미세먼지 오염원별 배출 비중 1위가 경유차(23%)였다. 전국 기준으로도 경유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비중은 11%로 사업장, 건설기계·선박, 발전소에 이어 4위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 등 수요에 집중했던 저공해차 보급 확대 정책을 공급 중심으로까지 다양화해 공기질을 개선하려는 목적”이라며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는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규제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경유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주행가능거리와 충전시간 등 차량효율에 따라 크레딧을 차등 적용해 할당된 저공해차 의무 판매량 미충족 때 크레딧당 페널티를 부과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저공해차 의무 크레딧 미충족 때 크레딧당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환경부와 달리 산업부는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줄여나가야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속도 조절에 나섰다.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라는 명칭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상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이지만 명칭까지 그렇게 정하면 경유차 등의 판매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에서 업체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부과하는 페널티도 ‘벌금’이 아닌 ‘기여금’으로 이름 붙이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유차 감축 로드맵에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 등이 포함돼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규제를 할 것인지 면밀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도심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완성차 업체가 친환경차를 좀 더 많이 팔고 소비자가 저공해차를 더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환경부 입장과도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산업부는 환경부가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에 더해 추진한 친환경차 협력금제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 친환경차 협력금제가 이번 로드맵에서 빠지도록 했다. 친환경차 협력금제는 대기오염 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자동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반대로 경유차처럼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겐 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역인센티브 제도’로 불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환경부의 경유차 감축 방안이 재차 반쪽 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 전담부처인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며 수도권 경유차 운행 제한을 소폭 강화한 데 그쳤다. 당시 환경부는 경유세 인상을 추진했다가 기획재정부 등에 가로막혀 대책에 포함하지 못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는 “3년 전부터 환경부는 저공해차 의무판매제를 만지작거렸지만, 아직도 추진하지 못했다”면서 “의무 판매제를 도입하면서도 실질적인 저공해차 확대 효과는 없는 로드맵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 의무 판매 비율을 전체 차량의 10%로 한다고 해도 전기차 1대에 크레딧을 5개로 부여하면 신규 차량 100대당 전기차 2대만 판매해도 되는 꼼수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 4월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와 수입차 업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이 불러 실무작업반을 구성했다. 경유차 감축 로드맵 구축 협의에 속도를 낼 심산이었다. 그러나 산업부와의 이견 등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관계자는 “현재로선 경유차 감축 로드맵이 어떻게 추진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친환경정책을 추진하는 방향은 맞지만 기존 산업 생태계 사정 등을 고려한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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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공해차 보급 목표제는 저공해차의 최소 의무 판매량을 법적으로 할당하는 제도다.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관련 협회 등에서는 정부가 저공해차 판매량을 할당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올해 6월까지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무산됐다.
‘경유차 감축 로드맵’ 7개월 넘게 제자리걸음
산업계는 환경부가 경유차 감축이란 이름으로 추진 중인 저공해차 의무 판매 제도를 이중 규제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국내에 도입된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규제가 이미 저공해차 판매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내 완성차 제조·수입사는 2020년부터 신규 등록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 95g으로 맞춰야 하는 데 따라 저공해차 출시를 늘리고 있다.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95g을 맞추려면 저공해·무공해 차량 상품군을 늘릴 수밖에 없어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이미 시행 중인데 저공해차를 판매를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에 벌금(1g/㎞ 초과마다 5만원×판매대수)을 부과하는 규정에 또 저공해차 판매 미달 때 벌금을 부과하면 부담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완성차 업체는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저공해차 출시를 늘리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순수전기차(EV)는 물론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EV ‘SM3 ZE’를 생산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도 생산할 예정이다. 한국GM 역시 쉐보레 전기차 ‘볼트’를 수입해 팔고 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5월까지 EV 등 저공해차 내수 판매는 4만241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5% 증가했다. 특히 EV 판매량은 1만357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2%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로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인 경유차 판매를 줄이고 저공해차 판매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만으로는 미세먼지 확산을 막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2017년 미세먼지 오염원별 배출 비중 1위가 경유차(23%)였다. 전국 기준으로도 경유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비중은 11%로 사업장, 건설기계·선박, 발전소에 이어 4위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 등 수요에 집중했던 저공해차 보급 확대 정책을 공급 중심으로까지 다양화해 공기질을 개선하려는 목적”이라며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는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규제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경유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주행가능거리와 충전시간 등 차량효율에 따라 크레딧을 차등 적용해 할당된 저공해차 의무 판매량 미충족 때 크레딧당 페널티를 부과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저공해차 의무 크레딧 미충족 때 크레딧당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환경부와 달리 산업부는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줄여나가야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속도 조절에 나섰다.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라는 명칭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상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이지만 명칭까지 그렇게 정하면 경유차 등의 판매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에서 업체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부과하는 페널티도 ‘벌금’이 아닌 ‘기여금’으로 이름 붙이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유차 감축 로드맵에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 등이 포함돼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규제를 할 것인지 면밀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방향 맞지만 속도 조절 필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환경부의 경유차 감축 방안이 재차 반쪽 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 전담부처인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며 수도권 경유차 운행 제한을 소폭 강화한 데 그쳤다. 당시 환경부는 경유세 인상을 추진했다가 기획재정부 등에 가로막혀 대책에 포함하지 못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는 “3년 전부터 환경부는 저공해차 의무판매제를 만지작거렸지만, 아직도 추진하지 못했다”면서 “의무 판매제를 도입하면서도 실질적인 저공해차 확대 효과는 없는 로드맵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 의무 판매 비율을 전체 차량의 10%로 한다고 해도 전기차 1대에 크레딧을 5개로 부여하면 신규 차량 100대당 전기차 2대만 판매해도 되는 꼼수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 4월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와 수입차 업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이 불러 실무작업반을 구성했다. 경유차 감축 로드맵 구축 협의에 속도를 낼 심산이었다. 그러나 산업부와의 이견 등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관계자는 “현재로선 경유차 감축 로드맵이 어떻게 추진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친환경정책을 추진하는 방향은 맞지만 기존 산업 생태계 사정 등을 고려한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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