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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먹어치우는 괴물

시간을 먹어치우는 괴물

남성은 온라인 게임과 포르노, 여성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쇼핑 등 디지털 중독 심해져… 술·마약·도박을 끊을 수 없는 증상과 공통점 많아2010년 여름 어느날 영국 케임브리지 크라이스트 칼리지에서 강연했을 때 스웨덴 출신인 대학원생 다니엘 베르크가 개인적으로 나를 찾아왔다. 강연에서 나는 큰 의미를 담지 않고 ‘인터넷 중독’을 언급했다. 베르크는 인터넷 중독이 그냥 지나가는 식으로 말하기에는 너무 심각한 문제라며, 스톡홀름대학에 있는 친구 다수가 학교를 그만두고 무료 숙박소에서 폐인처럼 지내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만 계속한다고 말했다. 말도 스웨덴어보다는 게임에서 사용하는 영어 은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는 설명이었다.

사진:GETTY IMAGES BANK
“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느끼나요?” 내가 물었다.

“불안하고 초조해해요.” 베르크가 답했다.

“그런데도 계속 게임을 한다고요?”

“그래요. 오로지 게임만 해요.”

그런 행동은 실제로 중독처럼 보인다. 후회하면서도 일시적인 쾌락을 강박적으로 좇으면서 개인과 사회 모두에 해를 끼친다는 뜻에서 중독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의 경우는 스웨덴 남성에게 개인적인 피해가 가장 큰 듯했다. 베르크는 “경제사를 전공하는 대학원 과정에서 남아 있는 남학생이 나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플로리다주로 돌아갔을 때 나는 디지털 기기 집착이 상아탑에서 성별적으로 좀 더 동등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의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여학생이 남학생만큼이나 많았다. 내가 학생들에게 베르크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들은 곧바로 그런 유형을 잘 안다고 반응했다. 한 학생은 자신도 게임에 빠져 1년을 허비했지만 지금은 회복 중이라고 털어놓았다(하지만 성적을 보면 여전히 위태로웠다). 다른 학생은 게임을 하면서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끼려고 컴퓨터 곁에 깡통을 두는 게이머를 봤다고 말했다.

나는 컴퓨터 곁에 둔 소변용 깡통이 ‘중독’의 달라지는 개념을 극단적으로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1970년 대만 해도 ‘중독’이라는 용어는 강박적인 마약 사용 이 외에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약 40년 동안 ‘중독’의 개념이 크게 확장됐다.

회고록을 낸 사람들은 도박·섹스·쇼핑·탄수화물에 중독된 경험을 책에서 고백했다. 독일의 섹스치료사들은 인터넷 포르노를 두고 청소년을 유혹하는 ‘초기 마약’이라고 불렀다. 뉴욕타임스 신문의 사설은 설탕이 ‘마약과 똑같이 작용하는’ 중독성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하루에 콜라 10ℓ를 마신 뉴질랜드의 한 젊은 어머니는 치아가 다 빠진 채 부정맥으로 사망해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중국 장쑤성의 19세 무단 결석생은 인터넷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손을 잘라 화제가 됐다. 중국 관리들은 그의 동년배 중 약 14%가 그와 비슷하게 게임에 빠진 것으로 판단하고 인터넷 중독 치료 센터를 설치했다. 한국과 일본도 그 뒤를 따랐다.
 헤어나기 힘든 웹의 덫
스마트폰은 현실세계의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방해한다. 그 결과 있는 그대로의 삶에 만족할 수 없게 된다. / 사진:RASTUDIO
대만 의원들은 자녀가 온라인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허용하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미성년자의 흡연과 음주, 마약 사용, 빈랑 열매 씹기를 금지하는 법을 확대했다). 미국에선 다른 중독은 위험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지만 온라인 중독은 다소 덜하다(2000년대 초 미국 청소년의 47%는 적어도 한 가지의 행동·약물 중독 장애를 보였다).

그들은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의학 연구자들은 약물과 행동 중독의 기저가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의 변화와 내성패턴, 갈망·도취·금단 경험이 비슷하다. 또 그와 비슷한 성격 장애와 강박증에 대해서도 유사한 유전학적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도박 마니아와 카지노의 바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는 사람은 동일인일 가능성이 크다. 2013년 미국정신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진단 및 통계 편람 5차 개정판(DSM-5)은 도박 장애를 마약 중독과 똑같이 묘사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ICD) 제11차 수정안 초안에 ‘게임이용장애’를 추가했고 얼마 전 ‘게임 중독이 질병’임을 공식 의결했다.

이처럼 중독을 이야기하는 문제에서 모두가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다. 의사들은 환자를 낙담시키거나 오명을 줄까 두려워 중독이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자유의지론자들은 자제력 부족의 핑계라며 중독의 개념을 일축했다. 사회과학자들은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의학 제국주의’라고 공격했다. 철학자들은 중독의 개념이 모호하다며 서로 다른 증상에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는 ‘중독’이라는 용어를 고수할 생각이다. 강박적이고 조건반사적이며 재발하기 쉽고 해로운 행동 패턴을 가리키는, 간략하고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독이라는 이런 해로운 행동 패턴이 왜 더욱 뚜렷해지고 다양해졌을까?

인터넷 중독과 음식 중독은 아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음식 중독자는 뭔가를 계속 먹어야 한다. 반면 마약과 도박 중독자는 적어도 끊으려고 시도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온라인 유혹은 음식처럼 뿌리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 사용을 생활의 일부로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중독 치료사는 그런 사정을 잘 안다. 음식중독 치료를 받는 사람이 균형 잡힌 섭식을 지향하듯이 인터넷 중독을 치료받는 사람은 ‘문제 있는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고, 통제되고 균형 잡힌 인터넷 사용’을 목표로 한다.

유사성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음식 중독자와 인터넷 중독자는 똑같이 음식이나 인터넷에 집착하고, 절제력을 잃으며, 내성을 보이고, 불안과 강박 같은 장애를 나타내며, 금단 시기에 우울증을 겪는다. 재발하기 쉬우며, 가족의 애원과 사회적 비난에도 끈질기게 계속된다. 인터넷 중독자의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상황이 악화하기 전인 2000년과 2009년 미국·유럽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 유병률은 각각 1.5%와 8.2%였다. 중국의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2.4~6.4%였고, 대만의 대학 1학년생 같은 일부 하부 집단의 경우 중독률이 18%에 접근했다. 선진국에서는 인터넷 중독이 적어도 음식 중독만큼 흔해졌다. 청소년 사이에서는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

2010년 국제 연구팀은 10개국의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24시간 동안 전자 미디어 없이 지내도록 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조사했다. 전형적인 반응은 놀라움과 초조함, 지루함, 고립감, 불안·우울의 혼합된 감정이었다. 어느 나라에서든 전자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과 중독을 솔직히 인정한 사례가 많았다.

술이나 마약, 가공식품, 또는 도박처럼 전자 미디어 소비도 호르메시스(hormesis) 원칙을 따른다. 쉽게 말하자면 ‘자극’의 원칙이다. 자극제는 적은 양을 사용하면 이롭고, 많은 양을 사용하면 해로운 경우가 많다. 가끔 사용하면 좋은 휴식 시간처럼 지루함을 달래고 의욕이 생길 수 있지만, 현실 도피용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 의사들은 그런 상태를 인터넷 중독, 인터넷 중독 장애, 인터넷 사용 장애, 병리적 인터넷 사용 장애, 또는 완전히 다른 무엇으로 부를지를 두고 견해가 엇갈린다. 그러나 거기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과도한 사용자는 현실 세계의 번거로움과 귀찮음을 잊어버리는 방편으로 온라인 활동에 매달린다. 그들은 계속 빠져드는 슬롯머신 도박꾼과 비슷하게 행동한다. 슬롯머신에서 대박을 터뜨린 사람처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초당 최대의 피해를 가하는 캐릭터가 되면 다음 차례의 대형 습격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의 삶을 중시하는 사람은 그런 추구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교사는 낙제점을 주고, 부모는 질타하고, 회사는 해고하고, 배우자는 이혼을 요구하고, 판사는 인터넷 중독 치료 캠프에 등록할 것을 명령한다.

자유의지론자와 치료회의론자는 강압적인 치료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 음식 중독을 둘러싼 첨예한 논란이 인터넷 중독 문제를 두고서도 재연되고 있다. 마약 같은 중독으로 볼 수 있는가? 특정인이 다른 사람보다 더 취약한 후천성 뇌 질환으로 볼 수 있는가? 사실 인터넷 중독을 둘러싼 논란은 그보다 더 혼란스럽다. 음식 중독의 강박적인 먹기보다 훨씬 다양한 활동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포르노, 온라인 도박, 게임, 성인용 채팅, 온라인 쇼핑, 소셜미디어 플랫폼, 웹 검색 등이 그런 활동의 구체적인 예다. 집단마다 중독의 형태도 달라진다. 남성은 온라인 게임과 포르노, 여성은 시각적인 취향의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쇼핑으로 쏠린다. 일부 정신과 전문의는 후자를 중독으로 분류하지만 다른 일부는 강박 장애로 분류한다.
 청소년들의 은밀한 생활
인터넷과 전자 미디어에 언제든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디지털 중독자는 절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 사진:RASTUDIO
인터넷 중독을 측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일반적인 중독에 비해 상대적으로 새롭다는 사실이다.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습관적인 소셜미디어 소비의 경우가 특히 새로운 현상이다. 전례가 거의 없지만 다음의 세 가지가 두드러진다.

첫째, 디지털 연결성과 이동성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중독 행동을 만들어냈다. 분류와 원인을 둘러싸고 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지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사회적인 사실이 됐다. 내가 사람들에게 ‘중독의 역사’를 새로 쓴다고 말하면 모두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아이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대수롭지 않은 골칫거리였던 습관이 진정한 우려가 됐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중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이버 괴롭힘, 불안증, 학습 포기 등 피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소셜미디어 포스트를 강박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다른 것을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다.

둘째,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도박·마약·매춘·포르노 등 과거의 나쁜 행동과 중독이 다시금 전 세계로 확산될 기회가 생겨났다. 실제로 인터넷이 처음 상업용으로 사용될 때부터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은 포르노였다.

셋째, 새로 생긴 나쁜 습관과 과거 나쁜 습관의 새로운 발산 수단이라는 이 두 가지 사태 발전은 수익 창출, 소비자 정보 확보, 기기·앱의 사용 시간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온라인 사용자의 눈길을 끄는 것이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또 그 수단은 행동과학이 제공한다.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는 컴퓨터 사용에 자제력을 발휘하려는 사람 하나하나마다 그 자제력을 무너뜨리려는 전문가 1000명이 달라붙는다고 지적했다. 게임 개발자는 청소년 플레이어의 성향을 연구하고 그들의 마우스 클릭을 분석하면서, 플레이를 연장하고 게임 안에서 제품 구매를 자극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나쁜 디지털 습관과 중독의 이 세 가지 측면 전부는 언론인 낸시 조 세일스의 2016년 저서 ‘소셜미디어와 십 대 소녀의 은밀한 생활(American Girls: Social Media and the Secret Lives of Teenagers)’에서 자세히 다뤘다. 세일스는 스마트폰을 가진 13~19세 소녀 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조사했다.

그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동영상, 소셜미디어에 중독됐거나 집착한다고 스스로 밝혔다. 극단적인 경우 하루 9~11시간 온라인 활동에 매달린다고 응답한 소녀도 있었다. 다른 중독처럼 쾌락이 보상으로 작용하는 ‘재강화’ 과정은 긍정적인 차원과 부정적인 차원 둘 다로 나타났다. 포스트나 사진에 달리는 ‘좋아요’와 리트윗되는 메시지 하나하나가 작은 심리적 대박이었다. 정보의 끊임없는 흐름, 특히 새로운 것을 접하는 문제에서 자신이 얼마나 빠른지에 관한 정보가 큰 보상이었다. 그런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면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렸다. 온라인에서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 그 증상도 ‘고립증후군(FOMO, Fear of Missing Out)’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심각한 두려움 또는 세상의 흐름에서 자신만 제외되고 있다는 공포심을 가리킨다.

여자아이 못지않게 남자아이도 손쉽고 검열되지 않는 인터넷 접근의 대가를 치른다. 그들은 수준 낮은 ‘브로 문화(bro culture, 남성적인 문화)’와 성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포르노 판타지의 세계에 빠져든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다니는 한 남학생은 요즘 남자 대학생이 발기가 잘 안 되는 이유가 ‘과도한 포르노 소비’라고 세일스에게 말했다.

한 세기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기술·섹스 혁명이 세 차례나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인공피임으로 섹스와 출산을 분리한 혁명이다. 둘째는 디지털 포르노로 섹스를 사람 사이의 실질적 접촉에서 분리했다. 셋째는 온라인 절연성과 비개인화로 섹스를 연애·결혼에서 분리했다. 섹스가 저렴하고 신속하며 언제나 가능하다면 꽃다발과 고급 만찬 데이트, 약혼반지가 왜 필요하겠는가?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디지털 유혹은 더 강해진다. 2006년 9월에 만해도 페이스북은 단지 또 다른 ‘재미있는’ 사이트였다. 13세 이상이고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이트였다. 그러나 10년 뒤 페이스북은 일일 활동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 세계적인 집착 현상으로 발전했다. 전 세계 온라인 인구의 약 40%가 사용한다는 뜻이다. 그로써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시가총액 5위인 기업이 됐다. 이 모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게임 개발자는 쾌락의 전통적인 혼합 비법에 의존한다. 차이가 있다면 설탕이나 소금, 지방 대신 심리적인 성분으로 구성된 메뉴에서 선택한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즉시 닿을락 말락 한 유혹적인 목표, 예상할 수 없지만 자극적인 피드백, 점진적인 진전과 어렵게 얻는 숙달, 점점 더 어려워지는 과제와 수준, 결단을 요구하는 긴장감, 비슷한 사용자들과의 사회적 유대가 그 성분이다. 내부자들은 그것의 사회적 측면을 ‘부족민의 보상’이라고 부른다. 부족민의 ‘징계’도 따른다. 예를 들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클렘슨대학의 영어 교수로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을 일주일에 60시간씩 하다가 교수직을 잃은 라이언 밴 클리브는 “게임을 계속하다 보면 가상의 사람들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가정을 잃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게임을 포기했을 때 그는 극심한 식은땀과 구토증, 두통에 시달렸다.

주된 위험은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대화·수면·운전·공부·사색·연습·작업의 끊임없는 방해다. 그로 인해 개인 사이의 친밀감과 건강, 안전, 지식, 창의성, 전문 기술, 사회적으로 건설적인 몰입 상태 등을 성취하거나 유지하기가 어렵다. 도박장의 슬롯머신처럼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활동은 가상적인 지름길을 통한 대안의 몰입 상태를 제공한다. 그로 인해 시간과 돈이 낭비되고, 현실 세계의 성취와 만족이 줄어들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적인 삶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나쁜 습관이 큰 돈벌이가 되는 시대
간이식품은 설탕과 지방, 소금을 듬뿍 넣고 표적화된 간접광고와 포장을 곁들이면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 사진:RASTUDIO
문학가 제이디 스미스는 “페이스북이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최고의 휴식처였다”고 말했다. “그런 점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그녀는 페이스북에 몰입하면서 자신의 문학 경력이 위험에 처하자 두 달 만에 페이스북을 포기했다. 현명한 행동이었다. 또 ‘인생수정(The Corrections)’으로 유명한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은 눈가리개와 귀마개를 하고 그 소설의 일부분을 썼다. 그는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집필하면 좋은 작품을 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교수들은 인터넷으로 완전히 무장한 학생이 독창적인 논거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연구에서도 소셜미디어 사용이 성적과는 반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무음 상태로 설정한 스마트폰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스마트폰이 소리가 나지 않아도 알림으로 화면이 켜지거나 진동하면 다른 형태의 일반적인 온라인 접근처럼 주의가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를 전문적인 용어로 ‘타임 서크(time suck)’라고 부른다. ‘시간을 먹어치우는 괴물’이라는 뜻으로 과도한 시간을 소비하게 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속어 영영사전 어번 딕셔너리는 ‘타임 서크’를 ‘마음을 빼앗고 중독적이어서 실제 생활에서 중요한 일(생업이나 식사, 자녀 양육 등)을 못 하게 만드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타임 서크’는 다른 형태의 중독 행위처럼 저절로 계속된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또 가상세계에 몰입해 외로움과 불안, 우울함이 생긴다면 또 다른 현실도피가 필요해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 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NIAAA)의 조지 쿱 소장은 “사람들은 기분이 좋지 않다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지만 음주는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어 결국 술을 더 마시게 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중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논리다.

로렌 브릭터는 트위터 같은 앱의 사용자가 터치스크린을 아래로 잡아당겨 피드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당겨서 새로 고침(pull-to-refresh)’ 기능을 개발했다. 그러나 그는 2017년 자신의 발명을 후회한다고 털어놓았다. 그것이 마치 슬롯머신에서 잡아당기는 손잡이처럼 중독적이기 때문이다. 브릭터만이 아니다. ‘좋아요’ 버튼의 원형을 개발한 저스틴 로젠스타인도 산만한 디지털 세계에 ‘가짜 쾌락’을 선사하는 장치를 만들어낸 것을 후회한다. 또 페이스북에서 사용자 확보 담당 부사장을 지낸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는 페이스북을 “단기적으로 흥분을 유발하는 피드백 루프”라고 부르며 “그것이 사회의 작동 방식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시민적인 대화도 없고, 협력도 없으며, 허위 정보와 거짓이 난무할 뿐이다.” 그는 그것이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용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그것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거부할 수 없는 게임이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든 않든 실리콘밸리의 엘리트들은 자기 가족의 기술 사용은 엄격히 단속했다. 어느 기자는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집이라면 아마도 식탁마저 아이패드로 만들어졌을지 모른다고 상상했다. 하지만 잡스는 그에게 “우리는 아이들이 집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식탁에서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는 식사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어제 읽은 책과 역사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또 온라인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을 지낸 크리스 앤더슨은 잡스를 인터뷰한 바로 그 기자에게 자신의 다섯 자녀도 부모의 기기 사용 금지 규정에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기술을 경계하는 것은 기술의 위험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우리 아이들에겐 그런 일이 없기 바란다.”

팔리하피티야는 좀 더 노골적이었다. 그는 “그 빌어먹을 것”을 자신도 사용하지 않고 자녀에게도 사용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른 IT 업체 임원이나 엔지니어들은 사용 시간제한으로 그 문제에 대처했다. 예를 들면 자녀가 15세가 되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고, 침실에서는 화면을 못 보게 했다. 또 그들은 집에서 자녀의 기술 사용을 제한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아이폰·아이패드만이 아니라 일반 랩톱마저 금지하는 학교를 골라 자녀를 등록시켰다.

의학 역사학자인 찰스 로젠버그 하버드대학 교수는 “어떤 면에서 질병은 우리가 인지하고 이름 붙이고 대응함으로써 존재한다고 합의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중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그 중독을 인지하고 이름 붙이고 그에 대응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점은 우리가 그런 과잉적 행동을 어떤 용어로 지칭하느냐가 아니라 그 대가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은 단순한 중독의 시대가 아니다. 현재 우리는 우리 뇌를 절제되고 고차원적인 즐거움에서 저급하고 즉각적인 만족으로 수준을 낮추도록 이끄는 상업화된 유혹이 어느 때보다 강한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나쁜 습관이 큰 돈벌이가 되는 시대다.

-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 [필자는 미국 노스플로리다대학 역사학과 명예교수다. 이 글은 필자가 저술하고 하버드대학 출판부가 펴낸 ‘중독의 시대(The Age of Addiction: How bad habits became big business)’에서 발췌했다. Copyright ⓒ 2019 by the President and Fellows of Harvard College. Used by permission.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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