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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두 얼굴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두 얼굴

미국 기상 전문가들, 연방통신위원회의 주파수 공유 제안에 기상 데이터 왜곡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 표명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FCC)는 오는 12월 사상 최대 규모의 5G 통신 주파수를 경매할 계획이다. / 사진:AP/YONHAP
5G는 4세대 이동통신인 LTE보다 20배나 빠르고 처리 용량이 100배나 큰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데이터 내려받기와 인터넷 접속에서 지금보다 훨씬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5G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통신업계가 각축전을 벌인다. 게다가 중국이 전 세계의 5G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지배하려고 나서면서 미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기상 전문가들은 성급한 5G 기술 도입이 기상 관측용 인공위성 신호를 간섭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G가 사용하는 주파수가 기상 관측용 위성이 사용하는 주파수와 겹칠 경우 기상 데이터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5G 주파수 간섭으로 데이터 정밀도가 떨어져 기상예보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연구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오는 12월 사상 최대 규모의 5G 통신 주파수를 경매할 계획이다. FCC는 기상예보 서비스가 의존하는 무선 주파수 대역을 이동통신사와 나눠 쓸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기상 전문가들은 인명을 구하는 데 사용되는 데이터 수신이 5G 때문에 지연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그들은 1675~1680MHz 대역을 5G 서비스와 공유하면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연결 기기를 통한 경보로 기상이변을 대중에 전파하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기상학회(AMS)·미국 기상협회(NWA)·미국 지구물리학연합(AGU)은 FCC에 공동으로 보낸 공개서한에서 주파수 공유 제안이 “심히 우려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그들은 기상 데이터가 ‘공공 안전과 과학 연구’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전용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그 문제에 관한 조사와 연구를 마칠 때까지 결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연구 결과는 내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의 기상예보 전문 업체인 애큐웨더(Accu Weather)도 FCC의 제안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별도로 보내면서 주파수 대역 공유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애큐웨더의 비즈니스 서비스 담당 부사장 조너선 포터는 기상예보가 미국 정부 위성의 기상 데이터를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수신하는 데 의존한다”며 만약 지상 모바일 서비스가 그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면 ‘유해한 간섭’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간섭에 따라 인명과 부동산, 기업·정부 활동의 보호에 필수적인 정보가 전파되는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 정보의 전파가 단 몇 초만 지연되더라도 인명과 재산이 중대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현재로선 기상 관련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어 1675~1680MHz 주파수 대역을 5G 서비스와 공유해선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다. 이 주파수 대역과 데이터 수신에 사용되는 인프라는 공공 안전에 필수적이어서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그는 주파수 간섭이 발생하면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폭풍이나 산불, 허리케인 등을 관측할 수 있는 능력도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5G 서비스가 기상 관측용 위성과 함께 주파수 대역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주파수를 경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5G 서비스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개발하는 위성통신 업체 리가도 네트워크가 이 계획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NOAA의 닐 제이컵스 청장 대행은 의회 청문회에서 5G가 기상 관련 데이터 수신을 간섭하면 예보의 정확성이 30% 정도 떨어질 수 있어 기상예보 능력을 1980년대 수준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정도 수준이면 2012년 미국 동북부 연안을 강타한 슈퍼폭풍 샌디를 수일 전에 예측하지 못했거나 바다 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잘못 예측해 재해 대비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또 그는 기상 데이터의 손실이 2%만 돼도 NOAA가 기상예보뿐 아니라 기후 감시를 비롯해 여러 가지 활동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110억 달러짜리 극궤도 인공위성 프로그램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미무선통신협회(CTIA)의 브래드 길렌 부회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는 NOAA의 주장이 “실제 사용되지 않고 사장된 10년 전 기술”인 인공위성 탑재 마이크로파 감지기에 대한 연구 결과에 근거했다며 “미국의 5G 주도권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한편 국제 학술지 네이처도 지난 5월 미국 기업이 사용하게 될 5G 주파수가 기상을 관측하는 인공위성 데이터 수집을 방해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진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그 대역이 대기 중 수증기가 복사열을 받아 발하는 전자기파 대역에 인접해 수증기량을 측정하는 인공위성의 데이터 수집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이처는 “규제 당국이나 통신회사가 주파수 간섭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지구 관측 위성이 대기 중 수증기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없다”며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위성 데이터를 토대로 일기예보 모델을 만들고 있는 만큼 기상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요르단 거스 위스콘신매디슨대 전임연구원은 “이는 전 지구적 문제”라고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FCC가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를 요청하자 주파수 대역 공유 지지 진영과 반대 진영이 모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공개서한을 보내고 있다. FCC는 의견 접수를 오는 7월 22일까지만 받는다고 통보했다. 파이 위원장은 주파수 공유가 “계속 늘어나는 차세대 무선 광대역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혁신과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마지막 4년 동안 기후 관측용 위성이 사용하는 1675~1680MHz 주파수 대역을 다른 서비스와 공유하는 유연한 사용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지만 논의만 계속됐을 뿐 실행은 없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FCC 위원으로 임명한 브렌던 카는 “미국이 5G 경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주파수 대역 공유가 그 결승선으로 다가가는 중요한 조치이기 때문에 나는 그 계획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 제이슨 머독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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