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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북한 비핵화 VS 인권 보호 어느 것이 우선인가 - 국제법학] 북핵·인권의 딜레마, 꾸준한 관심이 해법

[‘각학각색(各學各色)’ | 북한 비핵화 VS 인권 보호 어느 것이 우선인가 - 국제법학] 북핵·인권의 딜레마, 꾸준한 관심이 해법

핵 포기, 개혁·개방 이뤄지면 인권 문제 변화는 자연히 뒤따를 것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6월 초 미국 내 기독교·힌두교·유대교·이슬람교 등 주요 종교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가 비핵화이고 그 결과가 모든 인류에 혜택을 줄 것이라고 인정하지만, 회담을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기회로도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합의문에 인권 문제는 없었고, 얼마나 심도 있게 논의했는지도 알 수 없다.

비핵화 협상의 다른 한편에는 늘 북한 인권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같이 지금까지 한미 당국은 북한과의 핵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하지 않았다. 보수나 진보를 떠나 일관되게 핵문제를 중요시해왔다.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한 시기는 북한이 비핵화 대화로 돌아오지 않았던 시기에 한정되었고, 북한과의 대화가 다시 시작되면 인권 문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던 2013년 유엔 차원의 공식기구로 탄생한 이 위원회는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왔으나 북한이 대화로 돌아선 지난해 이래 조용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을 점차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인권과 같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의제를 꺼내기가 힘들다. 가뜩이나 더디게 진행되는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반발로 대화 자체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북한 역시 이러한 입장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인권 문제 제기를 체제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격하게 반발함으로써 한미 양국을 길들이고 있다.

북핵과 인권 문제 중 어느 것이 중요한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핵문제는 한국이나 미국에 자국의 안보 문제다. 자국 국민들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반면 북한 인권 문제는 일차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문제다. 한국이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동포애나 보편적 가치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핵문제에 더 큰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핵과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을 양자택일이 아닌 조화로운 방식으로 풀어야 답을 구할 수 있다.

조금 더 폭넓은 시야로 보면 북핵이나 인권 문제는 북한 문제로 귀결된다. 1인 집권의 비민주적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시스템에서 기인한 문제기 때문이다. 핵과 인권 어느 하나만 푼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면 그 효과는 비단 외교안보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경제 상황이나 인권 상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로 결단을 내렸는데, 인권 문제만 유독 과거의 방식을 고집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이지 어떤 문제를 먼저 푸는가가 아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요구해야 할 것은 평화를 애호하는 보통국가로의 전환이다. 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개혁·개방하며, 인권 문제를 포함한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에 대한 결단이 이루어지면 북한의 변화는 한꺼번에 찾아올 것이다. 물론 북한은 이러한 포괄적 요구에 거부감을 보일 것이다. 국내 문제 불간섭 원칙을 들며 대화의 판을 깰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국제사회의 일관되고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진다면 북한도 다른 방도가 없다. 결국 꾸준함만이 그 해법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 신범철 센터장은… 외교부 정책기획관과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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