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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의 ‘브라보! 세컨드 라이프’(20) 김헌경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부장] 노후에 건강해야 연금도 의미 있어

[이필재의 ‘브라보! 세컨드 라이프’(20) 김헌경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부장] 노후에 건강해야 연금도 의미 있어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의 저자… 75세 이후 대책 세워야
사진:임익순 기자
“몸이 허약해 혼자서는 외출을 할 수 없던 78세 노인이 아들과 함께 제가 가르치는 운동교실에 왔습니다. 키가 168cm인데 몸무게가 37kg이었죠. 두 달간 필사적으로 운동을 한 후 혼자 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 나름의 보람을 느끼죠.” 지난 30년간 몸이 허약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근력 강화 운동 강좌를 열어온 김헌경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부장은 “이른바 건강 장수를 하려면 근력 유지가 필수”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근육량은 줄고 지방이 많아집니다. 만일 나이가 들어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면 지방이 늘어난 탓이죠. 특히 나이 들면 다리의 근육량이 주는데 그래서 예부터 노화는 다리에서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김 부장은 지난 6월 국내에서 ‘행복한 노년을 위한 근육 테크’를 제안하는 책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를 냈다. 이 책엔 ‘건강 나이를 10년 앞당기는 최강의 근력 운동’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그는 운동(運動)에 대해 “노년의 운(運)을 바꾸는 움직임(動)”이라고 정의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면, 자칫 누워서 보낼 수도 있는 노년을 혼자 힘으로 자유롭게 영위하는 자기다운 삶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을 ‘저축’해야 돼요. 지팡이를 짚는 노인에게 필요한 운동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을 ‘저축’해야
노화를 연구하는 그는 일본 전역에서 해마다 50회 이상 근력 운동 강좌를 연다. 그가 개발한 고령자 근력 운동 덕에 이 운동을 실천한 고령자들은 건강 나이를 10년 연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이 좋아 3년 전까지 해마다 두어 번씩 한국을 찾은 76세의 일본 여성은 무릎이 아파 한국행을 중단했다. 그 후 김 부장의 보행기능개선운동교실을 다니면서 몸이 달라졌다. 그는 “무릎 통증을 거의 못 느껴 예전처럼 계단을 오르내린다”고 밝혔다. 요실금으로 “내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한 71세 여성은 3년간 집에서 칩거한 끝에 요실금개선교실에 참가해 하루도 외출하지 않는 날이 없던 과거의 활기 찬 삶을 되찾았다. 그는 “매일 10분씩 꾸준히 근력 강화 운동을 하면 건강 장수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행장애, 낙상, 근감소증, 허약, 요실금 등 5대 노년 증후군도 증상에 맞춰 근육을 강화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니어의 건강 장수를 방해하는 이들 노년 증후군 증상을 예방하고 완화하는 게 곧 건강 장수의 비결이죠. 은퇴 후엔 운동을 새로운 직장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직장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출근하잖아요? 운동을 새로 시작한 업무로 생각하라는 거죠.”

김 부장은 일본 문부성 국비 유학생으로 일본에 건너가 츠쿠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대학 전임강사를 거쳐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에 몸담았다. 그 후 일본의 도시와 농촌에서 65세 이상 시니어 5만여 명을 대상으로 길게는 20년 이상 노화에 관한 추적 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그는 활기찬 노년을 보내려면 근력을 유지해 제 발로 걷고 소변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연구의 산물이 ‘노년 근력 강화 운동 프로그램’이다. 그가 일하는 도쿄건강장수의료센터는 1972년 일본 최초로 노인 의학과 근골격계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는 여기서 노화와 근골격계 연구를 총괄하는 한편 노년 근력 강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역사회에 보급한다. 이 기관 최초의 외국인 임원이다. 그 동안 국내외 학술지에 노화와 근육에 관한 연구 논문을 300회 이상 발표했고, 요실금 및 보행 분석 논문으로 일본노년의학회가 주는 최우수논문상을 세 번 받았다. “일본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운동을 좋아하고 시키는 대로 잘합니다. 살아오면서 지진, 태풍 등의 자연 재해를 많이 겪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반면에 한국 사람들은 몸을 움직이기보다 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죠. ‘운동 말고 몸에 좋은 약은 없나요’ 하는 식이에요.”

김 부장은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전 사회적으로 노쇠 예방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년 걸리는 일본의 박사과정을 4년 만에 마쳤다. 4년 만에 수료한 것은 그가 최초라고 한다. 일본 모 대학에서 전임강사 자리를 제안했지만 그는 귀국했다. 국내의 한 대학으로부터 특별채용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총장 면담까지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수들 간의 파벌 싸움 끝에 채용은 무산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다음날 아침 일본의 모교에서 전임강사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그는 다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무원으로 변신해 현재의 직장으로 옮긴 후엔 계장급인 주임연구원으로 있었다. 그러나 과장보좌가 된 후로 승진을 시키지 않았다. 입국관리법과 법무부법에 따라 외국인은 관리자가 될 수 없었다. 그 후 연구소가 노인전문병원과 통합되면서 독립 행정법인 체제로 바뀌었다. 그 바람에 도쿄도의 공무원으로 남든가 아니면 독립 행정법인 직원이 돼야 하는 기로에 섰다. 그는 행정법인 직원의 길을 선택하는 대신 국적 조항을 폐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요구는 어렵사리 관철됐고 그는 과장을 거쳐 지금은 연구부장으로 있다.

그는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가 못 돼 나름의 강점을 살리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연구도 트레이닝 하듯 한다. 며칠 쉬면 아이디어가 소진되고 연구의 관점도 퇴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하지 않은 연구 영역을 찾아내 연구하는 동안 지적 만족감을 맛봅니다.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일은 없다고 스스로 자위하죠. 제가 잘되기를 바라는 일본인은 없습니다. 제가 일본 사람의 자리를 빼앗았다고 생각하죠.”

그가 일본으로 건너갈 때 그의 딸은 초등학교 1학년생, 아들은 유치원생이었다. 고등학교 때 한국을 찾은 두 아이는 국내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한다. 일본 학교에 다니던 두 아이는 도쿄의 한국 고등학교로 전학을 하려 했지만 이 학교가 일 문부성의 인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좌절됐다. 한글은 고사하고 한국어 구사도 서툴렀던 두 아이는 일본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천신만고 끝에 한국의 의대에 진학한 두 자녀는 한국에서 각각 산부인과와 내과 의사로 일한다. 김 부장은 세계적으로 걷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그냥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많이 걸어도 노화 탓에 근력, 악력 등이 저하됩니다. 그래서 걸을 때 1자로, 보폭은 10㎝ 넓혀 큰 걸음으로 걷는 게 좋습니다. 그럼 자연히 보속도 빨라지죠. 걷는 장소를 바꿔가며 걷는 게 좋고, 경사진 길은 조금 빨리 걸어올라가는 게 좋아요.”
 노화 멈출 수 없지만 늦출 수 있어
그는 100세 시대 “시니어들 스스로 건강하게 사는 건강 수명을 연장해 남에게 신세지는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를 먹는 거만큼은 공평합니다. 노화를 멈출 순 없지만 노화의 속도는 늦출 수 있죠. 그래서 75세 이후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누워서 지내야 한다면 연금을 받아봤자 뭐 합니까? 건강 수명을 넘기면 그 후로는 사실상 장애 기간이에요. 근육의 지방화 문제는 2030세대도 피할 수 없죠. 젊어서 근육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나이 들어 근육 양이 줄어도 체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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