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스피커’ 혁명 시작된다
‘스마트 스피커’ 혁명 시작된다
예측과 개인 맞춤기능 향상되면서 머신러닝 토대로 교사·말동무·영양사 역할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 소환할 수도 있어 전혀 예상치 못한 전화였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 블레이슈. 풍상을 겪었지만 신흥기술의 내부 작동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비전으로 충만한 57세. 버클리대학 출신의 히피족 식당경영자였던 블레이슈는 ‘보이스 인터넷(The Voice Internet)’의 창업자였다. 이 야심만만한 IT 업체는 10년 동안 스텔스 모드로 은밀하게 활동해 왔다.
1997년 이후 그는 목소리만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즉시 접속할 수 있는 상호연결된 세계의 비전을 집요하게 추구해 왔다. 그는 베니티 전화번호(할증요금을 내고 선택하는 번호) 1-800-555-5555를 구입해 새로운 오디오 월드와이드웹 용의 유일한 진입점이자 운영체제로 삼았다. 그의 실험실은 웨스트 로스앤젤레스의 405 프리웨이를 따라 루이스 그린 밀리너리사 아래 있었다. 20대 후반이던 나는 무선통신 업계에서 작은 혁신들을 추구하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그의 ‘미친 과학자’ 연구에 완전히 매료돼 (영화 ‘백투더퓨처’에서처럼) 그의 닥터 브라운 역할에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되고자 했다. 나는 그와 합류해 나의 무선통신 경험을 동원해 그가 혁신하려는 산업과 다리를 놓아줬다.
“덕 피자!”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대고 이렇게 외치곤 했다. 음성 명령을 통한 상거래와 관련된 아무리 모호한 판타지라도 실행하는 플랫폼의 역량을 과시하려는 의도였다. 그는 아카데미상 수상 배우 마틴 랜도를 내세워 자신의 서비스에 전통적인 할리우드의 매력과 신뢰성을 부여했다. 이론상 그의 전략은 흠잡을 데 없었지만 그의 음성인식 소프트웨어가 그의 비전을 따라가지 못해 시연할 때마다 중간에 실패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기업체 관계자들의 관심도 시들해지는 듯했다. 우리는 몇몇 소규모 계약을 조합해 광고주들에게 시스템이 쓸 만한지 테스트했다. 하지만 이 초보적 기술은 지속가능한 사업을 떠받칠 수 없었다.
곧 나는 그 일을 접고 다가오는 ‘대 팟캐스트 혁명’의 앞길을 여는 데 내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블레이슈는 굴하지 않고 10년간 더 우물을 파고들었다. 2년 전 빈털터리가 되고 전화번호부가 모두 닳아 떨어진 뒤에야 블레이슈는 자신의 불가능한 꿈에서 깨어났다. 그는 ‘보이스 인터넷’을 포기하고 세계 최고의 배니티 전화번호를 법률회사에 팔아넘겼다. ‘보이스 인터넷’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졌다.
음성 연결 인터넷이 아마존 에코, 구글 홈, 애플 홈팟의 형태로 다시 태어나던 바로 그 순간에 ‘보이스 인터넷’은 문을 닫았다. 비극적인 우연의 일치였다. 블레이슈의 비전은 처음부터 옳았지만 타이밍 그리고 어쩌면 실행방법도 틀렸을지 모른다. 기술에선 타이밍이 전부다. 그러나 육안으로 별들을 관측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인 듯 보여도 사물의 과거 존재 방식과 유사한 모습일 뿐이다. 사물의 진행 방향을 예측하려면 우리의 상상력뿐 아니라 알려진 과거를 토대로 삼각 측량을 해야 한다.
기술의 미래를 연구하지 않은 우리 보통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면서 시대변화에 적응해야 할까? 우리는 정보시대를 경험하고 그것이 우리가 알던 현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기술적 파동의 떨림을 느낀다. 사상 처음으로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기계의 역량과 경쟁하는 우리의 미래 가치 또는 능력에 충분히 확신을 갖지 못한다.
올해 텔레커뮤니케이션 업계의 송년 무도회가 열린다면 팟캐스트가 파티의 꽃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시장 지배력 면에서는 아직 피라미에 불과하다. 시장 규모 면에서 5억 달러 미만으로 지상파 사업의 4%에도 못 미친다. 로쿠(TV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작은 셋톱 박스) 시장은 여기 포함되지 않는다. 곧 팟캐스트가 10억 달러 문턱을 넘어서겠지만 그렇더라도 디지털 매출 파이의 1%에도 못 미친다. 팟캐스트는 지난 5년 동안 떠오르는 스타였다. 널리 인기를 끈 탐사 저널리즘 팟캐스트 ‘시리얼(Serial)’의 출범 이후 훨씬 더 두각을 나타냈으며 프로그램 편성의 확실한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바로 이 주제가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업계 매체에서 많은 분석과 예측 기사가 쏟아져 왔다. 그러나 전자통신업계의 저변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관점에서 팟캐스트는 ‘레드 드워프’(BBC 방송의 공상과학 코미디)에 더 가깝다. 분명 걸작이지만 오디오 방송과 그것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의 다가오는 근본적인 해체의 오픈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5년도 안 돼 아마존·구글·애플(총 시가총액 2조5000억 달러 이상)이 5000만 명을 웃도는 미국인의 손과 가정에 스마트 스피커를 건넸으며 그중 절반이 2대 이상을 소유한다. 대기업들이 판매하는 데다 필연적으로 대중화되겠지만 스마트 스피커의 현재 역량은 코웃음을 유발하는 수준이다. 현재의 용도는 온도계 달린 시계 겸 라디오에 애스크지브스(검색엔진 사이트)의 오디오 버전이 혼합된 것보다 훨씬 더 발전되거나 신뢰도 높지 않다. 스마트 기기들이 매끄럽게 통합되기만 한다면 구두 명령으로 집 전체를 원격 통제할 수 있다. 조사원뿐 아니라 오디오북 서재, 개인비서, 음식배달 서비스, 게임기에 말동무도 해준다. 스파이라는 걱정이 많다. 구글과 같다. 하지만 실제론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알렉사, 문제점이 모두 해결된 다음에 연락 줘.” 프라이버시 침해보다 더 가치 있는 능력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소비자로선 충분히 할 만한 말이다. 하지만 현직의 전문가와 업계는 이런 접근법을 택할 수 없다. 우리는 텔레커뮤니케이션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미래의 일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오늘날의 스마트 스피커 기술은 전화 인터넷 접속의 시대와 같다. 2003년께 광대역이 등장하면서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뒤 10년 사이 엔터테인먼트·상거래·저장·모빌리티 모두 혁신적으로 변했다. 스마트 스피커가 지금은 PC통신 아메리카 온라인처럼 작동할지 모르지만 5G가 보급되면 다시 말해 디지털 정보처리 속도가 지금보다 10~100배 빨라지면 격차가 좁혀질 것이다. 올해 스마트 스피커가 다른 어떤 사물인터넷 기기 항목보다 더 빨리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는 일각에서 말하는 이른바 ‘탈 스마트폰 시대(the post-smartphone era)’에 접어들고 있다.
이 자리에서 프라이버시 문제나 사이보그 전쟁과 로봇 독재자에 관해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 식의 우려를 제시하지는 않겠다. 이런 주제들도 논할 가치는 있지만 우리의 당면 목표는 그런 것들을 우회하는 것이다. 내 주된 목표는 이런 기술적 발전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분들이 역풍보다 순풍을 타고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발전해나가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뭘까? 곧 스마트 스피커가 나날이 더 스마트해질 것이다. 단순히 주문을 듣고 반응할 수 있는 기기에 그치지 않고 향상된 예측과 개인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머신러닝을 토대로 제안이 비약적으로 더 정교해지고 유용해진다. 외향적인 사람이 인간 상담원보다 컴퓨터를 더 선호하는 고객 서비스 전화 통화를 상상해보자. 이때는 스마트 스피커가 고객의 관심을 공유하며 픽션에서나 있을 법한 방식으로 그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말동무도 된다.
스마트 스피커는 코치이자 교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지식을 소유하고 그것을 이용자의 개인적 학습 스타일과 취향에 어필하는 단어와 음성으로 변형할 수 있는 교사다. 시리는 요즘 네비게이션 앱 웨이즈가 그러듯이 이용자가 원하는 유명스타의 목소리를 흉내 내겠지만 단순히 교통뿐 아니라 인생행로를 안내하면서 무한히 적응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이용자가 요리할 때 아이의 보모 역할을 하거나 숙제를 도울 수도 있다. 알렉사는 이용자의 심리치료사다.
소셜미디어를 기억하는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실생활에서 만나는 사람의 99.9%보다 더 잘 맞는 사람과 어떻게 대화에 빠져들고 싶은가? 어쩌면 데이트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필을 기재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 활동하는 시간의 상호작용과 관심사를 스마트 스피커가 여러 해 동안 관찰하면서 대신 기입(그리고 업데이트)해왔기 때문이다. 스마트 스피커가 생각할 수 있는 어떤 기준에 근거해 마음이 맞는 이용자를 실시간으로 짝지어 줄 때까지 마음속의 어떤 주제든 탐구할 준비를 하고 기다리자. 세상이 무한히 작아졌다.
사물인터넷이 동등한 속도로 진화하면서 다른 감각을 다루는 기기들에 의해 스마트 스피커의 유용성이 증폭된다. 음향이 시각·후각·취각·촉각과 어떻게 상호작용할까? 배가 고픈가? 내가 선호하는 맛, 기분, 체중 목표, 부족한 영양소, 식품 알레르기 등의 균형을 어떤 음식이 잡아줄지 착용형 기술은 알 것이다. 스마트 스피커가 이미 알기 때문에 저녁때 무엇을 먹을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알렉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무인기가 몇 분 내로 완벽한 한 끼 식사를 문 앞으로 배달한다.
외롭긴 한데 상대의 기분에 신경 쓰고 싶지는 않다고? 진짜 인간의 아바타가 대신 말 상대를 할 수 있다. 다른 이용자의 데이터 녹음에 접근해 그 사람의 합성체를 만들어 그들이 어떤 발언을 할지, 그들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그들의 목소리로 신뢰할 만한 근사치를 제공한다. 심지어 그들의 발언 패턴, 액센트, 억양, 음성틱(반복적인 음성 습관)을 기막히게 비슷하게 따라 한다. 한 개인에 관한 데이터를 더 많이 수집할수록 홈팟(애플 스마트 스피커)이 그들에 더 가깝게 표현할 수 있다. 데이터가 없을 경우 비슷하게 생긴 인물의 통계적 확률이 높은 알려진 발언을 토대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만난 적이 있든 없든 누구든 원하는 사람과 영화·쇼 또는 스포츠경기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그들의 불평을 듣고 싶지 않으면 설정을 조정하면 된다.
에이브러햄 링컨이라면 어떻게 할까?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내 알려줄 것이다. 그의 연설, 서한, 목격자 증언, 이미지, 행동의 재현 등이 일단 모두 머신러닝(기계의 자율적인 학습과 성능향상 과정) 시스템에 입력되면 3D 홀로그램이 그의 존재를 실물 공간으로 불러낸다. 그 밖에 세상을 떠난 사람 중에서 당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공지능이 우리의 취향과 반응 패턴에 관해 대단히 많이 학습해 실제로 우리의 생각을 예측하고 상상한 것을 해독할 수 있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걸릴까? 어느 시점에 가면 인공지능이 우리가 원하기 전에 원하는 것을 알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할지 알게 될까? 그 가능성은 실제적인 목적으로 고려하기에는 너무 특이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마트 스피커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 번에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처음 아이팟을 구입했을 때 팟캐스트 산업이 조성될지, 또는 이런 스마트 기기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할지 몰랐다. 첫걸음은 스마트 스피커가 집에 들여놓은 현대판 라디오를 뛰어넘는 기기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스마트 스피커는 무한히 학습하며 능력을 확장해간다. 우리는 신세계를 발견했으며 이제 땅을 갈아야 한다.
사반세기 전을 돌아보자. 우리가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 달리 어떻게 행동했을까? 웹 페이지와 검색엔진의 세계에 대비해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썼을까?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모든 유성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핼리혜성(약 76년을 주기로 태양의 주위를 도는 혜성)을 포착할 유일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자. ‘보이스 인터넷’의 시대가 도래했다. 향후 10년은 인류 역사의 여느 때와는 전혀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댄 그랭거
※ [필자는 마케팅 에이전시 옥스퍼드 로드의 CEO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97년 이후 그는 목소리만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즉시 접속할 수 있는 상호연결된 세계의 비전을 집요하게 추구해 왔다. 그는 베니티 전화번호(할증요금을 내고 선택하는 번호) 1-800-555-5555를 구입해 새로운 오디오 월드와이드웹 용의 유일한 진입점이자 운영체제로 삼았다. 그의 실험실은 웨스트 로스앤젤레스의 405 프리웨이를 따라 루이스 그린 밀리너리사 아래 있었다. 20대 후반이던 나는 무선통신 업계에서 작은 혁신들을 추구하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그의 ‘미친 과학자’ 연구에 완전히 매료돼 (영화 ‘백투더퓨처’에서처럼) 그의 닥터 브라운 역할에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되고자 했다. 나는 그와 합류해 나의 무선통신 경험을 동원해 그가 혁신하려는 산업과 다리를 놓아줬다.
“덕 피자!”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대고 이렇게 외치곤 했다. 음성 명령을 통한 상거래와 관련된 아무리 모호한 판타지라도 실행하는 플랫폼의 역량을 과시하려는 의도였다. 그는 아카데미상 수상 배우 마틴 랜도를 내세워 자신의 서비스에 전통적인 할리우드의 매력과 신뢰성을 부여했다. 이론상 그의 전략은 흠잡을 데 없었지만 그의 음성인식 소프트웨어가 그의 비전을 따라가지 못해 시연할 때마다 중간에 실패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기업체 관계자들의 관심도 시들해지는 듯했다. 우리는 몇몇 소규모 계약을 조합해 광고주들에게 시스템이 쓸 만한지 테스트했다. 하지만 이 초보적 기술은 지속가능한 사업을 떠받칠 수 없었다.
곧 나는 그 일을 접고 다가오는 ‘대 팟캐스트 혁명’의 앞길을 여는 데 내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블레이슈는 굴하지 않고 10년간 더 우물을 파고들었다. 2년 전 빈털터리가 되고 전화번호부가 모두 닳아 떨어진 뒤에야 블레이슈는 자신의 불가능한 꿈에서 깨어났다. 그는 ‘보이스 인터넷’을 포기하고 세계 최고의 배니티 전화번호를 법률회사에 팔아넘겼다. ‘보이스 인터넷’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졌다.
음성 연결 인터넷이 아마존 에코, 구글 홈, 애플 홈팟의 형태로 다시 태어나던 바로 그 순간에 ‘보이스 인터넷’은 문을 닫았다. 비극적인 우연의 일치였다. 블레이슈의 비전은 처음부터 옳았지만 타이밍 그리고 어쩌면 실행방법도 틀렸을지 모른다. 기술에선 타이밍이 전부다. 그러나 육안으로 별들을 관측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인 듯 보여도 사물의 과거 존재 방식과 유사한 모습일 뿐이다. 사물의 진행 방향을 예측하려면 우리의 상상력뿐 아니라 알려진 과거를 토대로 삼각 측량을 해야 한다.
기술의 미래를 연구하지 않은 우리 보통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면서 시대변화에 적응해야 할까? 우리는 정보시대를 경험하고 그것이 우리가 알던 현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기술적 파동의 떨림을 느낀다. 사상 처음으로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기계의 역량과 경쟁하는 우리의 미래 가치 또는 능력에 충분히 확신을 갖지 못한다.
올해 텔레커뮤니케이션 업계의 송년 무도회가 열린다면 팟캐스트가 파티의 꽃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시장 지배력 면에서는 아직 피라미에 불과하다. 시장 규모 면에서 5억 달러 미만으로 지상파 사업의 4%에도 못 미친다. 로쿠(TV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작은 셋톱 박스) 시장은 여기 포함되지 않는다. 곧 팟캐스트가 10억 달러 문턱을 넘어서겠지만 그렇더라도 디지털 매출 파이의 1%에도 못 미친다. 팟캐스트는 지난 5년 동안 떠오르는 스타였다. 널리 인기를 끈 탐사 저널리즘 팟캐스트 ‘시리얼(Serial)’의 출범 이후 훨씬 더 두각을 나타냈으며 프로그램 편성의 확실한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바로 이 주제가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업계 매체에서 많은 분석과 예측 기사가 쏟아져 왔다. 그러나 전자통신업계의 저변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관점에서 팟캐스트는 ‘레드 드워프’(BBC 방송의 공상과학 코미디)에 더 가깝다. 분명 걸작이지만 오디오 방송과 그것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의 다가오는 근본적인 해체의 오픈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5년도 안 돼 아마존·구글·애플(총 시가총액 2조5000억 달러 이상)이 5000만 명을 웃도는 미국인의 손과 가정에 스마트 스피커를 건넸으며 그중 절반이 2대 이상을 소유한다. 대기업들이 판매하는 데다 필연적으로 대중화되겠지만 스마트 스피커의 현재 역량은 코웃음을 유발하는 수준이다. 현재의 용도는 온도계 달린 시계 겸 라디오에 애스크지브스(검색엔진 사이트)의 오디오 버전이 혼합된 것보다 훨씬 더 발전되거나 신뢰도 높지 않다. 스마트 기기들이 매끄럽게 통합되기만 한다면 구두 명령으로 집 전체를 원격 통제할 수 있다. 조사원뿐 아니라 오디오북 서재, 개인비서, 음식배달 서비스, 게임기에 말동무도 해준다. 스파이라는 걱정이 많다. 구글과 같다. 하지만 실제론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알렉사, 문제점이 모두 해결된 다음에 연락 줘.” 프라이버시 침해보다 더 가치 있는 능력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소비자로선 충분히 할 만한 말이다. 하지만 현직의 전문가와 업계는 이런 접근법을 택할 수 없다. 우리는 텔레커뮤니케이션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미래의 일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오늘날의 스마트 스피커 기술은 전화 인터넷 접속의 시대와 같다. 2003년께 광대역이 등장하면서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뒤 10년 사이 엔터테인먼트·상거래·저장·모빌리티 모두 혁신적으로 변했다. 스마트 스피커가 지금은 PC통신 아메리카 온라인처럼 작동할지 모르지만 5G가 보급되면 다시 말해 디지털 정보처리 속도가 지금보다 10~100배 빨라지면 격차가 좁혀질 것이다. 올해 스마트 스피커가 다른 어떤 사물인터넷 기기 항목보다 더 빨리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는 일각에서 말하는 이른바 ‘탈 스마트폰 시대(the post-smartphone era)’에 접어들고 있다.
이 자리에서 프라이버시 문제나 사이보그 전쟁과 로봇 독재자에 관해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 식의 우려를 제시하지는 않겠다. 이런 주제들도 논할 가치는 있지만 우리의 당면 목표는 그런 것들을 우회하는 것이다. 내 주된 목표는 이런 기술적 발전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분들이 역풍보다 순풍을 타고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발전해나가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뭘까? 곧 스마트 스피커가 나날이 더 스마트해질 것이다. 단순히 주문을 듣고 반응할 수 있는 기기에 그치지 않고 향상된 예측과 개인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머신러닝을 토대로 제안이 비약적으로 더 정교해지고 유용해진다. 외향적인 사람이 인간 상담원보다 컴퓨터를 더 선호하는 고객 서비스 전화 통화를 상상해보자. 이때는 스마트 스피커가 고객의 관심을 공유하며 픽션에서나 있을 법한 방식으로 그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말동무도 된다.
스마트 스피커는 코치이자 교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지식을 소유하고 그것을 이용자의 개인적 학습 스타일과 취향에 어필하는 단어와 음성으로 변형할 수 있는 교사다. 시리는 요즘 네비게이션 앱 웨이즈가 그러듯이 이용자가 원하는 유명스타의 목소리를 흉내 내겠지만 단순히 교통뿐 아니라 인생행로를 안내하면서 무한히 적응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이용자가 요리할 때 아이의 보모 역할을 하거나 숙제를 도울 수도 있다. 알렉사는 이용자의 심리치료사다.
소셜미디어를 기억하는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실생활에서 만나는 사람의 99.9%보다 더 잘 맞는 사람과 어떻게 대화에 빠져들고 싶은가? 어쩌면 데이트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필을 기재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 활동하는 시간의 상호작용과 관심사를 스마트 스피커가 여러 해 동안 관찰하면서 대신 기입(그리고 업데이트)해왔기 때문이다. 스마트 스피커가 생각할 수 있는 어떤 기준에 근거해 마음이 맞는 이용자를 실시간으로 짝지어 줄 때까지 마음속의 어떤 주제든 탐구할 준비를 하고 기다리자. 세상이 무한히 작아졌다.
사물인터넷이 동등한 속도로 진화하면서 다른 감각을 다루는 기기들에 의해 스마트 스피커의 유용성이 증폭된다. 음향이 시각·후각·취각·촉각과 어떻게 상호작용할까? 배가 고픈가? 내가 선호하는 맛, 기분, 체중 목표, 부족한 영양소, 식품 알레르기 등의 균형을 어떤 음식이 잡아줄지 착용형 기술은 알 것이다. 스마트 스피커가 이미 알기 때문에 저녁때 무엇을 먹을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알렉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무인기가 몇 분 내로 완벽한 한 끼 식사를 문 앞으로 배달한다.
외롭긴 한데 상대의 기분에 신경 쓰고 싶지는 않다고? 진짜 인간의 아바타가 대신 말 상대를 할 수 있다. 다른 이용자의 데이터 녹음에 접근해 그 사람의 합성체를 만들어 그들이 어떤 발언을 할지, 그들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그들의 목소리로 신뢰할 만한 근사치를 제공한다. 심지어 그들의 발언 패턴, 액센트, 억양, 음성틱(반복적인 음성 습관)을 기막히게 비슷하게 따라 한다. 한 개인에 관한 데이터를 더 많이 수집할수록 홈팟(애플 스마트 스피커)이 그들에 더 가깝게 표현할 수 있다. 데이터가 없을 경우 비슷하게 생긴 인물의 통계적 확률이 높은 알려진 발언을 토대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만난 적이 있든 없든 누구든 원하는 사람과 영화·쇼 또는 스포츠경기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그들의 불평을 듣고 싶지 않으면 설정을 조정하면 된다.
에이브러햄 링컨이라면 어떻게 할까?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내 알려줄 것이다. 그의 연설, 서한, 목격자 증언, 이미지, 행동의 재현 등이 일단 모두 머신러닝(기계의 자율적인 학습과 성능향상 과정) 시스템에 입력되면 3D 홀로그램이 그의 존재를 실물 공간으로 불러낸다. 그 밖에 세상을 떠난 사람 중에서 당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공지능이 우리의 취향과 반응 패턴에 관해 대단히 많이 학습해 실제로 우리의 생각을 예측하고 상상한 것을 해독할 수 있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걸릴까? 어느 시점에 가면 인공지능이 우리가 원하기 전에 원하는 것을 알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할지 알게 될까? 그 가능성은 실제적인 목적으로 고려하기에는 너무 특이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마트 스피커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한 번에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처음 아이팟을 구입했을 때 팟캐스트 산업이 조성될지, 또는 이런 스마트 기기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할지 몰랐다. 첫걸음은 스마트 스피커가 집에 들여놓은 현대판 라디오를 뛰어넘는 기기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스마트 스피커는 무한히 학습하며 능력을 확장해간다. 우리는 신세계를 발견했으며 이제 땅을 갈아야 한다.
사반세기 전을 돌아보자. 우리가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 달리 어떻게 행동했을까? 웹 페이지와 검색엔진의 세계에 대비해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썼을까?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모든 유성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핼리혜성(약 76년을 주기로 태양의 주위를 도는 혜성)을 포착할 유일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자. ‘보이스 인터넷’의 시대가 도래했다. 향후 10년은 인류 역사의 여느 때와는 전혀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댄 그랭거
※ [필자는 마케팅 에이전시 옥스퍼드 로드의 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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