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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브렉시트 예외 없이 완수하겠다”

“10월 말 브렉시트 예외 없이 완수하겠다”

‘영국판 트럼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 취임하면서 EU 탈퇴 의지 재천명해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는 지난 7월 24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취임 후 첫 연설을 했다. / 사진:UPI/YONHAP
보리스 존슨(55) 전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 7월 24일 영국 총리로 취임했다. 존슨 신임 총리는 이날 관례에 따라 버킹엄궁을 찾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하고 신임 총리 취임 사실을 알린 다음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첫 연설을 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영국은 10월 31일 유럽연합(EU)을 탈퇴할 것이다. 예외는 없다(no ifs, no buts)”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의지를 천명했다.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원하진 않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3년간의 우유부단함으로 영국이 민주적 권한을 행사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비관론자들이 국내외에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없다고 말한 불신자, 비관자, 비관론자는 틀렸다. 영국의 반대쪽에 돈을 건 사람들은 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복원할 것이고, 국민에 대한 의회의 거듭된 약속을 이행할 것이다.”

지난 7월 23일 영국 집권 보수당의 당 대표 경선 투표 결과 존슨 신임 총리는 9만2153표를 얻어 4만6656표를 획득한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을 제치고 대표로 선출됐다. 그는 집권당 대표 자격으로 영국 총리직을 자동 승계했다. 보수당은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통과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6월 7일 당대표직에서 공식 사임하자 후임 선출 작업을 벌여왔다.

존슨 신임 총리는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승리 연설에서 “브렉시트를 완수하고, 나라를 단결시키는 한편,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를 패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완수하고(deliver), 단결시키고(unite), 패배시킨다(defeat)’는 보수당 구호의 첫 철자를 합치면 ‘dud’(못 쓰는 것)라는 나쁜 뜻이지만 자신은 거기에 ‘energize’(활력을 불어넣는다)의 ‘e’를 추가해 ‘dude’라고 말하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모든 회의론자에게 말한다. 듀드(dude, ‘이봐’), 우리는 이 나라에 활력을 불어넣을 거야.”

존슨 신임 총리의 경선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평소 그를 자신의 절친이라고 부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그는 멋진 총리가 될 것!”이라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메이 전 총리는 인기 없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에서 거듭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유권자와 보수당원들의 지지를 잃고 물러났다. 존슨 신임 총리는 영국 정계의 괴짜이자 분열을 초래하는 인물로 잘 알려졌으며, 2016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적극 지지했다.명문 기숙학교인 이튼 칼리지와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존슨은 일간 더 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 유력지를 거친 언론인 출신이다. 금발의 더벅머리와 직설적인 화법으로 스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2001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2008년과 2012년 런던 시장을 역임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괴짜지만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지자들은 보수당이 정권을 유지하려면 그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 진영은 그가 개인적인 야망에 사로잡힌 정치인으로 정치적 신념도 강하지 않고 런던 시장으로서의 업적도 보잘것없다고 폄하한다.

존슨 신임 총리에 반대하는 영국인들이 지난 7월 24일 총리관저 밖에 모여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 사진:EPA/YONHAP
현 상황에서 존슨 신임 총리는 국정운영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당초 2022년 예정된 총선을 앞당기는 조기 총선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거론된다. 존슨 신임 총리는 런던 시장 시절 당시 미국 대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정신 나갔다” “끔찍할 정도로 무식하다” “대통령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등 경멸적인 발언을 했다. 그러나 존슨이 2016년 외무장관이 된 이래 두 사람은 친해졌다(존슨은 브렉시트 문제로 메이 총리와 갈등을 빚으며 지난해 외무장관직을 사임했다). 두 사람은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여성 혐오 논란을 촉발한 막말에서 닮은꼴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존슨 신임 총리는 부모가 유학 중이던 시절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영국과 미국 이중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2016년 미국 국적을 포기했다. 영국 하원의원이면서 미국 국적을 가졌다는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세금 폭탄’이 이유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존슨 신임 총리는 2014년 런던 북부 자택을 매각하면서 미국 정부가 5만 달러에 이르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자 이에 반발해 자발적으로 미국 국적을 버렸다고 보도했다.

 [박스기사] 존슨의 막말은 트럼프와 닮은꼴?
존슨 신임 총리는 하원의원과 런던 시장, 언론인의 경력을 거치면서 가는 곳마다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여성 혐오 논란을 일으킨 직설화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닮은꼴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힐러리 클린턴을 두고

“She’s got dyed blonde hair and pouty lips, and a steely blue stare, like a sadistic nurse in a mental hospital.”

“정신병원의 가학적인 간호사처럼 염색한 금발 머리에 삐죽거리는 입과 차가운 눈빛을 지녔다.” - 텔레그래프, 2007



부르카를 착용하는 무슬림 여성을 보고

“...it is absolutely ridiculous that people should choose to go around looking like letter boxes.”

“우체통처럼 보이는 차림으로 돌아다니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 텔레그래프, 2018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흉상을 치웠다는 소문이 돌자

“Some said it was a symbol of the part-Kenyan President’s ancestral dislike of the British Empire - of which Churchill had been such a fervent defender.”

“그 행동을 두고 일부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부분적으로 케냐인이기 때문에 대영제국에 맺힌 게 많아서 그랬다고 한다. 처칠은 대영제국을 열렬히 옹호했다.” (오바마의 친부는 케냐인으로 케냐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다.) - 더 선, 2016



파푸아뉴기니를 두고

“For 10 years we in the Tory party have become used to Papua New Guinea-style orgies of cannibalism and chief-killing, and so it is with a happy amazement that we watch as the madness engulfs the Labour Party.”

“지난 10년 동안 우리 보수당은 파푸아뉴기니 스타일의 식인 행위와 추장 살해에 익숙해졌다. 따라서 이제 노동당이 그런 광기에 휩싸이는 것을 보는 게 아주 즐겁다.” - 텔레그래프, 2006



‘노딜’ 브렉시트를 기업이 두려워한다는 지적을 받고

“Fuck business.”

“빌어먹을 비즈니스.” - 2018년 여왕 생일 기념 공식 리셉션에서



나이트클럽의 게이들을 두고

“tank-topped bumboys”

“민소매 티셔츠를 입는 난봉꾼들.” - 텔레그래프, 1998

- 섀인 크라우처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영국 경제 침체기로 들어서나 - 보리스 존슨이 총리에 취임하면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커져 성장에 타격 불가피할 듯
영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브렉시트 위기로 영국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섰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최신 보고서에서 10월 31일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을 40%로 제시하며, ‘노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그지트 차드하 NIESR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수년 동안 성장이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성공한다고 해도 공공재정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NIESR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브렉시트 강경론자 보리스 존슨이 총리에 취임했기 때문에 ‘노딜 브렉시트’가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NIESR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경제는 올해 2분기(4~6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3분기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영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래 처음으로 침체기에 공식 진입하게 된다.

영국 경제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NIESR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영국 예산책임국도 10월 이후의 전망은 아주 암울하며 ‘노딜 브렉시트’를 할 경우 영국 경제가 완전한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실제로 이뤄지면 영국과 EU 간 교역 시 평균 4%의 관세가 적용돼 내년 말까지 영국 경제가 2% 축소될 것이다.”

NIESR은 또 영국의 2019년과 2020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1.4%와 1.6%에서 1.2%와 1.1%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NIESR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브렉시트 시나리오를 고려했을 때도 2020년 영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30%에 이른다. “공적자금 지출의 증가가 불가피하며 공공부문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신문 가디언에 따르면 기업 로비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의 캐럴린 페어번 사무총장은 존슨 신임 총리의 취임과 관련해 “새 총리는 브렉시트를 두고 좋은 합의에 따르는 이점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영국 산업별 노동조합의 상급 단체인 영국노동조합연맹(TUC)의 프랜시스 오그래디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노동자가 저임금과 정부 지출 축소 등으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노딜 브렉시트마저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7월 22일 메이 총리의 퇴임 이틀 전 영국의 2%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공공 부문 근로자의 급여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해먼드 장관도 메이 총리와 함께 사임했다). 이번 임금 인상으로 공공 부문 근로자 100만 명이 혜택을 본다. 교사의 임금 인상률은 2.75%, 의사와 경찰은 보수에서 각각 1500파운드와 978파운드를 더 받는다. 군인의 급여도 인상할 계획이다.

- 칼리안 쿠마르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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