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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헐리면 텐트에서 자겠다”

“우리 집이 헐리면 텐트에서 자겠다”

동예루살렘에서 유대인 정착촌 건설과 관광 산업 위한 팔레스타인인 무허가 주택 철거 진행되면서 충돌 격화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남쪽으로약 800m 떨어진 실 완 지구는 주민 다수가무슬림이다 / 사진:AP/YONHAP
무함마드 슈웨키(29)는 잠을 자면서 불도저가 자신의 집을 허물려고 달려오는 꿈을 자주 꾼다. 슈웨키는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의 실완 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제빵사다. 예루살렘 서쪽 성벽으로 유대인이 가장 신성시하는 기도 장소인 ‘통곡의 벽’과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남쪽으로 약 800m 떨어진 실완 지구는 주민 다수가 무슬림이다. 인구가 약 5만 명이며, 흙과 자갈이 깔린 비포장 도로변에 올리브 나무가 늘어서 있고 언덕 비탈에 작은 벽돌집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도시라기보다는 시골 마을 같은 느낌을 준다. 그곳의 공동묘지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래된 묘지 중 하나로 알려졌다. 또 고대 예루살렘의 도심으로 추정되는 ‘다윗성’(‘다윗의 도시’라고도 부른다)도 이곳에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실완 지구는 종교적·민족적인 소유권 다툼이 치열한 땅이 됐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대인과 아랍인 모두 자신들이 먼저 이곳에 정착했다고 주장하며, 서로 상대방이 역사를 왜곡하려 한다고 공격한다. 예루살렘에 사는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은 이웃으로 살면서도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가 아닌 상호 교류는 거의 하지 않는다. 두려움과 의심이 일상생활의 일부다. 동예루살렘에서 고고학적 발굴이 여러 건 진행되고 있지만 이스라엘 단체는 이를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인은 반대한다. 게다가 유대인 정착민이 계속 유입되고, 관광 산업이 호황을 누린다. 이런 모든 상황이 실완 지구의 긴장을 고조시킨다.이스라엘은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제3차 중동전쟁)에서 요르단 영토였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했고, 1980년 그곳을 합병했다. 동예루살렘을 궁극적인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도로 생각하는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의 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유엔과 대다수 세계 정부가 그에 동의한다. 그러나 유독 미국은 동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했다고 보지 않는다(심지어 2017년 미국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뜻에서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동예루살렘 실완 지구의 많은 팔레스타인인 주택이 불법 건축 물로 규정되면서 당국이철거에 나섰다. / 사진:WIKIMEDIA COMMONS
슈웨키 같은 팔레스타인 주민에겐 그런 정치와 역사가 개인적으로 실제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를 비롯해 실완 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은 이스라엘 당국이 유대인 정착민을 그곳에 수용하고, 또 그곳을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자신들을 그 땅에서 불법적으로 몰아내려고 오랫동안 술책을 써왔다고 주장한다. 슈웨키는 1996년 지은 자신의 집이 예루살렘 시 당국으로부터 여러 가지 벌금과 요금을 청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그 집이 앞으로 몇 달 안에 시 당국에 의해 철거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현재 철거가 예정된 실완 지구의 주택은 약 700채에 이른다.

슈웨키는 집이 철거되면 자신과 나머지 8명의 가족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그 문제로 그의 부부는 신경이 예민해져 자주 싸운다. 그는 지난 5월 말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압박이 아주 심하다. 먹을거리를 사야 할 돈을 공공요금으로 다 쓴다.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끊임없는 압박이다. 이웃이나 가족과의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시 당국은 뉴스위크의 논평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동예루살렘의 대다수 주택은 한 가족이 오랫동안 소유한 땅에 당국의 허가 없이 지어진다. 신규 건축이나 기존 건물의 개조에 필요한 현대식 서류를 가진 가족이 거의 없다. 따라서 시 당국은 지어진 건물을 소급해서 합법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허가를 받은 팔레스타인 가족은 아주 드물다. 유엔에 따르면 동예루살렘에 있는 팔레스타인인 주택 중 최소한 3분의 1은 건축 허가 없이 지어진 집이다. 허가 없이 집을 지으면 벌금을 내거나 압류 후 철거될 수 있다.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당국이 유대인 정착민과 관광객을 위해 사실상 팔레스타인인을 그곳에서 쫓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파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디아나 부투는 “이스라엘 당국은 동예루살렘의 일부 지역을 건축이 금지되는 녹색 공간이나 공공용지로 공표하는 법을 제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정착촌 건설을 위한 토지를 수용하는 이중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 변호사들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고, 가족들은 시스템과 싸우느라 많은 돈을 들이며 마음고생을 심하게 한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결국에는 시스템을 이길 수 없다.”

지난 7월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마을 수르 바헤르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주택을 철거하려는 당국의 계획에 맞서 과격한 시위를 벌였다 / 사진:EPA/YONHAP
올여름 자신의 집이 철거될 예정인 함자 모라야(28)는 뉴스위크에 “우린 벌금을 두 번이나 냈고, 변호사와 설계사도 고용했다”고 말했다. “벌금을 내기 위해 모든 가족이 돈을 보탰다. 우리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허가받기 위해 그만큼 많은 돈을 썼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모라야는 지금까지 벌금으로 약 13만5000셰켈(약 4700만원)을 썼다고 밝혔다. 예루살렘 시민의 일 인당 평균 연간 총수입은 약 16만4000셰켈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 다수는 그보다 훨씬 적게 번다.

한편 지난해 예루살렘을 방문한 관광객은 약 400만 명에 이른다. 인구 100만 명도 안 되는 도시로선 엄청난 규모의 외지인을 맞고 있다. 시 당국은 2020년까지 연간 관광객 8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면서 역사적인 도시인 예루살렘을 관광 명소로 판촉한다.

그러나 예루살렘은 그 정도의 관광객을 소화할 수 있는 숙박 시설과 공간이 없다. 지난해 시 당국은 다윗성 발굴에 1300만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유대인의 국가적 유산을 반영하는’ 관광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다윗성과 서예루살렘을 케이블카로 연결하는 공사에 추가로 5400만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밝혔다.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했다. “시 당국은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인 거주지에서 관광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에 따라 팔레스타인 주민 수백 명이 강압적으로 퇴거당할 위험에 처했다.”

동예루살렘과 예루살렘 구시가지(가운데가 바위돔 사원)에 건설된 이스라엘 정착촌 건물의 옥상에 이스라엘과 미국 국기가 게양돼 있다. / 사진:AFP/YONHAP
국제앰네스티 중동지부의 살레 히가지 부부장은 뉴스위크에 트립어드바이저와 에어비앤비 같은 미국 회사가 이런 관광 산업 확장으로 수익을 올린다고 말했다. “트립어드바이저,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에어비앤비 같은 온라인 여행 예약 업체가 여기에 연루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들은 실완 지구 등 유대인 정착촌을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판촉한다. 불법 상황을 이용해 수익을 올린다는 뜻이다.”

트립어드바이저와 익스피디아는 여행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일만 한다고 주장했다. 트립어드바이저의 브라이언 호이트 대변인은 “우린 여행자에게 세계 전역에서 현재 영업 중인 숙박 시설과 식당, 관광 명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정치와 무관하며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부킹닷컴은 논평 요청에 회신하지 않았고, 에어비앤비는 논평을 거부했다.

현재 동예루살렘에서 강제 퇴거에 직면한 팔레스타인인이 취할 수 있는 법적 선택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뉴스위크가 인터뷰한 팔레스타인인 중 그곳을 떠날 계획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의 집이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고 말한 모라야는 1998년 지은 집에서 가족 15명과 함께 산다. 길 건너에 있던 그의 삼촌 집은 이미 헐렸다. 모라야는 “우리 집이 헐리면 텐트에서 자겠다”고 말했다.

- 크리스티나 마자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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