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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족이 이끈 산업 지형도 변화] 작게 또 작게… ‘소형화’로 대동단결

[나홀로족이 이끈 산업 지형도 변화] 작게 또 작게… ‘소형화’로 대동단결

가전·유통 업계 1인 가구 맞춤형 전략… 렌털·배달산업 급성장에도 영향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과 미니 가전 시장이 커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혼자 사는 1인 가구 ‘나홀로족’ 급증이 산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수년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LG경제연구원은 5년 전인 2014년 ‘1인 가구 증가 소비지형도 바꾼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1인 가구의 기본적 특징을 다음과 같이 짚었다. “1인 가구 증가는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주거와 내구재 등 (2인 가구 이상일 땐) 공유 가능한 소비를 1인 가구는 홀로 소비해야 해서다. 가구 구성원의 연령과 소득 차이 등을 제거하고 봤을 때 1인 가구 소비량은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량보다 8%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인 가구 대비 1인 가구의 외식비는 27%, 가공식품 소비는 51%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1인 가구는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통신비에 돈을 더 많이 쓰며 의류, 주류와 담배 등 품목에서 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들 입장에서 1인 가구 증가는 새로운 기회의 부각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는 5년 후인 지금 현실화했다. 그러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산업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올 초 발행한 ‘1인 가구가 이끄는 경제·소비 트렌드’ 보고서에서 “특히 가전과 유통 부문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소형화’라는 키워드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가전부터 보면 2인 이상 가구에서 필요로 하는 중대형 가전이 1인 가구엔 필요하지 않은 만큼 수요 변화가 두드러졌다. 예컨대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지난 2017년부터 올 5월까지의 전기밥솥 매출을 집계 결과, 3인용 이하 밥솥 매출이 전년 대비 2018년 9%, 올 5월 21%(동기 기준)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체 밥솥 매출에서 소형 밥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2.9%에서 올해 6%가량으로 커졌다. 외식 문화 발달, 식습관 변화 등 요인으로 집에서 밥을 해먹는 인구가 줄면서 전체 밥솥 매출이 같은 기간 줄어들었음에도 소형 밥솥만은 인기다.
 전체 밥솥 매출 줄었지만 소형 밥솥 잘 팔려
LG전자는 지난해 1인 가구 맞춤형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오브제’를 선보이면서 1인 가구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 사진 : LG전자
TV나 냉장고, 세탁기와 에어컨 같은 다른 필수 가전들도 소형 제품 인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로 가전 기업들의 최근 사업 전략도 제품 소형화에 방점이 찍혔다. LG전자는 지난해 1인 가구 맞춤형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오브제’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1인 가구 공략 강화에 나섰다. 공간 활용성과 인테리어 효과를 겸비한 TV·오디오·냉장고로 구성됐으며 주문자 생산방식을 택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7인치 크기의 1인 가구용 TV 모니터 ‘룸앤(Room&) TV’도 출시했다. 평소엔 TV로 쓰다가 PC와 연결해 모니터로도 쓸 수 있어 1인 가구 소비자를 유혹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선보인 ‘비스포크’ 냉장고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1인 가구만을 위한 제품은 아니지만 가족 수와 식습관, 주방 형태에 따라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타입 등을 선택해 주문 제작할 수 있도록 해 1인 가구 수요를 최대한 유인한다. 대유위니아그룹 등도 소형 가전 인기가 1인 가구 전성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파악하고 제품 소형화와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유통 업계 역시 일반 제조사들처럼 1인 가구 사로잡기에 힘쓰고 있다. 이마트는 소형 라면 포트와 샌드위치 메이커, 모닝 메이커(토스터와 커피머신의 결합 상품) 등으로 구성된 ‘일렉트로맨 혼족 가전’ 시리즈를 지난해부터 선보여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1인용 밥솥, 소형 냉장고, 1구 전기레인지까지 추가돼 1인 가구를 대놓고 겨냥한 구성이다. 가격도 1만~3만원 대로 저렴해 지난해 출시 초기 월 2000개 정도였던 판매량이 최근 50%가량 증가했다. 박신환 이마트 생활·소형가전 바이어는 “시리즈 11번째 상품으로 전기가 필요 없는 자연 여과 정수기를 지난 7월 출시해 고객들의 관심이 커졌다”면서 “간편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아 나홀로족에게 인기”라고 전했다. 정수기를 따로 구매하거나 빌리지 않고도 여과 필터만을 통해 수돗물을 정수해서 마실 수 있게 하는 제품이다.

대형마트들은 ‘혼술(혼자 마시는 술)’을 즐기는 1인 가구 수요에도 발맞추고 있다. 소용량 주류 전용 매대 등을 구성, 전국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마트의 올해 1~5월 125㎖짜리 소용량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24%나 증가했다. 신선식품에선 마찬가지 이유로 소포장 식품이 인기다. 롯데마트는 1인 가구를 겨냥해 여름철 미니 흑수박과 애플수박을 선보이면서 호응을 얻었다. 사과나 배, 멜론 등도 소포장해서 판매한다.
 가정간편식과 편의점도 인기
이마트는 지난 7월 전기가 필요 없는 자연 여과 정수기를 ‘일렉트로맨 혼족 가전’ 11번째 상품으로 출시했다. 정수기 구매나 대여 필요성이 적은 1인 가구 특성을 겨냥했다. / 사진 : 이마트
전자레인지로 간단하게 데워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가전간편식(HMR) 인기도 유통 업계가 주목하는 관련 트렌드다. 소형 밥솥의 수요 증가 이면에선 아예 HMR로 한 끼 식사를 부담 없이 해결하려는 수요 또한 급증했다. 2010년 7700억원 수준이던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7년 3조원대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다 보니 1인 가구가 즐겨 찾는 편의점도 온라인 쇼핑 부각으로 사양세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이례적으로 인기를 유지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대형마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할 동안 편의점 매출은 대조적으로 4.4% 증가했다. 대형마트는 특성상 2인 가구 이상에서 한번에 많은 먹거리 등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많지만, 편의점은 자주 찾되 그때그때 조금 구매해도 되는 1인 가구 소비자를 끌어당긴다.

이외에 나홀로족 증가가 급성장을 이끈 산업 분야로 렌털(대여)과 배달이 있다. 과거에도 정수기나 비데 등 특정 품목에 한해서는 렌털시장이 존재했지만, 1인 가구는 이런 렌털 품목의 다양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금은 정수기와 비데는 물론 TV·냉장고·의류건조기·안마의자·공기청정기·매트리스 등 대부분의 가전 대여가 가능한 수준까지 렌털산업이 발달했다. 혼수(婚需)가 존재하지 않고 작은 집에 사는 경우가 대다수인 1인 가구일수록 한층 다양한 품목에서 구매보다는 가격 면에서 유리한 대여를 선호해서다. 렌털 업체인 현대렌탈케어는 올 6월 매트리스 렌털 신규 가입 계정이 전월 대비 31.3% 증가해 웃음꽃이 피었다. 이 회사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1인 가구를 겨냥한 실속형 매트리스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시장 조사 업체 엠브레인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1000명 중 42.4%는 1~2인 가구 증가가 렌털 서비스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복수응답 기준).

마찬가지로 종전에도 짜장면이나 피자 같은 일반적인 외식 상품을 배달하는 시장은 존재했지만, 나홀로족 증가에 따른 배달 수요의 급증은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 플랫폼 성장으로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 규모는 2013년 3347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가량으로 급증했다(연간 거래액 기준). 같은 기간 배달 앱 이용자 수도 87만 명에서 2500만 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인 가구에 속한 중장년층과 달리 직접 요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의 1인 가구 소비자들은 HMR 등과 함께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전체 가구의 12.7%였던 국내 1인 가구는 2017년 28.6%로 늘었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박스기사] 1인 가구 증가의 후폭풍 - 재활용 불가 플라스틱도 급격히 늘어
1인 가구가 늘면서 1인당 쓰레기 배출량도 함께 늘고 있다. 환경부가 집계한 ‘4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은 가구원이 적을수록 많았다. 1인 가구 전용 포장이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제품이 3인 이상 다인 가구에 맞춰져 있어 실제 사용하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은 탓이다. 1인 가구에서 나오는 하루 평균 쓰레기양은 207g으로 4인 가구에서 발생하는 1인당 쓰레기양 103g보다 2배로 많았다.

1인 가구는 증가는 전체 쓰레기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0년 222만 가구(15.5%)였던 1인 가구는 2017년 562만 가구 늘어 우리나라 가구 형태 중 가장 많은 비중(28.6%)을 차지했다. 2018년 10월 기준 1인 가구는 579만 가구로 1년 새 3.1%(17만 가구)나 늘어났다. 전체 쓰레기 발생량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평균 41만t으로 2000년 22만 톤과 비교해 17년 새 1.8배로 증가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음식 배달·신선식품 배송 시장이 커지면서 쓰레기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음식 포장재나 식품용기 폐기물은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신선식품 배송은 신선도 유지를 위해 포장재와 보랭재가 많이 쓰이는데 보랭팩은 주로 재활용을 할 수 없는 미세 플라스틱 등으로 채워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 가정에서 배출된 쓰레기 중 재활용 처리되는 비중은 40% 정도로 1인 가구는 배출 쓰레기의 재활용 수준은 30%도 안 된다.

지난해 서울 관악구에선 음식이나 신선식품 등을 포장해 재활용이 어려운 일회용 용기와 같은 플라스틱류가 전년과 비교해 69.9% 증가했다. 캔·병 재활용 폐기물이 각각 7.3%, 0.9%씩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관악구는 1인 가구의 비중이 45%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높은 지역이다. 1인 가구 비중이 관악구보다 낮은 다른 구도 사정은 비슷했다. 올해 상반기 중랑구의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량은 7529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동대문구는 106% 증가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쓰레기 배출이 늘면서 배달 및 배송 업체들이 직접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는 등 폐기물의 양을 줄이기에 나섰지만, 효과는 별로 없는 상태다. 마켓컬리는 재생지를 활용한 냉장용 박스를 도입하고 보랭팩 수거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이를 통해 회수되는 비율은 전체의 10%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 1571억원에 영업손실 336억원을 기록했는데 상품 포장에 177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1인 가구의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한 법과 제도도 없는 상태다.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제한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생산자의 책임을 묻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실시하고 있지만, 음식 배달·신선식품 배송 시장의 포장재 폐기물 등에 대한 별도 대책은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로 최근 떠오른 신선식품 배송 포장재, 배달 음식 용기 등 재활용품 불가 폐기물 감축 대책을 오는 10월쯤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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