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 라이엇게임즈 한국 대표] “한국 e스포츠 떠나는 선수 더 늘어날 수도”
[박준규 라이엇게임즈 한국 대표] “한국 e스포츠 떠나는 선수 더 늘어날 수도”
각 종목별 체계적인 리그 구축해야... “정부 주도 경기장 구축은 긍정적" “한국의 e스포츠가 기로에 섰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의 국내 리그(LCK)를 운영하는 박준규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대표는 “한국의 e스포츠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처럼 커질 역량을 지녔지만, 잘못하면 선수만 키워 내보내는 브라질 프로리그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최근 해외를 중심으로 체계를 갖춘 e스포츠 리그가 늘면서 한국이 19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를 시작으로 다져온 e스포츠 종주국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의 지적처럼 현재 한국의 e스포츠는 북미와 중국 등 해외 시장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다. 미흡한 인프라 투자에 더한 선수 육성 시스템의 부재,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e스포츠 시장이 정체되고 있어서다. 이와 달리 북미와 중국, 유럽 등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용 경기장을 조성하고 체계화된 선수 육성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6.8%에서 2017년 13.1%로 3.7%포인트 떨어졌다. 박준규 대표는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전용 경기장과 구단 등 리그 체계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이 한국을 e스포츠 종주국으로 인정하는 이유인 한국 선수들의 우수한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선 탄탄한 리그 구축이 필수라는 것이다.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서울 종로구에 전용 경기장 롤파크를 구축한 것도 체계적인 리그 운영을 위해서였다”는 박 대표를 만나 한국 e스포츠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한국 e스포츠가 기로에 섰다고 했다.
“e스포츠는 현재 직접 즐기는 시대를 넘어 보는 시대로 넘어왔다. 인터넷 중계든 방송이든 전 세계 e스포츠 시청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억6700만 명으로 이미 메이저리그(MLB) 경기 시청자(1억1400만 명) 수를 뛰어넘었다. 이에 해외에선 e스포츠 리그 구축을 통한 관람객 중심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리그를 중심으로 선수와 구단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스포츠 산업으로 틀과 면모를 갖춘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제도권 안에서 선수 육성이 없는 것은 물론 리그·경기·구단·팀 등 체계를 갖춘 종목별 리그가 거의 없는 상태다.”
한국 선수 역량은 최고로 꼽힌다.
“PC방에 기반을 둔 온라인 게임 일상화와 1990년대 말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때부터 다진 e스포츠의 토양 덕에 한국 e스포츠 산업에서 선수 개개인의 경쟁력은 막강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국내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롤 선수 91명, 오버워치 종목 선수 61명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e스포츠 산업 주도권을 해외에 넘겨주고 한국은 실력 있는 선수를 내보내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
e스포츠 산업 주도권은 어떤 의미를 갖나.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올해 11억84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에서 2022년 29억6300만 달러(약 3조5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e스포츠는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관심을 바탕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에선 야구나 미식축구 등 전통 스포츠에서 빠져나간 밀레니얼 세대 관람객이 e스포츠로 몰려가고 있다. e스포츠 산업 주도권은 향후 투자와 경제적 파급 효과를 챙길 수 있는 기반이다.”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국내 e스포츠 산업에 유망한 선수를 붙잡아둘 수 있는 리그라는 토양을 마련해야 하는 게 핵심이다. e스포츠의 패권은 명확하다.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경기력을 갖춘 나라가 패권을 갖는다. 결국 선수 풀을 얼마나 많이 갖추느냐가 핵심인 셈이다. 한국은 게임이 일상이 된 덕에 아직까지는 잘하는 사람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들을 붙잡아 둬야 하고 이들을 붙잡기 위해선 리그와 팀으로 이뤄지는 산업으로의 토대를 탄탄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LCK는 전 세계 최상위 리그로 손꼽힌다.
“각 리그 최고를 가리는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총 8회 개최)’에서 한국 LCK 프로팀이 다섯 번이나 우승했다. 그 덕에 LCK에는 영국에 가서 EPL 경기를 관람하듯 한국의 롤파크에서 LCK 경기를 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LCK는 e스포츠에 있는 수많은 종목의 리그 중 하나다. 이조차 향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해외에선 전통 스포츠 산업, 금융, 미디어 등 각계각층 투자자들이 e스포츠에 뛰어들면서 자본 유입이 활발한 리그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e스포츠 리그의 문제는 뭔가.
“무엇보다 리그를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가부족하다. 현재 국내 대형 e스포츠 경기장은 방송사인 OGN이 운영하는 e스포츠 스타디움(마포구)과 게임사 넥슨이 운영하는 아레나(서초구), 그리고 올해 문을 연 롤파크가 전부다. 여기에 게임에 대해 곱지 않은 사회적 인식까지 겹쳐 리그를 구성하는 팀과 선수들은 국내 e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을 믿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리그는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팀은 자본에 끌려다니며 매시즌 다른 이름으로 바꿔달고 있다.”
국내 e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많다고 들었다.
“국내 e스포츠 프로 및 2부 팀에 한정된 단기 투자가 대부분이다. 아직은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좋다 보니 이들이 소속된 팀을 인수해 국제 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르거나 2부 팀이 1부 리그로 승격할 경우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리그 자체가 자생력을 가질 수가 없다. 팀을 향한 로열티가 생길 수 없고, 로열티 있는 팀이 없는 리그로는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 국내 e스포츠 투자가 광고나 선수로 한정되는 이유다.”
정부가 e스포츠 경기장 구축에 나섰다.
“LCK 전용 구장인 롤파크가 만들어지고 난 이후 관심이 커졌다. e스포츠의 실체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본다. 롤파크 400석은 LCK 정규 리그가 열리는 45일 동안 절반 넘게 매진된다. 주말은 무조건 매진이다. 이를 본 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최근 속속 나오는 e스포츠 경기장 조성 계획은 긍정적이다. 경기장은 리그 생태계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e스포츠는 어디로 가야 하나.
“e스포츠가 한국 프로야구와 같이 모든 사람이 즐기는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 e스포츠 리그 전반이 영속성을 가져야 한다. 팀 이름이 바뀌고 선수가 흩어지면 안 된다. 이를 막는 리그 규정이 있어야 하고, 선수 입장에선 팀에 남아야 하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팬이 찾는 리그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이미 리그 개최 노하우, 방송 기술, 우수한 선수 자원 등 강점을 갖추고 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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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의 지적처럼 현재 한국의 e스포츠는 북미와 중국 등 해외 시장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다. 미흡한 인프라 투자에 더한 선수 육성 시스템의 부재,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e스포츠 시장이 정체되고 있어서다. 이와 달리 북미와 중국, 유럽 등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용 경기장을 조성하고 체계화된 선수 육성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6.8%에서 2017년 13.1%로 3.7%포인트 떨어졌다.
한국 e스포츠 선수 역량만 최고
한국 e스포츠가 기로에 섰다고 했다.
“e스포츠는 현재 직접 즐기는 시대를 넘어 보는 시대로 넘어왔다. 인터넷 중계든 방송이든 전 세계 e스포츠 시청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억6700만 명으로 이미 메이저리그(MLB) 경기 시청자(1억1400만 명) 수를 뛰어넘었다. 이에 해외에선 e스포츠 리그 구축을 통한 관람객 중심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리그를 중심으로 선수와 구단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스포츠 산업으로 틀과 면모를 갖춘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제도권 안에서 선수 육성이 없는 것은 물론 리그·경기·구단·팀 등 체계를 갖춘 종목별 리그가 거의 없는 상태다.”
한국 선수 역량은 최고로 꼽힌다.
“PC방에 기반을 둔 온라인 게임 일상화와 1990년대 말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때부터 다진 e스포츠의 토양 덕에 한국 e스포츠 산업에서 선수 개개인의 경쟁력은 막강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국내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롤 선수 91명, 오버워치 종목 선수 61명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e스포츠 산업 주도권을 해외에 넘겨주고 한국은 실력 있는 선수를 내보내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
e스포츠 산업 주도권은 어떤 의미를 갖나.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올해 11억84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에서 2022년 29억6300만 달러(약 3조5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e스포츠는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관심을 바탕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에선 야구나 미식축구 등 전통 스포츠에서 빠져나간 밀레니얼 세대 관람객이 e스포츠로 몰려가고 있다. e스포츠 산업 주도권은 향후 투자와 경제적 파급 효과를 챙길 수 있는 기반이다.”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국내 e스포츠 산업에 유망한 선수를 붙잡아둘 수 있는 리그라는 토양을 마련해야 하는 게 핵심이다. e스포츠의 패권은 명확하다.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경기력을 갖춘 나라가 패권을 갖는다. 결국 선수 풀을 얼마나 많이 갖추느냐가 핵심인 셈이다. 한국은 게임이 일상이 된 덕에 아직까지는 잘하는 사람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들을 붙잡아 둬야 하고 이들을 붙잡기 위해선 리그와 팀으로 이뤄지는 산업으로의 토대를 탄탄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LCK는 전 세계 최상위 리그로 손꼽힌다.
“각 리그 최고를 가리는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총 8회 개최)’에서 한국 LCK 프로팀이 다섯 번이나 우승했다. 그 덕에 LCK에는 영국에 가서 EPL 경기를 관람하듯 한국의 롤파크에서 LCK 경기를 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LCK는 e스포츠에 있는 수많은 종목의 리그 중 하나다. 이조차 향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해외에선 전통 스포츠 산업, 금융, 미디어 등 각계각층 투자자들이 e스포츠에 뛰어들면서 자본 유입이 활발한 리그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e스포츠 리그의 문제는 뭔가.
“무엇보다 리그를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가부족하다. 현재 국내 대형 e스포츠 경기장은 방송사인 OGN이 운영하는 e스포츠 스타디움(마포구)과 게임사 넥슨이 운영하는 아레나(서초구), 그리고 올해 문을 연 롤파크가 전부다. 여기에 게임에 대해 곱지 않은 사회적 인식까지 겹쳐 리그를 구성하는 팀과 선수들은 국내 e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을 믿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리그는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팀은 자본에 끌려다니며 매시즌 다른 이름으로 바꿔달고 있다.”
국내 e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많다고 들었다.
“국내 e스포츠 프로 및 2부 팀에 한정된 단기 투자가 대부분이다. 아직은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좋다 보니 이들이 소속된 팀을 인수해 국제 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르거나 2부 팀이 1부 리그로 승격할 경우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리그 자체가 자생력을 가질 수가 없다. 팀을 향한 로열티가 생길 수 없고, 로열티 있는 팀이 없는 리그로는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 국내 e스포츠 투자가 광고나 선수로 한정되는 이유다.”
정부가 e스포츠 경기장 구축에 나섰다.
“LCK 전용 구장인 롤파크가 만들어지고 난 이후 관심이 커졌다. e스포츠의 실체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본다. 롤파크 400석은 LCK 정규 리그가 열리는 45일 동안 절반 넘게 매진된다. 주말은 무조건 매진이다. 이를 본 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최근 속속 나오는 e스포츠 경기장 조성 계획은 긍정적이다. 경기장은 리그 생태계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e스포츠는 어디로 가야 하나.
“e스포츠가 한국 프로야구와 같이 모든 사람이 즐기는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 e스포츠 리그 전반이 영속성을 가져야 한다. 팀 이름이 바뀌고 선수가 흩어지면 안 된다. 이를 막는 리그 규정이 있어야 하고, 선수 입장에선 팀에 남아야 하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팬이 찾는 리그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이미 리그 개최 노하우, 방송 기술, 우수한 선수 자원 등 강점을 갖추고 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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