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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규제 대안 모색하는 쌍용차] 터보 가솔린 엔진 단 코란도·티볼리 늘려

[환경규제 대안 모색하는 쌍용차] 터보 가솔린 엔진 단 코란도·티볼리 늘려

질소산화물 줄였지만 CO₂ 숙제 남아… “2021년 전기차 출시할 것”
쌍용차 창원 엔진공장 조립라인에서 생산 중인 1.5리터 터보 GDI 엔진. / 사진:쌍용차
쌍용자동차가 국내 3위 완성차 업체에 올랐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개 차종만으로 세단과 SUV를 고루 갖춘 여타 완성차 업체를 눌렀다. SUV가 인기를 끌면서 이룬 쾌거다. 쌍용차는 2015년 이미 소형·중형·대형으로 이어지는 SUV 라인업을 완성했다.

그러나 쌍용차는 웃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규제 속에서 SUV 일변도의 상품군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SUV는 차체가 크고 무거워 배기가스는 물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세단에 비해 많다. SUV를 고수하는 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출시에 나서야 하지만, 10분기 연속 적자로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에 몰렸다.
 디젤 줄이고 가솔린 강화
이에 따라 당장은 가솔린 엔진을 대안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내놓은 중형 SUV 코란도와 소형 SUV 티볼리의 주력 모델을 가솔린으로 정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과 유럽이 당장 내년부터 디젤차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유로6D로 상향하기로 정하면서 쌍용차는 가솔린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유로6D 하에서 완성차 업체는 디젤 신차의 실도로주행(RDE) 기준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현행 ㎞당 0.168g보다 30%가량 낮은 0.12g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디젤 엔진 개선 대신 가솔린 엔진을 개발·추가하는 방식으로 환경규제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유로6D 규제 대응을 위해선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배기가스 후처리 시스템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과도한 투자비와 재료비 상승이 발생하는 탓이다. 쌍용차는 지난 2분기에 491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7년 1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김성훈 쌍용차 파워트레인개발담당 상무는 “후처리 시스템은 소비자 부담 가중으로도 이어진다”면서 “해외에선 이미 소형·중형 SUV를 중심으로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이미 2017년 대형 SUV용 가솔린 엔진(G20TR GDi)을 개발·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5월 소형·중형 SUV용 가솔린 엔진(G15TF GDi)을 새로 개발해 내놨다. 특히 G15TF GDi는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 터보 가솔린 직분사(GDI) 형식으로 설계돼 환경규제 대응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에 따르면 G15TF GDi를 장착한 티볼리 1.5리터 가솔린 직분사 모델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같은 차량 디젤 모델의 30% 수준인 0.031g/km에 불과했다.

쌍용차의 가솔린 강화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쌍용차가 새롭게 내놓은 코란도 가솔린 모델은 저공해 3종 자동차 인증을 획득했다. 저공해 3종 자동차는 질소산화물과 입자상물질과 같은 배기가스의 배출량이 각각 0.019g/㎞, 0.002g/㎞ 이하라는 뜻으로 유로6D에서 규정한 실험실 기준 질소산화물 배출량(㎞당 0.08g)보다도 현저히 낮다. 환경부 관계자는 “코란도 가솔린 모델은 중형임에도 국내 SUV 중 유일한 저공해 3종 자동차”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심화로 소비자 관심이 가솔린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도 쌍용차에 호재다. 실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솔린 SUV 판매량은 2014년 2만4929대에서 2018년 13만5530대로 늘었다. 같은 기간 7.4%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도 28%로 증가했다. 쌍용차의 가솔린 전환은 이보다 더 빨랐다. 2014년 쌍용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판매한 가솔린 SUV는 2697대로 전체의 3.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가솔린 SUV 판매 비중은 30%로 뛰었다.

특히 쌍용차 티볼리가 국내 자동차 시장 내 가솔린 SUV 판매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티볼리 가솔린 모델은 2014년 첫 출시 이후 지난 5월까지 총 14만5100대가 팔리며 4년 연속 국내 가솔린 SUV 전체 판매 1위를 달성했다. 티볼리에 이어 코란도도 가솔린 SUV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저공해 3종 자동차 인증 획득으로, 혼잡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이용료 할인 등 혜택이 있어서다. 지난 8월 판매된 코란도 1422대 중 가솔린 모델 비중은 58%에 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쌍용차의 가솔린 모델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 SUV가 가진 단점이 배기가스가 아니라 CO₂ 배출량에서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는 “가솔린 SUV가 질소산화물과 같은 배기가스 배출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CO₂ 배출량은 디젤 SUV보다 현저히 많다”면서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디젤 SUV 대신 가솔린 SUV 판매를 강화하면 CO₂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배기가스 규제로 가솔린 모델 판매가 늘어난 유럽에선 이미 이 같은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 내 승용차 평균 CO₂ 배출량은 2009년 ㎞당 145.8g에서 2016년 117.8g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120.5g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6 등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디젤차 판매가 줄고 가솔린차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ACEA는 “가솔린차의 CO₂ 배출량은 동급 디젤차보다 약 30% 많다”고 말했다.

가솔린 SUV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는 쌍용차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소형 SUV 티볼리 기준 대당 CO₂ 배출량이 디젤 모델의 경우 ㎞당 130g인 반면 가솔린 모델은 143~145g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코란도 역시 디젤 모델의 CO₂ 배출량(134g/㎞)이 저공해 3종 자동차 인증까지 획득한 가솔린 모델(147g/㎞)보다 적었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는 배기가스 규제 외 CO₂ 규제에 대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현행 대당 평균 140g/㎞인 CO₂ 배출량을 97g/㎞으로 낮춰야 하지만 배기가스 규제 대응에만 집중된 가솔린 SUV 상품군 강화로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CO₂ 규제 대응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 추가나 전기차 판매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로는 CO₂ 규제 대응 어려워
쌍용차는 1.5리터 터보 GDI 엔진을 통해 당장의 위기를 넘는다는 방침이다. 민병두 쌍용차 창원공장담당 상무는 “엔진 소형화 등을 통한 배기가스 저감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면서 “터보 GDI는 기존에 쌍용차가 활용해온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보다 CO₂ 배출량이 15%가량 적다”고 말했다.

또 CO₂ 규제의 벌과금이 시행되는 2021년부터 전기차를 출시해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쌍용차 관계자는 “2021년 전기차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면서 “2020년 시행되는 CO₂ 규제를 내연기관차로 대응할 수 있는 완성차 업체는 없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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