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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코스피 반등 고점 2050~2100 전망

[증시 맥짚기] 코스피 반등 고점 2050~2100 전망

미국·유럽·중국 경기 부양책 호재... 기업 실적 개선돼야 추가 상승 가능
사진:연합뉴스
미국 주식시장이 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에 다시 다가섰다. 유럽 증시도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선진국 주가 상승으로 코스피도 2050선을 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900선을 지켜낼 수 있을지 불투명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딴 세상이 된 것이다.

주가 향방이 갑자기 바뀐 건 정책 때문이다. 주요국에서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고 그게 역할을 한 것이다. 9월 12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예금금리를 현행 -0.4%에서 -0.5%로 내리고, 11월 1일부터 월 200억 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끝냈던 자산매입프로그램을 불과 1년도 안 돼 다시 꺼낸 것이다.

중국도 경기 부양에 동참했다. 9월 6일 인민은행이 금융기관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1월 인하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완화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 조치를 통해 향후 3개월간 총 9000억 위안의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될 걸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 인하로 시중금리 하락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선진국 주가, 경제 펀더멘털 대비 높은 편
미국의 8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13만 명 증가에 그치자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이루어질 거란 기대가 커졌다.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 대책은 주식시장 입장에서 보면 신선한 재료가 아닐 수 없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경기 부양이 현실성 없는 재료로 치부돼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 기대는 다른 자산에서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게 금리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0.3%포인트, 독일도 0.2%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한때 역전됐던 미국 국채 10년과 2년물 금리가 다시 정상을 되찾았다. 선진국 금리 상승의 영향은 국내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국고 5년물 이상 금리가 저점 대비 0.2%포인트 상승했고, 10년물 역시 선진국 국채 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한때 0.4%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국고채 3년물과 기준금리의 역전 폭이 0.2%포인트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경기 부양책이 발표되고 난 후다. 지금은 예상하지 않았던 부양책이 여기저기에서 나와 주식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고 있지만 이 상황이 마무리되고 나면 경제 펀더멘털로 관심이 넘어가면서 상승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선진국 주가 수준이 경제 수준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소비가 끌고 가는 상태다. 완전 고용으로 임금 상승이 소비를 유지하는 힘이 되고 있는데, 앞으로 미국 경제는 소비가 유지되는 동안 제조업이 활성화되느냐 아니면 제조업 침체로 소비까지 둔화되느냐에 따라 방향이 좌우될 걸로 전망된다. 아직까지는 상황이 소비에 불리하다. 미국 상위 소득 계층의 소비가 줄고 있는데, 부유층의 소비 감소가 전체 소비 감소로 연결된 경우가 많다.

선진국 경제의 자생력도 떨어진 상태다. 이번에 다시 부양책을 내놓은 데에서 알 수 있듯 경제가 오랜 시간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이란 외부 힘에 의존하다 보니 스스로 일어날 힘이 약해졌다. 이런 상태에서는 계속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만 경제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0% 금리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무한정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생력이 약해질 경우 재정 정책의 효과도 줄어든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 방안을 다시 내놓았다. 재정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얘기인데, 내놓은 방안 중에는 자본 소득세를 물가에 연동하는 방안과 현재 6.2%인 급여세를 인하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이 방안이 통할지 아닐지는 경제가 이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그 능력이 세지는 않은 것 같다.

선진국 정부가 경기 부양 대책을 시행하면서 목표로 하고 있는 그림은 골디락스이다. 경제를 마냥 높은 상태로 유지하기보다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상태를 만들자는 건데 미세 조정으로 경기 둔화가 마무리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2000년에 실제로 이런 상황이 벌어졌지만 이번에는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기 힘들 걸로 보인다. 2000년에는 낮은 금리가 처음이어서 힘이 됐지만 지금은 저금리에 익숙해진 상태여서 골디락스로 만들기 힘들다.

지금 국내외 주식시장은 과거와 다르다. 과거에는 경기가 나빠 부양책이 나올 즈음에 주가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었다.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대다. 유럽의 경우 경기 둔화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주가 하락이 크지 않았다. 미국처럼 사상 최고치는 아니더라도 연중 최고치는 경신할 정도로 주가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시장의 경우 다른 선진국보다 하락폭이 커 고점 대비 20% 가까이 떨어졌지만 그 하락 폭이 과거에 비해 작다. 시장이 이렇게 다른 모습이 된 건 경기 둔화보다 저금리와 유동성이 계속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제의 자생력 약화와 저금리 효과 감소 등 제약 요인이 있긴 하지만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몇 가지 개선 사항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선 기업 이익 전망치 하향 정도가 약해졌다. 2018년 이후 이익 전망치가 20개월 연속 하향 조정된 후 최근에 반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등이 지속될지 여부를 아직 평가하긴 이르지만 긍정적인 변화임에 틀림없다. 기관투자자라는 수요의 주체가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8월 이후 연기금이 4조원의 순매수를 집중해 주식시장을 반전시켰다. 외국인이 아직 매수로 돌아서지 않았지만 반도체 업종에 대한 매도를 줄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코스피 예상 주가순이익비율 10.7배로 상승
상승 고점은 2050~2100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증시 반등으로 코스피 예상 주가순이익비율(PER)이 10.7배로 상승했다. 최근 5년 사이 PER 최고치가 11.2배임을 감안하면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 추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기업 이익 전망치의 추세적 반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다.

투자 종목은 화장품·호텔 등 그간 공매도 거래비중이 컸던 업종이 좋아 보인다. 최근 주가가 상승하면서 공매도 상환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들이 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미래 상환이 약정돼 있어 주가에 중립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그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이다. 주가가 반등하는 초기에는 이전에 하락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하지만 반등이 끝난 후에는 주가 이외에 다른 요인에 따라 움직인다. 실적만 그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수급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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