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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털 박힌 페이스북 아직은 건재하지만…

미운털 박힌 페이스북 아직은 건재하지만…

개인정보 유출과 시장 독점 등으로 규제 당국과 마찰 빚으며 신뢰도 추락 … 장기적으로 상당한 피해 예상돼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상원 청문회가 열린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앞에 마크 저커버그 CEO 모습을 한 종이모형 100개가 설치됐다. / 사진:UPI/YONHAP
축하할 만한 일이다. 기후변화나 국가 재정 적자,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남용 위기, 학자금 부채, 심지어 소득 불평등마저 할 수 없었던 일을 가상하게도 페이스북이 해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을 똘똘 뭉치게 한 것을 말한다.

지난해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 연방의회 청문회에서 10시간 동안 ‘동네북’이 됐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의 의원들이 서로 그에게 한 방 먹일 기회를 가지려고 각축전을 벌였을 정도였다. 최근엔 또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부사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질타의 표적이 됐다. 마커스 부사장은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칼리브라(리브라 지갑서비스 운영사)의 대표다. 페이스북은 내년 상반기 중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가 쇼핑하거나 송금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 ‘리브라’를 출시하겠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그 문제와 관련해 양당 의원들은 페이스북이 자체 디지털 통화를 운영할 만큼 신뢰할 만하지 않다며 강한 불신을 표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미움받는 기업’ 1위로 올라섰다. 그 목록에 오르는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 최근 들어서는 오피오이드 제조사 퍼듀 파마와 지나친 영업으로 고객정보 도용을 초래한 웰스파고 은행이 합류했지만 늘 그 목록을 오르내리는 월마트·다우케미컬·마이크로소프트·필립모리스 등이 서로 ‘최고의 혐오 기업’이 되려고 각축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페이스북이 막강한 경쟁사를 물리치고 1위에 올랐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래서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든다.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 미움받는다는 것, 아니 최소한 불신당한다는 것이 진짜 중대한 일인가? 하지만 우리 대다수의 생각과 달리 중대한 문제가 되는 것 같다.페이스북 마케팅부로서는 엄청난 낭패다. 마케팅에선 신뢰가 성배에 해당한다. 한번 잃으면 절대 되찾을 수 없다. 그러나 사실 소비자가 페이스북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일부 페이스북 사용자는 애초에 신뢰가 이 브랜드의 약속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행여 신뢰가 페이스북 브랜드의 약속에 포함된다고 해도 편의성과 연결성에 비하면 대단치 않다. 소비자는 페이스북과 그렇게 타협을 봤다. 맥도널드를 아주 싫어하는 부모도 여전히 그곳에 아이를 데려가듯이 말이다. 아무튼 소비자는 빨리 잊고 용서도 잘하는 경향을 보인다. 존슨앤존슨은 타이레놀 독극물 오염부터 독성 쇼크 증후군, 탈크 파우더(발암물질 함유), 이제는 오피오이드까지 최소한 네 차례에 걸쳐 소비자를 죽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아기를 둔 부모는 여전히 존슨앤존슨의 베이비 샴푸를 구입한다.

사진:REUTERS/YONHAP
페이스북이 혐오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투자자에게도 별문제가 아닌 듯하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로렌스 핑크 CEO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가 윤리적 투자를 외치며 페이스북을 추천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주가가 떨어지지도 않았다. 주가가 내재적 가치 아래로 떨어진다면 누구 또는 무엇이 그 주가를 끌어올린다. ‘스마트 베타’ ETF(알고리즘을 통해 특정 성향의 주식만 골라 편입하는 지수연동형 펀드)처럼 말이다.

그러나 정부는 신뢰를 중시한다. 저커버그 CEO가 요즘 자주 보는 연방 의원과 주·지방 정부의 선출 공직자도 거기에 포함된다. 또 페이스북이 매일 상대해야 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 증권거래위원회(SEC), 국세청(IRS) 같은 규제 당국도 포함된다. 게다가 법원도 있다. IBM의 한 임원은 너무 자주 고소당하다 보니 회사가 컴퓨터 사업이라는 본업은 과외로 하는 거대한 법률회사로 변했다고 농담한 적이 있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서 사업을 한다. 그만큼 규제 당국과 마찰을 빚을 일이 많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이 신뢰할 수 없는 기업으로 인식되는 한, 다양한 규제 당국과 기관을 상대해야 하는 임원과 간부들의 삶은 갈수록 각박해질 것이다. 또 법률과 자문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런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17일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은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가상화폐 리브라의 잠재적 파급력을 9·11 테러 공격과 비교했다. “리브라가 테러보다 미국을 더 위태롭게 할지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 뉴욕 맨해튼의 어딘가에 있는 회의실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기업 PR 컨설턴트들이 리브라와 연결된 테러의 이미지를 대중의 머리에서 지우는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청구하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그러나 신뢰와 호감도를 그보다도 더 중시하는 집단이 있다. 직원들이다.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춘 기업의 주된 실적 기준은 시장 점유율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시장 점유율이 사실상 100%다. 그런 기업의 경우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인재 점유율’이다. 다시 말해 회사가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직원과 잠재적인 인재는 회사의 신뢰도와 호감도에 매우 민감하다. 동네 파티에 가서 페이스북에서 일한다고 밝혔다가는 아내나 자녀가 따돌림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런 자리에서 거짓말하고 싶은 사람도 없다.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 당시 부도 위기를 맞은 보험회사 AIG의 임원들은 법인카드에서 회사 이름을 뺐다. 식당에서 종업원들의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7월 하원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총괄하는데이비드 마커스 부사장이 질의에 답변하는 동안 화면에 ‘저크 버크’라고 적힌 모의 화폐가 등장했다. / 사진:AP/YONHAP
미움받는 회사가 되면 대외적인 이미지가 추락한다. 그에 따라 직원의 이직률이 높아지고, 인재를 영입하려고 해도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해야 하며, 어떤 경우엔 최고의 인재를 아예 확보할 수조차 없다.

물론 당장 페이스북 주가가 급락할 위험은 별로 없다. 하지만 불신과 미움을 받는 데 따르는 대가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 커질 것이다. 혐오의 대상이 되는 회사의 임원은 의회 청문회에 불려 나가느라 워싱턴 D.C.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영입하고 싶은 인재를 설득하는 데도 다른 회사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또 사과하고 해명하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처럼 본연의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를 다루느라 그 아까운 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의 신뢰도 추락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샘 힐



※ [필자는 기업 컨설턴트이자 저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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