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독재자가 아니라고?
시진핑이 독재자가 아니라고?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은 중국 정권의 성격을 자의적으로 착각하면서 판타지의 세계 만들어” 미국이 중국 공산당 독재정권을 다루는 장기 전략을 모색하면서 지금까지 늘 부닥친 문제는 우리가 중국 독재정권의 성격과 목표를 너무나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내가 신저 ‘트럼프 대 중국: 미국의 최대 위협에 맞선다(Trump vs. China: Facing America’s Greatest Threat)’에서 지적했듯이 미국 엘리트층은 중국의 독재정권을 오랫동안 착각해왔다.
최근의 사례가 그런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은 지난 9월 말 PBS TV 토크쇼 프로그램 ‘파이어링 라인’의 진행자 마거릿 후버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대기 오염에 관해 이야기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독재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며 “시 주석은 인민을 만족시켜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생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은 대기 오염과 같은 문제에 대해 인민에게 귀 기울인다.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기후변화 싸움의 선봉에 서고 있다. 베이징의 권부는 공기를 개선하라는 인민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한다. 공기 질 개선을 위해 겨울철 석탄 난방을 금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중국 정부가 적극 나서 조치를 취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보수주의 정치 전문 웹사이트 ‘워싱턴 프리 비컨’의 칼럼니스트 그레이엄 파이로가 지적했듯이 그런 언급은 블룸버그가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블룸버그통신 주최로 ‘신경제 포럼’을 개최한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신경제 포럼은 유럽의 다보스 포럼과 경쟁하기 위해 미국에서 만든 세계경제 포럼이다. 그는 그 행사를 널리 알리려고 주목받고 싶어 하는 게 분명하다.
따라서 블룸버그의 판타지 세계에선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학살이 일어난 적이 없는 듯하다. 그런 가공의 세계에선 몇 달 동안 홍콩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한 적도 없는 게 분명하다. 또 홍콩의 연약한 자치권을 중국 공산당과 시 주석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시위에 참여한 주민에게 경찰이 총격을 가한 사건도 가짜뉴스에 불과한 것 같다(지난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에 홍콩에서 벌어진 ‘애도 시위’에서 18세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었고, 또 그 전날 췬완 지역에서도 시위 참여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중국 당국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과 그 외 다른 무슬림 소수 민족을 반테러 캠페인의 명목으로 초법적인 ‘재교육 수용소’에 수용해 탄압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 당국이 재교육 수용소에 수용된 무슬림을 대상으로 이슬람교를 부정하고 공산당에 충성하도록 세뇌 교육을 한다고 비판한다(중국 당국은 재교육 수용소를 ‘직업교육 훈련센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의 판타지 세계에선 그곳에 수용된 무슬림들이 중국 공산당이 귀 기울이는 ‘만족하는 인민’일 것이다. 중국 고위 관리한 명은 내게 그 수용소를 ‘더 나은 중국인’이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숙학교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나로선 그 말을 들을 때 표정을 관리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블룸버그는 얼마 전 중국에서 열린 국제산업박람회에 관한 호주 ABC 방송의 뉴스 보도가 갖는 의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그 행사에서 중국은 인공지능(AI)과 얼굴인식 기술을 갖춘 최첨단 500메가픽셀 카메라를 선보였다. 중국 공산당이 수만 명의 군중 속에서 반체제 인사를 색출하고 추적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그 카메라의 설계자 중 한 명은 기자들에게 “우리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이나 다른 물체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확인할 수 있으며, 붐비는 경기장에서도 특정 표적을 즉시 찾아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중국이 첨단기술을 이용해 방대한 국가적 감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전 인민의 통제를 철통같이 강화한 ‘빅 브러더’ 사회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정교한 탄압 기술은 중국 공산당의 ‘사회신용 시스템’ 개발과도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개인과 기업 등에 사회신용 점수를 매기는 이 시스템에선 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음악을 듣거나, 무단횡단하는 일 등 생활의 모든 것이 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사회신용 불량자는 중국에서 비행기나 고속철도도 탈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은 시 주석과 당 지도부가 당 노선을 따르지 않는 중국인을 집단으로 처벌하고 억압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해 보면 어떤 식으로든 블룸버그의 주장을 이해하기 힘들다. 블룸버그는 20세기 독재자들에 관한 비극적인 교훈을 전혀 얻지 못한 듯이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어떤 정부도 혁명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국민 대다수의 의지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 블라디미르 레닌, 이오시프 스탈린, 아돌프 히틀러, 마오쩌둥, 피델 카스트로가 살아 있다면 그들 모두 블룸버그의 순진함과 잘 속아 넘어가는 그의 약점을 이용하고 싶어 할 게 분명하다.
이 점을 기억하라.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총서기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인민해방군은 정부가 아니라 당의 지시를 받는다)이자,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이다. 바로 그 순서다. 그의 일차적인 세력 기반이 중국 공산당이라는 뜻이다. 군은 당의 도구이며 당이 모든 정책을 규정하기 때문에 국가주석보다 총서기의 역할이 훨씬 더 강력하다.
블룸버그가 마법으로 만들어낸 판타지 세계 속의 중국은 말 그대로 ‘판타지’일 뿐이다. 시 주석은 서방 억만장자들의 도움으로 무자비한 경찰국가를 유지하며 독재 통치를 하고 있다. 서방의 그 거부들은 중국 정권의 속성에 관해 스스로 자신을 속일 만한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때문에 나머지 우리가 현실에 근거해 건전한 정책을 제시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아울러 그런 행동은 홍콩과 티베트, 신장 등 중국 전역에서 자유를 위해 목숨 걸고 투쟁하는 수많은 사람을 배신하는 행위다.
- 뉴트 깅리치
※ [필자는 1995~99년 미국 하원의장을 지냈다. 현재 팟캐스트 ‘뉴트의 세계(Newt’s World)’를 진행하며, ‘트럼프 이해하기(Understanding Trump)’와 ‘트럼프의 미국: 우리 나라의 위대한 재기에 관한 진실(Trump’s America: The Truth About Our Nation’s Great Comeback)’ 등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의 저자다.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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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사례가 그런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은 지난 9월 말 PBS TV 토크쇼 프로그램 ‘파이어링 라인’의 진행자 마거릿 후버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대기 오염에 관해 이야기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독재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며 “시 주석은 인민을 만족시켜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생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은 대기 오염과 같은 문제에 대해 인민에게 귀 기울인다.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기후변화 싸움의 선봉에 서고 있다. 베이징의 권부는 공기를 개선하라는 인민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한다. 공기 질 개선을 위해 겨울철 석탄 난방을 금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중국 정부가 적극 나서 조치를 취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보수주의 정치 전문 웹사이트 ‘워싱턴 프리 비컨’의 칼럼니스트 그레이엄 파이로가 지적했듯이 그런 언급은 블룸버그가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블룸버그통신 주최로 ‘신경제 포럼’을 개최한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신경제 포럼은 유럽의 다보스 포럼과 경쟁하기 위해 미국에서 만든 세계경제 포럼이다. 그는 그 행사를 널리 알리려고 주목받고 싶어 하는 게 분명하다.
따라서 블룸버그의 판타지 세계에선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학살이 일어난 적이 없는 듯하다. 그런 가공의 세계에선 몇 달 동안 홍콩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한 적도 없는 게 분명하다. 또 홍콩의 연약한 자치권을 중국 공산당과 시 주석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시위에 참여한 주민에게 경찰이 총격을 가한 사건도 가짜뉴스에 불과한 것 같다(지난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에 홍콩에서 벌어진 ‘애도 시위’에서 18세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었고, 또 그 전날 췬완 지역에서도 시위 참여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중국 당국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과 그 외 다른 무슬림 소수 민족을 반테러 캠페인의 명목으로 초법적인 ‘재교육 수용소’에 수용해 탄압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 당국이 재교육 수용소에 수용된 무슬림을 대상으로 이슬람교를 부정하고 공산당에 충성하도록 세뇌 교육을 한다고 비판한다(중국 당국은 재교육 수용소를 ‘직업교육 훈련센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의 판타지 세계에선 그곳에 수용된 무슬림들이 중국 공산당이 귀 기울이는 ‘만족하는 인민’일 것이다. 중국 고위 관리한 명은 내게 그 수용소를 ‘더 나은 중국인’이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숙학교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나로선 그 말을 들을 때 표정을 관리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블룸버그는 얼마 전 중국에서 열린 국제산업박람회에 관한 호주 ABC 방송의 뉴스 보도가 갖는 의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그 행사에서 중국은 인공지능(AI)과 얼굴인식 기술을 갖춘 최첨단 500메가픽셀 카메라를 선보였다. 중국 공산당이 수만 명의 군중 속에서 반체제 인사를 색출하고 추적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그 카메라의 설계자 중 한 명은 기자들에게 “우리 카메라는 사람의 얼굴이나 다른 물체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확인할 수 있으며, 붐비는 경기장에서도 특정 표적을 즉시 찾아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중국이 첨단기술을 이용해 방대한 국가적 감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전 인민의 통제를 철통같이 강화한 ‘빅 브러더’ 사회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정교한 탄압 기술은 중국 공산당의 ‘사회신용 시스템’ 개발과도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개인과 기업 등에 사회신용 점수를 매기는 이 시스템에선 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음악을 듣거나, 무단횡단하는 일 등 생활의 모든 것이 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사회신용 불량자는 중국에서 비행기나 고속철도도 탈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은 시 주석과 당 지도부가 당 노선을 따르지 않는 중국인을 집단으로 처벌하고 억압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해 보면 어떤 식으로든 블룸버그의 주장을 이해하기 힘들다. 블룸버그는 20세기 독재자들에 관한 비극적인 교훈을 전혀 얻지 못한 듯이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어떤 정부도 혁명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국민 대다수의 의지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 블라디미르 레닌, 이오시프 스탈린, 아돌프 히틀러, 마오쩌둥, 피델 카스트로가 살아 있다면 그들 모두 블룸버그의 순진함과 잘 속아 넘어가는 그의 약점을 이용하고 싶어 할 게 분명하다.
이 점을 기억하라.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총서기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인민해방군은 정부가 아니라 당의 지시를 받는다)이자,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이다. 바로 그 순서다. 그의 일차적인 세력 기반이 중국 공산당이라는 뜻이다. 군은 당의 도구이며 당이 모든 정책을 규정하기 때문에 국가주석보다 총서기의 역할이 훨씬 더 강력하다.
블룸버그가 마법으로 만들어낸 판타지 세계 속의 중국은 말 그대로 ‘판타지’일 뿐이다. 시 주석은 서방 억만장자들의 도움으로 무자비한 경찰국가를 유지하며 독재 통치를 하고 있다. 서방의 그 거부들은 중국 정권의 속성에 관해 스스로 자신을 속일 만한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때문에 나머지 우리가 현실에 근거해 건전한 정책을 제시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아울러 그런 행동은 홍콩과 티베트, 신장 등 중국 전역에서 자유를 위해 목숨 걸고 투쟁하는 수많은 사람을 배신하는 행위다.
- 뉴트 깅리치
※ [필자는 1995~99년 미국 하원의장을 지냈다. 현재 팟캐스트 ‘뉴트의 세계(Newt’s World)’를 진행하며, ‘트럼프 이해하기(Understanding Trump)’와 ‘트럼프의 미국: 우리 나라의 위대한 재기에 관한 진실(Trump’s America: The Truth About Our Nation’s Great Comeback)’ 등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의 저자다.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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