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명을 계속 수행할 것이다”
“우리의 사명을 계속 수행할 것이다”
미국,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 바그다디와 대변인 사살… 조직 재결집 우려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26일과 27일 시리아에서 펼쳐진 잇따른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와 그의 오른팔로 알려진 대변인 아부 알하산 알무하지르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며칠 뒤 IS도 지도부가 ‘순교’했다고 확인했다.
IS의 입장을 대변하는 아마크 통신에 따르면 IS는 10월 31일 음성 성명을 통해 그런 사실을 전하며, 새로운 ‘칼리프’(이슬람 공동체의 신정일치 지도자)로 아부 이브라힘 알하셰미 알쿠라이시를 선출했다고 밝혔다. 음성 성명은 새 대변인 아부 함자 알쿠라이시가 발표했다.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음성 성명에서 IS는 조직의 지도부 격인 슈라위원회와 원로들이 쿠라이시를 후계자로 선출했음을 알리며 미국을 향해 이렇게 경고했다. “미국은 우리 지도부의 죽음을 즐거워하지 말라. 우리는 중동에 한정된 조직이 아니며 동서에 걸쳐 건재하고, 우리의 사명을 계속 수행할 것이다.” 아울러 IS는 “바그다디의 마지막 음성 메시지(9월)에서 말한 소명을 따라야 한다”며 “우리의 슈라위원회가 순교한 바그다디의 유지를 받들고 새로운 칼리프 쿠라이시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라고 선언했다. 바그다디는 9월 음성 메시지에서 조직의 확장과 이라크와 시리아에 수감된 조직원의 석방, 서방에 대한 ‘순교 사명’을 주장했다.
쿠라이시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IS 전문가인 아이만 알타미미 스완지대학 연구원은 로이터 통신에 “쿠라이시가 하지 압둘라로 알려진 IS 고위 인물일 수 있다”라며 “미국 국무부가 하지 압둘라를 바그다디의 후계자로 점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쿠라이시 부족은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하셰미 가문이 속했던 아랍 부족으로 7세기 이슬람의 발상지 메카를 관장했다. IS는 새 지도자의 성씨를 통해 무함마드의 혈통이라는 점을 내세워 추종자들에게 ‘칼리프’로서의 정통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바그다디도 IS의 우두머리가 된 뒤 종교적 정통성을 부각하도록 개명했다.
바그다디는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주 바리샤 마을에서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쫓기던 중 폭탄조끼를 터뜨려 자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에서 출발해 자칭 ‘IS 칼리프 제국’을 세웠다. 그러나 국적과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지역 정보 관리는 뉴스위크에 강경파 이슬람 성직자였던 바그다디의 역할이 대부분 상징적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디는 명목상의 수장이었다. 작전이나 조직의 일상적인 관리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은 ‘그렇게 하라’ 또는 ‘그렇게 하지 마라’라고 말하는 것이었을 뿐 작전 기획은 전혀 하지 않았다.”미군 작전 중 바그다디의 은신처에서 발생한 상황의 세부 사항이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다. 아울러 IS의 수장인 그가 경쟁 무장단체였던 알카에다 연계 조직의 근거지였던 곳에 숨어 있었던 이유도 알려지지 않았다. 원래 그곳은 하야트 타리르 알-샴(HTS)이 장악한 지역이었다(현재는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후라스 알딘의 거점으로 알려졌다). HTS는 처음엔 바그다디의 측근이었던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이끌었다. 졸라니는 그 후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인 누스라 전선을 조직했다. 그러나 바그다디의 IS와 졸라니의 누스라 전선은 전투에서 잇따라 패배하면서 자신들이 저항 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행동의 자유를 상당히 잃었다.
바그다디와 졸라니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혼란 상황을 이용해 막강한 무장단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11년 시리아에서 미국-터키를 비롯한 지역 세력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반기를 든 지하드 반군을 지원하면서 내전이 발발하자 IS는 그곳에서 세력을 확장했다. 그러나 졸라니는 자신이 이끄는 누스라 전선을 바그다디의 IS에 합병하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IS가 이라크와 시리아 두 나라 모두를 상당 부분 장악하자 2014년 미군이 다국적군을 결성해 IS를 공습하기 시작했다. 이란도 정규군과 제휴 민병대를 동원해 반군에 맞서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를 지원했다. 2015년이 되자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이슬람주의 반군 지원을 끊고 쿠르드족이 이끄는 시리아민주군을 거들었다. 시리아 정부와 시리아민주군은 각각 IS를 격파하기 위해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바그다디는 계속 그들과 다국적군의 추격을 따돌리고 종적을 감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그다디 제거를 노골적으로 추진한 첫 세계 지도자였지만 미국과 외국 관리들은 근년 들어 그의 행적에 관해 상반되는 정보를 제시했다. 주로 시리아 동북부의 자지라 지역과 이라크 동부에 은신한다는 정보였다. 또 바그다디가 공습으로 부상을 입으면서 IS를 이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바그다디가 지난 4월 동영상에 등장했을 때 눈에 띄는 부상의 조짐은 없었다. 2014년 6월 그가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옛 바트당 잔당과 이슬람 과격파들을 이끌고 이라크 모술을 점령한 뒤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IS ‘칼리프 제국’ 건국을 선포한 이래 처음 보인 공식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사망 후에도 전 세계의 유혈 사태를 조장하고 지시하는 IS의 악명 높은 능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바그다디 체제에서 IS는 급진 이슬람 거대 세력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한 행정부 관리는 숨진 바그다디를 “이라크와 시리아의 권력 공백을 이용하고 전 세계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개인들을 끌어들여 테러리스트 국가를 건설한, 유례없이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비유하면서 “그의 흔적은 곳곳에 있다”고 평가했다. 알카에다의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이 오히려 알카에다 세력 확장의 계기가 된 것처럼, 바그다디의 죽음이 IS 세력에게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뉴스위크가 인터뷰한 익명의 관리는 “그들은 시리아를 공격하고 이라크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과 미국도 분명히 공격할 것이다. 잠자는 거인을 건드렸다. 그들이 이제 깨어나 서방 국가에서 예상치 못했던 혼돈을 일으킬 것이다.”
영국의 국제과격화연구소(ICSR) 소속 찰스 윈터 선임 연구원도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IS 잔당들은 앞으로 며칠, 몇 주, 몇 개월 안에 새로운 지도부 아래 뭉칠 것”이라며 바그다디의 죽음이 오히려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이 올해 초 IS의 영토를 모두 점령했다고 선언했지만, 시리아 등지에서는 여전히 ‘슬리퍼 셀(sleeper cell, 잠복한 조직원)’이 암약한다. IS가 지난 10월 21일 이라크 북부 살라후딘 주 알라스 유전지대의 검문소들을 공격해 이라크 보안군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것은 이런 사실을 말해준다. 10월 9일 오전 시리아 북부 도시 라까에서도 IS 배후 세력이 자행한 것으로 추정하는 폭탄 테러가 발생해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다른 한편으로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에 따라 억류 중이던 IS 포로들이 대거 탈주함으로써 IS 전력이 오히려 강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정부의 철군 결정과 함께 터키군이 시리아 북동부를 공격하면서 수백 명의 IS 포로와 그 가족들이 탈주했으며 그동안 조용했던 시리아 북부 지역이 다시금 혼란에 빠져든다고 미국의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가 전했다. 또 아직 수천 명의 IS 전사와 그 가족이 현지 쿠르드 민병대의 허술한 경비 속에 억류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전 미국 정보관리는 바그다디의 사망이 IS의 작전 능력에 실질적인 타격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생전에 작전과 전략을 편지와 인편으로 승인했다면 그는 그만큼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조직에는 수장이 중요하다. 공격하는 쪽에선 누구나 고위 지도부를 노린다. 그들이 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은 IS 격퇴전에 참여하면서 미국의 동맹으로 입지를 다졌다. 바그다디 제거 작전에도 그들이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터키는 분리주의 쿠르드족을 최대 안보위협 세력으로 여겼다. 터키는 이미 수차례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을 격퇴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시도했지만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한 미군에 가로막혀 실패했다. 이후 IS 격퇴전이 공식 종료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동북부에 주둔하던 미군의 철수를 지시하자 터키군은 쿠르드족 소탕 작전에 들어갔다. 그에 따라 쿠르드족이 이끄는 시리아민주군은 터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시리아 정부와 협력 협정을 맺었다.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러시아는 터키가 시리아 국경 부근의 쿠르드족 전사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도록 중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동부의 유전 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미군을 추가로 파병했다.
- 톰 오코너, 나비드 자말리 뉴스위크 기자 미군 특수부대가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지도자 아부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급습하면서 얻은 정보를 미국 정보기관들이 분석하는 과정에서 IS와 알카에다의 관계에 관한 의문이 제기됐다. 바그다디는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주 바리샤 마을에서 미군 특수부대의 추적을 받던 중 자폭했다. 그곳은 시리아 내전의 결과로 인구가 많이 늘어난 지역 중 하나다. 바리샤 마을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단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월 IS의 시리아 최후 거점이 무너졌을 때 많은 IS 생존자가 이들리브 주로 탈출했다.
시리아 전문 조사관인 사드라딘 키노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지역에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여러 단체가 있다”고 말했다. 바그다디를 제거한 급습 작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철군하겠다고 발표한지 3주가 지난 시점에 실시됐으며 쿠르드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이 제공한 정보에 의존했다. 작전팀은 헬기로 이라크 에르빌에서 출발해 현재 러시아가 관장하는 영공을 가로질러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후라스 알딘(‘종교조직 수비대’)이 장악한 이들리브 주 바리샤 마을에 도착했다. 후라스 알딘은 지난해 초 시리아에서 등장했으며, 전사 1500~2000명을 거느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절반은 시리아 출신이 아니다.
키노는 “IS와 시리아의 알카에다 연계 조직은 이념이 서로 다르지만 현재 그들은 미국과 러시아로부터 똑같은 실존적인 위협을 받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바그다디는 후라스 알딘 등 그곳을 장악한 여러 단체와 손잡고 이들리브 주에 은신처를 마련한 것 같다.”
이제 바그다디의 사망으로 알카에다에 재기할 기회가 왔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국무부의 대테러 조정관 네이선 A. 세일스는 지난 8월 “알카에다는 지난 수년 동안 가만히 엎드려 전략적으로 인내했다”고 설명했다. “알카에다는 국제 대테러전의 공격을 IS가 혼자서 받도록 해놓고 자신들은 그동안 조직을 재편성했다.”
세계안보 문제를 다루는 미국 싱크탱크 수판센터의 콜린 P. 클라크 선임연구원과 미국 중동연구소 대테러·극단주의 프로그램 책임자 찰스 리스터는 최근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알카에다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병력과 물자를 시리아 쪽으로 옮겨 그곳에서 수년 동안 입지를 강화해왔다고 지적했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이래 알카에다는 “현지주의와 점진주의에 초점을 맞춰 이전보다 훨씬 더 제한적인 전략 목표를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클라크와 리스터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들은 알카에다의 사령관 중 한 명인 할리드 알아루리(일명 ‘아부 알카삼 알우르두니’)가 이끄는 후라스 알딘은 현지와 서방 양측에서 이슬람의 적을 표적으로 삼았다.
미국 전쟁연구소는 조사 보고서를 통해 IS와 알카에다가 단순히 테러단체가 아니라 테러를 전술로 사용하며 서방 정부를 전복하려는 저항운동 조직이라고 결론지었다. “IS와 알카에다에서 중동·아프리카·남아시아에서 싸우는 주류와 서방 공격을 목표로 활동하는 세력을 분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알카에다와 IS 연계 조직은 서로 다른 세부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그들 모두 지하드(성전)를 서방으로 이전하려고 한다. 세계적인 칼리프 제국을 건설한다는 원대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 마시 크라이터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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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의 입장을 대변하는 아마크 통신에 따르면 IS는 10월 31일 음성 성명을 통해 그런 사실을 전하며, 새로운 ‘칼리프’(이슬람 공동체의 신정일치 지도자)로 아부 이브라힘 알하셰미 알쿠라이시를 선출했다고 밝혔다. 음성 성명은 새 대변인 아부 함자 알쿠라이시가 발표했다.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음성 성명에서 IS는 조직의 지도부 격인 슈라위원회와 원로들이 쿠라이시를 후계자로 선출했음을 알리며 미국을 향해 이렇게 경고했다. “미국은 우리 지도부의 죽음을 즐거워하지 말라. 우리는 중동에 한정된 조직이 아니며 동서에 걸쳐 건재하고, 우리의 사명을 계속 수행할 것이다.” 아울러 IS는 “바그다디의 마지막 음성 메시지(9월)에서 말한 소명을 따라야 한다”며 “우리의 슈라위원회가 순교한 바그다디의 유지를 받들고 새로운 칼리프 쿠라이시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라고 선언했다. 바그다디는 9월 음성 메시지에서 조직의 확장과 이라크와 시리아에 수감된 조직원의 석방, 서방에 대한 ‘순교 사명’을 주장했다.
쿠라이시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IS 전문가인 아이만 알타미미 스완지대학 연구원은 로이터 통신에 “쿠라이시가 하지 압둘라로 알려진 IS 고위 인물일 수 있다”라며 “미국 국무부가 하지 압둘라를 바그다디의 후계자로 점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쿠라이시 부족은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하셰미 가문이 속했던 아랍 부족으로 7세기 이슬람의 발상지 메카를 관장했다. IS는 새 지도자의 성씨를 통해 무함마드의 혈통이라는 점을 내세워 추종자들에게 ‘칼리프’로서의 정통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바그다디도 IS의 우두머리가 된 뒤 종교적 정통성을 부각하도록 개명했다.
바그다디는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주 바리샤 마을에서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쫓기던 중 폭탄조끼를 터뜨려 자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에서 출발해 자칭 ‘IS 칼리프 제국’을 세웠다. 그러나 국적과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지역 정보 관리는 뉴스위크에 강경파 이슬람 성직자였던 바그다디의 역할이 대부분 상징적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디는 명목상의 수장이었다. 작전이나 조직의 일상적인 관리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은 ‘그렇게 하라’ 또는 ‘그렇게 하지 마라’라고 말하는 것이었을 뿐 작전 기획은 전혀 하지 않았다.”미군 작전 중 바그다디의 은신처에서 발생한 상황의 세부 사항이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다. 아울러 IS의 수장인 그가 경쟁 무장단체였던 알카에다 연계 조직의 근거지였던 곳에 숨어 있었던 이유도 알려지지 않았다. 원래 그곳은 하야트 타리르 알-샴(HTS)이 장악한 지역이었다(현재는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후라스 알딘의 거점으로 알려졌다). HTS는 처음엔 바그다디의 측근이었던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이끌었다. 졸라니는 그 후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인 누스라 전선을 조직했다. 그러나 바그다디의 IS와 졸라니의 누스라 전선은 전투에서 잇따라 패배하면서 자신들이 저항 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행동의 자유를 상당히 잃었다.
바그다디와 졸라니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혼란 상황을 이용해 막강한 무장단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11년 시리아에서 미국-터키를 비롯한 지역 세력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반기를 든 지하드 반군을 지원하면서 내전이 발발하자 IS는 그곳에서 세력을 확장했다. 그러나 졸라니는 자신이 이끄는 누스라 전선을 바그다디의 IS에 합병하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IS가 이라크와 시리아 두 나라 모두를 상당 부분 장악하자 2014년 미군이 다국적군을 결성해 IS를 공습하기 시작했다. 이란도 정규군과 제휴 민병대를 동원해 반군에 맞서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를 지원했다. 2015년이 되자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뛰어들었다. 미국은 이슬람주의 반군 지원을 끊고 쿠르드족이 이끄는 시리아민주군을 거들었다. 시리아 정부와 시리아민주군은 각각 IS를 격파하기 위해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바그다디는 계속 그들과 다국적군의 추격을 따돌리고 종적을 감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그다디 제거를 노골적으로 추진한 첫 세계 지도자였지만 미국과 외국 관리들은 근년 들어 그의 행적에 관해 상반되는 정보를 제시했다. 주로 시리아 동북부의 자지라 지역과 이라크 동부에 은신한다는 정보였다. 또 바그다디가 공습으로 부상을 입으면서 IS를 이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바그다디가 지난 4월 동영상에 등장했을 때 눈에 띄는 부상의 조짐은 없었다. 2014년 6월 그가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옛 바트당 잔당과 이슬람 과격파들을 이끌고 이라크 모술을 점령한 뒤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IS ‘칼리프 제국’ 건국을 선포한 이래 처음 보인 공식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사망 후에도 전 세계의 유혈 사태를 조장하고 지시하는 IS의 악명 높은 능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바그다디 체제에서 IS는 급진 이슬람 거대 세력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한 행정부 관리는 숨진 바그다디를 “이라크와 시리아의 권력 공백을 이용하고 전 세계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개인들을 끌어들여 테러리스트 국가를 건설한, 유례없이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비유하면서 “그의 흔적은 곳곳에 있다”고 평가했다. 알카에다의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이 오히려 알카에다 세력 확장의 계기가 된 것처럼, 바그다디의 죽음이 IS 세력에게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뉴스위크가 인터뷰한 익명의 관리는 “그들은 시리아를 공격하고 이라크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과 미국도 분명히 공격할 것이다. 잠자는 거인을 건드렸다. 그들이 이제 깨어나 서방 국가에서 예상치 못했던 혼돈을 일으킬 것이다.”
영국의 국제과격화연구소(ICSR) 소속 찰스 윈터 선임 연구원도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IS 잔당들은 앞으로 며칠, 몇 주, 몇 개월 안에 새로운 지도부 아래 뭉칠 것”이라며 바그다디의 죽음이 오히려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이 올해 초 IS의 영토를 모두 점령했다고 선언했지만, 시리아 등지에서는 여전히 ‘슬리퍼 셀(sleeper cell, 잠복한 조직원)’이 암약한다. IS가 지난 10월 21일 이라크 북부 살라후딘 주 알라스 유전지대의 검문소들을 공격해 이라크 보안군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것은 이런 사실을 말해준다. 10월 9일 오전 시리아 북부 도시 라까에서도 IS 배후 세력이 자행한 것으로 추정하는 폭탄 테러가 발생해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다른 한편으로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에 따라 억류 중이던 IS 포로들이 대거 탈주함으로써 IS 전력이 오히려 강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정부의 철군 결정과 함께 터키군이 시리아 북동부를 공격하면서 수백 명의 IS 포로와 그 가족들이 탈주했으며 그동안 조용했던 시리아 북부 지역이 다시금 혼란에 빠져든다고 미국의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가 전했다. 또 아직 수천 명의 IS 전사와 그 가족이 현지 쿠르드 민병대의 허술한 경비 속에 억류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전 미국 정보관리는 바그다디의 사망이 IS의 작전 능력에 실질적인 타격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생전에 작전과 전략을 편지와 인편으로 승인했다면 그는 그만큼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조직에는 수장이 중요하다. 공격하는 쪽에선 누구나 고위 지도부를 노린다. 그들이 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은 IS 격퇴전에 참여하면서 미국의 동맹으로 입지를 다졌다. 바그다디 제거 작전에도 그들이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터키는 분리주의 쿠르드족을 최대 안보위협 세력으로 여겼다. 터키는 이미 수차례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을 격퇴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시도했지만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한 미군에 가로막혀 실패했다. 이후 IS 격퇴전이 공식 종료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동북부에 주둔하던 미군의 철수를 지시하자 터키군은 쿠르드족 소탕 작전에 들어갔다. 그에 따라 쿠르드족이 이끄는 시리아민주군은 터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시리아 정부와 협력 협정을 맺었다.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러시아는 터키가 시리아 국경 부근의 쿠르드족 전사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도록 중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동부의 유전 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미군을 추가로 파병했다.
- 톰 오코너, 나비드 자말리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IS와 알카에다 뭉칠까 - 이념 서로 다르지만 똑같이 미국·러시아로부터 실존적인 위협 받아
시리아 전문 조사관인 사드라딘 키노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지역에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여러 단체가 있다”고 말했다. 바그다디를 제거한 급습 작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철군하겠다고 발표한지 3주가 지난 시점에 실시됐으며 쿠르드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이 제공한 정보에 의존했다. 작전팀은 헬기로 이라크 에르빌에서 출발해 현재 러시아가 관장하는 영공을 가로질러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후라스 알딘(‘종교조직 수비대’)이 장악한 이들리브 주 바리샤 마을에 도착했다. 후라스 알딘은 지난해 초 시리아에서 등장했으며, 전사 1500~2000명을 거느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절반은 시리아 출신이 아니다.
키노는 “IS와 시리아의 알카에다 연계 조직은 이념이 서로 다르지만 현재 그들은 미국과 러시아로부터 똑같은 실존적인 위협을 받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바그다디는 후라스 알딘 등 그곳을 장악한 여러 단체와 손잡고 이들리브 주에 은신처를 마련한 것 같다.”
이제 바그다디의 사망으로 알카에다에 재기할 기회가 왔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국무부의 대테러 조정관 네이선 A. 세일스는 지난 8월 “알카에다는 지난 수년 동안 가만히 엎드려 전략적으로 인내했다”고 설명했다. “알카에다는 국제 대테러전의 공격을 IS가 혼자서 받도록 해놓고 자신들은 그동안 조직을 재편성했다.”
세계안보 문제를 다루는 미국 싱크탱크 수판센터의 콜린 P. 클라크 선임연구원과 미국 중동연구소 대테러·극단주의 프로그램 책임자 찰스 리스터는 최근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알카에다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병력과 물자를 시리아 쪽으로 옮겨 그곳에서 수년 동안 입지를 강화해왔다고 지적했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이래 알카에다는 “현지주의와 점진주의에 초점을 맞춰 이전보다 훨씬 더 제한적인 전략 목표를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클라크와 리스터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들은 알카에다의 사령관 중 한 명인 할리드 알아루리(일명 ‘아부 알카삼 알우르두니’)가 이끄는 후라스 알딘은 현지와 서방 양측에서 이슬람의 적을 표적으로 삼았다.
미국 전쟁연구소는 조사 보고서를 통해 IS와 알카에다가 단순히 테러단체가 아니라 테러를 전술로 사용하며 서방 정부를 전복하려는 저항운동 조직이라고 결론지었다. “IS와 알카에다에서 중동·아프리카·남아시아에서 싸우는 주류와 서방 공격을 목표로 활동하는 세력을 분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알카에다와 IS 연계 조직은 서로 다른 세부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그들 모두 지하드(성전)를 서방으로 이전하려고 한다. 세계적인 칼리프 제국을 건설한다는 원대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 마시 크라이터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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