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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잘못해도 봐줄 수 있지만 여자는 안 된다?

남자는 잘못해도 봐줄 수 있지만 여자는 안 된다?

회사의 윤리적 과오 발생하면 여성 CEO가 더 가혹한 비난 받는다는 실험 결과 나와
“지도자의 독립적인 특성을 강조하면 여성이 이끄는 회사에 대한 그런 가혹한 평가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성 고정관념은 요즘도 모든 사회에 만연한다. 예를 들어 한 회사가 윤리적인 과오를 범했을 때 CEO가 여성이면 소비자는 그 회사를 더 가혹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학술지 ‘성격과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의 결론이다.

이 논문의 주 저자로 미국 버지니아대학 교수 니콜 보톨라토 몽고메리는 “윤리적 잘못에서 여성이 더 심한 처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호감이 가고 민감하며 다른 사람을 잘 돕는 등 공동체적인 특성을 더 많이 갖는다는 성 고정관념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도 남성보다 공동체적 특성을 더 많이 보일 것으로 사람들은 기대한다.”

몽고메리 교수와 동료들은 3차례의 실험을 통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어떤 회사의 제품에 기술적인 결함이 있거나 윤리적인 과오가 있을 때 CEO의 성별이 그 회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실험이었다.

첫 실험에서 연구팀은 자원자들에게 자동차 회사에 관한 3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제시하고 거기서 묘사된 회사의 자동차를 사고 싶은지, 또 그 회사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물었다. 자원자 512명 중 약 3분의 1은 윤리적인 과오를 저지른 자동차 회사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그 회사는 자사 제품의 연료 센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모른 체하고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른 3분의 1은 기술적인 결함이 있는 자동차를 만든 회사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그 회사는 연료 센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나머지 3분의 1은 대조군으로 그 회사에 관한 일반적인 소개만 읽었다.

윤리적인 과오에 관한 평가는 남성보다 여성 CEO가 회사를 이끌 때 더 가혹했다. 예를 들어 자원자들은 그 회사의 자동차를 사고 싶지 않다는 견해를 더 강하게 표현했다. 수치로 보면 여성이 CEO인 회사는 구매의도 점수가 5점 만점에 2.36점이었고, 남성이 이끄는 회사일 경우 3.24점이었다. 문제가 윤리와 상관없이 순전히 기술적인 결함이었을 경우엔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CEO가 여성인 회사는 구매의도 점수가 3.66점이었고 남성이 이끄는 회사는 2.96점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일반적인 회사 소개만 읽은 자원자들의 반응은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자원자 416명이 참가한 두 번째 실험은 기본적으로 첫 번째 실험의 반복이었지만 시나리오에 CEO에 관한 설명이 추가됐다. 전형적인 여성의 특성(“다른 사람을 잘 돕고, 직원과 고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민감하며, 고객의 우려를 신중하게 경청할 수 있다”)이나 전형적인 남성의 특성(“능숙하고, 독립심이 강하며, 외부적인 압력 아래서 일을 잘해낼 수 있다”)을 강조한 설명이었다. 또 응답자들은 그 회사의 브랜드와 CEO의 능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명하고, 그 회사의 온라인 광고에 대한 반응, 또 그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지도 밝혔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아만다 P. 코언 버지니아대학 교수는 “CEO가 성 고정관념을 강조하는 식으로 묘사될 경우 윤리적 과오와 관련해 여성이 이끄는 회사를 더 가혹하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도자의 공동체 지향적인 특성보다 독립적인 특성을 강조하면 여성이 이끄는 회사에 대한 그런 가혹한 평가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

세 번째 실험도 기본 설계는 같았지만 제시되는 회사의 제품이 자동차가 아니라 어린이용품이었다. 다시 말해 좀 더 전형적인 여성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는 뜻이다. 자원자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윤리적인 과오와 관련해 CEO가 남성인 회사보다 여성인 회사가 더 가혹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전 실험과 다른 점은 기술적 능력이 부족한 문제에서도 CEO가 남성인 회사보다 여성인 회사가 더 가혹하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컸다는 사실이다.

코언 교수는 “사람들이 자동차 회사를 좀 더 남성적으로 인식해 기술적인 결함이 발견됐을 경우 CEO가 여성인 회사보다 남성인 회사를 더 가혹하게 평가했지만, 어린이용품 회사의 경우엔 평가가 그 반대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3차례의 실험 결과는 윤리적 과오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가혹한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전의 여러 연구를 재확인했다. 여성이 가진 직책과 직위가 남성과 같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남성은 윤리적 과오를 봐줄 수 있지만 여성은 안 된다는, 여성에 대한 성 고정관념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2016년 미국 대선 기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 예를 들어 워싱턴포스트가 발표한 것 같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보다 유권자로부터 더 신뢰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후보가 허위 진술이나 실언을 더 많이 했고, 바로 그 전 해에 팩트체크 매체 폴리티팩트(Politifact)의 ‘올해의 거짓말 상’을 받았지만 유권자는 그를 관대히 평가했다.

몽고메리와 코언 교수는 회사가 위기에 처할 때 CEO가 회사의 얼굴로 상징되는 요즘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연구 결과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예가 스타벅스 필라델피아 매장에서 흑인 두 명이 체포된 문제와 관련해 스타벅스 CEO 케빈 존슨이 보인 반응이었다. 그 흑인들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고 그로 인해 스타벅스는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자 존슨 CEO가 그 흑인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우리는 회사의 가치와 비전을 재확인하기 위해 이번 사건에서 불거진 폐단을 고치는 행동을 계속 취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비난 여론을 잠재웠다.

몽고메리 교수는 “우리 연구는 윤리적인 과오가 발생했을 때 여성 지도자가 전형적인 공동체적 특성보다 남성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독립체적인 특성을 드러내면 회사의 이미지 복구 노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로지 매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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