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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4) 중국발 금융위기 일어날까] 경제 규모 키우고 내수 확대해 체력 다져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4) 중국발 금융위기 일어날까] 경제 규모 키우고 내수 확대해 체력 다져

정부 부채비율 양호하고 외환보유액 넉넉해… 자본 이탈, 기업부채 증가 악영향 등 점검해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1일 천안문 성루에서 건국 70주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6년 새해 벽두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중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덮칠 것이라는 우려가 엄습했다. 다행히 세계금융시장은 폭락 후 안정을 되찾았고, 갈피를 잡지 못한 투자자들도 마음을 놓았다. 그러던 지난해 7월,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의 막의 올랐다. 이후 지금까지 세계 교역과 성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빠르게 감소했고, 주식시장도 세계 유수 국가에 비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경제 침체에 미국이 구원투수가 되길 바라며 분쟁 종료 소식이 빨리 들려오길 염원하고 있다. 상호 관세 철회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견해 차이가 있는 가운데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수출 의존도가 낮고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 중국과의 분쟁에서 우위를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금리를 인하하면서까지 경기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공산품에 중독된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물가상승 압력에 직면해 소비자 후생이 저해되는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래저래 고민거리다.

이와 달리 미중 무역분쟁의 와중에도 올해 중국 상하이 지수는 연초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중국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도 미중 무역분쟁이 무색하게 나쁘지 않다. 미국 주식도 금융위기 이후 11년간 사상 최고가를 쓰는 이례적인 행진을 벌이고 있다. 오르는 주가를 보면서 미중 무역 협상이 상수가 된 후 조만간 타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중 무역전쟁에도 중국 증시 선전
이런 가운데 소비·투자·수출 부진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2020년에는 5%대 성장에 그치는 ‘바오우(保五) 시대’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25%로 높은 우리로서는 상당히 걱정이 되는 대목이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올 상반기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은 전년 대비 12.3% 감소했다. 이런 탓에 올 3분기 중국의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0%로 분기별 성장률이 발표된 1992년 이후 가장 낮았다.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6.6%로, 천안문 시위 유혈 진압 여파로 경제가 침체한 1990년 3.9% 이후 최저였다.

이렇게 최저의 역사를 쓰고 있지만 미중 무역협상 타결의 기대감이 이를 상쇄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세계가 품고 있다. 위안화 약세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는 중국의 부채 급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고, 고질적인 빈부격차 문제와 무역 분쟁에 따른 실업 증가로 소비 진작에도 어려움이 예상돼왔다. 확장적 통화정책에 따른 부채 확대로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위험도 있어 2020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는 5%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이 이른바 ‘스몰딜’에 합의하더라도 내년에도 두 나라의 대립 구도가 이어진다면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할 수밖에 없다.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 5% 가능성
미중 무역전쟁은 내년에도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연합뉴스
중국 경제 위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혹자는 계속되는 미중 무역분쟁을 들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높은 국가총부채(높은 기업부채에 기인), 그림자금융, 부동산 버블 문제를 들 수 있겠다. 중국의 기업부채 규모는 매우 높다는 평가로 실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런데도 중국의 증시가 오르고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돈을 인민은행과 같은 국영은행이 빌려줬기 때문이다. 빚은 천문학적인데 위안화로 빌려줬고, 중국 공산당과 국영은행이 뒤에 있으니 부도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빚은 언제 늘어났을까? 2008년 금융위기 때 4조 위안 규모의 지원이 금융 부실의 근원으로 평가된다. 당시 세계가 모두 어려웠는데, 많은 국가가 구조조정으로 부실기업을 퇴출시켰는데 중국은 그러지 않고 오히려 더 투자했다. 누구의 돈으로? 중국의 국영은행인 인민은행 등의 돈으로 말이다. 중앙정부의 지원 외에 은행·그림자금융과 연계된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의 지원 플랫폼이 부실과 거품을 야기했다고 회자된다. 구조조정으로 실업률이 높아지면 민심이 나빠지다 보니 내부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중국은 지속적으로 성장률을 높여 실업률을 낮추는 방법을 택했다. 이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영은행의 무리한 대출이 늘어나고 국영기업은 방만한 경영으로 철강·조선·자동차 같은 중후장대한 기업의 투자가 늘어났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동안 빚으로 성장했고, 과잉생산으로 성장을 유지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모두 생산을 줄일 때 중국은 빚을 늘려 성장했고 철강·시멘트 등이 재고로 남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 문제를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진단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하겠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중국 경제에 위기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금융 불안 또는 경기 위축 여지는 충분하고 정책 리스크도 존재한다.

칠레의 소요사태로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불발됐다. 지난해에는 미·중 갈등으로 APEC 공동성명서 채택이 불발됐다.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겨냥한 강한 메시지(WTO 개혁 등)를 넣으려고 하자 중국이 불만을 제기해 문구를 삭제하려던 게 발단이었다. 현재 유럽연합(EU) 주도로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방안을 논의 중인데, 중국을 암시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근절 방안이 포함돼 있다. 중국의 산업 보조금, 기술 강제 이전, 시장 왜곡 정책에 대한 WTO 규정이 없다는 것이 그동안 미국이 WTO를 불신하는 배경이었다. 미국, 일본, 주요 선진국은 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경우 중국이 기술 이전을 강요한다고 비판해왔다.

알다시피, 미중 무역갈등은 양국의 패권전쟁이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탓에 개도국이 빚더미에 놓이게 됐다고 비판해왔다. 일대일로란 중국이 추진 중인 신(新)실크로드 전략이다. 일대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를 말한다. 일로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한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9~10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처음 제시한 전략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주변의 60여 개국을 포함한 거대 경제권 구상이 주요 내용이다.
 중국의 금융 불안, 경기 위축 리스크
그런데 이 전략에 미국, 일본, 주요 선진국의 시선이 곱지 못하다. 중국은 미국발 철강·시멘트를 생산해 개발도상국 등에서 철도와 같은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GDP를 늘려 성장하면 되지만, 이게 저소득 국가에서 부채 증가를 유발시킨다는 비난을 초래한 것이다. 2013년 이후 저소득국의 개발 자금 수요 증가로 부채가 급격히 증가해 GDP 대비 공공부채비율이 매우 높아졌다. 부채에 중국 등 비전통적 국외 채권자가 포함돼 국제적으로 저소득국의 부채투명성(Debt Transparency) 이슈가 부각됐다. 중국이 저소득국 부채 증가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주요 20개국(G20)은 지난해 7월 재무장관 회의에서 ‘G20의 지속가능한 자금 지원을 위한 운영 원칙’ 이행 필요성에 동의하고 저소득국의 지속가능성 개선을 위한 채무자와 채권자(정부·민간) 역할과 책임을 실무 그룹에서 논의했다. 저소득국의 부채위험 관리 역량 강화, 투명한 통계체계 구축, 자금 지원 때 위험 수준 평가체계 개선이 주된 내용이었다.

미국은 지난해 APEC 회의에서 저소득국 부채 증가에는 중국의 원조가 크게 작용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당시 회의 개최국인 파푸아뉴기니아(중국의 지원이 많은 국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시진핑 수석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호주·뉴질랜드와 협력해 아·태 지역 도서 국가를 지원할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의 성장 전략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 여력이 과거에 비해 축소될 전망이고, 이 역시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지난 10월 ‘중국 경착륙에 따른 세계 경제 여파’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이에 대한 세계 경제의 파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이래 세계화 전략으로 성장을 거듭했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부채 급증, 부동산시장 과열 등으로 금융 안정성이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하강하며 이른바 경착륙 국면을 맞을 경우 우리나라처럼 중국과 밀접한 교역관계를 맺고 있는 신흥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까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중국 경제가 대내외 충격으로 경착륙하는 상황을 저강도(2년간 국내총생산 4% 감소)와 고강도(8.25% 감소)로 나눠 가정한다. 그리고 각 경우 미국, 미국 외 선진국, 신흥국의 GDP가 얼마나 감소하는지 추정했다. 중국 경제 부진의 여파가 파급되는 경로와 관련해서는 금융 부문에 2015~16년 ‘중국발 금융위기’가 우려됐던 당시 조건을 대입해 ‘최악이지만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를 상정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대략 이렇게 요약된다. 중국의 GDP가 기준 시점(2018년)부터 2년 안에 4% 감소하는 저강도 경착륙을 할 경우 세계 신흥국 GDP는 2.7%가량 줄어든다. 선진국의 경우는 GDP 감소폭이 1%대 전반이고, 미국은 0%대 중반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미 연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경계
브라질에서 지난 11월 14일 폐막한 제11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 왼쪽부터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 사진 : 중국 신화망 캡처
이런 차이는 중국 경착륙 양상이 고강도일 때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중국 GDP가 2년간 8.25% 급감하면, 신흥국 GDP는 6%, 수출 비중이 큰 국가는 7%가량 준다. 선진국은 감소폭(3%대 초반)이 신흥국의 절반 수준이나 높은 편이고, 미국은 1%대 초반 수준이다. 미국의 영향이 낮은 이유로는 내수 비중이 커 다른 나라에 비해 폐쇄적 경제구조인 점, 중국과 금융 연계성이 약한 점,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능력이 높은 점 등을 든다. 그러나 중국 경기 급락이 2015~16년 중국발 위기 수준의 금융시장 충격을 유발할 경우엔 양상이 전혀 달랐다. 미국 역시 상당한 타격을 받아 저강도 경착륙일 땐 GDP의 1%, 고강도일 땐 3%가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선진국은 고강도 경착륙 기준으로 GDP의 4%, 신흥국은 6% 각각 급감했다. 2015~16년 중국에서 투자자금 유출과 위안화 평가절하, 증시 폭락 등이 맞물리며 세계 증시가 얼어붙고 공포지수(VIX지수)가 예년 위기의 2배 수준으로 치솟으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바 있다. 연준은 이를 감안해 미중 간 직접적 금융 연계성은 약하다고 해도, 중국발 충격은 위험회피 성향 강화 등으로 미국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도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폭과 해외 기관투자가의 중국 내 금융자산 보유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상황에서, 2020년 위안화가 달러당 8위안이 되는 ‘포바(破八)’ 상태가 올 가능성은 작다. 지난 8월에는 역내외(본토·홍콩)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으로 가치 절하되는 위안화 ‘포치(破七)’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절하를 통해 관세 부담을 상쇄하려 했던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불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내년에도 2% 성장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럴 경우 내년 6월에는 11년이라는 사상 최대의 확장 국면을 맞이한다. 1854년 이래 최장 기간 회복의 역사를 쓰는 것이다. 미국의 실질소득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실업률은 5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2%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란 점이고, 전망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좋지 않으면 중국 경제나 세계 경제가 좋을 수 없다. 그런데 세계 경제에 드리워진 가장 큰 구름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미중 무역분쟁에 기인한다. 지난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한 이후 기업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조바심을 내게 됐고 투자의지가 꺾였다. 그 결과 세계적인 동반 경기 둔화가 이어졌다. 세계 경제의 약 90% 국가가 지난해보다 성장이 둔화됐고 그 결과 세계 경제성장률은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에는 브라질·인도·러시아 등 신흥국의 성장 호조로 올해보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탓에 세계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약 7000억 달러) 떨어졌다고 평가하며, 이는 스위스 경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현재 3600억 달러의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중국 전체 대미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 비해 중국 경제의 약 2.5%에 불과하고 세계 무역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작은 규모에 대한 관세가 어떻게 그런 지진이 날 수준의 영향을 미쳤을까? 답은 한 단어로, 불확실성이다. 피해를 주는 것은 관세가 아니라 수십년 동안 세계 무역 시스템이 운영해온 규칙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미국 콜럼비아 경영대학원의 글렌 허바드 교수는 “정책 불확실성 탓에 현재 기업 투자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은 아마도 미국 내에서 법인세 인하를 압도할 만큼 충분히 크다”고 말한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기업의 투자의욕 저하가 세계적인 부담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에 대한 대가를 중국이 치르고 있다고 말하길 좋아한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소비자들이 더 높은 가격으로 관세를 부담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가 피해자란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큰 경제적인 피해를 입은 국가들은 독일·일본·한국처럼 세계적인 공급망에서 고도로 통합되고 세계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제조업 경기 침체는 두 차례 있었다. 유로존 위기 때인 2012년과 신흥시장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2015년이었다. 2012년 유럽중앙은행(ECB)은 결국 저비용의 유동성을 은행 시스템에 퍼부었다. 유동성이 넘쳐나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약속해 은행들이 구제됐다.

이런 유동성 증대가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계속 지적하듯이, 유로존 문제는 통화정책으로는 이미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이미 수조 달러의 채권이 마이너스 금리로 유통되고 있는 바, 투자자들이 오히려 돈을 빌리는 차입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CB는 지난 10월 양적완화를 다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금융시장의 왜곡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황이 악화될지도 모르겠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재정정책을 강화해야 하는데, 유로존의 재정상황을 감안하면 그럴 형편이 못 된다. 독일을 포함해 유로존의 2020년 재정은 소폭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이 과거처럼 대규모 경기부양을 통해서 세계 경제에 기여할 것일까? 중국은 2016년과 2017년처럼 재정지출로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입장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가 2020년에 5.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1980년대 초 시장 개혁이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중국 당국은 경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급격한 감속을 막는 것일 뿐이다.

중국은 이미 부채가 많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국영은행과 기업에 값싼 유동성이 흘러가게 하는 것을 당연히 꺼린다. 중국 당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탄약을 모두 소모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는 미국 대통령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금리가 더 이상 바닥을 헤매지 않고 트럼프 세금 인하 정책의 효과가 소진된 상황에서 세계는 두려움에 사로 잡혀 있다. 정책에 의한 불확실성이라는 짙은 안개를 걷어 준다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세계적으로 양질의 민간 부문 일자리는 기업의 투자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국가가 기업의 뒤에 우뚝 서 있다. 기업부채가 최고조로 증가했지만 외환보유액은 지난 9월 기준으로 여전히 세계 1위로 3조924억 달러 수준이다. 정부 외환보유액 규모는 위기방지 측면에서는 충분하다. 국제결재은행(BIS) 기준으로 중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약 2조 달러이다. 보수적으로 단기외채를 유동외채로 대체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 이익송금과 국가 특수수요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외환보유액은 적정하다. 2020년까지 달러 채권과 대출 만기 도래액의 GDP 대비 비율도 2.3%로 다른 신흥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고, 외환보유액 대비 비율은 8.6% 수준으로 적정하다. 외환제도 개혁으로 민간의 외환 보유 수준도 늘고 기업 등의 저축률도 높아 현금 창출 여력도 양호하다. 2007년 기업 외환 보유 한도 폐지로 시중의 보유 외환이 꾸준히 증가했다. GDP 대비 외화예금 비중이 크게 상승했고. GDP 대비 총저축률(외화저축 포함)도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브릭스(BRICs) 평균을 크게 상회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나아가 수출 비중이 크게 감소했고 국내 소비를 확대하는 자력 성장 기반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여전히 세계 1위
다만, 대내외 환경이 악화될 경우 외화 수급이 불안해져 기업부채 등 내재 리스크와 맞물려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심화될 가능성에는 적극 대비해야 한다. 기존 외화 유입의 주된 통로인 경상수지 흑자가 꾸준히 유지되는지를 눈여겨보아야 하며, 중속 성장 전환, 반부패 정책 등 재산권 불안에 따른 거주자의 해외 투자 유인 증가로 장기간 유지된 자본통제의 실효성이 약화되지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중국 정부가 2020년 재정의 역할을 크게 확대하지 않는 이유는 기업부채 증가에 대비하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 지방정부의 부채비율이 매우 높지만 중앙정부의 부채비율은 양호한 수준이다. 위기는 여러 모습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올 수 있다. 하지만 위기를 과장하는 것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경제 규모가 꾸준히 커졌기 때문에 자본의 한계생산성도 잠재성장률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장(국립외교원 파견)이다. 대한민국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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