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67표
운명의 67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 원 의 3 분 의 2가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산술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그가 걱정할 만한 이유가 있다. 과연 무엇일까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공화당)가 근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 당연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걱정할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상원 전체 의석 3분의 2에 달하는 표를 모아야 한다. 공화당 상원의원 최소 20명 이상(웨스트 버지니아주 조 맨친 의원과 앨라배마주 더그 존스 의원 등의 민주당 이탈이 예상돼 필시 22명에 더 가까울 듯)이 당론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 가능성이 희박한 수치다. 그리고 67표를 얻는 길이 좁고 험난한 건 분명하다. 그러나 2명 이상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말할 경우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너도나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면서 교통혼잡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맥코넬 원내대표와 백악관은 두려워한다.
첫째로 몇몇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참아내기 어려워하는 건 비밀이 아니다. ‘무조건 트럼프 반대파(never Trumper)’로 유명한 제프 플레이크 전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은 지난 9월 비공개 투표를 하면 35명의 상원의원이 대통령 축출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미트 롬니 유타주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경멸감은 트럼프 대통령도 피차일반이다. 정권인수 기간 중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그 옛 공화당 기수를 국무장관 후보감으로 실제 인터뷰한 일은 옛날얘기다. 롬니 의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주고받은 통화 내용을 “끔찍하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롬니 의원을 “건방진 얼간이”로 불렀다. 롬니는 열린 마음으로 팩트를 따르겠다고 말했지만 트럼프 진영에선 이미 그의 표는 잃은 것으로 생각한다.
백악관(그리고 맥코넬 원내대표)은 특히 메인주 수전 콜린스, 알래스카주 리사 머코스키 두 명의 상원의원을 예의 주시한다. 대통령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의원들이다. 머코스키 의원은 2017년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 무효화 법안에 반대표를 던져 통과를 저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겨준 일로 유명하다. 내년 박빙의 레이스로 예상되는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콜린스 의원은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녀는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아들인 헌터 바이든의 중국 내 사업 거래를 조사해 달라고 베이징 정부에 요청한 것이 “큰 실수”였다며 백악관 탄핵 조사를 “린치”에 비유한 트윗을 철회하라고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맥코넬 원내대표는 공화당 표가 안전하지 않다고 걱정한다. 그는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셰르파(그의 당내 표 계산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냉철한 안내인) 역할을 맡아 대통령에게 머코스키 의원에게 전화하라고 조언했다. 그 알래스카 상원의원이 3년간 추진해온 야심적인 에너지 법안과 관련해 그녀를 후원하겠다고 약속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또한 다른 의원들이 불쾌하게 여기니 유치하게 롬니 의원에게 욕설하는 짓을 그만두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 맥코넬 원내대표의 생각을 잘 아는 상원의 한 소식통은 “그는 당원들을 결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통령이 도와줘야 한다고 그에게 강조했다”고 전했다. “아무것도 주지 않고 충성만을 요구할 수는 없다. 정치는 그런 식으로 풀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공화당원들이 트럼프와 보조를 맞추도록 한 열정적인 당파성이 대통령과 맥코넬 원내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른다. 버지니아대학 정치학자 래리 사바토는 “정치의 국유화(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느낌)가 같이 진행되는 다른 선거에 극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평한다. 2016년 상원 레이스가 열린 모든 주에서 같은 당 소속의 상원의원과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상원에 대한 국민투표 시대가 시작된 191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사바토 교수가 말하듯 상원 의원들에게 “탄핵은 궁극의 국유화 이벤트일지 모른다.”
그 의미를 이해하려면 접전주(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비슷한 주)에서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살펴보자. 콜로라도주 코리 가드너, 애리조나주 마사 맥샐리, 아이오와주 조니 언스트 같은 초선 의원들이다. 앞의 2명은 50대50(toss-ups)의 확률로 간주하는 레이스를 펼친다. 콜로라도주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바닥권이며 애리조나주에서도 정도만 약간 덜할 뿐 매 한 가지다. 국유화 가설이 들어맞을 경우 가드너와 맥샐리 의원이 갈수록 인기를 잃어가는 대통령의 무죄에 투표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아이오와주의 언스트 상원의원은 현시점에서 재선에 약간 유리한 입장이지만 레이스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전쟁으로 그 주의 농업 부문이 타격을 입었다. 언스트 의원은 또한 포르노 스타에 지불한 입막음 돈, 방송인 빌리 부시와 ‘외설적인 대화’가 담긴 비디오 등 트럼프 대통령의 천박함을 불평했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그녀는 공개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왔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가 이탈할 경우 현재 백악관에 올바른 말을 하는 몇몇 다른 의원도 그런 생각을 품을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톰 틸리스는 50대50으로 간주하는 레이스를 진행 중이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승리했지만 내년에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것이 트럼프의 백악관이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시점에서 리스크는 그의 대통령직을 박탈할 만큼 많은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탈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관해 현재 알려진 정보에 근거할 때는 아니다. 진짜 리스크는 그가 탄핵을 면하더라도 자신의 당에서 정치적으로 약해 보이기 시작해 같이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상원에서의 심판은 공개적이고 충분히 공정할 것이다. 대통령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무리하게 탄핵당하듯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이 심판을 주재하며 대통령 변호팀이 적대적인 증인을 반대 심문하고 자신들의 증인을 부를 수도 있게 된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그래도 공화당 상원의원 여러 명이 탄핵을 지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잠재적으로 레임덕이나 다름없다. 맥코넬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대선 레이스에 나설 때 단순히 약해 보일 뿐 아니라 실제로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역전의 용사들인 조니 언스트와 마사 맥샐리 의원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엔 문제가 심각하다.”
다른 공화당 의원도 하원과 상원의 많은 공화당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느끼는 (대체로 사석에서만 표출되는) 양가 감정에 이끌려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린다. 대통령과 달리 대부분 전통적인 방식의 활동이 몸에 배 있다. 대통령의 상스러움, 무질서한 백악관, 시리아의 쿠르드족 전투원들에 대한 최근의 배신, 상원의 한 관계자 말마따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팔을 비틀어 조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게 하려는 “광적인” 노력 모두 공화당원을 눈에 띄게 거북하게 만든다.
이념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하원과 상원의 대다수 공화당원은 자유무역과 재정 건전성 같은 전통적인 공화당 정책을 믿는다. 2010년 보수운동단체 티파티가 138명의 의원을 당선시킨 것은 대체로 당시 워싱턴 정가의 지출이 통제를 벗어났다는 판단에서 그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트럼프 시대 들어 자유무역은 죽고 재정 지출을 거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여름 공화당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힌 미시건주 공화당 의원 저스틴 아마시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덫에 걸려” 대통령 지지를 강요받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화당 하원의원은 익명을 조건으로 당의 상당 부분이 “전두엽절제술”을 받았다며 “당내에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꽤 많지만 공개적으로 그렇게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정치인으로서 여론을 읽을 줄 안다. 최근의 여러 조사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믿는 미국인이 현재 과반을 약간 넘지만 공화당 유권자는 여전히 그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폭스 뉴스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51%가 그의 축출을 지지했지만 공화당원 중에선 16%에 그쳤다. 공화당원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체적인 지지율은 86%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내 변절자들은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플로리다주 네이플즈 출신의 프랜시스 루니 하원의원이 그 산증인이다. 지난 10월 그는 TV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워터게이트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당시 모두가 ‘닉슨을 잡으려는 마녀사냥’이라고 말한 사실을 잘 기억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녀사냥이 아니라 전적으로 옳은 조치였다.”
백악관의 분노로 촉발된 지역구로부터의 후폭풍은 신속하고 강렬했다. 여러 명의 선거구민이 그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대통령을 지지할 마음이 없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반응에 루니 의원은 매우 놀랐다. 다음날 그 충고를 받아들여 내년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할 정도였다. 이 에피소드는 무엇보다도 “이젠 공화당이 아니라 트럼프의 당”임을 보여줬다고 정치학자 사바토는 말했다. 4명의 국회의사당·백악관 소식통에 따르면 맥코넬 원내대표는 탄핵 심판에 관해 “여러 차례”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현재로선 맥코넬 원내대표의 판단은 다가오는 탄핵 드라마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과 다르지 않다고 그의 생각을 잘 아는 소식통은 말한다. 미국의 건국자들이 대통령을 쫓아내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을 대가로 내세워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을 조사하도록 우크라이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맥코넬 원내 대표는 그와 관련된 팩트에 대한 자신의 이해에 근거해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 특히 하원에서의 탄핵 투표가 예상대로 엄격히 당의 노선을 따라 진행될 경우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맥코넬 원내대표는 사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것을 말했다고 백악관 소식통은 말한다. 그는 또한 민주당원들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조사를 트럼프의 백악관이 방해했다는 문제를 하원에 제기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일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죄 판결 가능성을 묻자 상원의 공화당 관계자들은 전형적인 단서 조항을 붙여 답했다. 상원 법사위원회의 한 직원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 우리가 아는 정보가 이제 모두 공개됐다면 그리고 새로운 일이 드러나거나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는 무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은 군사지원금을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에 건넸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바이든 부자를 조사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에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했다 해도 결국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말마따나 “이것이 탄핵할 만한 범죄에 해당된다는 주장은 개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된 문제라면 “예측을 불허한다”고 그 소식통은 시인한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가 이뤄진 날이 이른바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에 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의회 증언(그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민주당의 꿈이 무산됐다)이 있은 지 불과 하루 뒤였다.
탄핵은 유동적이다. 상황이 정치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대로 똑같이 전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접전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지지표를 잃는다면 당이 얼마나 초조해질까? 많은 상원의원이 불안해진 나머지 공식적으로 탄핵 찬반 투표를 하는 대신 백악관으로 몰려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할 수도 있을까? 상원에서의 공화당 지배력이 힘 빠진 대통령으로 인해 내년 11월 위험에 처하게 될까?
현재로선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감안할 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기반이 가만있지 않을 테고 마이크 펜스, 니키 헤일리 또는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지명될 수 있는 다른 누구에게든 투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공화당이 오판했던 1998년의 탄핵 노력 후 빌 클린턴 대통령이 그랬듯이 트럼프 대통령도 살아남아 더 큰 위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의 당선은 모든 정치 규범과 예상을 뒤엎었다. 그의 탄핵심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탄핵 심판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지 모른다. 반면 민주당 의원 2명은 그의 무죄를 지지할 수 있다.-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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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상원 전체 의석 3분의 2에 달하는 표를 모아야 한다. 공화당 상원의원 최소 20명 이상(웨스트 버지니아주 조 맨친 의원과 앨라배마주 더그 존스 의원 등의 민주당 이탈이 예상돼 필시 22명에 더 가까울 듯)이 당론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 가능성이 희박한 수치다. 그리고 67표를 얻는 길이 좁고 험난한 건 분명하다. 그러나 2명 이상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말할 경우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너도나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면서 교통혼잡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맥코넬 원내대표와 백악관은 두려워한다.
첫째로 몇몇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참아내기 어려워하는 건 비밀이 아니다. ‘무조건 트럼프 반대파(never Trumper)’로 유명한 제프 플레이크 전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은 지난 9월 비공개 투표를 하면 35명의 상원의원이 대통령 축출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미트 롬니 유타주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경멸감은 트럼프 대통령도 피차일반이다. 정권인수 기간 중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그 옛 공화당 기수를 국무장관 후보감으로 실제 인터뷰한 일은 옛날얘기다. 롬니 의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주고받은 통화 내용을 “끔찍하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롬니 의원을 “건방진 얼간이”로 불렀다. 롬니는 열린 마음으로 팩트를 따르겠다고 말했지만 트럼프 진영에선 이미 그의 표는 잃은 것으로 생각한다.
백악관(그리고 맥코넬 원내대표)은 특히 메인주 수전 콜린스, 알래스카주 리사 머코스키 두 명의 상원의원을 예의 주시한다. 대통령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의원들이다. 머코스키 의원은 2017년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 무효화 법안에 반대표를 던져 통과를 저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겨준 일로 유명하다. 내년 박빙의 레이스로 예상되는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콜린스 의원은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녀는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아들인 헌터 바이든의 중국 내 사업 거래를 조사해 달라고 베이징 정부에 요청한 것이 “큰 실수”였다며 백악관 탄핵 조사를 “린치”에 비유한 트윗을 철회하라고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맥코넬 원내대표는 공화당 표가 안전하지 않다고 걱정한다. 그는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셰르파(그의 당내 표 계산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냉철한 안내인) 역할을 맡아 대통령에게 머코스키 의원에게 전화하라고 조언했다. 그 알래스카 상원의원이 3년간 추진해온 야심적인 에너지 법안과 관련해 그녀를 후원하겠다고 약속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또한 다른 의원들이 불쾌하게 여기니 유치하게 롬니 의원에게 욕설하는 짓을 그만두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 맥코넬 원내대표의 생각을 잘 아는 상원의 한 소식통은 “그는 당원들을 결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통령이 도와줘야 한다고 그에게 강조했다”고 전했다. “아무것도 주지 않고 충성만을 요구할 수는 없다. 정치는 그런 식으로 풀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공화당원들이 트럼프와 보조를 맞추도록 한 열정적인 당파성이 대통령과 맥코넬 원내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른다. 버지니아대학 정치학자 래리 사바토는 “정치의 국유화(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느낌)가 같이 진행되는 다른 선거에 극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평한다. 2016년 상원 레이스가 열린 모든 주에서 같은 당 소속의 상원의원과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상원에 대한 국민투표 시대가 시작된 191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사바토 교수가 말하듯 상원 의원들에게 “탄핵은 궁극의 국유화 이벤트일지 모른다.”
그 의미를 이해하려면 접전주(공화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비슷한 주)에서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살펴보자. 콜로라도주 코리 가드너, 애리조나주 마사 맥샐리, 아이오와주 조니 언스트 같은 초선 의원들이다. 앞의 2명은 50대50(toss-ups)의 확률로 간주하는 레이스를 펼친다. 콜로라도주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바닥권이며 애리조나주에서도 정도만 약간 덜할 뿐 매 한 가지다. 국유화 가설이 들어맞을 경우 가드너와 맥샐리 의원이 갈수록 인기를 잃어가는 대통령의 무죄에 투표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아이오와주의 언스트 상원의원은 현시점에서 재선에 약간 유리한 입장이지만 레이스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전쟁으로 그 주의 농업 부문이 타격을 입었다. 언스트 의원은 또한 포르노 스타에 지불한 입막음 돈, 방송인 빌리 부시와 ‘외설적인 대화’가 담긴 비디오 등 트럼프 대통령의 천박함을 불평했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그녀는 공개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왔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가 이탈할 경우 현재 백악관에 올바른 말을 하는 몇몇 다른 의원도 그런 생각을 품을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톰 틸리스는 50대50으로 간주하는 레이스를 진행 중이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승리했지만 내년에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것이 트럼프의 백악관이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시점에서 리스크는 그의 대통령직을 박탈할 만큼 많은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탈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관해 현재 알려진 정보에 근거할 때는 아니다. 진짜 리스크는 그가 탄핵을 면하더라도 자신의 당에서 정치적으로 약해 보이기 시작해 같이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상원에서의 심판은 공개적이고 충분히 공정할 것이다. 대통령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무리하게 탄핵당하듯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이 심판을 주재하며 대통령 변호팀이 적대적인 증인을 반대 심문하고 자신들의 증인을 부를 수도 있게 된다. 그런 점을 감안할 때 그래도 공화당 상원의원 여러 명이 탄핵을 지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잠재적으로 레임덕이나 다름없다. 맥코넬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대선 레이스에 나설 때 단순히 약해 보일 뿐 아니라 실제로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역전의 용사들인 조니 언스트와 마사 맥샐리 의원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엔 문제가 심각하다.”
다른 공화당 의원도 하원과 상원의 많은 공화당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느끼는 (대체로 사석에서만 표출되는) 양가 감정에 이끌려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린다. 대통령과 달리 대부분 전통적인 방식의 활동이 몸에 배 있다. 대통령의 상스러움, 무질서한 백악관, 시리아의 쿠르드족 전투원들에 대한 최근의 배신, 상원의 한 관계자 말마따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팔을 비틀어 조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게 하려는 “광적인” 노력 모두 공화당원을 눈에 띄게 거북하게 만든다.
이념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하원과 상원의 대다수 공화당원은 자유무역과 재정 건전성 같은 전통적인 공화당 정책을 믿는다. 2010년 보수운동단체 티파티가 138명의 의원을 당선시킨 것은 대체로 당시 워싱턴 정가의 지출이 통제를 벗어났다는 판단에서 그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트럼프 시대 들어 자유무역은 죽고 재정 지출을 거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여름 공화당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힌 미시건주 공화당 의원 저스틴 아마시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덫에 걸려” 대통령 지지를 강요받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화당 하원의원은 익명을 조건으로 당의 상당 부분이 “전두엽절제술”을 받았다며 “당내에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꽤 많지만 공개적으로 그렇게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정치인으로서 여론을 읽을 줄 안다. 최근의 여러 조사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믿는 미국인이 현재 과반을 약간 넘지만 공화당 유권자는 여전히 그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폭스 뉴스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51%가 그의 축출을 지지했지만 공화당원 중에선 16%에 그쳤다. 공화당원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체적인 지지율은 86%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내 변절자들은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플로리다주 네이플즈 출신의 프랜시스 루니 하원의원이 그 산증인이다. 지난 10월 그는 TV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워터게이트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당시 모두가 ‘닉슨을 잡으려는 마녀사냥’이라고 말한 사실을 잘 기억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녀사냥이 아니라 전적으로 옳은 조치였다.”
백악관의 분노로 촉발된 지역구로부터의 후폭풍은 신속하고 강렬했다. 여러 명의 선거구민이 그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대통령을 지지할 마음이 없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반응에 루니 의원은 매우 놀랐다. 다음날 그 충고를 받아들여 내년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할 정도였다. 이 에피소드는 무엇보다도 “이젠 공화당이 아니라 트럼프의 당”임을 보여줬다고 정치학자 사바토는 말했다. 4명의 국회의사당·백악관 소식통에 따르면 맥코넬 원내대표는 탄핵 심판에 관해 “여러 차례”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현재로선 맥코넬 원내대표의 판단은 다가오는 탄핵 드라마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과 다르지 않다고 그의 생각을 잘 아는 소식통은 말한다. 미국의 건국자들이 대통령을 쫓아내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을 대가로 내세워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을 조사하도록 우크라이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맥코넬 원내 대표는 그와 관련된 팩트에 대한 자신의 이해에 근거해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 특히 하원에서의 탄핵 투표가 예상대로 엄격히 당의 노선을 따라 진행될 경우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맥코넬 원내대표는 사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것을 말했다고 백악관 소식통은 말한다. 그는 또한 민주당원들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조사를 트럼프의 백악관이 방해했다는 문제를 하원에 제기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일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죄 판결 가능성을 묻자 상원의 공화당 관계자들은 전형적인 단서 조항을 붙여 답했다. 상원 법사위원회의 한 직원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 우리가 아는 정보가 이제 모두 공개됐다면 그리고 새로운 일이 드러나거나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는 무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은 군사지원금을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에 건넸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바이든 부자를 조사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에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했다 해도 결국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말마따나 “이것이 탄핵할 만한 범죄에 해당된다는 주장은 개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된 문제라면 “예측을 불허한다”고 그 소식통은 시인한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가 이뤄진 날이 이른바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에 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의회 증언(그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민주당의 꿈이 무산됐다)이 있은 지 불과 하루 뒤였다.
탄핵은 유동적이다. 상황이 정치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대로 똑같이 전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접전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지지표를 잃는다면 당이 얼마나 초조해질까? 많은 상원의원이 불안해진 나머지 공식적으로 탄핵 찬반 투표를 하는 대신 백악관으로 몰려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할 수도 있을까? 상원에서의 공화당 지배력이 힘 빠진 대통령으로 인해 내년 11월 위험에 처하게 될까?
현재로선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감안할 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기반이 가만있지 않을 테고 마이크 펜스, 니키 헤일리 또는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지명될 수 있는 다른 누구에게든 투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공화당이 오판했던 1998년의 탄핵 노력 후 빌 클린턴 대통령이 그랬듯이 트럼프 대통령도 살아남아 더 큰 위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의 당선은 모든 정치 규범과 예상을 뒤엎었다. 그의 탄핵심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박스기사] 유죄 vs 무죄
탄핵 심판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지 모른다. 반면 민주당 의원 2명은 그의 무죄를 지지할 수 있다.-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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