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모 킬러’를 잡아라
‘항모 킬러’를 잡아라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로 허를 찔린 미국, 독자적인 차세대 무기 개발과 방어 시스템 구축 두고 고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0월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거행된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중국의 미래를 이렇게 단정적으로 밝혔다. “어떤 힘도 우리 위대한 조국의 지위를 흔들 수 없으며, 중국 인민과 중화 민족이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
중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 대국으로서 미국을 대체하려고 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것이다(잘하는 일인지 잘못하는 일인지는 제쳐두자!).
하지만 마찬가지로 옳은 이야기지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중국이 ‘군사굴기’를 통해 세계 최고의 군사대국도 되려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은 그 목표를 향해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미군 특전사령관을 지낸 윌리엄 맥레이븐 제독(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이끌었다)은 최근 연설에서 중국의 강화되는 군비증강을 두고 “미국에는 악몽”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군사굴기’에서 미국 국방 기획 전문가들의 눈에 가장 두드러지고 가장 불길한 증거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흔히 ‘항모 킬러’로 알려진 둥펑(DF)-100 미사일이다. 중국은 이 무기가 극초음속의 속도로 미국 해군 군함의 대공방어망인 이지스 전투 시스템을 뚫고 항공모함을 타격해 두꺼운 갑판을 관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DF-100의 능력이 입증되진 않았지만 미국 국방부로선 걱정이 태산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순항 미사일보다 훨씬 빠르며, 탄도 미사일과는 다른 궤적으로 비행한다.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활공한다는 뜻이다. 현재의 미국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탄도 미사일이 포물선으로 비행하는 동안 탐지해 격추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올 경우 속수무책이다.
중국이 이처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자 미국 국방부가 허를 찔린 듯하다. 미국은 지난해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레이더와 센서 시스템 개발에 1억57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의 국방·안보 싱크 탱크인 렉싱턴연구소의 국방 분석가 로렌 톰슨은 “그 정도는 미국 국방부 기준으로 보면 반올림 오차에 해당할 정도로 대단찮은 지출”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의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예산은 현재 상당한 폭으로 증가하지만 마이클 그리핀 국방부 연구개발담당 차관은 새 시스템이 2025년 이후에나 배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전쟁 기획 전문가들은 중국의 ‘항모 킬러’가 갖는 전략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본다. 중국은 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대체하려고 한다. 미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투사하는 주된 수단은 해군력이다. 또 미국 해군력의 가장 눈에 잘 띄는 요소가 항모 전단이다. 그러나 비행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탐지할 수 없다면 항모 전단은 그 무기에 극도로 취약해진다.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토머스 카라코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국장은 “그런 사실은 군사력 투사 측면에서 미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의 핵심을 타격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은 1996년 군사적으로 충돌할 뻔했다. 당시 대만 총통선거에서 독립 성향의 리덩후이가 후보로 나서자 중국은 대만해협 일대에서 무력시위에 나섰다. 중국이 대만 해안선 부근까지 폭탄을 투하하는 군사훈련을 벌이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에 맞서 대만 해협 160㎞ 안으로 2개 항모 전단을 파견하면서 무력충돌 위기가 고조됐다. 그러나 미군 항모 전단에 맞설 힘이 없었던 중국은 무력시위 카드를 접었다. 카라코 국장에 따르면 중국의 방위 전략은 ‘반접근·지역거부(A2/AD)’를 중심으로 한다. 미군이 원하는 지역으로 마음대로 진주할 수 없게 막는다는 뜻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바로 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무기다. 지금은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미군 전함이 중국 근해 부근을 항해할 수 없도록 막을 수 있다. 카라코 국장은 “중국은 미국 항모 전단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며 “그것이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비결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아주 복잡하다. 렉싱턴연구소의 톰슨 분석가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방산업체 9곳이 미사일을 발사부터 폭발까지 추적할 수 있는 ‘우주 공간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초속 3.2㎞의 속도로 비행한다. 전투 현장 지휘관은 날아오는 미사일의 경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 미국 국방 전문가들은 독자적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해야 하는지 아니면 방어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한다.
더 빠른 극초음속 미사일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그렇게 하면 중국이 현재 부담하지 않은 추가 비용을 떠안기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 미사일을 막는 방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라코 국장은 “미국이 그런 능력을 갖추고, 그에 따라 중국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방어 시스템 개발에 사용하는 상황이 된다면 물론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방어 시스템에 사용하는 예산만큼 공격용 무기 개발에 투입하는 예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 방산업계는 독자적인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보다 방어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생기는 시장이 더 클 것으로 추정한다. 방산업체 레이시언의 톰 케네디 CEO는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초기 탐지부터 요격까지 킬체인(타격 순환 체계) 전반에서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혁신은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프로젝트가 필요할 정도로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맥레이븐 제독은 최근 연설에서 중국의 ‘기술굴기’에 대응하려면 미국에 ‘스푸트니크 모멘트(Sputnik moment)’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57년 옛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자 미국이 큰 충격을 받은 데서 나온 표현이다. 기술 우위를 확신하고 안주하던 국가가 후발주자의 압도적인 기술에 충격받는 상황을 가리킨다. 미국 국방부로선 적어도 중국의 ‘항모 킬러’가 그런 상황을 제공한 듯하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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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 대국으로서 미국을 대체하려고 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것이다(잘하는 일인지 잘못하는 일인지는 제쳐두자!).
하지만 마찬가지로 옳은 이야기지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중국이 ‘군사굴기’를 통해 세계 최고의 군사대국도 되려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은 그 목표를 향해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미군 특전사령관을 지낸 윌리엄 맥레이븐 제독(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이끌었다)은 최근 연설에서 중국의 강화되는 군비증강을 두고 “미국에는 악몽”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군사굴기’에서 미국 국방 기획 전문가들의 눈에 가장 두드러지고 가장 불길한 증거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흔히 ‘항모 킬러’로 알려진 둥펑(DF)-100 미사일이다. 중국은 이 무기가 극초음속의 속도로 미국 해군 군함의 대공방어망인 이지스 전투 시스템을 뚫고 항공모함을 타격해 두꺼운 갑판을 관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DF-100의 능력이 입증되진 않았지만 미국 국방부로선 걱정이 태산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순항 미사일보다 훨씬 빠르며, 탄도 미사일과는 다른 궤적으로 비행한다.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활공한다는 뜻이다. 현재의 미국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탄도 미사일이 포물선으로 비행하는 동안 탐지해 격추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올 경우 속수무책이다.
중국이 이처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루자 미국 국방부가 허를 찔린 듯하다. 미국은 지난해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레이더와 센서 시스템 개발에 1억57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의 국방·안보 싱크 탱크인 렉싱턴연구소의 국방 분석가 로렌 톰슨은 “그 정도는 미국 국방부 기준으로 보면 반올림 오차에 해당할 정도로 대단찮은 지출”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의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예산은 현재 상당한 폭으로 증가하지만 마이클 그리핀 국방부 연구개발담당 차관은 새 시스템이 2025년 이후에나 배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전쟁 기획 전문가들은 중국의 ‘항모 킬러’가 갖는 전략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본다. 중국은 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대체하려고 한다. 미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투사하는 주된 수단은 해군력이다. 또 미국 해군력의 가장 눈에 잘 띄는 요소가 항모 전단이다. 그러나 비행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탐지할 수 없다면 항모 전단은 그 무기에 극도로 취약해진다.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토머스 카라코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국장은 “그런 사실은 군사력 투사 측면에서 미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의 핵심을 타격한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은 1996년 군사적으로 충돌할 뻔했다. 당시 대만 총통선거에서 독립 성향의 리덩후이가 후보로 나서자 중국은 대만해협 일대에서 무력시위에 나섰다. 중국이 대만 해안선 부근까지 폭탄을 투하하는 군사훈련을 벌이자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에 맞서 대만 해협 160㎞ 안으로 2개 항모 전단을 파견하면서 무력충돌 위기가 고조됐다. 그러나 미군 항모 전단에 맞설 힘이 없었던 중국은 무력시위 카드를 접었다. 카라코 국장에 따르면 중국의 방위 전략은 ‘반접근·지역거부(A2/AD)’를 중심으로 한다. 미군이 원하는 지역으로 마음대로 진주할 수 없게 막는다는 뜻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바로 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무기다. 지금은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미군 전함이 중국 근해 부근을 항해할 수 없도록 막을 수 있다. 카라코 국장은 “중국은 미국 항모 전단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며 “그것이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비결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아주 복잡하다. 렉싱턴연구소의 톰슨 분석가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방산업체 9곳이 미사일을 발사부터 폭발까지 추적할 수 있는 ‘우주 공간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초속 3.2㎞의 속도로 비행한다. 전투 현장 지휘관은 날아오는 미사일의 경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 미국 국방 전문가들은 독자적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해야 하는지 아니면 방어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한다.
더 빠른 극초음속 미사일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그렇게 하면 중국이 현재 부담하지 않은 추가 비용을 떠안기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 미사일을 막는 방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라코 국장은 “미국이 그런 능력을 갖추고, 그에 따라 중국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방어 시스템 개발에 사용하는 상황이 된다면 물론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방어 시스템에 사용하는 예산만큼 공격용 무기 개발에 투입하는 예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 방산업계는 독자적인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보다 방어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생기는 시장이 더 클 것으로 추정한다. 방산업체 레이시언의 톰 케네디 CEO는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초기 탐지부터 요격까지 킬체인(타격 순환 체계) 전반에서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혁신은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프로젝트가 필요할 정도로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맥레이븐 제독은 최근 연설에서 중국의 ‘기술굴기’에 대응하려면 미국에 ‘스푸트니크 모멘트(Sputnik moment)’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57년 옛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자 미국이 큰 충격을 받은 데서 나온 표현이다. 기술 우위를 확신하고 안주하던 국가가 후발주자의 압도적인 기술에 충격받는 상황을 가리킨다. 미국 국방부로선 적어도 중국의 ‘항모 킬러’가 그런 상황을 제공한 듯하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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