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구독경제] 24시간 건강검진에 茶도 車도… 구독 실험 확산
[진화하는 구독경제] 24시간 건강검진에 茶도 車도… 구독 실험 확산
월정액 내고 정기적으로 상품·서비스 이용… 내년 세계 구독 서비스 시장 630조원 전망
구독(購讀)은 과거 책이나 신문을 사서 읽는다는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월정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특정 상품(혹은 서비스)을 사용하는 행위 전체를 뜻하는 단어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를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 부른다. 구독 서비스 자체는 전통적인 산업으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 생활에 녹아 있었지만, 여기에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스마트 기기의 확산 등 새로운 산업이 접목하면서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하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고, 기업은 구독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낸다.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이 주는 효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더욱 굳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콘텐트와 소비자가 만나는 방식으로 떠오른 구독(購讀)이 유통에 굉장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최근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최근 확산하는 ‘구독 서비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구독 서비스는 유통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산업계에는 무엇보다 구독 서비스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가 모든 산업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송용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구독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의료 분야 등에도 속속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며 “머지 않아 산업계 전반의 새로운 유통 트렌드로 구독 서비스가 자리를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독 서비스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구독경제지수(Subscription Economy Index)는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이 지수는 미국의 결제·소프트웨어 기업이자 구독경제 창시기업인 주오라가 개발한 것으로, 구독 서비스의 증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지표다. 이 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매출액은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연평균 18.2% 상승했다. 이 기간 구독 서비스 매출 성장률도 18.2%로, 미국의 S&P500 지수의 매출 성장률(3.6%)과 미국 소매 매출 인덱스 성장률 3.2%보다 5배가량 높다. 신규 구독 가입자 순증가율은 연평균 15.4%를 기록 중이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도 미국 소매업체의 구독 서비스 기반 매출 규모가 2011년 5700만 달러에서 2018년 3월 기준 29억 달러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투자은행인 크레딧스위스는 내년 전 세계의 구독경제 시장이 5300억 달러(약 63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의 야노경제구연구소는 지난해 5627억 엔(약 6조1700억 원)이었던 일본의 구독경제 시장이 2023년에는 8624억 엔(약 9조5000억 원)으로 연평균 8.9%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에서 구독 서비스가 가장 잘 발달한 곳은 미국이다. 미국에는 구독 서비스의 대명서가 된 ‘넷플릭스’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존재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병원 포워드는 월 149달러에 24시간 건강검진을 제공하고 있다. 의료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에서 이 서비스는 노인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과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최고경영자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거물이 이 병원에 1억1000만 달러를 투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신생 면도기 판매 업체인 달러 쉐이브 클럽은 구독 서비스를 앞세워 미국 면도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 회사는 월 1달러에 면도날 5개를 정기 배송한다. 사업은 간단해 보이지만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120년 전통의 세계적인 면도기 회사 질레트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스타트업 큐롤로지는 고객의 피부 상태를 화상통화로 진단한 뒤 매달 ‘나만의 화장품’을 보내준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구독경제 시장인 일본에서는 최근 먹는 것과 관련된 구독 서비스가 인기다. 도쿄의 술집체인인 유유는 월 3000엔만 내면 술을 무제한 마실 수 있다. 도쿄의 커피체인 커피 마피아도 월 3000엔에 무제한으로 커피를 마시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월평균 고객 방문율이 20배나 높아졌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주거마저 구독하고 있다. 거주지를 여기 저기 자주 옮겨다니는 일본의 ‘도레스호퍼족’을 겨냥한 하프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월 8만2000엔을 내면 나가사키에 있는 하프 숙소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이 숙소에는 카페와 사무공간도 있어 주거뿐 아니라 업무 공간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하프는 나가사키뿐 아니라 도쿄·요코하마·오사카·후쿠오카에도 지점을 준비 중이다.
미국·일본에 비해 아직은 시장이 크지 않지만 한국에서도 구독 서비스가 점차 확대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현재 구독 서비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한 신생 기업만 300여 곳에 이르는 곳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 상품은 주로 1인 가구를 겨냥한 생필품(셔츠·양말·면도날 등)이다. 매번 구입하거나 세탁하는 데 번거로움을 느끼는 이른바 ‘귀차니즘’ 아이템이다. 미술작품도 구독하고, 원작 가격의 1~3%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그림을 대여해주는 오픈갤러리도 등장했다. 작가에 대한 설명이 담긴 잡지가 함께 배달되고, 전문 큐레이터가 설명해주기 때문에 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최근에는 카페 업계가 구독 서비스 실험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프리미엄 티 브랜드 오설록은 최근 차 정기구독 서비스 ‘다다일상’을 선보였다. 차 문화에 입문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매월 오설록이 추천하는 차, 다구, 소품 등을 함께 큐레이션(Curation) 해주는 정기구독 서비스다. 오설록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도 녹차, 홍차를 비롯해 발효차, 블렌디드 티 등 수많은 종류의 차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어떤 차가 자신의 기호에 맞는지 선택과 시작을 어려워하는 고객이 많다”며 “이 같은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고 차 문화 입문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앞서 2013년 온라인 커피 구독 서비스에서 시작된 ‘빈브라더스’의 성공 이래 카페 업계는 연이어 구독 서비스 실험에 나서고 있다. 스페셜티 전문 브랜드 커피리브레도 매주 로스터가 추천하는 다른 종류의 커피 원두를 배송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네스카페 또한 ‘캡슐 투 도어’라는 이름의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6월에는 GS25가 운영하는 카페25도 커피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최근에는 통신사까지 구독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최근 디지털 콘텐트, 쇼핑, 생활 혜택을 모두 제공하는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인 올프라임(AllPRIME)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과 경험 관리를 바탕으로 구독 서비스가까지 등장했다. 미국의 속옷회사인 아도르미는 AI를 통해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한 뒤 각 고객에 알맞은 속옷을 정기 배송하고 있다. KT는 AI가 소비자의 얼굴 표정을 분석한 뒤 감정 상태에 따른 최적의 콘텐트를 추천하는 기능을 갖춘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버도 최근 구독형 음악 서비스 바이브에 AI 기반의 ‘자동 추천 재생’ 기능을 선보였다.
전 세계에서 구독 서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IT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 시대가 활짝 열린 덕분이다.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넷플릭스는 수만 개가 넘는 동영상 콘텐트를 확보한 뒤 소비자에게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서비스 자체가 불가한 구조다. 소비 패턴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소비 트렌드가 ‘제품’보다는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구독경제 확산의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소유보다는 경험과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테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과거에는 ‘자동차’라는 제품 자체였다면, 지금은 자동차가 주는 ‘운송 서비스’인 것이다. 주오라의 창업자 티엔 추오 “구독 서비스는 사업 모델을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경제적’도 한몫하고 있다. 넷플릭스만 해도 소비자가 각 영상을 따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매달 구독료를 받아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구독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전호겸 고려대 회사법센터 연구원은 “회사는 재구매율을 높여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고,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확보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소비자는 갈등 등 의사결정 비용을 줄여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1인 가구의 증가와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오기 시작한 것도 구독경제의 판을 키우고 있다. 11월 미국 데이터분석 플랫폼인 페이먼트(PYMNTS)가 구독 서비스 소비자를 대상으로 세대별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전 분야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이용률이 높았다. 동영상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82.9%로, 시니어(37.3%)나 베이이부머(53.6%) 세대를 크게 앞질렀다.
산업계는 구독 서비스가 모든 산업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는 2023년에 전 세계 기업의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트너는 “현재 70% 이상의 기업이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거나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미래산업팀도 최근 ‘구독경제:사업 모델의 뉴트로 열풍’ 보고서를 통해 “산업별로 속도는 다르지만 구독 서비스 모델이 전 산업에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던 단선형의 가치사슬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가치사슬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티엔 추오도 올해 발간한 저서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에서 “구독 모델은 업종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업계를 관통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연구위원은 “제품의 효용성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소비 경향이 굳어지고 있고, 기업은 고객 확보를 통한 수익 창출은 물론 고객 취향 파악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구독경제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購讀)은 과거 책이나 신문을 사서 읽는다는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월정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특정 상품(혹은 서비스)을 사용하는 행위 전체를 뜻하는 단어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를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 부른다. 구독 서비스 자체는 전통적인 산업으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 생활에 녹아 있었지만, 여기에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스마트 기기의 확산 등 새로운 산업이 접목하면서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하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고, 기업은 구독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낸다.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이 주는 효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더욱 굳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콘텐트와 소비자가 만나는 방식으로 떠오른 구독(購讀)이 유통에 굉장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최근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최근 확산하는 ‘구독 서비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구독 서비스는 유통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산업계에는 무엇보다 구독 서비스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가 모든 산업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송용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구독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의료 분야 등에도 속속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며 “머지 않아 산업계 전반의 새로운 유통 트렌드로 구독 서비스가 자리를 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독경제지수 가파르게 상승 중
세계에서 구독 서비스가 가장 잘 발달한 곳은 미국이다. 미국에는 구독 서비스의 대명서가 된 ‘넷플릭스’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다양한 구독 서비스가 존재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병원 포워드는 월 149달러에 24시간 건강검진을 제공하고 있다. 의료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미국에서 이 서비스는 노인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과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최고경영자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거물이 이 병원에 1억1000만 달러를 투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신생 면도기 판매 업체인 달러 쉐이브 클럽은 구독 서비스를 앞세워 미국 면도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 회사는 월 1달러에 면도날 5개를 정기 배송한다. 사업은 간단해 보이지만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120년 전통의 세계적인 면도기 회사 질레트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스타트업 큐롤로지는 고객의 피부 상태를 화상통화로 진단한 뒤 매달 ‘나만의 화장품’을 보내준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구독경제 시장인 일본에서는 최근 먹는 것과 관련된 구독 서비스가 인기다. 도쿄의 술집체인인 유유는 월 3000엔만 내면 술을 무제한 마실 수 있다. 도쿄의 커피체인 커피 마피아도 월 3000엔에 무제한으로 커피를 마시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월평균 고객 방문율이 20배나 높아졌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주거마저 구독하고 있다. 거주지를 여기 저기 자주 옮겨다니는 일본의 ‘도레스호퍼족’을 겨냥한 하프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월 8만2000엔을 내면 나가사키에 있는 하프 숙소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이 숙소에는 카페와 사무공간도 있어 주거뿐 아니라 업무 공간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하프는 나가사키뿐 아니라 도쿄·요코하마·오사카·후쿠오카에도 지점을 준비 중이다.
미국·일본에 비해 아직은 시장이 크지 않지만 한국에서도 구독 서비스가 점차 확대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현재 구독 서비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한 신생 기업만 300여 곳에 이르는 곳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 상품은 주로 1인 가구를 겨냥한 생필품(셔츠·양말·면도날 등)이다. 매번 구입하거나 세탁하는 데 번거로움을 느끼는 이른바 ‘귀차니즘’ 아이템이다. 미술작품도 구독하고, 원작 가격의 1~3%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그림을 대여해주는 오픈갤러리도 등장했다. 작가에 대한 설명이 담긴 잡지가 함께 배달되고, 전문 큐레이터가 설명해주기 때문에 미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최근에는 카페 업계가 구독 서비스 실험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프리미엄 티 브랜드 오설록은 최근 차 정기구독 서비스 ‘다다일상’을 선보였다. 차 문화에 입문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매월 오설록이 추천하는 차, 다구, 소품 등을 함께 큐레이션(Curation) 해주는 정기구독 서비스다. 오설록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도 녹차, 홍차를 비롯해 발효차, 블렌디드 티 등 수많은 종류의 차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어떤 차가 자신의 기호에 맞는지 선택과 시작을 어려워하는 고객이 많다”며 “이 같은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고 차 문화 입문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시작해 의료·통신 업계로 확산
전 세계에서 구독 서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IT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 시대가 활짝 열린 덕분이다.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넷플릭스는 수만 개가 넘는 동영상 콘텐트를 확보한 뒤 소비자에게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서비스 자체가 불가한 구조다. 소비 패턴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소비 트렌드가 ‘제품’보다는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구독경제 확산의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소유보다는 경험과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테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과거에는 ‘자동차’라는 제품 자체였다면, 지금은 자동차가 주는 ‘운송 서비스’인 것이다. 주오라의 창업자 티엔 추오 “구독 서비스는 사업 모델을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제품→서비스, 보유→이용으로 트렌드 변화
산업계는 구독 서비스가 모든 산업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는 2023년에 전 세계 기업의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트너는 “현재 70% 이상의 기업이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거나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미래산업팀도 최근 ‘구독경제:사업 모델의 뉴트로 열풍’ 보고서를 통해 “산업별로 속도는 다르지만 구독 서비스 모델이 전 산업에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던 단선형의 가치사슬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가치사슬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티엔 추오도 올해 발간한 저서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에서 “구독 모델은 업종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업계를 관통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연구위원은 “제품의 효용성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소비 경향이 굳어지고 있고, 기업은 고객 확보를 통한 수익 창출은 물론 고객 취향 파악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구독경제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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