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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 티파니를 품다

루이뷔통, 티파니를 품다

LVMH 그룹, 명품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19조원에 매출·이익 감소로 허덕이던 브랜드 인수
이번 인수거래로 1837년 뉴욕에서 창업한 티파니가 한 세기에 걸친 독립 브랜드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 / 사진:KELLY WANG-AFP/YONHAP
루이뷔통의 모기업인 프랑스 명품 대기업 LVMH가 오랜 소문에 종지부를 찍으며 미국 명품 업체 티파니를 주당 135달러 다시 말해 162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협상을 진행해 오던 두 기업은 지난 11월 25일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LVMH는 유럽 최고 부호 베르나르 아르노가 이끈다. 이번 합의로 1837년 뉴욕에서 창업한 티파니가 한 세기에 걸친 독립 브랜드의 지위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티파니는 2015년부터 매출액·이익 감소 등 성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티파니의 중국 진출도 뚜렷한 성과가 없었으며 미중 무역전쟁도 그들의 야심적인 계획에 타격을 가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LVMH 산하 75개 브랜드 중에는 루이뷔통·동페리뇽 같은 일류 브랜드가 많다. 티파니도 불가리·위블로·태그호이어 등의 인기 브랜드를 포함한다. LVMH는 티파니 인수로 그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하드 명품(hard luxe)’ 시장에 대한 영향력과 미국 시장 접근 또한 확대될 것이다. 하드 명품 시장은 결혼 예물과 다이아몬드 품목을 아우른다. LVMH의 주요 라이벌은 구치를 소유한 케링, 카르티에의 소유주 리치몬트 등이다. 이들 또한 고급 주얼리 시장에의 노출을 확대하고 있다.

주얼리는 명품업계의 성장분야 중 하나이며 올해 그 글로벌 시장의 7% 성장이 예상된다고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가 분석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160억 달러의 인수가는 명품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LVMH는 패션·와인·주류·가죽 부문 같은 소프트 명품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디오르·지방시·펜디·샤토디켐·동페리뇽 등의 유명 브랜드를 거느린다. LVMH가 인수거래 후 불가리와 티파니 브랜드를 별도로 유지할 수도 있다.

불가리는 시계·주얼리·액세서리·향수·가죽제품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다. 티파니는 상징적인 블루 박스와 명품시장 환경에서 그것이 자아내는 낭만적인 색조 덕분에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티파니는 LVMH의 올해 두 번째 미국 브랜드 투자가 된다. LVMH는 올해 팝 스타이자 미용 상품 기업가 리아나와 손잡고 명품 하우스 펜티를 신설했다. 정식 명칭은 로빈 리아나 펜티다. LVMH 그룹은 또한 지난 10월 미국 텍사스주에 루이뷔통 공장을 개장했다. 미국 시장에 판매할 핸드백을 생산하는 그 공장의 개장식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빈으로 참가해 테이프 커팅을 했다.

지난 10월 티파니 이사회는 주당 120달러의 전액 현금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 티파니는 약 3억5000만 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인수 루머가 티파니 주가를 끌어올렸었다. 지난 11월 24일 티파니 주가는 125.5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박스기사] 베르나르 아르노, 세계 최고 부자 될 수도 - LVMH 그룹이 티파니 인수한 뒤 주가 급등으로 그의 자산 가치 1060억 달러 돌파
아르노 회장은 티파니 인수 첫해 LVMH의 영업이익이 6억 유로(7800억원)로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CHRISTOPHE ENA-AP/YONHAP
전통의 글로벌 억만장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에게 프랑스에서 도전장이 날아왔다. 프랑스 명품 대기업 LVMH 그룹이 티파니를 인수한 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불어나는 순자산 가치 앞에서 그들의 재산도 빛을 잃을지 모른다.

지난 11월 25일 아르노 회장의 순자산 가치가 급증해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실시간 자산 순위에서 1060억 달러를 돌파했다. 같은 날 160억 달러가 넘는 가격에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를 인수한다는 발표로 LVMH의 주가가 급등한 뒤 아르노 회장의 자산이 1% 이상 증가했다.

아르노 회장과 그의 가족은 프랑스 명품 대기업 LVMH의 지분 중 47% 이상을 보유한다. LVMH 주가 급등으로 아르노 회장은 포브스 순위에서 1070억 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한 게이츠 창업자와 1100억 달러 미만의 베조스 CEO를 한걸음에 따라잡을 만큼 가까이 접근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선 아르노 회장이 베조스 CEO와 게이츠 창업자에게 한참 뒤졌다. 게이츠 창업자와 베조스 CEO의 자산은 각각 1090억 달러지만 아르노 회장의 순자산은 1000억 달러에 고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노·베조스·게이츠는 다른 주요 억만장자보다 상당히 앞섰다. 예를 들면 순자산 860억 달러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 순자산 750억 달러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이다. 그 밖에 자산 규모 700억 달러 미만인 오러클의 래리 엘리슨, 스페인 소매유통 부호 아만시오 오르테가 등이 순자산 랭킹에서 그 뒤를 잇는다.

한편 아르노 회장에 따르면 티파니 인수로 LVMH의 채산성이 향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첫해 LVMH의 영업이익이 6억 유로(7800억원)로 불어날 것이라고 아르노 회장이 지난 11월 25일 밝혔다. 162억 달러 규모의 인수거래는 내년 6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LVMH는 채권을 발행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것이며 1% 미만의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아르노 회장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아르노 회장은 또한 경영진 물갈이 인사는 예정에 없으며 티파니의 커뮤니케이션·매장·신상품에 신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BC 뉴스는 아르노 회장이 티파니의 “비할 데 없는 유산” 그리고 그 브랜드의 시너지가 자신의 다른 브랜드들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칭송했다고 보도했다. 티파니는 오드리 헵번 주연의 1962년작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배경으로 등장한 뒤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뉴욕의 유명한 상징물인 티파니의 플래그십 매장은 5번가 트럼프 타워 옆에 자리 잡고 있다.

- 칼리안 쿠마르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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