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도 중요하지만 표심부터 얻어야”
“원칙도 중요하지만 표심부터 얻어야”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 압승… 존슨 총리,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브렉시트 위한 교두보 확보 지난 12월 12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와 그의 보수당은 투표 전 힘든 각축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압승을 거뒀다. 집계 결과 보수당이 365석으로 하원의 과반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의석을 확보하면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야당의 모든 의석을 합한 것보다도 80석이 많다. 영국 하원 의석수는 총 650석으로 과반 기준은 326석이다. 이번에 보수당이 확보한 의석은 마거릿 대처 총리가 이끌던 1987년(376석) 이후 최대 규모다. 야당과의 의석수 차이(80석)도 이때 이후 가장 컸다. 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은 200석을 겨우 넘는 203석을 확보하는 데 머물렀다. 노동당 입장에서는 154석에 그쳤던 1935년 이후 최악의 패배였다.
영국 보수당은 과반 기준을 훌쩍 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이제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해 유럽연합(EU) 탈퇴의 최종 이행에 필요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물론, 주요 정책을 담은 입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과반 의석에 미달하여 10석을 보유한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인 민주통일당과 연대해야 했던 2년 전 선거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성적표다. 존슨 총리의 혐오 발언 논란과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했던 브렉시트당의 보수표 분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수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브렉시트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웠던 존슨 총리의 전략이 강한 영국을 원하는 유권자의 심리를 자극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까지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EU 잔류 지지파의 반발로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총리는 물론 현재의 존슨 총리 역시 브렉시트 합의안의 의회 승인을 얻는 데 잇따라 실패했다. 결국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의 교착 상태를 해소하고 의료와 교육, 치안 등 여러 가지 국내 의제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빼 들었다.보수당이 이번 총선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새 의회에서 통과시킨 뒤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 말 EU 탈퇴를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존슨 총리는 이후 내년 말까지 예정된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 동안 EU와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어떻게 총선에서 이처럼 뜻밖의 결과가 나왔을까? 앞으로 한동안 이곳저곳에서 이 문제를 두고 열띤 논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존슨 총리가 보수당과 노동당 양측에서 영국의 EU 탈퇴를 적극 지지하는 ‘브렉시티어(brexiteers)’들을 성공적으로 규합한 결과 이번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판단한다.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가 통과된 이후 3년 동안 의회가 브렉시트 이행에 필요한 행동을 취하지 못한 데 낙심한 브렉시티어들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확실한 변화를 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번 영국 총선의 모든 면을 다 설명해줄 수 없다.
영국 엘리트층은 그동안 2016년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통과가 순전히 요행이었다는 점을 모두에게 설명하느라 바빴다. 그들은 EU 탈퇴 지지파의 허위 정보가 국민투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며, 국민투표가 다시 치러지면 그런 점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예측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이 틀린 것으로 판명 났다. 이번 총선은 한마디로 말해 브렉시트에 대한 제2의 국민투표였다. 존슨 총리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끌고 갔다. 그 결과는 ‘브렉시트 또다시 통과’였다. 여러 선거구에서 투표율이 70~80%에 이르렀고 보수당이 압승했다. 따라서 2016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통과가 요행이었다고 주장하기가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EU 잔류 지지파는 정치적인 영향력이 없는 집단으로 드러났다. 늘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총선 결과는 전문가와 엘리트층, 관료주의자의 압제로 국민의 뜻이 억눌렸다고 우려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줘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포퓰리즘을 지지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18세기 영국의 보수주의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가 경고했듯이 선출직 공직자가 유권자의 견해를 따르려고 자신의 판단을 포기하는 것은 유권자를 배신하는 행위와 같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는 이념이나 원칙보다 득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브렉시트를 막을 생각에 허위 정보로 여론을 움직이려 했던 정치·경제·학계·언론계 엘리트층의 노력이 마침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국에선 영국의 노동당이 급진주의 노선을 지향한 나머지 1930년대 이래 최저 수준의 지지를 얻었다는 평가가 인기 높지만 실제로 그런지 확실치 않다. 영국의 여론조사기관 로드 애시크로프트의 총선 후 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을 지지한 유권자의 72%는 그렇게 투표한 주된 이유가 브렉시트를 완수할 필요성이라고 답했다. 우익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보수당을 찍었다는 비율은 25%에 그쳤다.
이번 총선에서 잉글랜드 북부의 노동당 거점을 보수당이 상당 부분 잠식한 것도 그로써 설명할 수 있다. 존슨 총리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동안 그곳에서 강하게 표출된 EU 탈퇴 지지 감정을 다시 끌어냄으로써 ‘붉은 장벽(red-wall, 노동당 텃밭)’을 무너뜨렸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정부 지출 대폭 확대, 부자 과세 확대, 철도와 우편 등 산업 국유화, 국민건강서비스(NHS) 지출 확대, 무상 고속인터넷 서비스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층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이런 사실은 2020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인들이 이번 영국 총선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외면적인 분석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 주자 중 한 명인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12월 14일 영국 노동당이 지나치게 좌편향되면서 이번 총선에서 패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따라서 그 점을 교훈 삼아 미국에서도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중도층을 포기하지 않는 좀 더 온건한 인물이 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다시 말해 코빈 대표가 극단적인 좌익으로 기울어 중도층을 버렸다는 뜻이다.
그 지적이 옳을지 모른다. 그러나 로드 애시크로프트의 조사에 따르면 노동당은 18~24세와 25~34세 연령층에서 각각 57%와 55%의 지지를 얻어 보수당을 압도했다. 그러나 보수당은 45~54세와 55~64세, 65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각각 43%, 49%, 62%로 노동당에 앞섰다. 코빈 대표의 급진주의 공약이 총선 패배에서 한 가지 원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층 유권자는 그 공약을 선호했다.
그런 사실은 현재 미국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 출마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 등의 선두 그룹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대통령후보 지명을 따내기 위해 사회운동 지지자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좌익에 머물러야 할까? 아니면 좀 더 나이 든 유권자에게 호소하기 위해 중도 노선으로 이동해야 할까?
그 답은 분명치 않다. 특히 미국 민주당이 ‘슈퍼 대의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슈퍼 대의원은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되는 일반 대의원과는 달리 전직 대통령과 전직 부통령, 연방 의원, 전국위원회 위원 등 당 고위 지도자로 구성된 당연직 선거인단을 가리킨다. 일반 대의원은 대선 후보를 공식적으로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참석해, 자신의 주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후보에게 표를 던지기로 서약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슈퍼 대의원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자신이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슈퍼 대의원은 어떤 후보가 경선 투표 과정에서 당의 대선 후보가 되기에 충분한 표를 얻었을 경우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그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본인의 생각이나 선호가 아니라, 당원의 뜻을 따른다는 의미다.
현재 코빈 대표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은 현대 영국으로선 너무 극단적이었다. 이제 그는 퇴진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 직후 사퇴 요구에 시달리는 코빈 대표는 ‘성찰기간’을 거친 후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리가 싸웠던 캠페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의 메시지는 두려움보다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결국 자신의 메시지가 불명예를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거 결과 분석을 주도한 뒤에 사퇴할 것이라는 뜻이다. 또 그는 이번 총선에서 브렉시트가 주요 이슈가 되지 않았다면 노동당이 승리하고 자신이 총리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존슨 총리와 집권 보수당이 내건 ‘브렉시트 완수’ 메시지가 정직하지 못한 사기라며 “정치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 노동당에는 1990년대 후반 중도·실용 좌파 노선인 ‘제3의 길’을 주창한 토니 블레어 총리의 시절이 다시 오기를 고대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어쩌다 보니 그의 선거구 유권자는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을 지지했다). 하지만 그들은 노동당에서 권력의 핵심은 아니다. 존슨 총리의 정책에 대한 야당의 대응은 중도파가 아니라 급진 좌익에서 나올 것이다. 따라서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외에 다른 의제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수 있다. 이번 총선 결과로 그는 그 권한을 위임받았다.
- 피터 로프
※ [필자는 뉴스위크 객원 기자로 여러 주요 매체에 정치 관련 글을 기고한다.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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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수당은 과반 기준을 훌쩍 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이제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해 유럽연합(EU) 탈퇴의 최종 이행에 필요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물론, 주요 정책을 담은 입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과반 의석에 미달하여 10석을 보유한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인 민주통일당과 연대해야 했던 2년 전 선거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성적표다. 존슨 총리의 혐오 발언 논란과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했던 브렉시트당의 보수표 분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수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브렉시트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웠던 존슨 총리의 전략이 강한 영국을 원하는 유권자의 심리를 자극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까지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EU 잔류 지지파의 반발로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총리는 물론 현재의 존슨 총리 역시 브렉시트 합의안의 의회 승인을 얻는 데 잇따라 실패했다. 결국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의 교착 상태를 해소하고 의료와 교육, 치안 등 여러 가지 국내 의제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빼 들었다.보수당이 이번 총선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새 의회에서 통과시킨 뒤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 말 EU 탈퇴를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존슨 총리는 이후 내년 말까지 예정된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 동안 EU와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어떻게 총선에서 이처럼 뜻밖의 결과가 나왔을까? 앞으로 한동안 이곳저곳에서 이 문제를 두고 열띤 논란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존슨 총리가 보수당과 노동당 양측에서 영국의 EU 탈퇴를 적극 지지하는 ‘브렉시티어(brexiteers)’들을 성공적으로 규합한 결과 이번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판단한다.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가 통과된 이후 3년 동안 의회가 브렉시트 이행에 필요한 행동을 취하지 못한 데 낙심한 브렉시티어들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확실한 변화를 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번 영국 총선의 모든 면을 다 설명해줄 수 없다.
영국 엘리트층은 그동안 2016년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통과가 순전히 요행이었다는 점을 모두에게 설명하느라 바빴다. 그들은 EU 탈퇴 지지파의 허위 정보가 국민투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며, 국민투표가 다시 치러지면 그런 점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예측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이 틀린 것으로 판명 났다. 이번 총선은 한마디로 말해 브렉시트에 대한 제2의 국민투표였다. 존슨 총리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끌고 갔다. 그 결과는 ‘브렉시트 또다시 통과’였다. 여러 선거구에서 투표율이 70~80%에 이르렀고 보수당이 압승했다. 따라서 2016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통과가 요행이었다고 주장하기가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EU 잔류 지지파는 정치적인 영향력이 없는 집단으로 드러났다. 늘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총선 결과는 전문가와 엘리트층, 관료주의자의 압제로 국민의 뜻이 억눌렸다고 우려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줘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포퓰리즘을 지지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18세기 영국의 보수주의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가 경고했듯이 선출직 공직자가 유권자의 견해를 따르려고 자신의 판단을 포기하는 것은 유권자를 배신하는 행위와 같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는 이념이나 원칙보다 득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브렉시트를 막을 생각에 허위 정보로 여론을 움직이려 했던 정치·경제·학계·언론계 엘리트층의 노력이 마침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국에선 영국의 노동당이 급진주의 노선을 지향한 나머지 1930년대 이래 최저 수준의 지지를 얻었다는 평가가 인기 높지만 실제로 그런지 확실치 않다. 영국의 여론조사기관 로드 애시크로프트의 총선 후 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을 지지한 유권자의 72%는 그렇게 투표한 주된 이유가 브렉시트를 완수할 필요성이라고 답했다. 우익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보수당을 찍었다는 비율은 25%에 그쳤다.
이번 총선에서 잉글랜드 북부의 노동당 거점을 보수당이 상당 부분 잠식한 것도 그로써 설명할 수 있다. 존슨 총리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동안 그곳에서 강하게 표출된 EU 탈퇴 지지 감정을 다시 끌어냄으로써 ‘붉은 장벽(red-wall, 노동당 텃밭)’을 무너뜨렸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정부 지출 대폭 확대, 부자 과세 확대, 철도와 우편 등 산업 국유화, 국민건강서비스(NHS) 지출 확대, 무상 고속인터넷 서비스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층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이런 사실은 2020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인들이 이번 영국 총선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외면적인 분석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 주자 중 한 명인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12월 14일 영국 노동당이 지나치게 좌편향되면서 이번 총선에서 패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따라서 그 점을 교훈 삼아 미국에서도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중도층을 포기하지 않는 좀 더 온건한 인물이 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다시 말해 코빈 대표가 극단적인 좌익으로 기울어 중도층을 버렸다는 뜻이다.
그 지적이 옳을지 모른다. 그러나 로드 애시크로프트의 조사에 따르면 노동당은 18~24세와 25~34세 연령층에서 각각 57%와 55%의 지지를 얻어 보수당을 압도했다. 그러나 보수당은 45~54세와 55~64세, 65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각각 43%, 49%, 62%로 노동당에 앞섰다. 코빈 대표의 급진주의 공약이 총선 패배에서 한 가지 원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층 유권자는 그 공약을 선호했다.
그런 사실은 현재 미국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 출마한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 등의 선두 그룹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대통령후보 지명을 따내기 위해 사회운동 지지자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좌익에 머물러야 할까? 아니면 좀 더 나이 든 유권자에게 호소하기 위해 중도 노선으로 이동해야 할까?
그 답은 분명치 않다. 특히 미국 민주당이 ‘슈퍼 대의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슈퍼 대의원은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되는 일반 대의원과는 달리 전직 대통령과 전직 부통령, 연방 의원, 전국위원회 위원 등 당 고위 지도자로 구성된 당연직 선거인단을 가리킨다. 일반 대의원은 대선 후보를 공식적으로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참석해, 자신의 주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후보에게 표를 던지기로 서약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슈퍼 대의원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자신이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슈퍼 대의원은 어떤 후보가 경선 투표 과정에서 당의 대선 후보가 되기에 충분한 표를 얻었을 경우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그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본인의 생각이나 선호가 아니라, 당원의 뜻을 따른다는 의미다.
현재 코빈 대표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은 현대 영국으로선 너무 극단적이었다. 이제 그는 퇴진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 직후 사퇴 요구에 시달리는 코빈 대표는 ‘성찰기간’을 거친 후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리가 싸웠던 캠페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의 메시지는 두려움보다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결국 자신의 메시지가 불명예를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거 결과 분석을 주도한 뒤에 사퇴할 것이라는 뜻이다. 또 그는 이번 총선에서 브렉시트가 주요 이슈가 되지 않았다면 노동당이 승리하고 자신이 총리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존슨 총리와 집권 보수당이 내건 ‘브렉시트 완수’ 메시지가 정직하지 못한 사기라며 “정치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 노동당에는 1990년대 후반 중도·실용 좌파 노선인 ‘제3의 길’을 주창한 토니 블레어 총리의 시절이 다시 오기를 고대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어쩌다 보니 그의 선거구 유권자는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을 지지했다). 하지만 그들은 노동당에서 권력의 핵심은 아니다. 존슨 총리의 정책에 대한 야당의 대응은 중도파가 아니라 급진 좌익에서 나올 것이다. 따라서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외에 다른 의제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수 있다. 이번 총선 결과로 그는 그 권한을 위임받았다.
- 피터 로프
※ [필자는 뉴스위크 객원 기자로 여러 주요 매체에 정치 관련 글을 기고한다.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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