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조재영의 초저금리 시대 자산 증식법] 앙꼬 없는 찐빵?, 반도체 ETF에는 삼성전자가 없다

[조재영의 초저금리 시대 자산 증식법] 앙꼬 없는 찐빵?, 반도체 ETF에는 삼성전자가 없다

성공적인 ETF 투자 위해 구성 종목 확인해야
한국 펀드 시장의 기운이 점점 빠져가고 있는 가운데 유독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펀드가 있다. 바로 상장지수펀드(ETF)다. 2020년 1월말 현재 ETF(ETN포함)의 자산 총액은 약 57조원이나 되고 ETF의 종류도 450개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ETF가 이렇게 각광받는 이유는 일반 펀드 투자에 비해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점을 다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ETF의 장점은 펀드지만 주식처럼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다는 유동성이 꼽힌다. 또 펀드 구성 종목이 실시간으로 공개된다는 투명성과 펀드 운영보수가 일반펀드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경제성도 장점이다. 매도시 부과되는 0.25%의 증권거래세가 면제된다는 절세의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펀드 시장에서 ETF의 위상이 부각된다면 국내 주식 시장에서 가장 위상이 높은 종목은 삼성전자다. 산업계에서 삼성전자의 위치도 막강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의 위상도 어마어마하다. 특히 반도체 업황의 개선 기대감과 함께 2020년 연초부터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주식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020년 3월 1일 기준 323조원으로 코스피 시장 전체 시가총액인 1338조원의 24%를 홀로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 우선주를 포함할 경우에는 전체 시가총액의 27%를 차지한다.
 ETF마다 추종하는 지수 파악해야
ETF의 특징은 각 ETF마다 추종하는 지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ETF에 투자하기 전에는 반드시 그 ETF가 추종하는 지수가 무엇인지를 확인해 보고, 포트폴리오에 어떤 종목이 담겨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을 간과하다가는 예상치 못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 종목 투자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반도체 관련 주식에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그런데,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수많은 반도체 회사들에 대해 골고루 분산 투자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때는 반도체ETF에 대신 투자한다. 반도체ETF에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반도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반도체’ 등이 있다. 아마 이런 반도체ETF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반도체 대표회사인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가장 많은 비중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 할 것이다. 그러나 KODEX반도체와 TIGER반도체에는 사실 삼성전자 주식이 단 1주도 편입되어 있지 않다.

KODEX반도체와 TIGER반도체는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하는 KRX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그러나 KRX 반도체지수에는 삼성전자 주식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두 ETF에도 삼성전자 주식 편입을 찾아볼 수 없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가전,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다양한 전자제품군을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한국거래소 KRX분류 기준 아래서 IT업종 내 하드웨어 사업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KRX정보기술지수’을 추종하는 ETF인 ‘KODEX IT’에는 삼성전자 주식이 약 2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KRX반도체지수’에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삼성전자가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다 하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해야 한다. 삼성그룹에 속한 회사 중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비중은 무려 70%가 넘는다. 그럼 이 삼성그룹주 ETF에 투자하면 내 투자자금의 70%는 삼성전자에 투자되고 있을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삼성그룹주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ETF에는 ‘KODEX삼성그룹주’가 있다. 삼성그룹주ETF의 추종지수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산출하는 ‘삼성그룹주 지수’다. 이 지수의 구성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 비중은 26.26%에 불과하다. 펀드 자산의 70% 정도는 삼성전자에 투자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투자했다면 투자 성과는 기대와 다를 것이다.

투자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ETF의 자산구성 원칙이 있다. ETF에는 특정 한 종목의 비중이 30%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특정 종목의 과도한 영향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2002년 ETF시장이 만들어지면서부터 도입됐다. 즉,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라 지수내 비중이 30%를 넘더라도 삼성전자의 비중은 30%를 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 규정은 금융당국에서 2020년 4월 이후에는 풀어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0% 룰이 없어진다면 그동안 30% 룰에 묶여 있던 삼성전자의 편입비중이 늘어나고 삼성전자 주식의 매수세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ETF 자산 구성 원칙 눈 여겨 봐야
30%룰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KOSPI)는 시가총액식 주가지수로 1980년 1월 4일 시가총액을 기준(100포인트)으로 삼는 반면 코스피200지수는 1990년 1월 3일 기준으로 삼고 있다. ETF 이름에 코스피가 들어갔다 하더라도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면 기준 시점을 1980년이 아닌 1990년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코스피200지수는 코스피에 상장된 800개에 가까운 종목 중 대표적인 200개의 종목을 선정하여 만든 지수인데 대부분의 지수형펀드, ETF는 코스피200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경우가 많다. KODEX200, TIGER200 등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코스피가 아닌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한다.

코스피와 코스피200지수의 차이는 개별 종목의 비중에서도 차이가 난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4% 가량이다. 반면 코스피200지수에서는 지난 2019년말부터 삼성전자 비중이 30%를 넘는다. 한국거래소에서는 2019년 6월 코스피200, 코스피100, KRX300 등 지수 내 특정종목의 편입비중을 최대 30%로 제한하는 시가총액 상한제도(CAP)를 도입했다. 일단 한국거래소에서는 주식시장의 충격을 막기 위해 2020년 6월 코스피200 구성종목 정기변경과 함께 30%룰을 검토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관련해 ETF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계속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이처럼 ETF투자는 관련 제도, 규정 및 그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필자는 현재 금융교육컨설팅회사 웰스에듀(Wealthedu)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삼성생명 FP센터 팀장, NH투자증권 PB강남센터 부장을 지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여야의정협의체, 20일 만 와해...의료계 "정부·여당 해결 의지 없어"

2일주일에 네 번 나오라던 포스코...팀장급 주5일제 전환

3양육비 고민? '정우성', 이정재와 공동매입 '청담동 건물' 170억 올랐다

4 대한의학회·의대협회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중단"

5한국은행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 2% 밑돌며 안정"

6"월급 안 들어왔네"...직장인 10명 중 4명 임금체불 경험

7국내 기업 절반, 내년 '긴축 경영' 돌입...5년 새 최고치

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예산 증액, 정부가 수정안 내면 협의”

9애플 손잡은 오픈AI, 챗GPT 영향력 키운다

실시간 뉴스

1여야의정협의체, 20일 만 와해...의료계 "정부·여당 해결 의지 없어"

2일주일에 네 번 나오라던 포스코...팀장급 주5일제 전환

3양육비 고민? '정우성', 이정재와 공동매입 '청담동 건물' 170억 올랐다

4 대한의학회·의대협회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중단"

5한국은행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 2% 밑돌며 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