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사업법) 제34조 제2항’을 수정해 대여와 운송을 구분했다. 기존 제34조 제2항은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면서도 단서(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서 ‘승차 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차 임차’는 임차한 자에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게 했다. 타다는 제34조 제2항 단서에 담긴 운전자 알선 허용을 활용해, 쏘카로부터 차량을 대여하고 기사를 알선해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를 운영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타다금지법 입법을 추진, 11인승 이상 15인승 승합차를 통한 영업을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 장소를 공항이나 항만’으로 제한했다. 여객사업법에서 택시 등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렌터카 등 자동차대여사업을 명확히 구분했는데, 렌터카를 대여해 운송사업을 해선 안된다는 논리가 적용됐다. 지난 2월 19일 법원은 타다를 ‘초단기 렌터카 서비스’라고 규정, 실시간 호출로 승합차 렌트와 운전기사 알선이 동시에 이뤄지는 사업 특성상 현행법이 금지한 유상 승객 운송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이번 입법으로 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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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금지법 내 합법·불법, 자율주행차에선 무색
문제는 자율주행차법이다. 여객사업법에서 택시와 타다, 합법과 불법을 가르는 기준인 ‘기사를 포함한 차량 운송이냐’ 혹은 ‘기사가 없는 차량 대여냐’가 자율주행차에서는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핸들과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지 않아도 정밀한 지도, 위성항법시스템(GPS) 등 차량의 각종 센서로 상황을 파악해 스스로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자동차”라면서 “차량 대여만으로 유상운송이 가능해진다는 뜻인데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차법을 제정하면서도 한쪽에서는 대여를 막는 법을 입법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내부에서 각 부처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실제 국토교통부 첨단자동차기술과는 타다금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 한달 전인 지난 2월 초 자율주행차를 유상운송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여객자동차법 규제특례를 적용했다. 자율주행차에 운전 기능이 내장된 만큼 대여를 통한 유상운송 허용특례를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도시교통과는 지난해 7월 택시제도 개편 방안을 낼 때부터 대여를 통한 유상운송을 막아 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는 타다를 허용하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타다금지법 시행령은 안갯속이다. 국토교통부는 당장 자율주행차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검토에 급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금지법과 배치되는 자율주행차법을 올해 5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교통부 첨단자동차기술과가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여객 유상운송을 하위법령으로 입법예고해 타다금지법 시행령의 확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모빌리티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상용화가 목전인 자율주행기술 3등급을 자율주행차로 보는 만큼 자율주행차를 대여해 유상운송하는 택시가 나올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자율주행 등급은 총 6단계(0~5)로 나뉜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의 자율주행 기능 분류 기준 0~2 등급은 사람이 주체가 돼 운전하지만 3등급부터는 자동차가 운전의 주체가 된다. 3등급은 자율주행을 하다 필요시에 운전자가 개입하는 ‘부분 자율주행’, 4등급은 일부 상황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고도 자율주행’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3등급을 지정된 조건에서 운전자 없이도 운전이 가능한 상태로 보고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 및 유상운송 특례를 적용한다.
지난 3월 3일 카카오모빌리티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것도 타다금지법 시행령 추진을 더욱 어렵게 할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타다금지법 직접 적용을 받는 대상이지만, 이르면 3월 중순부터 “레벨4(4등급)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차 기술 테스트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율주행 임시운행은 모빌리티 서비스로 바로 접목될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차를 활용해 호출-탑승-이동-하차-결제까지 이뤄지는 자율주행 기반 택시 서비스를 실생활에 접목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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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 대여 구분 무의미, “여객사업법 재개정” 목소리
일각에선 국토교통부가 여객사업법을 재차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미국 애리조나주는 운전자가 없는 완전자율주행차 호출 서비스의 상용화를 허용한 상태다. 이에 구글 웨이모 2018년부터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웨이모 원’이라는 로보택시(Robo Taxi·자율주행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한쪽에서는 완전자율주행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고 한쪽에서는 운송과 대여를 나눠 자율주행차 기반 호출 서비스를 막고 있다”면서 “양 법안이 배치되고 있어 재개정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의 이 같은 추진 법안 간 배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과도 어긋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0월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을 내고 2024년까지 완전자율주행을 위한 제도를 도입해 자율주행 택시와 같은 서비스 확산을 목표로 정했다. 국토교통부가 기사가 포함되지 않은 유상운송 서비스를 막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와 같은 혁신 기술에 대해선 유상운송이 가능하다는 특례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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