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게 드리운 구조조정 그림자] ‘자르고 팔고’ 구조조정 나선 두산 그룹
[짙게 드리운 구조조정 그림자] ‘자르고 팔고’ 구조조정 나선 두산 그룹
계열사 매각·지배구조 개편… 구조조정 속도·규모에 시장 촉각 두산그룹이 국책은행으로부터 긴급운영자금 1조원을 신용한도(크레딧 라인) 형식으로 지원을 받으면서 향후 이어질 구조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대주주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한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하면서 계열사 매각을 포함한 그룹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외 경기 부진과 두산그룹의 사업성 악화가 지속될 경우 구조조정이 장기화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산그룹 내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두산솔루스와 두산건설이다. 우선 두산솔루스는 국내 사모펀드(P/E)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매각 협상을 진행중이다. 동박·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등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는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각각 지분 17%와 44%를 보유 중인 곳이다. 지난 201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030억원, 380억원이다. 두산그룹 내에서는 손꼽히는 미래성장 기업이기 때문에 주가 흐름도 나쁘지 않다. 4월초 주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8700억원이다. 다만 이 딜은 수출입은행이 지급 보증한 외화채권 5900억원 가량의 대출 전환에 대응하는 조치고 자구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두산건설도 매각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두산건설은 지난 3월말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서(티저레터)가 돌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다만 두산그룹 측은 두산건설 매각과 관련해서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두산건설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인수합병업계에서는 두산그룹과의 사전 교감 없이 두산건설 매각 작업이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두산그룹이 자금난 해소를 위해 두산건설을 매물로 내놨다는 이야기는 이미 지난 2019년부터 인수합병 시장에서 퍼졌다. 당시에도 일부 전략적투자자가 관심을 보였으나 가격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거래가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산그룹에서 공식적으로 두산건설 매각과 관련한 언급을 아끼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매각 시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여기서는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을 100% 자회사로 변경한 시점이 주목받는다. 두산 그룹은 지난 3월 10일 두산건설의 주식을 두산중공업 신주로 교환해주는 내용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했다. 두산건설 주식과 두산중공업 주식 교환 비율은 1대 0.248주였다. 교환 받은 주식의 재상장일은 지난 3월 24일이다. 인수합병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 상장 폐지 일정과 매각을 위한 티저레터가 시장에 나온 시점이 맞아 떨어지는데 두산건설 주가가 바닥을 해매고 있었기에 상장폐지하는 편이 유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인수합병이 진행될 때, 매각 대상이 상장사일 경우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인 주가가 기준점이 된다. 부진이 지속됐던 두산건설의 주가는 2018년 4분기부터 1400원선을 중심으로 횡보했다. 상장폐지되기 전 두산건설의 시가총액은 4000억원 수준이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4000억원 중반 가량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두산건설이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동안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두산건설에 투입한 자금 규모는 1조5000억원이 넘기 때문에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헐값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반면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두산건설의 몸값으로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건설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두산건설의 재무상태는 악화된 상태라 어디에 우발채무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9년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두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19억원에 불과한 반면 부채 총계는 1조8102억원에 이른다.
두산솔루스와 두산건설 외에도 두산퓨얼셀, 두산큐벡스 등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이름이 인수합병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두산의 유통사업 부문과 두산중공업의 담수·수처리 설비 부문 등 사업부 등을 분리해 매각할 수도 있다. 두산그룹이 자체 현금창출력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산중공업은 별도 기준 차입금 4조9000억원 가운데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4조2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높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이 2020년 2분기와 3분기에 대응해야할 시장성 차입금과 금융 채무만 해도 2조원 이상”이라며 “빠른 시간 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없다면 유동성 위기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두산중공업이 분리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현재 그룹의 캐쉬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두산밥캣을 지배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은 자체 현금창출력은 괜찮은 상황이지만 두산중공업 산하에 있다보니 그룹 신용 보강 측면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따라서 두산중공업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지배하는 중간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뒤 중간지주회사를 ㈜두산과 합병하는 구조로 개편하면 두 회사의 유동성 대응 능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두산 입장에서도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나설 여력이 높아진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유상증자를 위한 채비를 마쳤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수권주식수를 4억주에서 20억주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동시에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한도도 각각 5000억원 이하에서 2조원 이하 수준으로 확대했다.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모두 채권의 일종이지만 전환권이나 신주인수권이 붙어있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이 상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경영권 분쟁에 직면할 수 있다. 그만큼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두산 그룹 내 특정 자산이나 계열사 매각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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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내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두산솔루스와 두산건설이다. 우선 두산솔루스는 국내 사모펀드(P/E)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매각 협상을 진행중이다. 동박·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등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는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각각 지분 17%와 44%를 보유 중인 곳이다. 지난 201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030억원, 380억원이다. 두산그룹 내에서는 손꼽히는 미래성장 기업이기 때문에 주가 흐름도 나쁘지 않다. 4월초 주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8700억원이다. 다만 이 딜은 수출입은행이 지급 보증한 외화채권 5900억원 가량의 대출 전환에 대응하는 조치고 자구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매각설’ 나온 두산건설 하나로는 역부족
두산그룹에서 공식적으로 두산건설 매각과 관련한 언급을 아끼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매각 시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여기서는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을 100% 자회사로 변경한 시점이 주목받는다. 두산 그룹은 지난 3월 10일 두산건설의 주식을 두산중공업 신주로 교환해주는 내용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했다. 두산건설 주식과 두산중공업 주식 교환 비율은 1대 0.248주였다. 교환 받은 주식의 재상장일은 지난 3월 24일이다. 인수합병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 상장 폐지 일정과 매각을 위한 티저레터가 시장에 나온 시점이 맞아 떨어지는데 두산건설 주가가 바닥을 해매고 있었기에 상장폐지하는 편이 유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인수합병이 진행될 때, 매각 대상이 상장사일 경우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인 주가가 기준점이 된다. 부진이 지속됐던 두산건설의 주가는 2018년 4분기부터 1400원선을 중심으로 횡보했다. 상장폐지되기 전 두산건설의 시가총액은 4000억원 수준이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4000억원 중반 가량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두산건설이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동안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두산건설에 투입한 자금 규모는 1조5000억원이 넘기 때문에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헐값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반면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두산건설의 몸값으로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건설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두산건설의 재무상태는 악화된 상태라 어디에 우발채무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9년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두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19억원에 불과한 반면 부채 총계는 1조8102억원에 이른다.
두산솔루스와 두산건설 외에도 두산퓨얼셀, 두산큐벡스 등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이름이 인수합병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두산의 유통사업 부문과 두산중공업의 담수·수처리 설비 부문 등 사업부 등을 분리해 매각할 수도 있다. 두산그룹이 자체 현금창출력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산중공업은 별도 기준 차입금 4조9000억원 가운데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4조2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높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이 2020년 2분기와 3분기에 대응해야할 시장성 차입금과 금융 채무만 해도 2조원 이상”이라며 “빠른 시간 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없다면 유동성 위기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두산중공업이 분리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현재 그룹의 캐쉬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두산밥캣을 지배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은 자체 현금창출력은 괜찮은 상황이지만 두산중공업 산하에 있다보니 그룹 신용 보강 측면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따라서 두산중공업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지배하는 중간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뒤 중간지주회사를 ㈜두산과 합병하는 구조로 개편하면 두 회사의 유동성 대응 능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두산 입장에서도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나설 여력이 높아진다.
시장에선 ‘두산중공업 분리’ 예상도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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